띄어쓰기는 어렵고, 또 어렵고, 또 어렵고…… 하여 솔직히 나도 잘 모르겠다. 그냥 기본원리를 정리하고자 한다. 다만, 난 글쓰기를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는 이과생이라서, 국문과 출신들이 보면 욕이 튀어나오는 부분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이렇게 주장한다. 띄어쓰기 어렵게 만든 건 너희가 현행 맞춤법의 불합리를 해결하지 못해서 그렇게 된 것 아니냐?
원래 띄어쓰기는 조선시대에는 공식적으로는 쓰이지 않았지만, 사람들이 개인적으로 이미 자연스럽게 쓰고 있었다. 이후 개화기에 인쇄기계로 쓸 때 적용되지 않다가 독립신문을 만든 서재필이 처음 띄어쓰기를 적용했다고 한다. 이후 1933 년에 맞춤법을 처음 만들 때 띄어쓰기가 포함되었다.



이렇게 띄어쓰기가 만들어진 이유는 편의성, 즉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따라서 읽기 힘들다 싶으면 읽기 쉽게 만들면 대부분 합당하다. 아래에서 살펴볼 원리들 또한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물론 글을 쓰는 사람도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하는 건 당연하다.
띄어쓰기에 대한 마지막 걸림돌은 아이러니하게도 법률 이름이었다. 아무리 길어도 한 어절로 쓴다는 규칙이 있었기 때문이다. 수십 개의 낱말로 써야 할 법률 이름을 한 어절로 만드니 읽기 얼마나 어려웠겠는가? (아마도 일본어의 영향이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초기 법관 거의 다가 이완용 같은 매국노들이다보니…) 다행히 2004 년에 규정이 바뀌어서 2005 년부터 보고 읽기 좋게 바뀌었다.(출처)
기본적인 띄어쓰기 원리는 아래와 같다.
- 띄어쓰기 제1원리 : 낱말은 띄어쓴다. 단, 조사는 앞 어절에 붙여쓴다.
- 띄어쓰기 제2원리 : 짧은 낱말이 연속되는 어구는 붙여쓸 수 있다.
- 띄어쓰기 제3원리 : 낱말을 자유로이 붙여서 새로운 낱말을 만들 수 있다.
- 띄어쓰기 제4원리 : 띄어쓰기에 따라 뜻이 달라지는 낱말이 있다.
하나하나 살펴보자.
1. 낱말은 띄어쓴다. 단, 조사는 앞 어절에 붙여쓴다.
낱말은 무조건 띄어쓰면 된다. 의존명사, 보조동사 등도 모두 띄어쓴다. 유일한 예외로, 조사는 무조건 앞 낱말에 붙여쓰며, 홀로 쓰지 않는다. 가장 간단하고 당연한 규칙이다.
예를 들어 ‘새가 하늘을 난다’라는 문장은 다음과 같이 분해된다.
새가 하늘을 난다. → ‘새’+’가’ ‘하늘’+’을’ ‘난’+’다’
여기에서 ‘새’, ‘하늘’은 체언이자 한 낱말이므로 띄어쓴다. ‘난’은 용언의 어간이므로 띄어쓴다. ‘가’, ‘을’은 조사이므로 앞 낱말에 붙여쓴다. ‘-다’는 어미이므로 원래 어간과 한 낱말이다. 어간과 어미를 언급하는 것은 서술격조사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서
저 우산은 명품이다.
라는 문장을 생각할 때, 서술어는 ‘명품이다’를 분해하면 ‘명품’+’이다’가 되는데, 이때 체언 ‘명품’에 붙어있는 ‘-이다’가 서술격조사다. 그냥 다른 조사와 똑같다고 생각하면 된다.1 이처럼 다른 낱말에 붙어서만 쓰여지는 것으로 접두사와 접미사가 있다.2
2. 짧은 낱말이 연속되는 어구는 붙여쓸 수 있다.
한 어절 안에서 글자 순서가 뒤뀌바어도, 첫 글자와 마지막 글자만 같다면 무없리이 읽어진다. 인터넷에서 예전에 신기하다고 이야기되던 현상이다. 이 현상은 사람이 어절을 하나씩 통째로 인식하기 때문에 생긴다. 그리고, 하나로 인식하기 때문에 어떤 어절이든 읽히는 속도가 비슷하다.3 그다렇면 두 개의 낱말을 각각의 한 어절로 쓴 글과, 합쳐서 한 어절로 만든 글 중에 어떤 게 읽기 쉬울까? 글자 수에 따라 다르다. 짧은 어절들이라면 당연히 붙여쓰는 게 읽기가 더 쉽다. 또 흔히 쓰이는 어구일 경우 붙여쓰는 게 읽기가 더 쉽다. 그러나 붙여쓴 어절이 길면 단번에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읽기가 상당히 힘들다. 따라서 보통은 합쳤을 때 4 글자보다 짧다면 합치고, 더 길면 띄어쓰는 게 읽기 쉽다. 이럴 때 이것들을 붙여서 쓸 수 있다는 맞춤법 규정에 있다.4
예를 들어 ‘이럴 때’는 띄어쓰는 것이 맞을까, 붙여쓰는 것이 맞을까? 원래는 띄어쓰는 게 맞지만, 붙여써도 된다. 또 다른 예로, ‘다시한번’이라는 표현이 있다. ‘한번’을 한 낱말로 볼지, 두 낱말로 볼 지에 따라 2 개 또는 3 개의 낱말이 합쳐진 것으로 다르다. 예전에는 합쳐쓰는 경향이 거의 없었던 것 같은데, 인터넷이 보급된 뒤에 합쳐쓰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아졌다. 또한 붙여쓰는 것이 읽는 게 더 빠르다. 이때 붙여쓰는 낱말들은 내용의 연관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에 주의해야 한다.
이와 비슷한 규정을 살펴보자.
2.1 단위는 띄어쓴다.
이 규정은 나중에 추가됐다. 이전에는 단위를 수사에는 띄어쓰고, 숫자에 붙여쓴다고 규정되어 있었다. 그래서 맞춤법 전문가 집단이 만드는 출판물을 봐도 거의 대부분 숫자에는 붙여쓴다. 그런데 단위는 의존명사이기 때문에 낱말별로 띄어쓴다는 맞춤법 규정의 통일성이 무너진다. 또 숫자와 단위 사이에 혼동을 불러올 수도 있다. 그래서 단위는 항상 띄어쓴다고 규정을 바꿨고, 대신 기존의 관행을 유지하기 위해서 붙여쓸 수 있다는 예외규정을 만들었다. (출판 관련자들조차 아무도 이렇게 바뀐 걸 모르지만…)
그런데, 이건 국제표기규정도 참고해야 한다. 영어 등의 외국어 표기를 보면 단위는 대부분 띄어쓴다. 그러나 ‘˚’, ‘"‘처럼 간단하고, 숫자와 혼동의 여지도 없는 여섯 개의 단위는 붙여쓴다. 이게 합리적이다. 우리나라 맞춤법 규정에는 없지만, 이렇게 맞춰서 쓰자.
2.2 숫자를 읽을 때는 만 단위로 나누어쓴다.
숫자를 읽고, 쓰는 건 초등학교 때 배우는 것처럼 4 자리마다 끊는다. 숫자를 뜻하는 각 단어를 읽을 때마다 한 번씩 끊는 게 아니다.5
2.3 다른 낱말과 붙여쓰지 못하는 말이 있다.
다른 낱말과 붙여쓰면 뜻이 혼동되는 낱말이 있다. 이런 낱말은 짧더라도 붙여쓰면 안 된다.
- 다른 여러 낱말이 나열된 뒤에 오는 ‘들’6, ‘등’, ‘등등’
- 다른 낱말 사이에 오는 ‘내지’, ‘및’, ‘겸’
대략 이런 낱말은 붙여쓰지 않는다.
2.4 보조용언은 붙여써야 할까, 띄어써야 할까?
오늘은 자고 싶다. vs 오늘은 자고싶다.
정답은 띄어써야 한다이다. 하지만 맞춤법 규정에 예외규정이 있어서 붙여쓸 수도 있게 되어있다. 뭐 맘대로 하라는 것이다. 한 가지만 주의하면 된다. 한 글 안에서는 한 가지 방법만 쓴다. 그러니까 띄울 거면 모조리 다 띄우고, 붙일 거면 모조리 다 붙여 써야 한다.
2.5 어절이 너무 길면 띄어쓸 수 있다.
붙여쓰면 너무 긴 경우에는 띄어쓰는 게 좋다. 특히 보조용언의 경우, 붙여쓰기에 맞춰 쓰여진 꼭지는 서술어가 자주 길어진다. 이럴때는 적당히 규칙을 무시하고 띄어쓰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프로포즈하다’, ‘푹신푹신하다’, ‘리모델링하다’ 같은 낱말은 6 자로 꽤 길다. 그래도 이정도면 양호한 편이다. 거기에 보조용언이 붙어서 ‘프로포즈하고싶다’, ‘리모델링하는듯하다’처럼 7~9 자… 심지어 10 자가 넘어가면 읽기가 심히 곤란해진다. 이럴 경우는 적당히 짧게 띄어쓰는 게 좋다.
3. 낱말을 자유로이 붙여서 새로운 낱말을 만들 수 있다.
영어나 일본어 같은 외국어의 경우 수식어가 있는 표현을 그냥 붙여쓰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나라 말은 그렇게 할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
저 장미꽃은 파란색이다.
이 문장에서 ‘파란색’이라는 표현이 좀 어색하다고 생각한 분 안 계시려나 모르겠다. ‘파란색’은 엄연히 ‘파란’이라는 꾸밈말과 ‘색’이라는 본말이 합쳐져 있다. 이 두 낱말은 원래는 각기 다른 역할을 하므로 붙여쓰면 안 된다. 그런데 다들 붙여쓴다. 이래도 되는 것일까? 두 가지 이유로 그래도 된다.
첫째, 앞의 꼭지에서 짧은 낱말이 연속되는 어구는 붙여쓸 수 있다고 했다. 따라서 ‘파란’과 ‘색’이라는 짧은 낱말을 붙여써도 하나도 이상하지가 않다.
둘째, 우리말은 낱말의 조합이 상당히 자유롭다. 그래서 ‘파란색’ 자체를 한 낱말로 인식할 수 있고, 그렇게 많이 쓰다보니 어느덧 하나의 낱말로 인식되었다. 이런 예는 상당히 많으니 한번씩 찾아보기 바란다.7
이처럼 기존의 낱말을 합쳐서 새 낱말을 만드는 경우는 상당히 많다. 꾸밈말과 본말이 합쳐지는 경우 말고도 대등한 낱말들이 붙는 등의 방법도 많이 쓰인다. 또한 용언+체언 형태 뿐만 아니라 체언+체언 등 다양한 형태로 낱말이 조합된다. 예를 들어 ‘꾸밈말’은 ‘꾸밈’+’말’의 합성이다. ‘본말’은 ‘본’+’말’의 합성이다. 특히 체언+체언의 관계가 자주 나타나는데, 이는 조사가 생략되기 쉽다는 우리말의 특징과 낱말이 합해져서 새 낱말이 될 수 있다는 우리말의 특징이 만들어낸 결과이다.
‘띄어쓰다’의 경우는 ‘띄다’+’쓰다’의 합성어다. 그런데 국어사전에서 ‘띄어쓰다’를 찾아보면 혼돈의 카오스를 겪게 된다. 변형이나 활용형에 따라서 맞춤법이 달라지다보니, 분명 어떤 표현에는 한 낱말로 되어 있는데, 어떤 표현에서는 그렇지 않아서 둘로 띄어써야 한다. 그래서 사전에 맞춰 글을 쓰려고 하면, 표현의 통일성이 사라진다. 아무튼 규정이 그렇다고 하니 이걸 모두 외워서 쓰기로 했다고 해보자. 이번에는 ‘붙여쓰다’가 등장한다. 비슷한데 규정이 다르다. 따라서 이번에도 모조리 외워야 한다. 이런 예가 우리말에 얼마나 있을까? 적어도 손가락 발가락 개수보다는 많다.
이 혼돈의 카오스가 어디에서 시작된 건지 여러분도 이제 알 수 있을 듯싶다. 맞춤법도 제대로 정리해 놓지도 않고, 그것에 맞춰 쓰라고 강권하는 국립국어원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에 맞춰 쓰지 않으면 맞춰 쓰라는 지적질을 하는 교정과잉인간들 때문이다. (하지만 그 교정과잉인간도 무수히 틀린다. 이런 사람을 보면 그냥 ‘국어병신체’를 구사하는 교정과잉인간이 오늘도 나타났구나 생각하면 된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늘 붙여쓰다보니 아예 한 낱말로 인식되고, 맞춤법에서도 아예 한 낱말로 규정된 것이 많다. 예를 들어 ‘이것’, ‘저것’, ‘요것’, ‘조것’, ‘그것’, ‘그때’, ‘접때’, ‘이때’, ‘요때’, ‘그맘때’ 등이 있다. 앞에서 말씀드린 것을 떠올리자면, 이것들을 붙여쓰는 것이 당연하게 보일지도 모르겠다.
‘하다’, ‘되다’, ‘없다’는 아예 다른 낱말과 붙어서 새로운 낱말을 만드는 특기생이다. 특히 ‘하다’는 거의 대부분의 목적어나 부사어와 합쳐져서 ‘공부하다’, ‘보들보들하다’ 같은 새로운 낱말이 된다.
아래 글에서 이런 예가 얼마나 있는지 찾아보자.
09 돌 품는 펭귄
“펭귄이 돌을 품는다고요?”
극지연구소에서 함께 펭귄의 번식 생태에 관해 연구하는 정진우 박사의 말을 처음 들었을 때에는 반신반의했다. 펭귄도 조류니까 당연히 알을 낳고 품은 뒤 새끼를 부화시킨다. 황제펭귄과 임금펭귄을 제외하고는 보통 두 개의 알을 낳아 암컷과 수컷이 번갈아가며 품어주는 것이 일반적인 펭귄의 포란 행동이다. 그런 펭귄이 돌을 품을 이유가 뭐가 있을까? 돌을 품는다고 돌이 새끼로 변하는 것도 아니고, 진화적으로 볼 때 전혀 의미 없는 행동으로 생각되었다.
설마 뭘 잘못 본 것이 아닐까 싶기도 했지만, 정진우 박사의 말은 상당히 구체적이었다. 2011년부터 매년 300개 정도의 턱끈펭귄 둥지를 확인했는데, 2012년 1개의 둥지와 2013년 2개의 둥지에서 펭귄이 돌을 품고 있었고 대략 일주일간 품다가 사라졌다고 했다. 참 특이한 일도 다 있구나 생각했지만, 그런 채로 머릿속에서 잊혀졌다.
그리고 2015년 12월, 남극에서 턱끈펭귄을 조사하던 중 펭귄 쌍이 돌을 품고 있는 모습을 직접 관찰했다. 마치 알을 품는 것처럼 소중하게 돌을 포란반(brood patch)에 넣고 있었다. 암컷과 수컷이 교대를 하면서 돌을 품었는데, 2주 정도 지속되다가 결국 둥지가 없어졌다. 그동안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서 그냥 지나쳤을 둥지들까지 포함한다면, 돌을 품은 펭귄들의 숫자는 그리 적을 것 같지 않았다.
대체 이 펭귄들이 자기 알을 낳아서 키울 생각은 하지 않고 돌을 품는 이유는 뭘까? 이와 관련된 선행 연구들을 찾아보니 갈매깃과 조류를 시작으로 이와 같은 행동이 이미 여러 차례 보고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연구자들은 새가 돌을 품는 이유를 알기 위해 크게 네 가지 가설을 가지고 접근했다.
출처 : [물속을 나는 새] 87~88 쪽
위 글은 일부러 고른 것이 아니라 어제까지 내가 읽던 책을 아무데나 편 것이다. 위의 글을 쓴 이원영 씨가 원래 ‘하다’를 적게 쓰는 편인지, 교정하는 과정에서 표현을 많이 생략한 건지 생각보다는 적게 쓰였다.
연구하다, 반신반의하다, 제외하다, 변하다, 확인하다, 생각하다, 관찰하다, 포함하다, 접근하다
아무튼…. 상당히 많이 쓰이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면에 글에서 조금 다른 표현으로 ‘교대를 하다’라는 표현이 나온다. 목적어를 조사까지 살려서 독립시킨 것은 ‘교대’를 강조하기 위한 표현이다.
4. 띄어쓰기에 따라 뜻이 달라지는 낱말이 있다.
‘너와 나는 한몸이다.’ vs. ‘너와 나는 한 몸이다.’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있다.’ vs. ‘우리 나라는 사계절이 있다.’
‘우리집은 2 층이다.’ vs. ‘우리 집은 2 층이다.’
‘이사하는 것은 큰일이다.’ vs. ‘이사하는 것은 큰 일이다.’
이런 문장들은 띄어쓰기를 다르게 하면 뜻이 완전히 달라진다. 특히 ‘우리집’과 ‘우리 집’의 경우는 아주 다양한 뜻으로 쓰인다. 이럴 경우 매우 주의해야 한다.^^;;; 이것을 정확하게 쓰려면…. 모국어 사용자라도 어쩔 수 없이 전부 외워야 한다. 외워야 한다는 것이 마음에 안 들지만, 이건 정말 피해갈 방법이 없다.
추가 1) 쉼표
쉼표는 계륵 같은 존재다.
무슨 말이냐 하면, 안 써도 글 자체는 이상이 없다. 부수적으로 쉼표가 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해도 된다. 그러나 쉼표는 적절히 쓰는 게 좋은데, 왜냐하면 다의적으로 해석되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에 읽기 쉽다.
쉼표를 찍는 방법에 대해서는 따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추가 2) 외래어표기법이 갖고 있는 문제
외래어표기법은 대충 만들어졌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할 말이 많은 규정이다.
예를 들어 중국어 표기법을 살펴보자. 사람 이름을 적을 경우 특정시간을 기준으로 이전에 살았던 사람은 한국식 한문표음 방식으로 적고, 이후 사람은 현재 중국어 표기방법으로 적는다고 되어있다. 아마도 이전 표기방법을 유지할 수 있게 이렇게 만들었다고 생각된다. 그런데, 지금 당장은 별 문제 없을지도 모르지만, 시간이 몇십 년 지난 후에는 엄청 혼란스러워질 것이다. 따라서 그냥 현대중국어로 모조리 바꾸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 생각한다.
외래어표기법은 띄어쓰기에도 혼란을 불러왔다. 예를 들어
프랑스어 vs. 독일어 vs. 이탈리아어 vs. 스페인어
이 네 낱말 중 띄어쓰기가 틀린 것은? (응????) 뭐가 문제일까?
외래어표기법에 의하면 외래어 뒤에 한자어나 고유어가 붙을 때는 띄어쓰도록 되어있다. 그런데 저것 중 어떤 것은 맞춤법규정에서 한 낱말로 규정되어 있다. 이건 붙여써야 한다. (응????) 그렇다면 외국 국가명에 ‘어’, ‘인’ 등을 붙일 때마다 국어사전을 찾아봐야 한다는 말일까? 그저 웃음밖에 안 나온다.
지명도 비슷하다. 무슨 강, 무슨 산 같은 것도 맞춤법에서 한 낱말로 규정한 것들이 있는데, 이런 것만 붙여써야 한다. 이걸 쓰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모르겠다. (그래놓고, 정작 국립국어원 자기들도 아무렇게나 쓰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맞춤법 규정을 개정하는 수밖에 없어보인다. ‘어’, ‘인’ 등을 접미사로 처리해서 모조리 붙이거나, 현재 국어사전에 낱말로 등록돼 있는 것을 모두 삭제한 뒤에 전부 띄어쓰게 만들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처음에는 접미사로 처리하는 게 더 낫다고 보았었는데, 이럴 경우 외래어의 마지막 글자에 따라 읽는 사람이 혼동할 수도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모두 띄어쓰는 방법이 더 나아보인다.
이렇게 기본원리는 간단한 편이지만, 실제 적용은 엄청 복잡하다. 이 글에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어미와 형태가 똑같은 의존명사, ‘마냥’ 같은 조사, ‘중’ 같은 낱말이 대표적으로 띄어쓰기 힘들다.
띄어쓰기가 완전히 정리될 수 있는 것일까?
이게 불가능한 것일지라도, 이 글에서 말씀드린 것만큼은 지키자.
그러면 혼란이 상당히 줄어들 것이다.
- 최근 학교를 졸업한 분들은 잘 모르겠지만, ‘-이다’가 서술격조사이냐 어미이냐가 예전 맞춤법에서는 상당히 어려운 논란거리였다. ↩︎
- ‘셋째 아이’의 ‘째’는 의존명사로 생각하기 쉽지만 접미사다. ↩︎
- 이걸 자막의 노출시간을 정할 때 활용할 수도 있다. ↩︎
- 띄어쓰기 제46항 : 단음절로 된 단어가 연이어 나타날 적에는 붙여 쓸 수 있다. ↩︎
- 큰 숫자를 쓸 때 숫자 사이에 쉼표를 세 자리마다 찍는데, 이것은 좀 고치자. 우리말과는 다르게 세 자리마다 찍히니 우리말로 읽을 때는 무용지물이다. 그러니까 우리말에 맞게 구두점을 네 자리마다 찍자.
100,000,000,000,000,000,000,000
기존 방식대로 세 자리마다 찍혀있으면 어떻게 읽어야 할지 시간이 한참 걸린다. 그러나 네 자리마다 찍으면
1000`0000`0000`0000`0000`0000
찍힌 점만 보고 ‘천해’라는 걸 금방 알 수 있다. ↩︎ - 각 체언의 뒤에 붙는 경우는 접미사지만, 여러 체언에 동시에 걸리는 경우는 의존명사다. ↩︎
- 참고로 우리말에 색깔을 뜻하는 낱말은 원래 파랑, 빨강, 노랑, 검정, 하양 5 가지 뿐이다. 그 이외의 보라(몽골어), 녹색(중국어), 곤색(일본어), 핑크(영어) 같은 낱말은 전부 외래어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