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마개를 조인 사람이 왜 열지 못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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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Ice Age>라는 재미있는 애니메이션이 기억나시나요?
이 애니메이션을 보면 도토리를 무지하게 좋아해서 도토리를 열심히 쫒아다니던 불사신같은 다람쥐가 한 마리 나오죠. 그런데 이 애니메이션 opening을 보면 다람쥐가 도토리를 땅에 박아넣다가 갑자기 빼려는데 빼질 못해 무척 고생합니다.
박아넣을 때보다 뺄 때 훨씬 힘들어 보이는데 왜 그럴까요?

이 문제는 꼭 <Ice Age>의 다람쥐에게서만 일어나는 현상이 아닙니다. 우리가 일상 속에서 병뚜껑을 닫은 다음에 다시 열려고 할 때 잘 안 열리는 것을 누구나 경험해 보셨을 겁니다. 자기가 닫았는데 왜 안 열리는지… 어떤 때는 화가 막 나고, 또 다른 사람이 닫아놓은 병일 경우 그 사람 욕을 막 하고 그런 적이 한번씩은 있었을 겁니다. 도대체 왜 병을 닫은 사람이 열 때도 잘 안 열리는 것일까요?

병뚜껑은 크게 두 가지로 생각할 수 있는데 와인병 코르크 마개처럼 구멍에 무언가를 끼워서 닫는 병마개가 있고, 또 다른 하나는 나사로 되어있는 음료수 PT병 뚜껑같은 것이 있죠. 병마개를 닫았을 때 마개가 빠지지 않는 것은 마개와 병 사이의 마찰력 때문이라는 건 충분히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마찰은 어떤 물체 사이에 힘이 작용할 때 힘의 크기를 줄이는 자연현상이라고 간단하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마찰 종류는 몇 가지로 이야기할 수 있는데, 고체 사이에는 정지마찰과 운동마찰, 고체와 유체 사이에는 점성저항과 압력저항이란 종류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점성저항이란 것은 유체의 점성(끈적임) 때문에 생기는 마찰이고, 압력저항은 움직이는 물체의 움직이는 방향과 뒷쪽의 압력이 차이가 나기 때문에 생기는 마찰입니다. 하지만 병과 병마개는 모두 고체이기 때문에 점성저항과 압력저항이 아닌 정지마찰과 운동마찰의 영향을 받겠죠.
정지마찰은 서로 정지해 있는 두 물체(예를 들어 꽉 조여져 있는 병마개와 병) 사이에 존재하는 마찰이고, 운동마찰은 서로 움직이는 두 물체 사이에 존재하는 마찰력입니다. 정지마찰과 운동마찰은 모두 수직항력에 비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정지마찰은 운동마찰보다 큽니다. 물체가 붙어있을 때 겉보기보다 아주 적은 부분이 붙었다 떨어졌다를 반복하면서 마찰력이 나타나는데, 움직일 때보다 정지해 있을 때 붙어있는 면적이 더 넓기 때문에 정지마찰력이 더 큰 것으로 짐작됩니다. 정지마찰과 운동마찰에 대한 정확한 물리적 설명은 아직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데, 사실상 마찰이란 것은 매우 불규칙하게 나타나는 그때그때의 물리현상이기 때문입니다.

병마개를 조이는 동안은 병마개와 병은 서로 움직이고 있는 상태여서 운동마찰력이 작용하고, 병마개를 열려고 할 때는 서로 정지한 상태여서 정지마찰력이 작용합니다. 그런데 정지마찰이 운동마찰보다 크기 때문에 정지한 상태의 병마개를 여는 것이 조이는 것보다 더 어렵습니다. 심지어는 자신이 닫은 마개를 자신이 열지 못하는 일도 생깁니다.
거기다가 마개 혹은 병이 탄성(휘어지거나 날어나는 성질)이 큰 물질로 이뤄져 있다면 움직이기까지 필요한 힘에 탄성력까지 추가되어야 하기 때문에 더더욱 열기 어려워집니다. (반대로 마개를 막을 때도 그만큼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보통은 탄성이 크지 않은 유리나 플라스틱같은 물질로 병과 뚜껑을 만듭니다. 물론 내부에 압력이 강해지는 맥주, 샴페인 등을 넣을 때는 탄성이 높은 코르크, 고무 등을 사용합니다.

일상적인 현상들 중에서 정지마찰과 운동마찰의 차이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은 또 있습니다.
매일 평균 한 번씩은 타고 다니는 자동차가 정지할 때마다 차를 타고 있는 사람은 움찔움찔 움직이게 됩니다. 이 현상은 자동차 속도가 거의 정지할 수준으로 느려질 때마다 운동마찰이 점차 정지마찰과 크기가 비슷하게 급격히 커져서 속도가 급격히 줄어드는데, 차를 타고 있는 사람은 계속 같은 속도로 움직이려는 관성이 작용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그래서 노련한 운전자는 차의 속도가 느려질수록 브레이크(Brake)를 점점 약하게 밟음으로서 움찔거리는 현상을 줄입니다.

ps. 마개 쉽게 여는 방법
요즘은 기술이 향상되어 열기 힘든 병마개는 많이 줄었지만,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음료수 병 뚜껑을 못 따서 먹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이런 경우에 병뚜껑을 못 여는 이유는 병뚜껑을 꽉 잡는 우리 손의 악력이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럴 때는 손을 뒤집어서 병을 잡은 손 쪽으로 손등을 향하게 하고 잡으면 더 강하게 잡을 수 있어 쉽게 병마개를 열 수 있습니다. 아직도 쨈이나 마가린 병 등은 잘 안 열리는 경우가 있는데 한번 활용해 보세요.

글 쓴 날 : 2008.04.27

2 comments on “병마개를 조인 사람이 왜 열지 못할까?”

  1. 엇! 과학 카테고리 발견 +_+.
    재미있는 글들이 많이 있네요. 천천히 훑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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