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어는점 끓는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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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에서 물이 얼거나 끓는 현상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고, 또 학교에서 배우는 과학에도 분명 물의 상변화에 대해서 나오고 있어 초등학교와 중학교 과학 교과서에 일반론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확한 어는점과 끓는점에 대해서 배우기는 힘든 것 같다. 그저 아이들이 시험문제 풀이에 필요한 만큼만 가르쳐 주는 것으로 보인다. 이 글에서는 좀 더 살짝 깊이 있는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수학적 내용들은 생략하고, 또한 물이란 한 물질에 국한되지 않고 일반론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상이라 하면 우리 주변의 물질들의 형태를 말한다. 주로 고체, 액체, 기체를 말하는데, 물질에 따라서 더 자세한 상으로 나눌 수 있다. 그리고 온도가 아주 높이 올라가서 원자핵과 전자들이 전자기적인 인력으로 서로 붙잡지 못하고 자유롭게(?) 섞여있는 형태의 상도 존재한다. 이를 우리는 플라즈마(Plasma)라고 한다.

상은 에너지(energy)와 엔트로피(entropy)라는 두 물리적 요소의 균형으로 결정된다.[footnote]이 설명은 사실상 중학교 저학년에게는 설명이 좀 무리이다.[/footnote] 온도가 높아져서 물질 내부에 에너지가 많아지면 엔트로피가 증가해 에너지를 줄이는 방향으로 반응이 진행되고, 온도가 낮아져서 물질 내부에 에너지가 적어지면 엔트로피가 감소해 에너지를 늘리는방향으로 반응이 진행된다. 상 변화가 없는 온도변화에도 약간씩의 에너지와 엔트로피 변화가 존재하는데, 상변화에 따른 것과 비교하면 아주 작다.

0℃의 물이 같은 온도의 얼음으로 변할 때를 잠깐 살펴보면 물이 얼음으로 변화하게 되면 액화열에 해당하는 80cal/g에 해당하는 만큼의 에너지가 외부로 방출되게 된다. 이만큼 방출된 에너지는 주변 온도를 올리게 되고, 더 이상 주변의 물이 얼음으로 변환되는 것을 막게 된다. 물론 에너지가 주변으로 계속 빠져나가게 되면 주변의 물이 계속해서 얼음으로 변화하게 되면서 그 과정을 계속 반복한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물과 얼음의 차이점은 그 내부에 있는 분자들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느냐 아니면 고정된 자리에 머물러 있느냐의 차이이다. 이는 일반적으로 고체와 액체의 차이와 동일하다.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물은 내부의 원자(분자)들이 띌 수 있는 형태가 다양해서 에너지 상태는 높고, 그 분자들의 상태가 다양하게 분포할 수 있어서 우리가 관측할 수 있는 상태수도 높아져 엔트로피는 그만큼 낮아지게 된다. (엔트로피는 그 물질의 형태가 단순화 될수록 높아지게 된다.) 변화할 가능성이 커지기 위해서는 그만큼 많은 양의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이는 우리 인간들 사이에 존재하는 자유를 누리기 위해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것과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물의 어는점이 정확히 0℃일까??? 그것은 정확치 않다.

1기압 0℃에서는 분명히 물과 얼음이 공존할 수 있다. 하지만 꼭 0℃가 아니더라도 물과 얼음은 공존할 수 있다.
아주 순수한 증류수를 충격이 없는 상태에서 아주 서서히 온도를 낮추면 이 증류수 안에는 얼음의 씨앗(얼음이 얼기 시작하는 점)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얼음으로 변화하지 않고, 낮은 온도 상태에서도 물 상태로 남아있게 된다(이를 우리는 과냉각이라고 한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이 되면서 물이 얼음으로 변화한 뒤에도 엔트로피가 동일해지는 순간이 되고, 순식간에 얼음이 되어버린다. 일반적으로 얼음이 어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과냉각된 물이 얼음으로 변화하는 것은 눈으로도 확연히 보일 정도이다. 물론 이 과냉각된 물이 얼음으로 변화하다가 변화가 정지하는 그 온도는 0℃이다. (물이 전부 얼음으로 변화하기 전에 0℃가 된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반대로 얼음의 온도가 올라갈 때에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또 다른 경우로써….
얼음이 물로 상당히 빠른 속도로 녹을 경우, 또는 반대로 상당히 빠른 속도로 얼 경우에도 이런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녹아가는 과정에서 얼음의 온도는 계속 올라가고, 0도를 지나서 영상의 온도가 되어도 얼음은 물이 되지 못한다. 그러다가 갑자기 얼음이 물로 변하는데, 이때 갑자기 물과 얼음의 온도가 영하까지 내려간다. 그 후 갑자기 온도가 내려갔기 때문에 녹는 현상은 잠시 사라지고, 주변에서 열을 흡수해서 다시 온도가 올라간다. 이러한 현상을 계속 반복해서 얼음이 녹는다. 모든 상변환은 이러한 현상의 반복으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이 현상은 중학교 과학실험시간에 발견한 현상이다. 여러분들도 온도계만 갖고 있다면 가스렌지에 물을 올려놓고 끓이면서 간단하게 실험해볼 수 있다.[footnote]중학생 자녀를 둔 부모라면 꼭 한 번쯤 실험해보길 바란다.[/footnote]

이러한 경향은 물리학에서의 감쇄진동과도 닮아보인다. (물론 상변화와 감쇄진동은 거의 무관한 현상이다.) 감쇄진동은 시간에 대한 변위의 삼각함수와 지수함수의 곱 형태로 나타난다. 이러한 감쇄진동은 그 변화의 속도가 매우 느릴 때 삼각함수가 사라지면서 지수함수처럼 변화한다. 상변화도 온도의 변화속도가 어떠냐에 따라서 진동패턴을 보이냐 수렴하는 형태를 보이냐가 결정된다.

결국 우리가 생각하는 상변화는 인간의 단편 지식의 편견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관성으로도 생각할 수 있다. ^^;

9 comments on “물의 어는점 끓는점”

  1. 물이 갑작스럽게 얼때 온도가 요동치는 건 처음 알았네요.
    그런데 이거 실험하려면 좀…

    1. 얼리면서 실험하는 건 어렵지만, 끓이면서 하는 건 좀 쉬워요. 집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어요. 중학생이었던 저와 친구도 우연히 알게 된 걸요….

  2. 빙축열 시스템은 야간에 냉방기기를 운전하여 얼음을 만들고 낮에 얼음이 녹는 것을 이용해서 냉방하는 냉방방식입니다… 물을 얼릴 때 -7℃ 부동액을 이용한다고 할 때 물을 -7℃까지 과냉각되면 열전달이 일어나지 않아 얼음이 생성되지 않는 황당한 일이 생기게 되죠… 수조를 방크기만하게 만들어 물을 냉각하면 과냉작을 곧 잘 생깁니다..(거의 필연적으로,..)…..그때 물에 조금만 충격을 주게 되면 갑자기 물속에서 유리가 깨질 때 금이 쫙 생기듯 물속에서 얼음이 생깁니다. 아님 엑스맨에서 늑대인간의 칼이 튀어나오듯 얼음이 생긴다고 할까요… 어쩌면 슈퍼맨에서 크리스탈을 던졌을때 순식간이 크리스탈이 삐죽삐죽 성장해 기지가 생길 때 그 모습과 비슷할가요… 암튼 무지 신기합니다… ..

  3. 그리고 보통 액체,기체,고체로 분류하지만,,,(프라즈마는 빼고…) 액체와 기체의 경계는 그리 뚜렸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아마 자유계면을 생기냐 마느냐로 구분하는 것 같던데..(정확지 않음…) 임계점 이상의 상태에서 그 유체를 액체라 해야 할지 기체라 해야 할지… 차라리… 유체(전단력이 존재할 수 없는 상태..)와 고체로 분류하는 것이 더 좋지 않나.. 생각도 해봅니다….

    1. 온도가 높아 임계온도를 넘어서는 경우는 불분명해지죠. 뭐 어쩔 수 없는 현상이 아닐까 싶어요.

  4. 골든버그님, 최근에 읽은 책에 고체로 얼어버린 얼음이 더 따뜻한 물 위에 뜬는 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매우 신기합니다. 그런데 “물은 어는점의 4℃에서 가장 무겁기 때문에 강바닥으로 내려가고 얼음은 그 위에 뜬다.”는 내용이 제가 읽은 책에 있어요. 이에 대해 혹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얼음분자가 물분자보다 더 큰 공간을 차지하고 얼음의 부력 때문에 인가요?

    1. 일단 얼음이 물 위에 뜬다는 것은 부력 때문이죠. 이건 확실합니다.
      물이 얼음으로 변할 때 부피가 꽤 팽창하는데(9% 정도) 이는 물 분자가 변해서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라 이것들이 달라붙으면서 사이사이에 구멍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이 구멍은 비니까 그만큼 얼음이 부피가 커지는 것이죠. 같은 물질이 부피가 커졌으니 밀도가 작아지고, 결국 부력에 의해서 뜰 수밖에 없게 됩니다.

      온도가 낮아지기 전에는 비교적 자유롭게 돌아다니던 물분자들이 온도가 낮아지면서 점차 서로 엮이면서 틀을 형성하여 빈 공간이 서서히 생깁니다. 냉장고 선전에서 오각수니 육각수니 하는 것이 바로 이 이야기인데, 이게 허위광고인 것이 오각수나 육각수는 단지 온도에 의해서 결정될 뿐이어서 몸에 좋고 나쁘고 그럴 가능성이 없다는 거죠. ^^;; 그래서 암튼 4도를 기준으로 온도가 밑으로 내려가면 부피가 팽창하는 것이고, 4도보다 온도가 높을 땐 열에 의해 물분자가 진동해서 부피가 커집니다. 얼음이 된 뒤에는 온도가 내려가면 부피가 줄어들어요. 이건 일반 고체랑 같은 반응입니다.

      이런 반응에 의해서 생명은 살아남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심해수가 -1 ~ 4 ℃ 정도로 유지될 수 있는 건 이런 물의 특성 때문이니까요. 만약 4도일 때 물 밀도가 가장 크지 않다면 차가워진 물은 족족 바다 밑바닥으로 가라앉아서 바다 바닥부터 얼 것입니다. 결국 얼음이 차곡차곡 쌓여서 바다는 온통 얼음 천지가 되겠죠. 바다라는 것이 열이 잘 전달하는 것도 아니니 지구 전체에서 표면 극히 일부분만 햇볕을 받아 물이 있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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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얼음이 다른 고체와 완전히 같느냐 하면 그건 또 아닙니다. 갯벌이랑 비슷하다고 말씀드리면 이해하실지 모르겠네요. 이건 언젠가 제 글에서 설명드리겠습니다. (사진을 못 찍어서 아직 설명드리지 못해요. 자료 사진 찍기 힘드네요. ㅜㅜ)

      댓글을 고치면서 조금씩조금씩 길어지고 있네요. 역시 포스팅으로 만들어야 하겠어요…^^; 빨리 얼음 사진을 찍어야 할텐데…ㅜㅜ

  5. 골든버그님, 자세한 설명 고마워요. 많은 부분 궁금증이 해소되었어요. ^^

하이든 에 응답 남기기응답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