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책인데도 불구하고 동화처럼 읽히는 책이 몇몇 있다. 『어린왕자』, 『모모』, 『갈매기의 꿈』 같은 것이 그런 책이다. 이런 책보다는 좀 쉬운 책으로 꼽을 수 있는 책이 이 글에서 소개하는 『꽃들에게 희망을』이다. 이 책을 처음 읽었던 것은 거의 10 년 전이었었다. 이번에 다시 읽어야 할 필요성 때문에 알라딘에서 다시 주문해서 오늘 받아 읽었다. 읽는데 걸린 시간은 불과 한 시간이 걸리지 않을 정도로 짧았다. 이 그림책을 읽으면서 10 년 전에 제대로 내용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느꼈다. 모든 책은 중학생 기준으로 만든다고 하지만, 역시 책을 깊이있게 소화하기 위해서는 중학생은 무리가 따르는 경우가 많은 듯 싶다.
이 책에 원작의 저작권 정보가 나오지 않아서 구글에서 검색해본 결과 1972년에 초판이 발행되었다. 알라딘이나 yes24에서 검색해보면 시공사와 주니어시공사 책이 주로 검색되어 나온다. 그런데 아시겠지만 시공사는 전두환 아들 전재국 씨가 운영하는 곳이고, 편집자의 무덤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둘 중 한 곳이다. (다른 한 곳은 김영사….-_-) 이 책을 양장본으로 구매하려고 했으나 양장본은 시공사만 만드는고로 어쩔 수 없이 하서출판사의 반양장본으로 구매했다. 실제 판매가는 3840원….^^ 이 정도 품질의 책에 이 정도 가격이 어떻게 가능할 수 있을까?

『꽃들에게 희망을』 – ★★★★★
(hope for the flowers)
트리나 폴러스(trina paulus) 지음, 김미정 옮김/(주)하서
1995년 6월 10일 초판 발행 / 2009년 10월 30일 중쇄 발행
183쪽 / 5900원 / 반양장 / 신국판
ISBN 978-89-6259-011-1 03890
이 책 내용을 마인드맵으로 그려보니 단순하게 크게 4가지로 나눠지는데, 이 글에서 전부 이야기해 줘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고민스럽다. 일단 내가 생각한 것 거의 대부분을 이야기해 보겠다.
이 책은 크게 두 가지 이야기가 전개된다.
첫 번째 이야기는 애벌레 기둥이다. 애벌레 기둥은 의미를 잘 모르지만 다들 바라는 목표를 좇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의식의 흐름이다. 거의 모든 애벌레는 기둥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기대하고 흥분한다. 애벌레 기둥은 밑에 있는 애벌레가 떠받치고 있어야 의미가 있다. 무지한 애벌레가 계속 밑에서 달려들기 때문에 유지되는 것이다. 애벌레 기둥에 처음 달려들 때 갖던 의문은 『네 안에 잠든 거인을 깨워라』에서 설명하는 RAS 같은 것 때문에 ‘당연히’ 잊는다. 즉 일단 애벌레 기둥에 들어가 오르는 것에만 집중하면 그것만 보이기 때문에 의문을 생각할 수도 없는 것이다. (이는 『모모』의 회색신사와 계약하는 것과 비슷하다.)
또 여러 애벌레가 한 기둥에 오르려 하기 때문에 서로가 밟고 올라가는 경쟁을 해야 한다. 이 경쟁은 오직 앞만 향해 질주해야 하는 자기처세술 세계이기 때문에, 독종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이렇게 무섭게 꼭대기로 올라간 애벌레는 막상 꼭대기에 도착하면 공허한 절망을 느낀다. 자기가 바라는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문장이 두 가지 뜻으로 해석될 수 있음에 집중하자.)

두 번째 이야기는 나비다. 나비가 되기 위해서는 용기와 확신이 필요하다. 우선 내가 새로운 무엇인가로 변할 때 지금보다 더 나아지리라는 확신이 필요하다. 변태에 성공할지도 불확실하다. 이런 여러 가지에 확신이 선다면 나만의 공간인 고치를 만들어야 한다. 고치는 성장하여 새로운 모습으로 바뀌는데 필요한 작은 공간이다. 고치에 대해 알더라도 고치에 들어가는 것에는 큰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다.
우리에게 고치는 무엇일까? 아마 그때그때 달라질 것 같다. 중요한 점은 고치 안에서의 성장은 매우 느려서 눈에 잘 띄지 않는다는 점이다. 고치를 만든 뒤 기다리면 나비가 된다. 나비는 날개가 있기 때문에 애벌레 기둥 꼭대기까지 언제든지 오르고 내릴 수 있다. 이 자유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이 책이 이야기하는 것은 이것이라고 생각된다…. (이에 대한 내용은 직접 읽으며 찾아봐야 한다…^^)
한편,
주인공 줄무늬 애벌레에게 이 두 가지 사건이 진행되기 위해서는 자극을 받아야 하는데, 이 자극은 노란 애벌레를 비롯한 여러 애벌레가 필요하다. 고치를 알고, 만들어 나비가 되는 것은 혼자의 힘으로는 힘들다. 그래서 주변 애벌레와의 관계에서 도움을 얻어야 한다. 그리고, 그 형태는 크게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하나는 사랑, 다른 하나는 단순한 관계다. 사랑에 대해서는 두 가지가 있는데, 이 글에서는 이야기할 필요가 없는 것 같다. 단순한 관계에서 얻는 도움은 주변에서 주려고 할 때 받는 것이 아니라 주변과의 관계에서 그냥 얻어지는 것이다.
책은 두 마리의 나비가 등장하면서 끝난다.
그리고………..
‘THE END’가 지나간 뒤에 그림과 함께 ‘아니, 이제부터 다른 시작일지도 모릅니다.’라고 이야기한다. 이 말은 두 가지로 생각할 수 있다. 첫 번째는 모든 것이 끝난 뒤 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의미일 수 있다. 이렇게 매번 새로 시작하고 귀결되면서 세상은 돌아간다는 말이다. 이는 불교적 윤회와 비슷하지 않을까? 여기에서 책 제목이 도출되었다. 두 번째는 앞에서 살펴본 패러다임에 대한 이야기다. 즉 개인적 프레임 또는 새로 시도한 패러다임은 시간이 지나면 다시 이전의 애벌레 기둥처럼 많은 애벌레가 몰려들어 평범한 기둥이 된다는 의미다. 이 관계는 『블루오션』이란 책에서 이야기했던 블루오션과 레드오션의 관계와 비슷하다.
이렇게 놓고서 이 책을 다시 살펴보면, 이 책이 시작하는 부분에 아무런 의미 없이 그려놓은 것처럼 보이던 나비들이 주인공 애벌레의 부모였다는 것이 보인다. (이 점은 이 책이 어린이를 위한 섬세한 책이라는 증거다.)
이렇게 책은 끝난다.
내가 10여 년 전 놓쳤던 이야기는 무엇이었을까?
읽는 분들이 상상해 보면 이도 재미있지 않을까 싶다. ^^
ps. 책 중간에 번역이 좀 이상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다. ㅜㅜ
글 쓴 날 : 2010-05-13 12:00


짧은 우화일수록 생각의 폭이 넓어지는 것 같습니다.
이를테면, 주어지는 것이 적은 만큼 생각할 수 있는 여지가 넓어진다고 할까요?
그것을 작가가 알고 있기 때문에 글 역시 간결해지고 깊이가 더해지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정말 좋은 책들이죠… 어린왕자, 모모, 갈매기의 꿈, 꽃들에게 희망을…
전 개인적으로 난쏘공도 참 좋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
모두 너무 좋았던 내용 때문에 한두번 이상은 읽은 기억이 새록 새록 합니다. ^^*
그걸 생각한다면 조선시대에 사대부가 공부하던 한자책은 참 간단하면서 많은 정보를 전하는 것 같습니다. 그때 책 한 권을 인쇄해 놓으면 A4용지 1~2장 정도인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