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언제 시작하는가? [안개시정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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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언제 시작하는가?

드라마시티 [안개시정거리]
2006.05.27 방송분
이건준 연출/이현란 극본/류현경, 김정훈

사랑은 언제 시작하는가?
다중인격자 증상을 갖는 사람을 연구한 결과에서 사랑은 기억에 의존한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한다. 이는 우리가 격는 격정적인 “느낌”같은 감정 뿐만이 아니라 호르몬 분비 등의 육체적 변화를 포함하는 이야기다. 그렇게 판단해 보면 첫눈에 사랑에 빠지는 사랑은 사랑이 아닌, DNA가 찾아낸 최적의 배우자에 대한 끌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안개시정거리]의 여자 주인공 류현경은 복잡한 사정이 있는 여자다. 몽유병(램수면 장애)이 있기 때문에 잠자면서 깨어있는 것마냥 행동할 때가 있다. 몽유병 환자 중에는 잠자면서 겪은 일을 꿈으로 기억하는 사람도 있다고 하지만, 류현경은 기억하지 못한다. 그래서 류현경은 잠자는 동안 자기가 무엇을 했는지 알지 못하는 것을 가장 무서워한다.

류현경에게는 존재하지 않는 시간일 뿐이다.

새벽에 신문을 배달하던 남자주인공  김정훈은 어느 안개낀 날 새벽에 신문을 배달하다가 자기 입장단에 맞춰 춤을 추는 류현경을 만난다. 김정훈의 류현경을 향한 끌림은 이때 시작된다. 문제는 류현경은 이때부터 있는 일을 절반만 기억한다는 것이다. 낮은 기억하고, 밤은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

순간적인 만남과 헤어짐에 관한 아쉬움!!
‘저 남자가 왜 나에게 인사를 할까?’
꿈 같은 만남은 남자만의 기억일 뿐!
오랜 정혼자에게도 ‘몽유병’에 대한 진실은 숨길 수밖에 없다.


혼란의 시간을 통해서 결국 김정훈은 류현경의 몽유병을 알게 되고, 류현경은 그간 밤마다 둘 사이에 심상치 않은 일이 있었음을 깨닫는다. 그래서 한밤중에 류현경은 맨정신으로 꿈꾸는 것처럼 연극하면서 공원에 나가 김정훈을 시험한다.

내 주요한 비밀을 조금이나마 알고 있는 사람과 편하게 대하는 이 시간은
날아갈 듯 가뿐하다.
그러나 동시에 비밀이 없어졌다는 것은 민망함, 미안함이 몰려오는 시간이기도 하다.
사실의 조각과 기억의 조각과 진실의 조각을 하나하나 끼워 맞추는……
‘이 남자는 어떤 남자였을까?’
모르는 기억을 확인하는 일은 불안하다!
그러나 없는 기억을 확인하는 과정이 행복하기만 하다.
간접적 사랑 고백!
이 짧은 고백은 ‘짧은 의식’의 고백일까 ‘긴 무의식’의 고백일까?
인연의 ‘끈’에 대한 갈등
짧고 강렬한 기억은 긴 기억보다 사람 마음을 더 심하게 흔들어 놓는다.



결국 류현경은 꿈은 꿈일 뿐이라고 생각하고 정혼자와 결혼하려고 하지만, 막상 무의식 속 기억이 그를 불안하게 만든다. 밍숭맹숭한 정혼자와의 긴 기억과 김정훈과의 아주 짧은 꿈 속에서 갈등하게 된다.
결국 류현경은 짧은 꿈을 택한다. 원래 사랑의 유효기간은 딱 3 년이 한계라는 것!!

의식과 무의식이 동시에 존재하던 시간인 밤이 되면
이성과 사랑의 감정이 갈등을 불러온다.
결국 비가 옴에도 불구하고…… 류현경은 짧은 기억을 찾아간다.

제목 ‘안개시정거리’는 안개 속에서 볼 수 있는 가장 먼 거리를 뜻한다. 명확지 못한 기억 속에서 불명확하게 형성되는 사랑의 감정을 과연 어떻게 인식하고 확인할 것인가?
이 단막극은 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랑을 쉽게 말하지만, 그 사랑에 대해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점점 어려워지는 것 같다. 간단하게 ‘그냥 좋아지는 느낌’이랄지, ‘전신의 신경세포들이 짜릿짜릿하게 감전된 것 같은 느낌’ 같이 생각하면 간단하기는 하지만…

이 단막극은 극중 내내 바흐의 <골든베르크 변주곡>이 울려퍼진다. 챔벨로라는 고전 악기로 연주되는 <골든베르그 변주곡>은 바흐가 어떤 백작의 불면증을 위해 만든 곡이어서 ‘어른들을 위한 자장가‘라고 불린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자장가로 사용하나 보지만….. 난 이런 음악을 들어도 잠이 안 온다. ㅜㅜ 듣고 있으면 정말 마음이 차분해진다. (설마 차분해지면 잠드는 건 아니죠? ^^;) 잠이 안 올 때 사용하는 유력한 방법 하나를 난 잃었다. ^^;;;

내가 갖고 있는 유일한 챔벨로 연주 음반은 원전악기 연주의 대가 레온하르트 연주의 <안나 막달레나 바흐를 위한 소곡>이다. 이 곡도 재미있다. (아마 단막극에서 사용한 <골드베르크 변주곡>의 챔벨로도 레온하르트가 연주한 것이리라~!!) 사촌 누이이자 자기 아내인 안나 막달레나 바흐를 향한 바흐의 사랑이 잘 표현되어 있다.
작곡가, 연주가, 화가, 작가 같은 사람은 아마 사랑의 감정을 쉽게 표현하나 보다.

2006년의 손에 꼽히는 단막극이 될 것 같다.
여러분도 꼭 한 번 보기 바란다.

ps.
1. 류현경 씨는 이번 <안개시정거리> 이전에도 <꿈결같은 세상>같은 몇몇 드라마시티 작품에도 나와 인상깊은 연기를 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작품은 아직 기억나는 것이 없다. 단막극 이외에도 여러 영화나 드라마에 출연한 것 같기는 한데, 아직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지 못하는 것 같다. (검색해보니 <단팥빵>에도 출연했었다. 단팥빵을 아주 재미있게 본 나로서는 류현경을 기억하지 못하는 게 더 신기하다. -_- )
이제 다른 드라마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줘서 ‘드라마시티에 다시 출연하는 류현경의 연기를 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으면 좋겠다.

2. 근데 ‘한지민’씨는 이제 드라마시티에는 출연하지 않는 건가? ^^;;; <데자뷰><메모리>에서 너무 좋은 느낌을 받았었는데….. 드라마시티에는 안 나오니 영 아쉽다. 드라마시티에 안 나올거면 베스트극장에라도…^^;;;
근데 이상하게 베스트극장이 올 여름 들어서 힘을 영 못 쓰넹….

3. 경찰서 장면은 오류들이 좀 숨어있던데….

4. 춤출 때마다 나오던 음악 : <The Second Waltz – Dmitry Shostakovich>

9 comments on “사랑은 언제 시작하는가? [안개시정거리]”

  1. 드라마에 관한 글을 지속적으로 쓰시는 군요..
    저는 재주가 없어서 아직 영화 비평이나 드라마비평은 해본 적이 없는데
    좋은 글 입니다.

    1. 사실 이 글은 쓴지 오래된 글입니다. 제 기억이 맞다면 2006년 가을쯤에 섰던 것 같은데요….
      인터넷 돌다가 관련 글이 있길래 트랙백 엮으려고 꺼냈답니다. ^^;;;

  2. 작은인장님 필력이 대단하시군요

    스크린샷 밑의 기막힌 코멘트들이
    그 때의 감동을 되살려주고 있답니다 ^^

    언급하신 데자뷰를 포함해 새는, 프리지어 등등
    읽을거리가 상당한 블로그네요!
    자주 찾아뵙겠습니다 :D

    1. 말씀 감사드립니다.
      이 글을 읽어보니 잘못된 부분들이 자꾸 눈에 띄어서 고민중이랍니다. ^^;;;;

  3. 작은인장님 좋은 글 감사합니다 :D
    요즘 뭔가 짧게 볼 수 있는 것 없을까..하고
    있었는데 좋은 단막극 소개해 주시는군요 ^^

    1. 재미있게 보신다면 글을 쓴 사람으로서 그보다 더 좋은 건 없는거죠. ^^;
      저도 감사합니다.

  4. 안녕하세요 Mixsh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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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믹시를 통해 더 많은 방문자를 만나실 수 있도록 항상 노력하겠습니다.

    ————————–

    덧글. 흥미로운 내용의 드라마네요.
    영상을 구할수 있을지가 좀 걱정이지만 시간날때 꼭 찾아서 봐야 겠습니다 ^^

    1. 현재 블로그 전체를 어떻게 구성하고 운영하느냐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조속한 처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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