교통카드의 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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닿지 않아도 작동되는 교통카드의 원리

몇 년 전부터 2007 년까지 전자주민등록증에 대한 우려가 높았었습니다. 전자주민등록증은 기존의 주민등록증에 전자 칩을 내장하여 신용카드 기능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하려고 계획한 주민등록증입니다. 저는 전자주민등록증의 정확한 사양은 알 수 없지만 장점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여 찬성하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런데 작년에 전자주민등록증을 사용하면 탐지기의 감도를 높이면 교통카드처럼 먼 거리에서도 누가 지나가는지 정보를 확인해서 남길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맞는 이야기일까요? 그렇다면 전자주민등록증을 어떻게 만들기에 그런 것이 가능한 것일까요?

전자주민등록증과 비슷한 경우인 교통카드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있습니다. 더군다나 교통카드에는 컴퓨터 칩(RDIF)이 들어있는데도 불구하고 어떤 전원도 공급하지 않기 때문에 좀 더 호기심을 갖고 살펴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교통카드를 분해해 본 적이 있으신지요?
교통카드의 원리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우선 교통카드의 구조를 살펴봐야 합니다. 교통카드는 선불제/후불제 등의 사용방식과 규격에 상관없이 모두 비슷하게 보통 딱딱한 플라스틱 카드 속에 들어있는데 크기는 보통 신용카드와 같습니다. 이런 교통카드를 아세톤이나 벤젠 등에 담가놓으면 플라스틱 부분은 모두 녹아 없어지고 칩셋과 전선만 남습니다. 칩셋은 교통카드 또는 후불제 신용카드에서도 충분히 쉽게 눈에 띕니다. 그리고 전선은 교통카드의 테두리를 따라서 설치되어 있습니다. 이런 구조를 띠는 것은 전자기 유도현상에 의해 전선에 유도전류를 형성시키기 위한 것입니다.
전선에 전기가 흐르면 그 주변의 전선에도 같은 방향으로 전기가 흐르려는 힘(기전력)이 발생합니다. 이러한 현상을 전자기 유도현상이라고 부릅니다. 꼭 전선에 흐르는 전기만이 아니고 전선 주변에 자석 등이 운동하여 자기장이 변화해도 전자기 유도현상이 발생하죠. 예를 들어 유선전화 도청을 하려고 할 땐 전화선과 나란한 방향으로 새 전선을 설치합니다. 그리고 새 전선의 양 끝을 스피커에 연결하면 통화하는 소리를 그대로 들을 수 있습니다. 물론 도청당하는 쪽은 소리가 줄어듭니다.
교통카드 단말기의 구조도 교통카드와 마찬가지로 칩셋과 큰 원형도선을 갖고 있습니다. 단말기의 원형도선에 교류를 공급해주면 단말기와 교통카드 속의 원형코일들 사이에 전자기 유도현상이 발생하여 교통카드 속 전선에 교류가 발생하게 됩니다.
교통카드의 원형도선에 유도전류가 발생하여 반도체 칩에 공급되면 반도체 칩은 입력되어 있는 정보대로 전기를 통과시켰다가 차단했다를 반복합니다. 교통카드가 전기를 통과시키면 교통카드 단말기에서 들어있던 원형코일은 그만큼 에너지를 잃어버려서 순간적으로 저항이 증가합니다.(유선전화를 도청할 때 소리 크기가 줄어드는 현상과 같은 현상입니다.) 이런 저항이나 혹은 전류나 전압 등을 측정하면 교통카드에서 어떤 방식으로 유도전류를 차단과 통과시키는 것인지 알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후불제 교통카드의 경우는 교통카드 칩셋이 출력하는 내용만 읽어서는 아무런 의미 있는 정보를 얻을 수 없습니다. 서버에 있는 정보와 연동됐을 때에만 의미 있는 정보가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단말기는 교통카드의 신호를 그대로 교통카드사 서버로 전송하고, 서버에서는 조각난 정보들을 서버의 정보와 함께 재조립하여 사용자가 누구인지 알아내는 것입니다. 따라서 서버에는 교통카드 주인이 이동하는 정보가 저장됩니다. (어쩌면 참 무서운 기능이 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런 현상은 교통카드를 칩셋과 전선으로 만드는 한 똑같이 적용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교통카드의 호환성은 사용 전류의 주파수만 같다면 사람들이 규약을 정하기에 따라 충분히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교통카드의 호환성은 단순히 교통 시스템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서로 협의를 하지 못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문제인 것이죠. 단순히 소프트웨어적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몇 년 전에 교통카드를 녹여서 DIY하는 것이 유행이었던 적이 있었죠. 교통카드의 플라스틱을 녹여서 얻은 칩과 전선을 모양을 원하는 대로 변형시켜서 다시 굳히더라도 교통카드는 잘 작동하게 됩니다. 핸드폰 장식물, 열쇠고리 등에 교통카드 기능을 넣는다거나 휴대폰에 교통카드 기능을 내장하는 것도 그래서 가능한 것이구요. 다만 모양을 변형시키면 전선이 둘러싸는 면적이 줄어들므로 카드 자체에 유도되는 전기가 약해집니다. 전선을 두 바퀴 돌려서 작고 이쁘게 만들면 총 면적이 줄어 한 바퀴 돌리는 것보다 유도되는 전력이 약해지는 것은 마찬가지겠지요. 그래서 모양을 변형시킨 제품들의 경우 교통카드 단말기에서 인식이 잘 안 되고 사용이 힘들어지는 단점이 있습니다. 물론 원리적으로는 충분히 가능하고, 유도전류의 힘을 강하게 만들기 위해서 전선을 추가로 붙여서 여러 번 감는 방법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때는 전선의 저항이 너무 커지지 않는지 신경 써야 합니다.)


교통카드와 비슷한 원리를 사용하는 코드 없는 충전기 기기가 최근 등장했더군요. 코일이 들어있는 충전기 위에 충전지를 올려놓으면 자동으로 충전되는 방식입니다. 원리는 교통카드와 완전히 동일한 방식입니다. 충전기에서 유도전류를 발생시키면 충전지에서는 발생한 유도전류를 직류로 바꿔서 충전하는 방식입니다. 휴대전화에 이 방식을 사용하면 외부로 노출되는 충전용 전극들이 없기 때문에 더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되며, 디자인에 자유로움을 추구할 수 있게 됩니다. 더구나 짹의 호환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아도 되겠죠. 충전효율은 많이 떨어지겠지만 여러 가지 편리성 때문에 휴대전화의 경우 머잖아서 이 방식이 주류를 이룰 것으로 생각됩니다. 특히 방수가 필요한 기기들에서는 무척 필요한 기능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유도전류를 이용하는 방식은 이 것 이외에도 여러 가지 기기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형식과 방식은 다르지만 MRI(NMR)의 방식도 비슷합니다. 단지 신호를 받아들이고 다시 되돌리는 것이 코일이 아니라 원자 속에 있는 전자나 원자핵이라는 것이 다를 뿐입니다.

다시 처음 이야기로 되돌아가서 전자주민등록증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죠.
일부에서 멀리 떨어져서 지나가는 사람들의 정보도 알아낼 수 있다는 이유로 전자주민등록증 사용을 반대했습니다. 그러나 원리적으로 이는 원형 코일을 이용한 카드 방식이어야만 가능한 것입니다. 원형 코일을 사용한다 하더라도 주변에 금속 물체가 많다면 아무리 카드 단말기를 잘 만들어도 정보를 알아낼 수 없고, 또 차단하기 위한 방법도 간단합니다. 결국 전자 주민등록증에 대한 부작용은 충분히 조심해야 하는 것이지만 지나가는 사람까지도 정보를 알 수 있다는 이야기는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운 격이라고 생각됩니다.

글 쓴 날 : 2008.04.29

4 comments on “교통카드의 원리”

  1. 생각해보니 길거리에 NMR을 설치하면 전자주민등록증의 정보를 읽을 수 있겠군요.
    물론 이건 초가삼간 태우는 얘기가 맞습니다. -_-;

    1. 하하..근데 길거리 사람들로부터 정보를 뽑아낼 정도의 크기로 NMR 장비를 만들 수 있다면 그것 자체만으로 이미 때돈을 벌어서 정보를 뽑아낼 필요가 없을듯 싶네요. ㅋ

  2. 재밌는 글 잘 읽었습니다. 동작 주파수는 13.56MHz였던 걸로 기억 나요. 비접촉식 카드의 규격은 ISO14443에 정의되어 있습죠. RFID랑은 교통카드는 조금 다르다고 알고 있습니다. (http://en.wikipedia.org/wiki/Contactless_smart_card)

    T-money라는 카드에는 8bit cpu core, ram, rom, eeprom, 3des 보안알고리즘이 장착되어 있고, 버스 단말기에 접촉하는 순간, 카드 운영체제(COS)가 부팅을 합니다. 이 운영체제 위에는 교통카드 기능을 하기 위한 Native Application이 탑재되어 있고, eeprom에 있는 잔액 정보를 읽어 와서 연산을 수행하고 다시 eeprom에 잔액을 기록하는 역할을 합니다. 카드에서 -900원해서, 단말기에 +900원 하는 식이죠. 버스 단말기는 정류장 또는 차고지의 WiFi에 접속되는 순간, 트랜젝션 로그 전체를 서버로 발송합니다. 굉장히 큰 시스템이지요.

    반면에 T-money가 아닌 그냥 교통카드는 메모리만 있답니다. 연산은 당연히 버스에 달린 단말기에서 하고요. 당연히 메모리에 담긴 잔액 정보는 무선 네트워크 구간을 타야 하고, 연산 동작 자체가 내 소유의 카드가 아닌 버스회사가 소유한 단말 시스템에서 되기 때문에, 얼마든지 악의적인 조작이 가능합죠.

    MB랑 서울시교통과장(아마도 지금 서울 도시철도공사 사장)의 작품이지요. 아마 MB님이 유일하게 사람들한테 칭찬 받는 일이 아닐지?

    친구들이랑 이런 황당한 사업아이디어를 내기도 했답니다. “크리스마스 이브날, 가방에 배터리로 동작하는 교통카드 단말기 한대 짊어 지고 명동을 나가서 돈을 벌자!” ㅋㅋ

    1. 사실 문제는 좀 심각하긴 해요.
      저도 예전에 한번 도용당했던 적이 있었거든요. 그걸로 반 년 정도 골치아팠습니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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