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의 외부블로그 검색 강화에 대한 생각/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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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블로그를 자주 찾으시는 분이라면 내가 쓴 ‘네이버는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읽어보셨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 글은 네이버에서 차단당해서 지금 검색에 나타나지도 않는다.[footnote]재미있게도 네이버 스마트폰앱용 검색 결과에는 포함돼 있다.[/footnote] 그래서 이 글을 보강해 ‘네이버는 우리에게 무엇인가?(v1.21)‘를 다시 썼다. 나는 당연히 이 글도 몇 시간만에 차단당할 줄 알았다. 그런데 아직도 ‘네이버는 무엇’ 같은 검색어로 검색하면, 비록 블로그 항목을 가장 밑으로 밀어놓았지만, 블로그 항목 제일 첫 번째로 검색된다. ‘이 글을 다시 수정하여 공개하면서 네이버 검색 결과가 어떻게 바뀌는지 살펴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라는 말을 넣었기 때문일까?

이번에 네이버에서 외부블로그 검색 강화에 대한 보도자료를 뿌린 모양이다. (6월 10일부터 네이버 밖에 있는 100만 블로그를 검색해서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이런 발표가 있을 것이라는 걸 어느정도 예상하고 있긴 했다. 앞에서 말한 고쳐진 글이 차단되지 않는 것을 보면서 처음엔 ‘예네가 왜 차단을 안 할까?’라고 생각했다가, 나중에는 무언가 바꾸려 한다고 짐작하게 됐다.)

그만 님께서 올리신 네이버 보도자료를 살펴보자.

[보도자료]

네이버, 이용자 요구에 발맞춰 외부 블로그 검색 수집 시스템 개선

2011년 06월 01일 — NHN㈜(대표이사 사장 김상헌)이 운영하는 NO.1 검색포털 네이버(www.naver.com)는 이용자들의 서비스 개선 요구를 적극 수용, 보다 풍부한 외부 블로그 검색 결과를 제공하기 위해 검색 수집 시스템을 이번 달 10일께 개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개선 작업은 그 동안 이용자들이 요청해 온 외부 블로그 검색 품질에 대한 개선 요구를 적극 수용해 이루어졌으며, 이로써 보다 많은 외부 블로그의 글이 네이버 검색을 통해 보여지게 된다. 

앞으로 네이버 검색에는 100 만여 명의 외부 블로거가 작성한 글들이 추가로 노출되며, 신규 블로그 글이나 내용 변경 시 이를 신속하게 수집해 검색 결과에 반영시킴으로써 이용자들에게 보다 풍부한 양질의 블로그 콘텐츠를 제공하게 된다. 

특히 회사 측은 이번 개선으로 수 백만에 달하는 외부 블로그를 신속하게 수집하면서도, 동시에 이용자들의 블로그 글이나 이미지에 대한 수집 및 검색 제한 요청 시 로봇규약을 준수하도록 수집 시스템 전반을 개선한다고 설명했다. 

네이버는 검색 이용자들에게 보다 양질의 블로그 컨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검색 품질 개선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이며, 블로그 검색 품질에 대한 이용자 의견은 ‘블로그검색 문의 및 제안’ 코너나 고객센터(1588-3820+3번+1번)를 통해 신속하게 피드백 받을 수 있다. 

NHN 검색본부의 정주원 박사는 “기술적으로 로봇규약을 준수하면서도 보다 방대한 외부 블로그 수집이 가능하도록 검색 수집 시스템 전반을 개선했다”며 “앞으로도 이용자 관점에서 보다 풍부하고 정확한 검색 결과를 제공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검색 품질을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대략 요약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 검색에 100 만여 명의 외부 블로거가 작성한 글 노출
  • 신속하게 수집해 검색 결과에 반영
  • 수집과 검색 제한을 요청하면 로봇규약을 준수

이 발표문을 보면 마치 내가 글에 적은 것을 개선하겠다고 나서는 것 같은 느낌이다. (물론 다른 분들도 많이 언급한 내용이니 내 블로그 글 보고 고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를 두고 두 가지를 생각해 봤다.

  1. 네이버가 과연 이 발표문을 지킬 것인가?
  2. 이후의 영향은 어떨 것인가?

2011.06.04 '호랑나비' 검색결과

네이버는 과거에도 여러 번 발표와 다른 행보를 취한 적이 있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블로그 백업 서비스… (당시에도 복원 서비스는 지원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했었다.) 물론 발표한 것을 모두 지켜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사정이 생기면 지키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네이버가 지키지 않은 과정과 결과는 항상 참담한 느낌을 주었다.

특히 최근 네이버 검색은 네이버 편향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 오른쪽 이미지는 네이버 홈페이지에 들어갔을 때 마침 ‘호랑나비’란 단어가 생각나서 검색해본 결과다. 여러분이 보기에 어떻게 보이는가? 이 항목 중에 네이버가 아닌 외부 사이트를 안내해주는 곳이 얼마나 될까? 차례대로 살펴보자.

  1. 파워링크 : 광고
  2. 지식백과 : 네이버
  3. 이미지 : 네이버
  4. 음악 : 네이버
  5. 지식인 : 네이버
  6. 동영상 : 네이버
  7. 블로그 : 네이버
  8. 자연도감 : 네이버
  9. 카페 : 네이버
  10. 어학사전 : 네이버
  11. 사이트 : 2/5 네이버
  12. 뉴스 : 언론사 홈페이지
  13. 지식쇼핑 : 광고
  14. 책 : 네이버
  15. 웹문서 : 외부 콘텐트
  16. 뉴스 라이브러리 : 언론사 홈페이지
  17. 전문정보 : 외부 콘텐트
  18. 지도 : 네이버
  19. 책본문 : 네이버

보라색 글씨인 파워링크, 지식쇼핑 같은 광고야 그렇다 치고, 녹색 글씨인 지식백과, 이미지, 음악, 지식인, 동영상, 블로그, 자연도감, 카페, 어학사전까지 앞부분은 전부 네이버 내부의 콘텐트를 소개할 뿐이다. 심지어 블로그 항목에 소개된 다섯 곳도 전부 네이버 블로그다.

주목 받지 못하는 뒤쪽으로 와서야 애초부터 네이버 내에서 해결할 수 없는 항목인 사이트, 뉴스, 웹문서, 뉴스 라이브러리, 전문정보가 나온다. 그나마도 사이트엔 네이버의 블로그와 카페가 하나씩 끼어들어 있다. ‘사이트’는 외부에 있는 거 아니었나? (책, 지도, 책본문은 현재로선 네이버가 직접 하는 서비스를 소개할 수밖에 없는 듯…)

아마 다른 검색어로 검색해봐도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런 것을 매일 바라봐야 하니 네이버 검색을 좋게 볼래야 좋게 볼 수 없다. 이런 현실에서 네이버가 외부 블로그를 검색에 많이 노출시켜 준다면 네이버의 검색 전체의 기조도 크게 바뀔 가능성이 있으므로 기대해 봄직하다. 하지만 역시 그동안 양치기였던 네이버 말을 얼마나 믿을 수 있는지는 어려운 문제다.[footnote]개인적으로 일단은 네이버의 이번 보도문에 무게를 두지는 않기로 했다. 일단 6월 10일에 발표대로 검색을 바꾸더라도 반년 후면 은근슬적 원래대로 운영될 가능성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아무리 내가 이전에 네이버를 악평하는 글을 노출시켜 주고 있다 하더라도, 이전 행보가 워낙 꾸준했기 때문에 평가가 쉽게 바뀌지는 않는다..[/footnote]

네이버가 외부 블로그를 검색에 많이 노출해준다면 그 영향은 어떻게 될까? 많은 블로거 분들이 이에 대해 그동안 서서히 죽어가던 네이버 블로그의 유일한 경쟁자 티스토리에서도 블로그를 잘 운영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포스팅해 주셨다. 물론 가능성 있는 이야기다. 하지만 네이버 정책이 계속 그러리란 보장을 기대하기는 힘드니, 최근의 일명 파워블로거로 불리는, 기업체가 마케팅 대상으로 삼는 블로그가 네이버로 옮기는 현상은 계속될 것 같다. (멀티블로깅하는 분들도 많아질 듯 싶다.)

원래 이런 현상이 나타난 근본적인 이유가 콘텐트를 제대로 생산하는 블로그가 살아남지 못했기 때문이다. 2008 년 이후에 대부분의 블로그가 상업화됐고, 상업화를 따라가지 않은 블로그[footnote]블로그란 것이 대안언론이라면 비판과 견제란 언론 기능을 해야 하는데, 기존 업체 등에서는 까는 것을 극도로 싫어해서 이런 블로그에는 수익이 될만한 것을 주지 않는다. 우리나라 기업체는 전반적으로 약을 삼킬 줄 모르는 편인 듯싶다.[/footnote]는 수익 감소로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아쉽지만 크게 남의 탓이나 사회탓을 하기는 힘든 것 같다. (당장 이 글을 읽는 당신도 기업 홍보부에 배치되면 비슷하게 움직일 테니까…)

현재 블로고스피어에선 네이버의 이번 발표에 대해 찬반 의견이 동시에 올라오고 있는 상황이다.

기업에 의존하지 않고 블로깅을 블로깅답게 하려면, 언론사에 원고를 넘기는 등의 방법밖에 없다. (그런데 언론사에서는 블로거를 기자처럼 생각하는지 콘텐트를 언론사에 완전히 넘기기를 바란다. 언론사와 무언가를 하려고 하면 블로깅이 안 될 수밖에 없다.) 역시, 블로고스피어(Blogosphere)가 제대로 굴러가기를 바라려면 현재의 포털이 아니라 새로운 시스템이 등장하기를 기다리는 것이 현명할 것 같다.

여기까지 쓴 날 : 2011.06.04 22:32


이번 정책이 발표된 이후 윗 부분을 써두고도 공개하지 않았다. 타이밍을 놓쳤다고 해야 하려나? 그러면서 시간이 흐르는 사이 예정보다 이른 6월 08일에 블로그 검색결과가 적용됐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래서 네이버에서 검색해 봤다. 결과는 아래 이미지로….

2011.06.20 '호랑나비' 검색 결과

보면 알겠지만, 블로그 검색결과에는 다음 블로거 한 명이 추가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그렇다면 개편 영향이 블로고스피어에 어떻게 영향을 줬을까? 대표성이 보장되지는 않지만 내 블로그의 방문자 변화를 살펴보자.

2011.05.20~2011.06.18 한 달동안의 블로그 방문자 추이

내 블로그의 방문자 통계를 그래프로 그려본 것이다. 빨간 것이 개편 당일이다. 그래프를 보면 알겠지만 개편 전후를 비교하면하루 100 명 정도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100 명이 꼭 네이버 검색 변화로 줄어든 것일까? 이 질문의 답은 ‘그렇다’이다. 개편하기 전에는 구글과 네이버에서 이 블로그로 보내오는 숫자가 거의 같아서 통계자료를 보면 용호상박으로 싸우는 것처럼 느껴지곤 했었다. 그러나 현재 유입경로를 통해 들어온 통계는 1000 명 정도 차이가 난다. 네이버를 통해 들어오는 사람이 하루에 100 명씩 열흘정도 줄어 나타난 결과다.
이제 결과는 분명해졌다. 네이버는 역시 뻥을 쳤다. 그것도 보도자료를 뿌려가면서 말이다.
점점 더 네이버가 발표하는 자료나 서비스는 믿기 힘들어지고 있다. 여러분이 네이버 서비스나 자료를 쓰고 있다면 헤어나오는 것이 미래를 위한 현명한 선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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