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자가속기 – 과학 시설 방문 프로젝트 7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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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과학 시설 방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쓰여진 글입니다.

첨단물리학의 꽃 중에 한 가지는 가속기일 것이다. 가속기도 종류가 많은데, 우리나라에선 순수과학보다 응용과학을 위한 가속기를 주로 건설하는 것 같았다. 우리나라 현실은 자본이 크게 집적되는 순수과학을 위한 가속기 건설은 아직 요원하다고 볼 수 있겠다. 순수과학을 위한 가속기로는 미국의 페르미 가속기와 유럽의 CERN 가속기가 손꼽힌다. 그 이외에도 크고 작은 순수과학을 위한 가속기들이 있다.

우리나라에 처음 만들어진 가속기는 포항공대에 있는 방사광가속기이다. 그 이후 방사광가속기와 양성자가속기는 일반화됐다고 보는 것이 옳겠다. 최근에는 우리나라에서도 연구용으로 사용되는 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포항 또는 청주 부근 어디에 건설할 것인지 논의하고 있고, 일반적으로 치료용으로 사용하는 양성자가속기는 국립암센터에서 건설되어 가동되고 있고, 경주에 건설될 예정인 양성자가속기는 대전의 양성자기반공학기술개발사업단에서 조립중이라고 한다. 내가 가서 본 가속기를 옮길 예정이라고 한다.

이번 프로젝트를 하기 전까지는 경주에 설치될 양성자가속기가 이미 대전에서 조립중이란 것을 모르고 있었다. 이 소식을 대전으로 떠나기 며칠 전 뒤늦게 접하고 급하게 견학을 위해 홈페이지를 방문하게 됐다. 다행히도 김규연 교수님과 담당자분께서 신속히 방문을 위한 일정 등을 추진해 주셔서 즐겁게 방문할 수 있게 되었다. 이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방문을 허락해 주시고, 친절한 설명까지 해 주신 김규연 교수님과 한명환 홍보 담당자 분께 감사드린다.

가속기에 대해서 설명해 주시고 계시는 김규연 교수님


양성자기반공학기술개발사업단

양성자기반공학기술개발사업단은 대전의 한국원자력연구원 내부에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크게 우리나라 최초의 원자로인 ‘하나로’ 실험용 원자로와 양성자가속기를 갖추고 있고, 국방연구소도 있다. 그러나 양성자 가속기와 관련된 정보는 대전의 시민, 심지어는 택시기사들도 알지 못하므로 방문하기 위해서는 꼭 한국원자력연구원을 찾아야 한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대전에서도 호남고속도로 동쪽의 외진 곳에 위치하고 있고, 시내버스가 있지만 자주 없기 때문에 택시를 타고 가는 것이 좋다. 대전 시외버스터미널이나 유성 시외버스터미널 등에서 택시를 타면 20~30분의 시간이 걸리며, 7000~1만원 정도의 요금이 나온다. 웬만하면 자가용을 이용하라고 추천하고 싶다.

방문을 위해서는 사전 예약이 꼭 필요하다. 그러나 홈페이지를 통해서 방문예약을 할 수 없고, Q&A 게시판에 글을 남겨도 자주 확인하는 것은 아니므로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전화로 문의해야 한다.
방문을 하려면 신원조회 등의 절차도 거쳐야 한다. 원자력연구소를 방문하면서 국책연구소 중에서도 무척 까다로운 곳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급하게 문의하여 급하게 방문일정을 잡아주셨는데도 3일의 시간이 필요했으므로 1~2주 정도 전에 여유있는 예약이 필요할 듯하다. 참고로 내가 방문한 것이 개인 방문으로서는 처음이라고 한다. 단체방문 중심으로 방문객을 받고 있는데 그렇다고 개인방문을 안 받는 것은 아니라니 참고하는 것이 좋겠다. 방문을 위한 프로세서를 새로 설계한다고 하니 많이 기대가 되기도 한다. ^^

참고로 연구소 내부에는 카메라를 갖고 들어가지 못하고, 자동차도 출입이 통제된다. 자동차는 입구에 주차시킬 수 있고, 카메라는 출입통제소에 맞길 수 있다.

선형가속기

양성자가속기는 선형가속기다.

가속기는 크게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형태는 원형가속기인데, 유럽 스위스와 프랑스 국경에 위치한 CERN 가속기나 미국에 위치한 페르미(Fermi) 가속기가 대표적이다. 우리나라의 포항공대 방사광가속기도 원형가속기다. 원형기속기는 기본적으로 하전입자(전하를 띤 입자)가 같은 궤도를 반복해서 돌면서 가속과 감속을 반복하며 특정 목적에 맞도록 입자의 에너지 또는 입자로부터 나오는 방사광을 조절하여 실험하는 장치다.

다른 종류로 선형가속기가 있는데 가속장치를 직선으로 만들어 하전입자를 가속시키는 실험장치다.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1990년대에 알려진 뉴트리노(중성미자) 공명 현상을 밝혀낸 시카고대의 가속기 등은 선형가속기다. 일반적으로 하전입자는 가속을 받으면 방사광을 내기 때문에 원형으로 가속하기가 직선으로 가속하기보다 더 힘들므로 단순히 가속만 시키는 목적이라면 선형가속기가 더 유리하다. 선형가속기는 수십 m의 길이를 진행하는 하전입자를 광속의 99.99% 이상의 속도로 가속시킨다. 물론 원형가속기에서도 처음 전하를 가속시키는 일은 선형가속기가 한다. 하전입자가 원형고리에 들어갈 때 기존에 회전하던 입자와 같은 속도로 충분히 가속되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양성자가속기가 선형가속기인 이유는 가속시킨 양성자를 특정 시료에 조사하거나 환자의 환부에 조사하여 모두 소모시키기 때문이다. 즉 일단 가속시킨 입자를 재사용할 수 없으므로 가속에 불리한 원형고리는 만들지 않는 것이다. (만들 수도 있겠지만 그리 효율적이지 못하다.)

가속기의 특성은 가속시킬 입자의 전하와 질량의 비(비전하, e/m)에 따라 달라진다고 한다. 포항공대 방사광가속기로 가속시키는 전자의 경우 양성자와 비교하여 질량이 매우 작으므로 양성자가속기와 방사광가속기는 큰 차이가 난다. 양성자의 비전하(전하량÷질량)는 다른 입자들에게서는 발견할 수 없다. (어떻게 보면 양성자를 가속시키는 것이 비효율적으로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양성자가 모든 원자들 중 가장 흔한 수소의 원자핵이어서 얻기 쉽고, 취급도 간편하며 질량이 가벼워 가속도 쉽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는 것 같다.) 반면 중수소(Dutron, D)[footnote]원자핵이 양성자 한 개와 중성자 한 개로 이뤄진 수소의 동위원소 [/footnote] 원자핵을 가속시킬 수 있는 가속기의 경우에는 같은 비전하를 갖는 탄소(C)[footnote]질량 12의 탄소는 원자핵이 6개의 양성자와 6개의 중성자로 이뤄져 있는 가장 흔한 탄소 동위원소 [/footnote] 원자핵, 헬륨(He)[footnote]질량 4의 헬륨은 원자핵이 2개의 양성자와 2개의 중성자로 이뤄져 있는 가장 흔한 헬륨 동위원소 [/footnote] 원자핵 등도 가속시킬 수 있게 된다. 비전하가 다른 입자를 가속시키기 위해서는 가속기를 설계부터 다시 해야 한단다.

반면 가속시에 나타나는 방사광의 양은 질량의 네제곱에 반비례하므로 양성자가속기의 경우는 방사광가속의 목적으로 사용할 수는 없다고 한다. 그래서 양성자가속기로 실험하고자 할 경우에는 양성자를 직접 목표물에 충돌시켜 효과를 얻어야 한다. (몰랐는데 김규연 교수님께서 알려주셨다.)

양성자가속기는 아직도 공사중!!

양성자가속기는 아직 완성된 것이 아니었다. 2005년 7월 처음 빔(Beam)을 인출한 뒤 지금까지 꾸준히 연구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기는 하지만 이 가속기는 경주의 연구시설이 완성되면 옮겨갈 것이기 때문에 조립 자체가 매우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더군다나 외국에서 기술을 도입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한 단계 한 단계 나갈 때마다 시행착오를 거치며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에 빠른 시일내에 완성될 수는 없을 것이라 한다.

양성자 가속기는 크게 저속부, 중속부, 고속부가 존재한다. 양성자를 처음 발생시킬 때는 일반적으로 판매되는 수소개스를 그냥 가열하여 양성자를 뽑아낸다고 한다. 이렇게 처음 뽑아진 양성자들은 가속부로 들어가게 되는데 가속부에서는 전극판들이 있어서 이 전극판으로 가속된다. 처음에는 속도가 느리다가 점차 빨리지게 되면서 전극판의 교차가 더 멀어져야 한다.

처음 양성자를 가속기에 주입시키는 전자총 모형이다. 가열된 수소가 플라즈마가 되면 솔레노이드 코일의 자기장을 따라 움직이기 시작해 가속기로 진입한다. 처음 진입한 양성자는 속도가 매우 느리다. 다들 알겠지만 가속기는 진공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가속하던 양성자와 공기입자가 충돌하면 그대로 소실되고, 소실된 양성자는 또다시 가속기 내부의 불순물로 작용하여 다른 입자의 가속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실험실에는 진공펌프들로 가득차 있었다. 다른 첨단기술을 연구하는데 있어서 진공 제조기술은 기초 기술에 속한다. 기초기술의 기초기술, 즉 원초적 기술인 것이다.

교수님께서 자세한 설명을 해 주셨는데, 안타깝게도 10달이나 지난 지금은 거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중앙에 보이는 주름 하나하나를 지나는 시간은 약 2ns 정도라고 한다. 양전하의 속도는 점점 빨라져서 2ns의 시간동안 이동하는 거리도 점점 늘어나므로 저 주름의 간격도 점차 늘어나야 한다. 이렇게 주름을 이용해 가속시키는 것은 저속부의 원리다. 저 주름은 구리를 이용하여 제작하고 있는데, 초전도체를 사용하면 효율이 더 좋다고 한다. LHC(Large Hadron Collider. 강입자 충돌기)가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

가속기의 가속원리

가속기의 원리

위 사진을 보면 불빛이 비추는 곳의 금속면에 주름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주름이 가속에 필수적인 요소다. 바로 위의 aniGif 이미지를 보면 간단히 도식으로 설명해놓았다.

처음 전자총에서 발사된 양성자 ⓟ는 속도가 매우 느리다. 그러나 양쪽 도체에 +V 전압이 걸리면 도체와 양성자는 같은 전하를 띄게 되므로 서로 밀어낸다. 앞의 주름도 같은 작용을 하여 밀어내지만 상대적으로 멀기 때문에 양성자는 앞으로 가속된다. 양성자가 중앙을 통과하는 동안에 양 옆의 도체는 전압이 바뀌어 음극이 되고, 이번에는 반대로 가까운 앞쪽 주름이 양성자를 당긴다. 당겨져서 속도가 더 빨라지면 좁은 곳을 지나처 처음 출발했던 곳까지 진행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면서 양성자는 점저 빨라지게 됩니다.

속도가 빨라지는 중속부와 고속부에서는 주름으로는 가속시킬 수 없기 때문에 사진에서와 같은 챔버(chamber)를 사용한다고 한다.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양성자를 흩어지지 않게 집중시키는 4극코일과 가속시키는 전하전극이 교대로 위치하게 된다.

밑으로는 가속기를 이용해서 연구되고 있는 것들에 대한 전시물이다. 전체적으로 전자소자, 강화시킨 합금 등에 대한 전시물들이었다. 일부는 포항공대 방사광가속기로 만드는 것과 비슷한 것들도 있었는데, 아마 가공하는 방식은 달라도 구동방식은 비슷하기 때문에 비슷한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 같았다.

뒷 판넬을 보면 알겠지만, 세포에 조사하여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유전공학 실험, 반도체소자에 조사하여 새로운 소자를 만드는 실험 등이 행해지고 있다. 시간이 지나 기술이 더 발전하면 이러한 실험체들이 실생활에 사용되는 날이 올 것이다. 아직은 “빠른 시일내”라고 기대하긴 좀 힘들 것 같긴 하지만……

실제 조립되어있는 가속기도 구경했다. 입구에 전시해놓은 것과 크게 차이는 나지 않고, 실제 규모 등을 알 수 있었다. 다만 현장은 여러 가지 작동되는 기기나 진공펌프 등에 의해서 매우 시끄럽기때문에 대화는 거의 불가능했다. 그 이외에 다양한 말씀을 해주셨는데 모두 소화하지 못했고, 또 오래전 일이라서 많이 잊었다.

역시 실험장비는 메인실험장비보다 보조장비들이 훨씬 더 복잡하고 중요해 보였다.

실험장비를 은박지로 쌓아놓은 이유는 보온을 위해서다. 가속기가 작동하면 발열이 매우 심하기 때문에 저온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액체질소 등을 사용한다. 따라서 외부의 열이 내부로 전달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보온하는 것이다.

가속기는 어떤 종류던지 가동되면 방사능이 많이 나온다. 그렇기때문에 가속기를 가동시키기 위해서는 정부의 허가를 얻어야 하는데, 이 곳은 경주로 보낼 가속기를 임시로 조립하는 곳이기 때문에 제대로 된 방사능 방비시설을 갖출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임시로 커다란 콘크리트 덩어리로 실험실 사방을 막고, 또 다른 연구원들이 출입하지 않는 주말에만 실험하고 있다고 한다.

내가 내 카메라로 찍어온 유일한 사진이다. 대기실에 있는 종합안내도인데, ‘현위치’라고 써있는 43번이 대기실이다. 그리고 왼쪽 대각선 위쪽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31번 건물이 가속기가 있는 건물이다. 교수님 연구실은 잘 생각나지는 않지만 3번 건물이었던듯하다.

위에 나열되어있는 사진들은 마지막 한 장을 빼고 한명환 홍보담당자께서 찍어주셨다. 방문한 시간도 시간 나름이지만 내가 직접 찍지 않았기 때문에 내 관심사와는 거리가 좀 있는 사진들이어서 설명하는데 애로사항이 있다. (그나마 사진을 볼 수 있어 천만 다행이란 생각을 한다. Kstar나 대전시민천문대 방문 사진은 남아있지 않기때문에 방문기도 쓸 수가 없다.)

ps.

여러 가지를 알려주신 김규연 교수님과 한명환 홍보담당자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글을 작성하면 연락달라고 하셨었는데, 연락을 드릴 수가 없게 되버렸다. -_-;;;

※ 이 글은  한국블로그산업협회가 주관한 ‘블로거! 네 꿈을 펼쳐라‘ 이벤트에서 지원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9 comments on “양성자가속기 – 과학 시설 방문 프로젝트 7편”

  1. 광주과학기술원의 고등광기술연구소에서도 100TW급 펨토초 레이저를 이용해서 양성자를 가속시키는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8월에 지쳐 쓰러질 뻔한 이유죠…)
    (레이저를 이용해서 양성자 가속, 중이온 가속, 전자 가속, X선 레이저 실험 등을 합니다.)

    양성자 가속을 보니 또 반갑네요. ㅋㅋ

  2. 정식으로는 견학 신청을 하시면 되긴 하는데, 단체는 가능한데 개인도 가능한지는 모르겠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그냥 내부 구경을 시켜드리는건 상관 없지만, 그걸 공개해도 되는지는 또 다른 문제라서요. -_-;
    블로거 네 꿈을 펼쳐라 이벤트의 지원을 더 받으신다면 정식으로 신청하셔도 괜찮을 겁니다.

  3. 보면 볼 수록 정말 멋지신 분인것 같아요 ^^*

    개인자격의 견학과정은 어떻게 이뤄지는 건가요?

    1. 홈페이지에 접속하셔서 신청하시거나 전화를 하면 됩니다.
      시설에 따라서 보안 등의 이유로 거절할 수도 있으니 주의하셔야 해요. 특히 양성자가속기의 경우 시간을 넉넉히 잡고 방문 신청하시는 것이 좋을듯 하네요.
      양성자가속기 방문에 앞서 같은 곳에 있는 하나로 견학도 함께 알아보면 좋겠죠. ^^

  4. snowall님 경주시에 양성자 가속기가 들어서는데 거기 취직을 하려면 박사학위까지 따야하는가요?

    1. 우선 전 snowall님이 아니구요. ㅜㅜ
      양성자 가속기에서 무슨 일을 하느냐에 따라서 박사학위를 따야 하는 경우도 있고, 그냥 전문대 출신이어도 되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연구직으로 가려면 박사나 석사학위를 따야 하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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