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토미]Anatomy는 독일에서 개발한 인체 표본화 기술에 대한 영화다. 실제로 이 기술을 이용해서 ‘인체의 신비전’에 전시된 전시물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 기술을 이용해 범죄를 저지른다면 어떨까? 그게 이 영화의 주제다. 이 영화는 개봉했던 2000 년 당시에는 꽤 이슈가 됐었다. 나는 당시에 자막을 만드는 방법으로 글쓰기를 공부하고 있었기에, 이 영화도 자막을 손 본 기억이 난다. 자막을 만들려면 영화를 몇 번씩 자세히 봐야 했다.
사람의 인체를 해부하며 살인하는 게 주요 소재이자 주제인 영화이다 보니, 보고 싶으신 분은 끔찍한 장면이 있음을 주의해야 한다. 인체 해부 장면은 모두 모형으로 찍었지만, 모형이라도 상당히 잘 만든 것이어서 끔찍한 건 어쩔 수 없다.
또한 독일 영화이니, 유머는 없다!(나름대로 유머를 하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주인공은 의사를 꿈꾸는 의학도다. 좋은 성적으로 의대를 졸업한 그녀는 우수한 성적으로 의사고시(?)를 통과하여 어디든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게 된다. 아버지는 반대하지만, 할아버지도 공부하셨던 최고의 의사 교육기관(?)인 하이델베르크로 진학한다.
마냥 좋기만 했던 여행은 출발부터 심근증을 앓아 심장마비가 온 남자를 살리면서 시작한다. 그런데 그 이후 해부학 실습을 하는데 글쎄 심근증을 앓아 심장마비가 왔던 그 남자가 시체로 누워있다. 충격 받는 주인공…. 그런데 시체에서 AAA라는 표식을 발견한다. AAA가 뭘까? 시체가 어디에서 기증된 것일까? 이 의문점을 쫓다보니 수백 년을 이어왔다는 의문의 해부학 단체를 맞닥뜨리게 된다. 그리고 수백 년 동안 프로미달이라는 약물로 사람을 가사상태로 빠트린 뒤에 죽기 전에 해부하여 전문지식을 쌓아왔다는 것을 알게 된다. 또한 자기 할아버지도 AAA의 일원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마 그걸 알고 있었기에 아버지는 주인공이 하이델베르크로 진학하는 걸 반대한 듯..)
이들의 폭주를 어떻게 막을 것인가? 이게 이 영화의 주제다.
참고로, 이 영화의 속편도 있다. 완전 망작에 가깝지만…..

이 영화는 지금 기준으로 보면 뭔가가 부족하다.
예를 들어, 남의 수업시간에 들어와서 수업을 듣는 학생에게 꺼리낌 없이 잡담을 늘어놓는다던지(독일 문화는 이런 건가?), 막판에 주인공이 마비돼어 죽어가며 주사를 놔달라고 해도 전혀 긴장도 하지 않은 상태로 시시껄렁한 농담이나 하려고 한다던지… 추격전이 벌어졌을 때 행동과 동선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 중요한 시설을 들어갈 때 보안절차가 아예 없다거나 그런 점도 눈에 띈다.
그런데, 지금의 관점에서 보면 개봉 당시보다 이 영화가 더 무섭게 느껴질 수 있다.
영화가 개봉되기 직전에 중국에서 꽤 유명했던 장웨이제 아나운서가 임신한 상태로 실종됐는데, 이후 그녀와 모든 조건이 일치하는 표본이 2012 년에 미국 오리건주의 인체의 신비전에 전시됐다.
사람들 사이에서 이 표본이 장웨이제 아나운서라고 소문이 났고, 이후부터 이 표본은 이유가 알려지지 않은 채 전시목록에서 제외됐다. 모든 정황이 소문을 부정하지 못했기 때문에, 소문이 맞는지 알 수도 없지만 틀린지도 알 수 없어서 이 소문은 멈추지 않았다. 이런 표본을 만들던 공장이 중국에 있었고, 장웨이제와 불륜을 저지르던 사람이자 소문에서 범인으로 지목된 사람이 공장이 위치한 곳의 시장인 보시라이였기 때문에 진실은 더더욱 알 수 없게 됐다.
이걸 알고서 영화를 본다면 훨씬 더 소름돋을 것이다.
나는 이 글을 쓰려고 이 영화를 다시 봤지만, 20 년 전에 볼 때 느꼈던 재미를 더 이상 느낄 수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