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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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전에 역사드라마 [이산]을 봤습니다. 첫 두어 번만 빼면 TV를 통해서 본 건 처음이었습니다.
뭐 재미라기보다는…. 어떤 과정을 통해서 정조가 왕이 됐는지가 궁금해서입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영조는 성군이기는 할지언정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는 낙제점수를 받을만한 인물이었으므로 그런 환경에서 어떻게 정조가 좋은 왕이 되었는지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드라마를 보다가 언듯 우리가 왜 역사드라마(대하드라마)를 좋아하는 것일까 궁금해졌습니다.
어차피 웬만한 역사드라마들이라고 해봐야 그 결말을 우리가 뻔히 알고 있는데 말입니다.

옛말에 역사는 돌고 돈다고 어떤 유명한 사람이 말했었습니다. 그리고 비슷한 취지의 말씀을 남긴 위대한 분들이 한둘이 아니죠. 그리고 어느정도 똑똑하다는 사람들은 역사공부를 열심히 해서 웬만한 역사는 다들 잘 알고 있습니다. 의문은 똑똑한 사람들은 모두들 역사공부의 중요성을 알면서도 왜 역사를 돌고돌게 만드느냐 하는 것입니다.

예….. 역사공부가 중요하면서도 실질적으로 우리에게 도움이 못 되어 역사가 돌고 도는 이유가 분명히 존재할 것이라는 기본전재를 갖고 이런저런 짜맞추기식 사고를 해본 결과…..

역사를 공부하는 것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과거의 위대한 분들도 나와 같은 실수를 했음을 알고 나의 실수에 대해 위안을 삼기 위해서다

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과거 역사 속에서 똑똑한 사람들이 저질렀던 실수는 그 사람이 충분히 많은 사항을 고려했음에도 불구하고 한 실수입니다. 오늘날 우리들이 바라본다고 하여도 같은 실수는 누군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충분한 이유들이 있기 때문에 역사는 돌고 도는 것이죠.

최근 미국의 부동산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졌고, 세계는 미국의 경제불황에 몸살을 앓게 될까봐 몸을 사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의 부동산 버블 현상이 나타난 원인을 살펴보면 70년 전에 있었던 주식투자로부터 기인한 30년대 경제대공항과 완전히 동일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누군가가가 아니라 꽤 많은 은행 종업원들, 운영자들이 집단으로 역사를 되풀이한 것이죠.
그리고 미국까지 갈 필요도 없이 90년경의 일본 경제 침체시기만 살펴봐도 똑같은 상황에 있었다는 것입니다.

더 심각한 것은, 우리나라에서 부동산 거품이 생길까봐 금융정책을 수정하자 어떤 깡이센 금융분야의 유명한 분은 우리나라 부동산 가격에는 거품이 없다는 소리까지 해대면서 문제를 더 키우려는 시도를 했다는 것입니다. (아마 눈에 콩깍지가 쓰이면 사리분별을 못한다고 하듯이 부동산에 콩깍지가 쓰였었나봅니다.)


그러면서도 남이 한가지 실수를 하면 그 사람을 죽일놈으로 만들어놔야 직성이 풀리죠.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는… 순전히 자기만족과 변명 때문이라고 결론지을 수 있었습니다. -_-

8 comments on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는?”

  1. 좋은 글이네요.
    그런데 제가 여기 올 때마다 꼭 한가지씩을 배워갑니다.

    1. 키워드 – 기능이 뭔지 몰랐다가 여기서 처음 구경.ㅋ
    2. more, less 기능도 여기서 처음 구경해서 잘 써먹고 있습니다.
    (심리테스트를 많이 올리는 제게 꼭 필요한 기능이더군요.)
    3. 오늘은 드디어 따옴표(인용) 기능도 알게 됐습니다.^^

    1. ^^
      하드웨어적인 기능들은 그리 중요한 것이 못됩니다. ^^
      아무튼 많이 배워가세요. ㅎㅎㅎ

  2. 제가 생각하는 역사를 배워야 하는 이유는 바로
    과거를 알고 현재를 알아야 미래를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라고 말하고 싶네요.

    1. 그게 일반적인 역사가들의 주장이죠.
      하지만 그게 꼭 맞는 것 같지는 않아요. ㅜㅜ

  3. 아날학파 역사가들 입장에서 본다면 이러한 경제공황의 지속 또한 경제 분야에서의 ‘장기지속의 역사’라고 볼 수도 있겠네요… 워낙 변화의 폭이 크고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건데요, 경제의 시스템이 급변했지만 사람들의 사고방식은 쉽게 변하지 않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몇몇 한국사를 연구하는 사람들을 보면, 단순히 자기만족으로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들도 있긴 있더군요… 얼마 있지도 않은 사료를 가지고 우리의 역사를 무진장 부풀리는 것은 자위행위에 불과한데 말이죠…

    1. 맞는 말씀 같습니다.
      저도 정확한 학식이 없어서 뭐라 말씀드리기는 힘들지만….

  4. 세계대전이 두 번이나 일어났는데도 변하는 구석이 안 보이니까 근대 자본주의라는 것에 환멸을 느끼고 반성하려는 움직임이 포스트모더니즘인 거죠… 우리나라에선 환멸을 느낄만한 짓(세계대전)을 한 게 없어서 포스트모더니즘을 논하기엔 좀 그런 것 같지만요…

    그리고… 국가적으로 시행하는 역사적인 프로젝트들… 말만 거창하지 따지고 보면 자기만족과 변명 때문인 것 맞습니다. 국가의 정통성을 확립하고자 제일 먼저 하는 것이 사서편찬이니까요… 이승만정권이 들어서자 임정을 포함한 어마어마한 두께의 독립운동사가 편찬되었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지요…

    1. ^^
      아쉽지만……
      어쩌면 다 부질없는 짓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역사는 승자의 입장을 정리한 것이니 패자의 시행착오를 제대로 반영할 리 없고, 패한 것을 배울 수는 없다는 것이 제 글을 작성한 이유중 일부분이죠.

      뭐 물론 저 개인만의 생각입니다만…ㅎㅎ
      불멸의 사학도님의 깊이있는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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