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재미있게 본 영화 #5 – 해외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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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키즈 님 블로그에 방문했다가 시네마천국의 알프레도 역을 하셨던 분이 돌아가셨다는 글을 봤다. 멋진 분이셔서 아쉬움이 크다.


내가 가장 재미있게 본 영화 – 해외편

내가 태어나서 가장 재미있게 본 영화는 정확히 생각나진 않지만 초등학교 때 자다가 일어나서 토요명화에서 본 <공룡 100만년>(1966 년)일 것이다. 공룡이 돌아다니고, 사람이 공룡과 싸우기도 하는 영화였는데 특수효과에 사용된 공룡의 움직임이 음악의 스타카토를 노래 부르듯이 마구 끊기는 그러한 영화였다. 또 현생 파충류를 합성을 통해 크게 보이게 해서 공룡으로 둔갑시키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 영화와 사상과 논리와 감정이란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면서 영화보는 시각이 많이 변했다. 좋은 영화는 많이 있지만, 이곳에서 이야기하는 영화는 1980년 이후 상영된 해외 영화 중에서 가장 재미있게 본 영화를 정리하고자 한다.

1. 시네마천국 (Cinema paradiso, 이탈리아)

작은 마을 극장의 영사기사 알프레도와 영화보기를 좋아하는 5 살 난 꼬마 토토 이야기이다. 알프레도는 중년이지만, 1차 세계대전에 성장기를 거쳤기 때문에 초등학교도 다니지 못했다. 쓸 줄도 읽을 줄도 몰라 결혼도 하지 못한 불우한 사람이다. 알프레도는 거의 매일 영화관에 찾아오는 가난한 집 아이 토토를 좋아하게 된다. 토토는 아버지가 2차 세계대전 참전으로 러시아에 가 있어서 어머니가 힘겹게 가족 생계를 꾸려간다. 그래서인지 토토는 항상 병든 닭처럼 꾸벅꾸벅 졸면서 시간을 보낸다. 영양결핍 때문인 것 같다. 토토에게 유일한 낙은 신부님이 영화를 검열하는 시간에 영화관에 몰래 숨어들어 영화를 훔쳐보는 일이다.

당시에는 법적인 검열이나 노출수위 조절 등이 없어서 신부가 대신 검열했다. 이후 영화가 너무 상업적인 경향을 띠자 헐리웃에서도 자체적으로 영화제작에 대한 기본적인 규칙을 만들어 적용하기에 이른다. 미국은 국가가 법률로 정한 것이 아니라 자율규제에 의해 윤리를 회복했다는 것이 의미심장하다. 우리나라였다면 과연 자율규제가 가능했을까?

토토 아버지가 러시아에서 사망하자 알프레도는 점차 토토의 심리적인 아버지 역을 하면서 토토의 성장을 위해 헌신(?)한다.

세월이 흘러 토토는 고등학생이 되고, 같은 학교를 다니는 은행장 딸 멜레나를 좋아하게 된다. 이 둘은 토토의 오랜 구애로 사랑을 시작하지만 멜레나 부모의 반대로 결국 사랑을 완성하지 못한다. 토토는 알프레도의 권유대로 고향을 떠나 새로운 세상으로 간다. 고향을 떠난 토토는 이루지 못한 사랑의 영향으로 심한 정신적 불균형을 갖는 어른이 되고, 이러한 자신의 내면을 표현하여 유명한 영화감독이 된다.

알프레도가 죽자 토토는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수십 년만에 마을로 돌아온다. 그리고, 멜레나와 꼭 닮은 멜레나 딸과 중년이 된 멜레나를 만난다. 그리고 추억이 깃든 옛 건물과 늙어버린 사람을 보면서 오랫동안 찾아 헤매던 인생의 퍼즐을 결국 완성한다.

자세한 내용은 직접 보시기 바란다. 네 시간에 가까운 어마어마한 길이지만, (내가 성인이 된 이후에 봤을 때는) 지루함을 느끼지 못했던 영화다.(어렸을 때는 보다가 그만 자 버렸다. 하지만 자다가 깨서 유명한 마지막 장면을 본 후에 영화 내용이 너무너무 궁금해서 다음에 TV에서 할 때는 이해는 잘 안 됐지만 꿋꿋하게 끝까지 다 봤다. 이렇게 세 번이나 본 후에서야 이 영화의 가치를 알아봤다.)

이 영화는 알프레도가 토토의 성장을 어떻게 도와주는지를 그린 영화다. 따라서 알프레도와 토토의 대화를 잘 들어봐야 영화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나도 이 영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이 영화의 아쉬운 점은 영화가 길다보니 항상 짧게 편집된다는 것이다. 심지어 제대로 된 DVD 타이틀도 없다. 하루빨리 제대로 된 타이틀이 나오길…

ps. 이 영화는 1989~1990 년까지 세계의 거의 모든 영화제를 휩쓸었다. 또 우리나라 사람들이 한 때 가장 많이 이용한 벨소리가 이 영화의 주제음악 이였다고 한다. 더 재미있는 것은, 이탈리아 사람보다 우리나라 사람이 이 영화를 더 좋아한다는 것이다.

2. 델리카트슨 사람들 (Delicatessen, 프랑스)

<Delicatessen>(개봉명 : 델리카트슨 사람들)은 프랑스 영화다. 프랑스 영화들이 대체적으로 심오한 철학(?)이나 이해하기 힘든 관점으로 일관해서 일반 관객에게 외면 받는 경우가 많지만, 이 영화는 아주 특이한 세계를 설정한 후 일반적인 등장인물을 등장시켜 아주 엽기적인 내용을 전개하는 영화다. (어떤 영화학과 교수는 이 영화를 SF로 분류했다고 한다.)

시대상은 알 수는 없지만, 육류가 품귀된 어느 세계. 그 세계에 존재하는 Delicatessen이라는 작은 마을의 정육점. 이 정육점은 인부를 구한다고 신문광고를 낸 후 찾아오는 사람을 채용해서 한밤중에 슥삭~ 해치워 먹는 곳이다.

이 정육점 주인의 딸은 일자리를 찾아온 광대에게 한눈에 반하고 만다. 잡아먹으려는 아버지로부터 광대를 어떻게 지킬 것이냐가 기본적인 영화 주제다. 복잡한 복선과 다양한 등장인물이 재미있는 많은 에피소드를 만들면서 정말 재미있게 전개된다.

<엽기적인 그녀>를 엽기적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그건 그냥 조금 튀는 것일 뿐….. 이 <Delicatessen>이야말로 엽기적인 영화의 대표가 될 자격이 있다.

ps. 이 영화는 1990~1991 년 개봉당시 많은 상을 휩쓸었다. dvd도 출시됐는데, 저가 타이틀이라 매력은 별로 없다.

3.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As good as it got, 미국)

주인공 멜빈 유달은 유명한 소설가이자 결벽증이 심한 사람이다. 식당에 가도 언제나 똑같은 자리에서 자신이 가지고 다니는 1 회용 식기만을 사용하며, 외출 후에는 꼭 아주 뜨거운 물에 자신의 손을 새로 뜯은 비누를 두 개씩 사용해서 두 번씩 씻는다. 심지어 외출했다 돌아오면 자물쇠를 다섯 번씩 열었다 닫았다 반복해야 맘을 놓는다. 더군다나 매우 괴팍해서 자기 결벽증을 고쳐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의사를 무시하거나 만족하지 못한다.

멜빈 유달은 일상이 익숙한 것으로 꽉 짜여야 맘을 놓는다. 그러나 어느 날 옆집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나면서 일상이 틀어지기 시작한다…………….. 자세한 것은 말로는 표현하기가 어렵다. (영화 구성이 치밀하고, 템포가 빨라 설명이 어렵다.) 간단히 생각하면 뭐 결국 이 영화는 주인공이 사랑을 찾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타이타닉>과 함께 1998 년에 만들어진 이 영화의 주인공 잭 니콜슨은 1998 년 아카데미상 후보가 발표된 뒤에 “아카데미는 나에게 너무 짜다”(남우주연상을 너무 안 준다)라고 발언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잭 니콜슨은 이 영화로 결국 세 번째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이 영화는 <타이타닉> 열풍으로 극장흥행에 크게 성공하진 못했지만 허접한 <타이타닉>과 비교해 훨씬 완성도 높다. 그 덕분에(?) 몇 장면만 놓쳐도 이후 이해하지 못해 재미를 놓치게 된다. 그러니 꼭 처음부터 집중해서 보기 바란다.

ps. <타이타닉>이 1998년 미국 아카데미상을 휩쓰는 가운데 알자배기 남우주연상과 작품상을 수상했다.

4. 집으로 가는 길 (The Road Home, 중국)

시골 학교 교사인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주인공은 장례식을 치르기 위해 마을로 돌아온다. 전통 장례식을 끝까지 주장하시는 어머니의 고집에 옛 부모님의 사랑을 떠올리는데….

도시에서 교육받고 시골 학교로 막 부임한 선생님은 사실은 얼마간 근무하다가 도시의 좋은 학교로 옮기기를 희망하는 신출내기였다. 이 마을에는 18 세 소녀 자오디가 있었는데, 그녀는 이 남자를 사랑하게 되지만 고백하지 못한다. 시간이 흘러 그녀 희망은 덧없이 남자는 도시 학교로 떠난다. 그녀는 이 남자를 잊지 못해 상사병에 걸린다. ^^; 뒷 이야기는 쓰지 않아도 누구든 추측하실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영화 내용은 아주 단순하다.^^

이얀 감독의 <집으로 가는 길>은 사실 처음 나왔을 때에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다가 주인공을 열연한 ‘장쯔이’가 <와호장룡>으로 대스타가 되면서 그녀 데뷔작인 이 영화가 주목받았다. 사실 이전부터 자체가 매우 뛰어난 영화이며, 이 영화의 배경인 옛 중국의 배경을 아주 잘 복원해 냈다는 부분에서 중국 내에서는 찬사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보다는 아름다운 자연을 카메라 렌즈에 정교하고 시원하게 담아냈다는 점이 이 영화를 더 돋보이게 한다.

ps. 제 22회 베를린영화제 대상을 받았다.

5. 구름속의 산책 (A WALK in the CLOUDS, 미국)

이 영화는 멕시코 유명 영화감독인 알폰소 아라우가 헐리웃으로 가 만든 첫 작품이다. 그래서인지 영화 내내 멕시코풍 영상과 음악이 흘러나와 미국영화라고 하기가 멋쩍다.

2차 세계대전. 이 당시 미국에는 전쟁에 참전하는 군인을 위해 처음 만난 사람이라도 무조건 결혼식을 올리고 입대시키는 웃긴 관습이 있다… 모르던 여자와 결혼식을 올리자마자 전쟁터로 간 폴 셔튼(키아누리부스 역)은 제대 후 전쟁터에서 돌아와 아내를 찾아간다. 그러나 부인이 자기 기대와는 달랐던 폴 셔튼은 아내 강요로 초콜릿을 팔기 위해 출발한다….

여행하던 중에 유학 중 원치 않는 임신을 하고 남자에게 버림받아 고향으로 돌아가던 빅토리아(아이타나 산체스 기욘 역)을 만난다. 마을 앞에 도착해서도 집에 들어가기를 주저하는 빅토리아를 위해 하루 동안만 집에 같이 가서 남편 역할을 해주기로 한다. 그 뒷 이야기는 폴 셔튼이 자기 인생을 발견한다는 내용이다. 집으로 돌아갔을 때 바람 피우다 딱 걸린 부인에게 고맙다고 소리치면서 기쁘게 뛰어가는 장면은 기억에 남는 명장면이면서도 웃긴다.

이 영화의 단점이라면 가끔 등장하는 특수효과 화면이 너무 어색하다는 점이다.

13 comments on “내가 가장 재미있게 본 영화 #5 – 해외편”

  1. 으음..저도 이 비슷한 글 써볼까요.

    근데 정말 하루에 이리 많은 글을 쓰시는 그 능력이 부럽습니다 ㅠ.ㅠ

    1. 좋은 영화 소개해 주세요. ^^
      글을 하루에 이렇게 많이 쓰는 것은 아닙니다.
      대략 1~2개 정도는 그날그날 직접 쓰는 편입니다만, 수첩에 메모가 가득하다지요. ^^;;;;

      보통 수업에 메모해 두고 며칠, 몇 달간 고민한 뒤에 글로 작성합니다. 결국 머리속에 정리가 끝난 뒤에 작성하는 것이니까 그냥 머리속의 내용을 옮기는 정도가 되는거지요. ^^

  2. 저랑 영화 취향이 비슷하시군요. 특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는 정말 재미있게 본 영화였습니다.

    1. 아마 위의 5편을 모두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델리카트슨 사람들과 구름속의 산책을 아예 안 보신 분이라면 몰라도… 일단 보신 분들중에선…^^
      방문 감사합니다.

  3. 빠졌잖아요… 제일.. 명작임… 훈훈하고.. 거시기..암튼..ㅋㅋ

    1. 크리스마스의 명작이죠. ^^
      그러나 우리나라 영화도 아닐뿐더러 명작이라기엔…. 그냥 오락영화가 아닐까요?

  4. 아카데미가 잭 니콜슨한테 짜다니무슨 그런 소릴 다해 아카데미만 세번으로 남자배우들 중에서 최다 수상자인데

  5. 영화관에서 보지는 못했지만 TV에서 보내준 것 중에 기억나는 것은 “향수”를 재미 있게 봤습니다.

    1. 향수? 어떤 것이었는지요? 궁금하네요. ㅎㅎㅎ
      Tistory나 Textcube같은 곳에 블로그를 하나 만드시고, 링크를 남겨주시면 댓글 확인할 때 편리하답니다. ^^ Tistory를 원하시면 제가 초대장을 보내드릴 수도 있어요. ^^ 아니면 그 곳에 갖고 있던 것 중 하나를 드릴 수도…. (필요성 때문에 몇 개 이메일로 개설해 뒀는데, 이제는 필요없어져서 개점휴업하고 있다죠. ^^;) 이메일 하나만 알려주셔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6. “향수”는 어느 사형수에 대한 스토리입니다. 이 사형수는 여성들이 뿌리는 향수를 젊고 싱싱하여 향기가 나는 여성의 신체를 녹이거나 지방을 모아서 만들어요. 이를 위해 이 사형수는 많은 귀족과 천민의 미혼의 여성들을 죽입니다. 이 사형수는 후각이 무척 발달해서 젊은 여성들이 지나갈 때 나는 체취를 맡고 그녀들을 무참히 죽입니다. 오로지 동물적 감각만으로… 그에게는 인간 사이에 발생하는 사랑과 같은 친밀한 감정을 느낄 환경이 그의 생애에 한 번도 주어지지 않았죠. 그는 태어나자마자 시궁창에 버려진 아이였습니다. 그 시궁창에서 온갖 박테리아나 미생물이 있는 곳에서 세상에서 맡을 수 있는 모든 냄새를 맡으며 자라죠.
    프랑스 영화가 그럿듯이 예술적 영상미, 탁월한 배우 선정(주연배우가 연기를 무척이나 잘 합니다.), “향수”의 양면성을 탄탄한 스토리로 엮은 영화입니다. 지난 여름방학 때 종종 ocn에서 방영했어요. 스토리가 18cl 경(?)이라서 영화가 좀 어둡고 끈적거리지만 향수의 냄새를 맡을 것 같은 영상이 훌륭합니다.
    Tistory나 Textcube가 뭔지는 잘 모르는데 블로그를 님 덕분에 만들어볼까요? 제 멜 주소는 —-(삭제)@hanmail.net 입니다.

    1. 아.. 그 <향수>는 알고 있었는데, TV에서 방송해 줬나요? 놀랍네요. ^^;
      제가 갖고 있던 블로그 중 하나에 대한 정보를 메일로 보내드렸습니다. 확인하시고, 알맞게 수정해서 사용하시면 됩니다.
      즐거운 블로깅 하세요. ^^

      ps. 메일주소 때문에 남기신 댓글은 나중에 폭파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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