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 @코엑스 메가박스 돌비시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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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기적]을 보러 극장에 갔다. 극장에 간 건 거의 한 달만이다. 아마도 앞으로 한동안 극장에 갈 일은 없을 것이다. 오늘 간 것도 작년에 샀던 돌비시네마 사용권의 마지막 기회를 써버리기 위해서였다. 사용기한이 9 월까지였으니까….. 그나마 메가박스 측에서 사용기한을 연장해줘서 9 월까지였지, 안 그랬으면 훨씬 예전에 써버렸거나, 그냥 버렸어야 했을 것이다. 솔직히 작년에 사용권을 샀던 것이 멍청했던 거다. 코로나19 시국이라서 볼만한 영화가 거의 개봉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걸 왜 샀을까? 지금도 후회막급이다. -_- 아무리 영화를 보고 싶어도 계속 보러 다니기는 힘들 거라 생각한다.
심지어, 오늘 같이 본 사람이 2 명 뿐이었다.


이 영화 [기적]奇跡, Miracle은 한마디로 추억팔이 영화였다. 잘 만든….. 특히나 나처럼 1990 년경에 중고등학교를 다닌 사람에게는 추억을 떠올릴 거리가 많을 것이다. (추정해 보자면, 영화 주인공 정준경이 나보다 1~2 살 어린 설정으로 보인다.) 아주 고증이 잘 된 건 아니고, 추억을 떠올리기에 충분한 딱 그런 영화다. 거기다가 양원역이 만들어진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야기이다보니 여러 가지 찡한 면도 있다. (사실 나도 6 살 때까지는 전기도 안 들어와 밤마다 호롱불을 밝히고, 버스도 다니지 않아 다른 곳에 가려면 버스가 다니는 곳까지 30 분 이상 걸어나가야 하는 동네에 살았었다.) 세부적인 이야기는 따지지 말자. 문예를 위한 창작영역!

다만, 당시의 우리나라를 너무 미화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당시의 상황을 그대로 구현하면 지금의 정서와는 좀 안 맞는 점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의 정서에 맞춰서 영화를 만들었다. 그래서 당시의 정서와 약간 괴리감이 생긴다거나 그런 점이 좀 있다. 소품도 좀 그랬다. 역 만들어 달라고 대통령한테 편지를 쓴다는 아이디어는 예전에 어떤 영화인지 단막극인지에서 나왔던 아이디어 같은데, 당시 시대상을 반영한 설정으로 끌어온 것 같다. 당시에는 진짜 저런 일이 자주 있었다.
차길도 없어서 기차길[철로]로 한 시간을 걸어가야 하는 산골 오지라는 설정인데, 차량이 다닐 수 있는 길이 여기저기 있는 건 안 어울렸다고 생각한다. 이용하지 않는 길은 시간이 지나면 점점 패이고, 풀이 나면서 영화에서처럼 좋은 상태를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이 영화를 보면서 정말 열받았던 건, 남자주인공이 나랑 너무나 비슷했기 때문이다. 이과 과목은 잘하는데, 문과 과목은 잘 못한다거나 그런 거…. 그렇더라도 남자주인공은 설정에 약간 오류가 있는게, 이과 과목을 잘하는 것과 수치계산을 암산으로 잘하는 것은 연관이 없다는 점이다. 숫자 계산과 수식 계산과 과학에 대한 재능은 반드시 일치하지 않고, 특히 암산은 (자폐증 환자가 아닌 이상) 스스로 방법을 터득하기는 매우 어렵다. 하기는…. 애초에 주인공이 학교 내신 수학시험을 5 분만에 다 풀려고 시도한다는 이상한 설정이니….. (고등학교 수학 정도 되면 문제를 파악하는 시간이 꽤 걸리기 때문에 그 정도로 빨리 풀 수는 없다. 내가 수학 내신시험을 최대한 빨리 풀어본 게 15 분 정도였다. 이때 만점자가 수두룩할 정도로 난이도가 낮아서 저정도였다.)

한발 더 들어가서 생각해보자면, 저 시절에는 시험 좀 잘 봤다고 경시대회 전국대회를 나가게 해주지는 않았다. 이건 내 경우인데 물리경시대회에서 경기도 금상을 받았지만, 전국대회를 나가지는 못했다. 경기도교육청에 전화를 했더니 따로 추가교육도 받아야 하고… 등등의 이유를 들어 은상 받은 과학고 학생을 대신 내보냈다는 답변을 듣고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내가 전화했던 때가 이미 전국대회 시험이 끝난 뒤였다나 뭐라나…ㅎ 완전 행정편의적인 답변이다. 지금 그렇게 했다가는 난리가 났을 일인데….ㅎ 아마도 시험을 본 경기도 학생과학관, 그 바로 옆과 뒤에 있던 경기도교육청과 경기과학고의 영향력이 이런식으로 미쳤던 것이라 생각한다. 당시에는 교육청이 가장 썩은 공공기관 중 하나였으니, 이런게 당연한 일이었다. 1 년 뒤에 재수할 때, 부산에서 온 학생을 만났었는데, 그 학생 친구가 수학분야로 전국대회에 나갔다고 한다. 그런데 말을 들어보니 과학경시대회 전국대회에 나온 일반계 고등학교 학생은 그 친구 뿐이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영화의 주인공 정준경이 과학을 어느정도 잘 했더라도, 전국대회에 나가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니까 정준경이 경시대회 대통령상을 수상하고, 국비장학생이 되어 미국으로 유학가는 내용은 고증오류라고 할 수 있다. (더군다나, 늦게 가서 1 등을 한다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 보통 중요한 시험일수록 늦게 도착하면 입실이 불가능하다. 당장 수능시험을 생각해보자.)

아무튼, 이 영화는 나름대로 잘 만들었다고 생각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열 받는 요소가 많았다.

별점은 5 점 만점에 3.0 점 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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