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경고하던 일이 벌어졌다 : 유리바닥 붕괴

One comment

예전에 어딘가에 여성도 징병제를 해야 한다고 글을 썼었다.

그랬더니 누군가가 대략 이런 댓글을 달았다.

‘여자도 그 더러운 곳에 보내고 싶으세요?’

남자들도 징병되어 가는 군인이 우리사회에서 바닥 중에도 바닥 계층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나 또한 그렇다. 그래도 여성도 군대를 보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이라면 그런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여성의 요구가 늘어나자 반대급부도 필요해졌다고 생각해서 여성 징병제를 해야 한다는 글을 썼던 것이다.

이 댓글을 썼던 분은 아직 나보다 그런 생각을 덜 하는 사람이었을 것이다. 왜 그런 차이가 생긴 것이었을까? 나는 아마도 여성부의 삽질을 보면서 점차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다가 메갈들한테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집단공격을 당하면서 그런 생각이 더 강해졌을 것이다. 아무튼….

나처럼 유리바닥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거나, 많았어도 최소한 표현하는 사람은 적었다. 이런 걸 표현하는 사람이 늘어나려면 우리사회가 크리티컬 포인트(Critical point)를 넘어서야 했다.

원래 크리티컬 포인트라는 것은 물리에서 어떤 단체의 상태가 급격히 변하는 물리적 상황을 말한다. 가장 쉬운 예로는 어는 점과 끓는 점이 있다. 철이 자기장을 소실하는 온도인 퀴리온도도 크리티컬 포인트다. 단체가 크리티컬 포인트를 통과해도 겉보기에는 별로 티가 나지 않을 수 있다. 그렇지만, 물리적 성질이 급격히 바뀌고, 그렇기 때문에 비열이 무한대로 발산하거나 0으로 떨어지는 것 같은 현상이 일어난다. 예를 들어, 얼음이 물로 바뀔 때 온도는 일정한데 열은 흡수하기 때문에 비열이 무한대가 된다.

우리사회를 구성하는 구성원도 마찬가지로 어떤 대상에 대한 생각이 급격히 변하는 순간이 있다. 사회과학을 연구하는 분들은 그런 순간을 물리학에서 용어를 가져다가 크리티컬 포인트라로 부른다. 사회 구성원도 물리에서의 단체와 마찬가지로 크리티컬 포인트가 되기 전에는 여러 가지 저항이 많아져서 인식을 쉽게 바꾸지 않는다. (크리티컬 포인트에서는 열을 똑같이 받아도 물질이 열을 더 많이 흡수해서 온도가 덜 변하는 것처럼…) 그러다가 크리티컬 포인트를 넘어서면 이제는 돌이키기 힘들 정도로 강하게 인식이 바뀐다. (우리는 이에 대해서 미국의 여러 사회운동 이야기를 들어왔다.)

나는 여성 징병제에 대한 우리사회의 크리티컬 포인트가 언제일까 궁금해 했었다.
그런데… 이제 그 크리티컬 포인트가 됐다.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나타난 표심이 남자들의 마음이 크리티컬 포인트를 넘어서게 만들었다. 그래서….

청와대에 이런 청원이 진행중이다. 내가 처음 봤을 때는 청원자가 6만 명이 조금 넘은 상황이었는데, 24 시간이 채 되기도 전에 4만 명 가까이 늘어나 10만 명을 넘어섰다. 이 속도대로라면 곧 20만 명을 넘어서 청와대는 답변을 해야 할 것이다.
이것은 단지 시작일 뿐이다. 이 청원이 효과가 없더라도, 사람들은 더이상 의견표명이 멈추지는 않을 것이다. 이것은 남성들의 심리가 여성에 대한 유리바닥을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는 뜻이다.

우리사회 구성원이 왜 이런 급격한 변화를 보인 것일까?

사회의 분위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청와대가 책임져야 할 것이다. 남성을 열받게 만든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청와대 홈페이지의 청원사이트 때문이기도 했으니까….

예전에 여성부가 제안하여 정보통신부가 https를 검열해 차단하겠다고 해서 사람들이 심하게 반발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이 https 검열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아래 캡쳐이미지처럼 청와대 청원게시판 관리자는 이에 대해 반대하는 청원을 검색하는 것을 철저히 막아버렸다. 내가 검색했을 때는 ‘https’ 뿐만 아니라 ‘tps’만 들어있어도 검색이 막혔다. 그리고 올라갔던 것들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모조리 조명받지 못했다.

그리고 이때부터 최소한의 동의를 얻어야 공개되기 시작했다. 일종의 검열을 하는 것이다. 이게 검열인 건, 나중에 특정한 소재 주제의 이슈가 공개 요건을 갖췄는데도 이유 없이 공개를 미루는 일을 청와대가 저질러서 증명해줬다. 누가 한 일일까?

청원게시판에서 ‘https’ 관련 문자열의 검색이 모조리 차단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만 따져도 이런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예를 들어, 지금은 관세청이 리얼돌 수입을 막고 있다. 법원까지 합법이라며 수입을 허가했는데, 관세청이 무슨 권리로 리얼돌 수입을 막는 것일까? 더군다나, 통관되어 사용자가 인수한 제품은 망가져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걸 수리하고 수리비를 청구하면 관세청이 보상해 준다고 한다. ㅎ) 재미있는 것은 이런 것이 전부 성적인 관점에서 균형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말 재미있다. 성차별을 없애라면서 성차별을 하고 있다.

내가 최근에 보았던 것들을 모아보자.

경찰들의 남녀 차별적인 근무환경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자 간담회를 하는데,
경찰청장이 성인지감수성이 없다!
학습하기….라면서, 남녀차별을 부추긴다.

물론 자기가 페미니스트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내로남불….
신경아 교수는 페미니즘에 불똥이 튀어 자기 밥그릇이 타버리는 것만은 막고 싶어한다.

물론 이런 문제를 감지한 사람이 민주당 내에 없던 것은 아니다. 아래는 민주당 내에서 작성돼 보고됐던 문건이 이번 선거 이후에 인터넷에 공개된 것이다. 즉 아래에서는 이미 우리사회의 변화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데, 위에서 무시하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20대 남성이 역차별을 느끼고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는 보고서

이 문제는 아마도 김대중 대통령 재임시절에 시작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당시 사회 발전단계의 한 과정으로 여성부가 꼭 필요하기는 했다. 그런데 여성부 장관에 패미니스트를 가장한 이기주의자를 앉힌 건 좀 무책임했다. 그래서 여성부를 만든 것을 김대중 대통령의 가장 큰 실기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김대중 대통령의 대표적인 실기

  1. 여성부 만듦
  2. 교육제도를 너무 급하게 바꿈
  3. 신용카드 사용을 너무 급하게 확대함

당시에 나는 위 3 가지에 대해서 하나하나 취지는 다 좋으며, 그 결과가 나쁘지는 않을 것이라 예상했다. 문제는 그 안에 숨은 지뢰를 제거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제는 지뢰를 제거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물론………..

이번 보궐선거 패배의 원인 중에 남녀역차별 문제는 아주 사소한 일부분일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일부 여권인사들의 정치에 대한 철학인 ‘정치는 타협이다’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이 역차별 문제는 꼭 해결하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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