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처구니 없는 단편집 『그곳에는 어처구니들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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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알게 된 것은 소설가 김영하 님의 팟캐스트에서였다. 김영하 님은 이 책 중의 하나인 「무인도의 토끼」를 낭독해 주셨다. 무인도를 이용해 큰 돈을 버는 방법에 대해 쓴 단편소설인데 기묘한 괴변으로 연속되는, 그러면서도 그럴싸하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이 단편은 같이 실린 다른 작품도 궁금해지게 하며, 책을 주문하게 할만큼 매력적이었다.
이 책의 배경은 다양하다. 보통은 현대와 과거의 우리나라가 배경인데, 상상속의 어떤 세계가 배경인 경우도 있다. 어떤 작품들은 같은 배경에서 전개되기도 한다. 그리고 거기서 기묘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어떠한 기묘한 이야기인가? 조금 방향이 다르긴 하지만 일전에 소개해 드린 박민규 님의 단편집 『카스테라』처럼 기묘하다. 그만큼 두 작품 모두 알수 없는 정신세계에 빠져있다. 그래서인지 장르도 『카스테라』처럼 평범한 소설에서부터 SF나 환타지에 해댕하는 것까지 다양하다.

일부 작품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이야기다. 구전되던 것이어서 성석제 님께서 어떻게 그 이야기를 책에 씯게 됐는지 궁금한 것도 있었다. 「지방색」이란 단편은 해안가의 모래가 생기는 기원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류시화 시인의 「소금인형」을 각색해 만든 것이 아닐까 싶었다. 소금과 모래라는 소재의 차이와 바다를 향해 여행을 떠나는 과정 정도가 조금 다르지만 무척 유사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처구니는 검색해보니 크게 세 가지로 생각되는 것 같다. 첫째는 멧돌 손잡이 또는 멧돌 가운데 넣는 철심으로 생각하는 것이고, 둘째는 당태종이 귀신을 쫓기 위해 지붕에 배치한 병사에서 유래했다는 기와집 처마 위에 올리는 서유기의 주인공 조형물로 생각하는 것이고, 셋째는 이 책의 개정판 서문이나 단편 「수집가」에서 이야기하는 ‘상상보다 큰 사람이나 물건’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어떤 것이 맞는지는 알기 힘들다.

그곳에는 어처구니들이 산다

성석제 지음/강/2007-03-30 개정판 발행

양장/353쪽/1’1000원

ISBN 978-89-8218-097-2 03810

★★★

이 책을 쓴 성석제 님은 이 책을 쓰기 전에는 시인이었는데, 어느날부터 기묘한 단편소설을 하나씩 쓰기 시작해서 이 책을 펴냈다고 한다. 원래 시란 것은 전하고자 하는 바를 최대한 함축한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 실린 단편들은 최대한 많은 것을 함축하는 듯한 느낌이다. 많은 단편소설이 내용을 좀 더 짧게 만든다면 더 좋은 글이 되지 않을까 싶은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그런 느낌이 드는 곳이 없다. 어떻게 본다면 오늘날 수도 없이 많은 블로그 포스트 정도 된다는 생각이 든다.

대신 맞춤법이나 띄어쓰기 등 세세한 부분에는 조금 문제가 보였다. 아마도 짧은 시를 쓰던 습관이 남아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읽으면서 찾아낸 것 중 일부는 다음과 같다. 맞춤법에 관심 없는 분은 그냥 넘어가자.

[#M_맞춤법과 띄어쓰기 펼치기|맞춤법과 띄어쓰기 접기|

72쪽 8줄 : 일만삼천 대 → 일만 삼천 대

73쪽 9줄 : 그것 때문에 이웃 사람들에게 → 그것 때문에 이웃에게 (영어 번역체)

75쪽 2줄 : ~~ 싸워 전사했다고 ~~ → ~~싸우다 전사했다고~~

137쪽 1줄 : 때에 전 수첩과~~~ → (뜻을 알 수 없는데, 편집하다가 일부 단어를 지워먹은 듯 싶다.)

147쪽 밑 2줄 : 물은 수소 일분자와 산소 이분자가 결합해서 물이 되는데, ~

→ ① 과학적으로 틀렸다. “물은 수소 원자 두 개와 산소 원자 한 개가 결합된 형태인데, ~

그런데 성석제 님이 과학을 잘 몰랐다기보다 화자의 불완전한 지식을 꼬집으려고 넣은 것도 같다.

→ ② ‘물은 ~~ 물이 된다’ 형태의 문장이 되어 좋지 않은 표현이다.

215쪽 8줄 : 그의 얼굴은 말처럼 길고 튀어나온 광대뼈는 철골처럼 단단하다.

→ 이 문장은 꾸밈 관계가 복잡하여 뜻을 알기가 어렵다. 쉼표 넣는 것을 잊은 듯 싶다.

교정 예) 그의 얼굴은 말처럼 길고(,) 튀어나온 광대뼈는 철골처럼 단단하다.

297쪽~298쪽 : 호랑이를 잡는 방법은 네 가지쯤 된다. 하나는 ~~~. 두번째는 ~~~. 세번째는 ~~~. 마지막 방법은 ~~~.

→ 보통 사용하는 표현이지만 처음에 ‘하나’를 쓰고, 뒤에는 두번째, 세번째 라고 쓰면 읽기가 힘들다.
    또 ‘번째’는 수사와 띄어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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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중간에 사투리를 그대로 활용한 작품이 몇몇 눈에 띄는데, 내가 사투리를 몰라서 읽기는 힘들었다. 이 책을 읽은 시간 대부분은 사투리로 쓰여진 몇 작품을 읽는데 소모된 것이라고 생각된다. 사실상 이 몇 작품을 빼면 이 책을 읽는데 그리 오랜 시간은 필요하지 않아 6~7시간쯤 걸릴 것이라 생각한다.

전반적으로 특이한 단편 문학작품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추천할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상상력을 꽤나 자극할 것이다.

ps. 가름끈이 없기 때문에 읽던 부분을 표시하기가 좀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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