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지은. 가명이 필요할 수밖에 없었던 가수. 이름만 보면 그런 생각이 듭니다. ㅎㅎㅎ
제가 TV나 라디오 등 대중매체를 거의 안 듣고, 기억력도 나쁜 편이기 때문에 아이유(IU)에 대한 정보를 접한 것이 좀 늦었습니다. 2009.07.03에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출연한 동영상을 아는 블로거 분께서 소개해 주셔서 2GB짜리 파일을 받으면서였으니까 2009.07.06 정도에 관심을 갖게 된 것 같네요.
그때 동영상을 보면 기타를 직접 치며 몇 곡을 부르는데, 기타치기 시작한지 몇 달만에 치는 것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실력을 보입니다. 최소한 요즘 그룹들이 나와서 멤버들끼리 노래 시간을 나눠먹기(?)식으로 때우는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를 보입니다. 근데 그런 노래를 고1 학생이 보여준다는 것은 정말 놀랍죠. 특히 한 곡을 혼자서 소화한다는 것 자체가 요즘 같은 가요계에서는 큰 점수를 받는 이유가 되고 있습니다. (가수가 노래 부른다고 호평을 받는 세상이 됐네요. -__-)

더군다나 요즘 가요순위 프로그램 같은 곳에서 노래부르는 가수들 보면 라이브를 하는 가수가 전보다 늘긴 했는데, 부분적으로 자기 목소리로 노래를 보강하는 소리를 넣은 경우가 훨씬 많아졌습니다. 아마 음반사에서 음반을 만들 때 음원을 20가지 정도는 만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앨범 발매용부터 순수한 MR까지….. 단계적으로 수십 가지 버전으로 만들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아이유는 그런 단계가 거의 필요 없는 가수입니다. 물론 아이유 이전에도 라이브 잘하는 가수들 많았습니다. 빅마마와 린이나, 이젠 활동하지 않는 이소은이나 리아같은 가수들이 그 예에 속했죠. 그냥 시대를 잘못 만났다고 해야 하나??

아이유는 아직 어려서 철학이 없는 것이 문제인 것 같습니다. 대중을 잠시 휘어잡는 건 기술로 되지만, 그것을 오랫동안 유지하려면 스스로의 철학이 있어야 합니다. 철학을 만들기 위해선 공부도 공부지만, 자기만의 시간을 가져 스스로를 성장시켜야 합니다. 그런데 여러 버라이어티 등에 나오는 아이유의 모습에서는 아직 철학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더군다나 연예인 활동에 워낙 바쁘다보니 스스로 성장할 기회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중학교 들어갔을 때만 하더라도 성적 좋았다고 하던데…. 아이유 팬들에겐 정말 아쉬운 부분이죠….[footnote]그래도 대화에서 생각의 순발력이 꽤 좋은 것을 발견하곤 합니다. 운동신경은 나쁘던데 말이죠. ㅎㅎ 혼자서라도 공부해서 자기만의 철학을 만들었면 좋겠습니다. 철학 없는 인기인은 곧 정치계의 노리개감이 되기가 쉽습니다. 그런 연예인이 생각보다 꽤 많습니다.[/footnote]
앨범 이미지”]
이번에 나온 아이유 앨범 [REAL]은 12월 10일 KBS 가요순위 프로그램에 처음 나와서 3단 고음으로 각종 검색순위 1위를 차지했죠. 저는 글을 쓸 소재를 확보하기 위해 검색엔진 순위를 살펴보다가 우연히 아이유가 그런 노래를 불렀다는 것을 발견했는데요… 매우 흥미로운 시도인 것은 분명합니다. 그런데 많이 염려되었습니다. 이 염려의 배경엔 아이유의 가창력과 관련이 있습니다.
블로거닷컴 프로필 기능에는 좋아하는 가수를 넣는 란이 있더군요. 그래서 제가 거기다가 여섯 명을 써넣었는데, 여자가수는 아이유, 서진영, 해이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가수들은 정말 가창력이 뛰어나다고 생각되는데, 각 특성이 많이 다릅니다.
서진영은 아마 드라마 <여름향기>의 주제가를 불렀던 가수로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으실텐데요,…. 고음이 주특기인 가수입니다. 워낙 노래가 중음과 고음을 넘나들다보니 기분이 우울한 날엔 듣기 부담스러울 경우도 있습니다. 박자감각도 좋습니다. 아쉬움이라면 다양한 노래를 소화하질 못합니다. 물론, 그녀의 목소리에 맞는 고음의 곡들이 별로 없는 것도 중요한 이유이긴 했죠. ^^
해이는 아버지가 외교관이어서 4개국어를 해 유명했던 가수였죠. 처음 데뷔한 것도 라디오 프로그램 <별이 빛나는 밤에>의 공개콘서트에 프랑스 가수가 나왔을 때 통역하러 나왔다가 노래하면서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문세가 키웠죠. 절대음감을 갖고 있는 가수로 유명했고, 고운 목소리와 다양한 노래를 소화하는 능력이 탁월했는데, 문제는 박자감각이 아주 조금 부족했습니다. 지금은 조규찬이랑 결혼해서 잘 살고 있고, 뮤지컬 등에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습니다.
아이유는 이번에 3단 고음으로 떴지만, 사실 뛰어난 박자감각과 중저음이 강점인 가수입니다. 3단 고음에서 가장 높은 음도 사실 서진영 노래에선 평범한 한 음계에 해당할 정도죠. 그러나 중저음을 워낙 탁월하게 다루기 때문에 연습생을 1년도 하지 않고 <미아>라는 곡으로 데뷔했습니다. 아쉽게도 지금까지 1만 장 정도밖에 팔지 못한(?) 비운의 앨범이었지만, 아이유의 가창력은 그 앨범에서 가장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Boo>, <있잖아>, <잔소리> 등 그 이후에 들고나온 곡에서는 사실 아이유의 가창력을 별로 잘 활용하지 못했습니다. 그보다는 부수적으로 딸렸던 곡 중에 <Rain drop>이나 <기차를 타고>같은 곡들을 들어보면 아이유가 어떤 노래에 강점이 있는지 여실히 알 수 있죠. 이건 제가 시끄러운 노래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기호를 떠나서 아이유의 특성을 살펴볼 때 내릴 수 있는 평가입니다.
아이유의 다양한 노래를 소화하는 능력은 (대중매체에 노출된 것만 볼 때는) 해이와 쌍벽을 이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유가 <유희열의 스케치북> 같은 곳에 나와서 남 노래를 부를 때마다 이슈가 되는 건 다 그런 배경에서 출발하고 있죠. (참 이상하죠? 해이는 그렇게 여러 종류의 노래를 불러도 이슈가 되지 못했는데…)
제가 <좋은 날>을 듣고 염려했던 것은 아이유가 저렇게 무리하다가 목소리가 나빠지면 어떡하나 하는 점이었습니다. 촉망받다가 목소리가 망가져서 사그라든 가수들은 생각보다 꽤 많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위에서도 한 번 언급한 리아가 있죠. -_- 아이유의 3단 고음은 아이유의 강점도 아닐 뿐더러 강점을 망가트릴 염려가 높다고 생각했습니다. 가수를 관리하는 매니지먼트사인 로엠엔터테인먼트는 도대체 왜 저런 무리한 방법을 사용하는 것인지… 쩝~ 17일 KBS, 19일 SBS 가요순위에 나온 모습을 보니 3단 고음을 부르지 않더군요. 현명한 판단입니다. 팬으로서, 이번의 <좋은 날>로 오랫동안 활동하는 것은 그리 반길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ps.
이 글을 공개하면 나도 삼촌팬 인증 받는 건가요? ㅋㅋㅋㅋ 이번 앨범은 얼마 전에 주문했고, 22일에 온답니다.(와봤자 보관용으로 비닐도 안 벗겨지겠지만요.) 알라딘에서 아이유 특별판 앨범 발매 소식을 문자로 받았는데 아쉽게도 두 번 다 구매하질 못했네요. 또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봅니다.
ps.
그런데, 앨범을 산다고 해도 음원은 모두 인터넷에서 다운받아 쓴다는…. 이번 앨범도 벌써 아이폰에 모두 넣고서 듣고 다니고 있습니다. 아무리 뛰어난 가수라고 하더라도 대부분은 인터넷을 통해 전부 들어본 후에나 구매를 결정하므로 인터넷에 공유되지 않는 음악은 구매하지 않습니다. 예전에는 인터넷을 돌아다니면서 구매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엔 인터넷이 워낙 조용하다보니 음반을 아예 안 사게 되는군요.
ps.
[REAL]은 첫주인 12~18일 판매량이 6천6백여 장을 팔았군요. 스페셜 앨범 1만 장을 판매한 직후부터 일반판 판매된 양입니다. 가요계에 관심이 없다보니 어느정도 판매된 것인지 잘 모르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