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에서 한 수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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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간만에 타이젬 홈페이지에 들러서 바둑에 관련된 글들을 100 개쯤 읽었다. 100 개라면 단행본 책 한 권이 넘는 분량이다. 이 글들을 읽는 와중에 한 점의 가치가 얼마나 되는가에 대한 글도 접하게 됐다.

경험상 한 치수의 가치는 기원 1 급과 같다. 기원 1급은 한국기원에서 9 급 + 9 단 인증체계로 볼 때 2 급에 해당하고, 이는 덤을 두 번 받는 것과 같은 만큼의 차이다. 덤은 6.5 집이므로 1 기원 1 급, 한국기원 2 급의 차이는 13~15 집 정도의 차이로 볼 수 있을 것이다.

10 년쯤 전 한국기원에서 프로기사들이 모여서 실제 치수의 관계를 알아보기 위한 실험을 해 본 적이 있다고 전해진다. 그 실험 방법은 프로기사들이 치수를 미리 깔고서 서로 최선의 바둑을 두어 (돌던지기 없이) 끝까지 뒀을 때 집의 수를 비교하는 방식이었다고 한다. (아마추어를 위해 참 재미있는 실험을 한 것 같다.)
이 실험의 결과는 2 점은 15 집의 가치가 있고, 그 뒤 1 점이 더해질 때마다 10 집 정도의 집을 더 얻을 수 있었다고 전해진다. 그리고 9 점 이상의 치수가 되면 백이 (거의) 전멸당하는 형태의 바둑이 된다고 한다.
이 실험 결과는 2002 년 <월간바둑>에 실려있다. (확인하시고 싶으시면 12 권을 전부 보시기 바란다.)

실제로 대국을 해본 경험상 치수와 집의 관계는 명확하지 않다.
프로기사들은 한 치수를 세력과 실리(집)으로 명확하게 인식하고 바둑을 둔다. 바둑돌 하나의 효율성에 대해 인식하고 두는 것이다. 그러나 하수 아마추어들은 세력을 잘 인식하지 못하고, 이용하는 방법도 거의 모른다. 따라서 한 점의 가치는 프로들이 보는 것보다 더 작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정량적인 시각으로 보는 것은 아마추어에게는 의미가 별로 없다. 바둑은 상대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바둑을 뒀는데 25 집 차이가 났다고 하여도 3 점을 깔고 두지는 않는다. 상대적인 유형과 모양새를 보고 치수를 결정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25 집이면 2~5 점 정도 사이로 치수를 결정했을 때 대국자들이 더 재미있게 대국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물론 이러한 나의 경험은 단지 개인적인 허접한 경험에 바탕을 둔다.
그냥 바둑을 한 때 즐겼었던 한국기원 1 단 (인터넷 3~4 단) 애기가의 의견일 뿐이다. 이제는 바둑을 두거나 보지 않는다. 얼마 전에 몇 판 둘 기회가 있었는데 수읽기는 이전처럼 되는데 대국은 실수를 많이 하게 되더라. 물론 몇 년 동안 바둑을 두지 않아 대국감각이 없는 탓이겠지만….

ps.
그러나 저러나 썩어빠진 한국기원은 언제쯤 개혁하려나???

4 comments on “바둑에서 한 수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

  1. 한치수 한치수가 마치 한걸음 한걸음 같이 중요하게 느껴지는군요..:-)

    썩어빠진 한국기원 하니 갑자기 홍익회가 떠오르는군요.. 썩어빠진 우물의 대명사..

  2. 우왕 바둑을 잘 두시는군요. 전 바둑에 취미가 없어서 배우질 못하겠다능(만화만 봅니다. ㅋㅋ 파란에서 연재하는 바둑 삼국지 재미있어요)

    1. 바둑삼국지 같은 건 잘 모르겠고…
      1단이 잘 두는 수준은 아닙니다. 이제 겨우 기초를 갈고 닦은 수준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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