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유방은 왜 지금처럼 진화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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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제 개인적인 생각임을 밝혀 둡니다. 기존 학설 중 일부는 이 글보다 비논리적인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논문과 개인의 탐구는 엄연히 다릅니다.

피카소의 1909 Femme nue au bord de la mer

고생대 후기의 화석은 원시포유류는 원시파충류에서 공룡과 거의 동시에 분화됐다는 걸 보여줍니다. 그러나 지구에 산소농도가 매우 적어진 페름기-트라이아스기 대량절멸[대사멸, 대량멸종]이 일어나면서 공룡은 호흡기를 개선해서 생존능력을 높였고, 포유류는 몸집을 쥐처럼 작게 만들어 생존능력을 높였습니다. (몸집이 큰 원시포유류가 모두 멸종한 건 아닙니다.)

그 이후에 원시파충류가 갖고 있던 비늘을 공룡은 깃털로, 포유류는 털로 발달시킵니다.

이후에, 포유류는 이빨을 송곳니를 비롯한 다양한 형태로 분화시킵니다. 먹이가 무척 다양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체온 조절을 위해 땀샘도 발달시켰습니다. 이후에 땀샘을 변형시켜서 젖샘을 만든 뒤, 젖을 발달시키고, 가장 마지막으로 자궁을 발달시켰습니다. 이렇게 여러 기관이 진화하다보니 각 단계별로 단공류, 유대류, 유태반류가 됐습니다.
인간은 포유류, 그중에 유태반류로서, 모든 몸의 기관은 다른 포유류와 똑같은 얼개로 작동합니다.

그러나 인간, 특히 여성의 젖[유방]은 다른 포유류와는 많이 다릅니다. 사춘기 이후에는 항상 부풀어 있으며, 위치도 배 위에 있는 다른 포유류와 다르게 갈비뼈 위에 있습니다. 다른 동물에게 없는 젖꽃판[유륜]도 있습니다. 

도대체 왜 인간의 젖은 다른 포유류와 확연히 다르게 변했을까요? 인간 진화에 대해서 궁금해 한 적이 있으신 분이라면 젖에 대해서도 꽤나 궁금증을 갖고 있을 것입니다. 피카소 그림을 보면 피카소도 궁금해 한 것 같습니다.

1. 젖은 왜 배가 아닌 가슴에 있는가?

포유동물의 젖은, 고양이과나 개과 동물처럼 새끼를 많이 낳는 동물은 배에서 가슴까지 두 줄로 나열되어 있지만, 소같이 새끼를 적게 낳는 동물은 아랫배에 있습니다. 젖이 아랫배에 있도록 진화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공룡이 멸종한 이후에 포유류가 지구의 패권을 잡았다고 학교에서 공부했지만, 사실은 공룡이 멸종한 이후에도 처음엔 조류, 즉 새가 지구를 점령했습니다. 날지는 못하지만, 키가 3 m 이상이며, 육식을 하는 새가 모든 대륙에서 최상위포식자가 됐습니다. 이 새를 공포새terror bird라고 부르죠. 이 새가 점령하지 못한 대륙이 딱 한 곳 있었으니, 공룡이 멸종할 때 다른 대륙들과 연결돼 있지 않았던 남아메리카 대륙이었습니다. 남아메리카 대륙은 개와 비슷한 포유류가 최상위포식자로 진화했습니다. (2022.12.01 수정 : 원래 이 내용은 국내외 TV 다큐들에 나왔던 것인데, 리차드 도킨스의 [마법의 비행]을 읽고 취소선 부분을 아래의 글로 수정합니다.) 공포새가 점령한 것은 남미였고, 나머지 대륙은 포유류가 점령했다고 합니다. 공포새처럼 큰 새가 점령한 다른 곳이 또 있었지만, 호주나 마다가스카르처럼 다른 대륙과는 동떨어진 곳이었습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대륙에서 포유류가 힘을 키워 점령할 수 있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남아메리카 대륙과 북아메리카 대륙이 연결되자, 각 대륙의 최상위포식자였던 공포새와 포유류는 섞여 살게 됩니다. 이들은 이후 수천만 년 동안 패권경쟁을 계속했는데, 재미있는 이유로 포유류가 이기게 됩니다. 포유류는 중생대를 지나면서 허리 부위의 갈비뼈를 퇴화시켰지요. 아마도 출산을 더 쉽게 하기 위한 진화였을 겁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뼈가 없는 배를 공격받는다면 치명상을 입을 확률이 높아질 겁니다. 그러나 숨 쉬기도 편하고, 허리를 움직이거나 돌닐 수 있게 되면서 유연성과 지구력이 좋아져서 생존에 유리했습니다. 그런데도 포유류가 대부분의 공포새를 멸종시키고 확실하게 우위를 점하는데는 5500만 년 정도가 필요했습니다. 공포새와 같은 분류의 새는 현재는 아프리카에 사는 타조Ostrich와 뉴질랜드에 사는 키위kiwi 정도가 남아있습니다.

animal dog pet cute
새끼를 많이 낳는 포유류의 전형적인 포유자세
Photo by Sasha Maslova on Pexels.com

허리를 움직일 수 있다는 장점은 싸움에만 유용했던 것이 아닙니다. 새끼를 포유할 때 젖을 새끼가 물기 좋도록 허리를 돌려서 자세를 잡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포유류는 젖이 배쪽에 위치하게 됩니다.

젖이 가슴에 있는 동물은 인간을 포함한 영장류와 코끼리밖에 없습니다. 코끼리는 젖을 빨 때 새끼의 코가 걸리적거리기 때문에 젖의 위치가 가슴에 있는 것일 겁니다. 코끼리 새끼가 젖을 빠는 모습을 보면 젖이 가슴에 있는데도 무척 힘겨워 보입니다.

baby elephant with mother on grass
젖을 먹는 코끼리 자세는 대략 이렇다.
Photo by Rachel Claire on Pexels.com
직립보행을 할 경우에도 단단한 갈비뼈 때문에 앞으로 쏟아나온다.
여성의 젖은 가슴에 위치한다

영장류는 젖이 가슴에 있습니다. 인간과 가까운 침팬지나 보노보뿐만 아니라 영장류 중에 원시적인 여우꼬리원숭이 같은 종류도 가슴에 있습니다. 왜 이렇게 진화한 것일까요?

가장 유력한 기존 학설은 여성이 선 상태(직립)에서 의자 같은 곳에 앉은 남성 시각을 자극하여 짝짓기하기 위한 방편이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여성의 가슴과 앉았을 때의 남성의 눈 높이가 대충 맞습니다. (그래서 지하철에서 시선처리가 어렵죠.) 그런데 진짜로 이 이유 때문에 젖을 가슴으로 끌어올렸을까요?

그러면 유인원도 젖을 볼 때 성적인 자극을 받을까요? 아쉽지만, 젖을 성기로 인식하는 것은 사람 뿐입니다. 성행위를 가장 활발히 한다는 보노보Bonobo조차도 성교시에 젖에 신경쓰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의자에 앉는 행동은 인간이나 합니다. 암컷의 젖을 수컷이 쉽게 보려면… 음…. 유인원은 어떤 자세를 하더라도 어렵습니다. 따라서 성적인 이유로 젖이 가슴으로 올라왔다는 이론은 설득력이 전혀 없습니다.

그렇다면 유인원들은 왜 젖을 가슴까지 끌어올렸을까요? 유인원은 직립보행을 하기 시작하면서…. 나무를 타고 다니기 시작하면서 앞발이 손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런데도 젖이 아랫배에 있다면 어땠을까요?

새끼가 배에 매달려 젖을 빠는 동안은 움직이기가 매우 번거로워졌을 것입니다. 보듬고 보살피기도 그랬겠죠. 더군다나 천적에게 공격받기라도 하면 젖에 매달린 새끼를 챙겨들고서 자세를 고쳐 도망가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서 잡아먹히기 쉬웠겠지요. 새끼가 젖을 빠는 동안에도 언제든 도망갈 수 있는 자세를 유지하는 게 유리할 겁니다.

고릴라나 인간같은 대형 영장류들의 육아자세는 동일하다.
고릴라의 육아자세
(사진의 출처 : Ape List Pongoland)

또, 유인원은 앉아서 새끼에게 젖을 물리면서 네발 달린 포유류와 상황이 반대가 됩니다. 앉은 자세에서 허리를 돌리면 배 부위는 고정되어 있고, 움직이는 건 상체죠. 따라서 젖이 배보다 가슴에 있을 때 젖을 새끼를 향해 돌리기 쉽고, 그래서 젖을 물리기에 더 유리합니다.

새끼 입장에서도 물렁물렁한 배보다 딱딱한 뼈가 있는 가슴에 매달리는 것이 더 편했을 것이므로 생존율도 더 높았을 것입니다.
물론 아이가 없는 여성 입장에서도 덜렁거리는 젖이 아무것도 없이 물렁거리는 배보다는 갈비뼈로 지탱되는 가슴에 붙어있는 것이 여러 이유에서 생존율이 높았을 것입니다. (물론 이건 가슴이 부풀어오른 이후의 이야기입니다. 젖을 처음으로 위로 옮겼던 초기 영장류는 젖이 부풀지 않았으므로, 이런 측면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나무를 타기 시작하면서 두 팔에 자유가 주어진 순간, 사지를 이동수단으로만 사용하던 포유류에게서는 존재하지 않던 이유들이 젖 위치를 바꾸도록 진화를 촉진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손의 기능 변화에 맞춰 젖이 가슴으로 올라왔을 것입니다.

brown monkey sitting on ground
Photo by Sangeet Rao on Pexels.com

2. 젖은 왜 항상 부풀어 있는가?

인간의 사촌격인 동물, 즉 침팬지나 고릴라 같은 동물도 인간처럼 젖이 항상 부풀어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출산하여 젖을 물릴 때에도 젖이 거의 부풀지 않습니다. 인간도 가슴 크기와 수유 능력이 아무런 연관이 없습니다. 태어난지 일주일이 안 된 인간의 간난아기는 성별에 무관하게 젖꼭지에서 젖이 나옵니다. 태아 때 젖을 만드는 유선조직을 만들기 시작해서, 태어날 때는 거의 완벽한 유선조직을 갖추고 있는데다가, 태아 때 어머니로부터 젖분비 자극 호르몬LTH, lactogenic hormone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튀어나온 가슴은 전부 지방입니다. 그런데 그 지방은 아이를 수유할 때도, 여성이 굶주릴 때도 쓰이지 않습니다. 영향 공급 측면에서 쓰임새가 없다는 것입니다.

사춘기 여성의 유방의 성장은 호르몬의 영향이기 때문인데, 동시에 똑같이 영향받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크기가 다른 경우가 많다.
쓸모도 없이(?) 늘 부풀어 있는 사람의 젖

이런걸 생각하면, 동물이 젖을 안 부풀리는 건 당연해 보입니다. 야생동물이 부푼 젖을 계속 달고 있다면 생존에 매우 불리할 것입니다. 근육이 없어 덜렁거리는 젖은 운동에 도움도 안 되고, 에너지도 훨씬 많이 소모시켜서 지구력을 약하게 만듭니다. 매우 큰 젖은 몸을 뒤틀어지게 만들기도 합니다. 즉 부푼 젖은 장점은 하나도 없이 단점만 있습니다.

만약 아직도 유방이 배에 위치하고 있다면 어떨까??
두 젖은 위치와 크기가 다르다.

물론 운동할 때 극심한 충격이 몸에 가해지지 않도록 왼쪽 젖이 약간 더 크고, 위치도 좌우가 살짝 다르게 진화했습니다. 하지만 그정도로는 걷거나 가볍게 뛰는 정도에 도움이 될 뿐, 격한 운동에는 여전히 방해가 됩니다.

이건 동물도 마찬가지입니다. 쉽게 생각해서 암사자가 큰 젖을 달고 먹잇감을 뒤쫓는다면….. 아마 사냥에 99% 실패할 것입니다. 이것은 사냥당하는 쪽도 마찬가지여서 얼룩말이나 엘팔파 같은 동물도 젖이 크면 도망가기 힘들 것입니다. 그래서 동물 중에 늘 부푼 젖을 갖고 있는 종은 거의 없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젖소 뿐입니다. 그것도 야생 상태의 소는 안 그렇고, 인간이 개량하여 키우는 사육개체만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인간이 부푼 젖을 평생 유지하는 이유는 격렬한 운동을 포기할 만큼 큰 이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것이 무엇일까요?

아마도 남성 시선을 잡아둘 수 있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생리를 숨기는 것과 가슴이 부푼 것이 모두 비슷한 시기에 나타난 특징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이 아이디어가 맞는 것이라면, 털이 없어진 이후에 가슴이 부풀었다는 추정도 가능합니다. 털이 있으면 부푼 가슴이 눈에 잘 안 띄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여성의 유방은 대부분 지방으로 되어있다. 그러나 이 지방이 수유에 도움을 주는 것은 아니다.
여성의 부풀어오른 가슴

아프리카에는 우리가 아는 봉긋한 젖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젖을 갖는 부족도 있습니다. (극단적인 경우엔 아이를 등에 업은 상태로 젖을 물릴 수 있을 정도로 가슴이 길쭉한 부족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부족은 여성이 육아하는 동안에도 계속 생업에 종사하는 풍습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여성이 젖을 부풀린 것은 ‘일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먹고 살 수 있다’는 능력 과시용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공작새의 꼬리깃과 비슷하게…. 이걸 핸디캡 가설이라고 부르죠.

또 하나의 이유는 – 정설 중 하나인데 – 아직 목을 가누기 힘든 아이에게 쿠션 역할을 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인류가 아프리카를 떠난 뒤부터 많은 시간 동안 이동하고 일하면서 수유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을 생각한다면 이 주장은 설득력이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수유기간 이외에도 항상 부풀어 있는 이유를 설명할 방법이 없습니다. 실제로는 젖 크기와 육아 사이의 관계가 별로 없는 것으로 보아 이 아이디어는 신빙성이 적어 보입니다. (오히려 젖이 크면 육아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하네요.) 결과적으로 쿠션이라는 아이디어는 재미있는 발상이긴 하지만, 설득력은 없네요.

그렇다면 사춘기 이후 계속 부푼 상태를 유지하는 여성의 젖은 단지 악세사리라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요?

3. 왜 젖꽃판이 있는가?

다른 동물에게는 없고, 오직 인간만 갖고 있는 신체기관은 젖꽃판[유륜]이 유일합니다. 따라서 젖꽃판이 왜 만들어졌는지는 인간의 몸만으로 추정해야 합니다. 연구가 어렵겠죠?

젖꼭지에는 25~30개의 유선이 연결된다. 유선조직은 땀샘의 변형이라고 한다.
젖꽃판은 젖꼭지를 옷과의 마찰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을까?

성적인 목적으로 진화시켰다고 추정하기가 가장 쉽습니다. 앞에서 젖이 가슴에 위치한 이유에 대한 가장 유력한 기존 학설이라고 한, 여성이 선 자세에서 의자에 앉은 남성을 시각적으로 자극하여 짝짓기하기 위한 방편이라는 주장에서 젖 대신 젖꽃판을 대입하면 설득력이 더 커집니다. 앉는 자세를 인간만 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남성이 의자에 앉고 여성이 서 있다면 가슴 높이와 눈 높이가 대충 맞습니다. (이 아이디어는 최근 매스미디어의 행태를 보면 신빙성이 꽤 높은 것 같습니다.)

인간은 혼자 목도 가누지 못하고, 거의 보지도 못하는 영유아기가 다른 동물보다 훨씬 깁니다. 1 년도 넘죠. 이것도 젖꽃판의 진화에 직접적인 원인일 수 있습니다. 젖꼭지보다 더 넓은 젖꽃판은 아기가 시력이 약할 때 젖꼭지를 찾도록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 추정은 임신하고 출산했을 때 젖꽃판이 검어져서 더 두드러져 보이는 것을 보면 신빙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이 아이디어는 분명한 한계를 보이는데, 시력이 약한 간난아이는 시력이 아닌 냄새에 의존해서 젖꼭지를 찾기 때문입니다.

신재은@인스타
가슴이 부풀면 옷에 젖꼭지가 쓸리게 된다.

또 다른 이유를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젖꽃판에는 몽고메리선이라는 기름샘이 발달해 있어서 젖꼭지가 건조해져서 갈라지는 것을 막아줍니다. 특별히 보호하는 것이지요. 그럼 왜 젖꼭지를 특별히 보호해야 했을까요? 제 생각에는 옷과 관련이 있는 것 같습니다.

마라톤 같은 격한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젖꼭지에 반창꼬를 붙입니다. 옷에 쓸리면 아프고, 끝내 피가 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젖꽃판은 이런 사고를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추측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옷을 입기 시작한 시기와 털이 없어진 시기와 더불어 젖꽃판이 생긴 시기를 비교해야 할 것입니다. 옷과 털의 관계는 알아내는 것보다, 옷과 젖꽃판의 관계를 알아내는 것이 더 어려울 것 같네요.

참고로, 사람의 이를 연구한 결과에 의하면, 옷을 입기 시작한 것은 최소한 약 17만 년 전이라고 합니다. 이는 사람이 옷을 입기 시작한 뒤에야 머릿이로부터 진화해서 종분화 할 수 있었기 때문이죠. 그리고 사람이 등장한 것은 약 25만 년 전입니다.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젖은 몇백만 년 전에 수유 목적으로 가슴으로 올라간 뒤, 인간Homo sapiens으로 진화한 25만 년 이후에야 부풀어 오르면서 (기능과는 아무런 상관 없이)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다는 것을 남성에게 상징적으로 보여주며 점차 성적인 의미를 갖게 된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후에 옷을 입기 시작한 뒤에 젖꽃판도 생겼을 것입니다.

중국이 모유수유인식의날을 위해 배포한 사진
사람이 젖을 물리는 자세는 유인원과 같다. (출처 : 서울신문)

참고삼아 하나 이야기해 보지요.

제시카 알바의 모습은 서양 미적기준을 잘 말해준다.
제시카 알바

남성은 작은 가슴 못지 않게 큰 가슴도 별로 안 좋아합니다.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너무 큰 가슴은 아이 양육에 좋지 않다는 것이 우리 DNA에 프로그래밍되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최근에는 유방확대술같은 성형수술을 많이 하는 편인데, 그만큼 인류가 활동성을 생존수단으로 보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물론…. 그러한 기준은 시대와 사람에 따라서 다르므로, 남성 본능에 약간의 사회적 학습이 변화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인간의 젖이 커진 시점은 언제일까요?


유럽인은 대체적으로 냉장고가 보급된 시점에서 가슴이 두드러지게 커졌다고 합니다. 이는 예전 사람들의 그림과 조각을 보면 쉽게 확인됩니다. 물론 냉장고가 직접적으로 가슴의 크기에 영향을 준 것은 아닙니다. 음식물을 유통하고 보관하는데 냉장고가 큰 변화를 주었기 때문에 영양공급이 좋아져서 그만큼 가슴이 커졌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아프리카인은 가슴이 큰 사람과 작은 사람이 뒤섞여서 공존하고 있습니다. 애초에 아프리카는 사람이 산 기간이 길어서 DNA풀이 다양할 것이라 예상할 수 있습니다. 거기다가 게놈프로젝트 연구에 의하면, 가슴이 큰 유럽인 중 일부가 언제인지는 몰라도 다시 아프리카로 돌아간 것으로 조사됐다고 합니다.

반면 동양인은 가슴이 유달리 작습니다. 게놈 연구의 결과를 살펴보면, 가슴이 작은 이유는 환경적 요인이 아니라 유전적인 요인이라고 합니다. 이 연구를 보도한 기사를 인용해 봅니다. (지금은 이 기사보다 조금 더 정교하게 밝혀져 있다고 합니다.)

과학저널 셀은 두꺼운 모발, 더 많은 땀샘, 작은 가슴, 각진 형태의 치아 등 동아시아인의 특징이 3만5천년 전의 유전자 변이에서 비롯됐다는 논문을 게재했다고 1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중간생략)

연구진은 머리카락 등의 두께에 관여하는 `EDAR’ 유전자에 주목했다. 아프리카인, 유럽인들과 달리 대부분의 동아시아인은 EDAR 유전자가 변이를 일으켜 독특한 특징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야나 캄베로프, 파디스 사베티 박사를 주축으로 한 연구진은 이 유전자의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쥐의 EDAR 유전자를 동아시아인처럼 변형시켰다.

성장한 쥐의 털이 동아시아인들의 머릿결처럼 굵어지고 땀샘도 발달한 것이 확인됐다. 연구진은 이 결과를 중국인들에게도 적용해 중국인들이 땀샘이 많다는 것을 알아냈다.

또 변형된 EDAR 유전자를 보유한 쥐들은 동아시아인들처럼 가슴 조직이 덜 발달했다. 이를 통해 연구진은 아시아 여성들의 가슴 크기가 작은 것이 EDAR 유전자와 관련 있다고 추정했다.

출처 동양인은 왜 가슴이 작지?…수만년전 유전변이 때문

그리고 이렇게 가슴이 작은 유전자가 처음 나타난 시기는 인류가 아프리카를 떠난 뒤에 중동에서 유럽인과 분리된 직후인 3`5000 년 전으로 알려졌습니다. 유럽인의 가슴이 큰 유전자도 이 직후에 나타났습니다.

여기에 더불어 동양인, 특히 우리 한국인의 조상인 몽골족이 마지막 빙하기의 극심한 추위를 시베리아 지역에서 버티는 과정에서 이 유전자의 비율이 더 커졌을 것이라 추정할 수 있습니다. 젖은 근육이 없고, 지방층이기 때문에 몸에서 생긴 열이 잘 전달되지 않습니다. 체온을 측정하면 여성의 가슴 부분이 유달리 온도가 낮게 측정되는 이유입니다. 따라서 젖은 크면 추운 환경에서 동상 등으로 손상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즉 추운 환경에서는 작은 가슴이 생존에 더 유리했을 것입니다. (추운 지역에서 키우는 젖소도 마찬가지여서, 동상 위험 때문에 젖가리개를 해준다고 합니다.) 반면 몸 전체를 기준으로 했을 때는 동양 여성의 체지방율이 아프리카나 유럽의 여성보다 높은데, 이것도 빙하시대의 추위와 연관지어 생각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미국문화의 영향으로 우리나라의 미적 기준이 서양의 기준과 비슷해지는 것 같기는 합니다.
더 나가서 학자들 사이에는 문화가 성적 인식 등에 영향을 주는지도 연구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는 문화보다 본능이 더 큰 영향을 준다는 연구결과가 더 설득력이 높은 것 같습니다. 페미니스트라는 작자들이 아무리 이런 의견에 반감을 품고 있다고 하더라도, 단순한 수유 한 가지 목적만 맞다고 볼 수는 없어 보입니다.

25 comments on “인간 유방은 왜 지금처럼 진화했을까?”

  1. 데즈먼드 모리슨이 주장한 내용과 매우 유사한 점이 많군요.
    바디 워칭, 벌거벗은 원숭이에 유방에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죠.

    1. 아직 그 유명한 『벌거벗은 원숭이』를 읽어보질 못했습니다. 언젠간 읽어봐야 할텐데 말이죠. ^^;

    1. 예.. 예…
      필요이상의 해상도…
      하지만 원본과 비교하면 저것도 많이 줄인 것이라는..^^;

  2. 아무래도 가장 타당성 있는 이유가 되겠죠..
    그런데 본문보다. ps의 내용이 더 관심이 가네요.. 송혜교 사진은 왜 가져다 붙이신건지? :-) 어쨌건, 의도하고 관찰하는것은 아닙니다만, 외국에 있다보면 여성의 가슴크기가 한국과는 정말 많이 다릅니다. 골격이 그다지 다르지 않은데 비해 유방의 크기는 평균적으로 상당히 커서 부자연스럽다고 느낄정도인데..
    그래서 동양인 체형에 알맞아 보이는 크기의 가슴은 이곳에서는 “어린애” 가슴으로 인식될 수도 있고, 실제로 그렇게 이야기 하는 남자들도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크기의 기준이 다른 셈입니다만, 이것이 요즘에는 한국에도 전파되고 있는것 같습니다. 문화의 전파라는것이 상당히 말초적인것에서 부터 시작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군요..

    1. 그냥 우리나라 연예인들 중에서 ‘유방’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연예인이라서요. ^^
      다른 글래머 연예인들은 실제로는 별로 안 큰 (그러니까 뽕..) 경우이거나 수술한 경우인데, 송혜교는 무명때부터 유지하고 있는 경우라서…. ‘가슴’ 하면 송혜교가 떠올라서 올려봤습니다.
      왓슨은 상대적으로 올려봤구요. (사실은 사진 뒤지다가 발견한 김에 올렸다는..ㅋㅋ )

      우리나라 여자들의 경우는 안 그렇지만, 외국인들처럼 가슴이 크면 좀 부담스럽지 않나요?

  3. 여성의 서 있을때의 가슴의 위치와 남자가 의자에 앉아 있는 위치는 비슷한 위치이기는하나, 인간의 의자를 사용한 생활을 전문적으로 한건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즉, 의자라는 발명품을 어느정도 전문적으로 만들어내기 전을 생각한다면 이 의견이 타당하다고 생각하기는 어렵군요.

    저도 위치가 상단으로 오는 것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생각했던 부분인데, 외부에서 공격을 받아 도망가야하는 경우에 팔꿈치 이하의 높이를 갖는 부위는 모두 달리는데 사용됩니다. (대략 허리에 해당하는 위치입니다) 즉, 비상시에는 팔꿈치 이하의 높이는 사용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오죠. (실제 뛰어보시면 느끼실듯..) 따라서 아이를 안고 움직이는데 최적화 하는건 위치를 위로 올리는 방법 뿐이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정말 알 수 없는건 ‘어째서 크기가 큰가?’라는 의문입니다. 성인 여성이 적당한 속옷을 갖추지 않고 1km를 뛴것과 성인 남성이 1km를 뛰었을때 받는 충격은 엄청나게 다르다 합니다. 남성은 몇킬로를 뛰어도 다리와 허리에만 충격이 가지만, 여성의 경우 반동력과 질량으로 인하여 몇배에 달하는 충격이 가슴에 전해집니다. 뜯어질듯한 아픔이라는 표현을 사용할 정도죠.

    PS. 그림 끄고 글 읽었습니다. 움핫핫핫~

    1. 댓글 잘 읽었습니다.
      진화는 생각보다 어려운 문제들인 것 같습니다.
      ‘우연히 뭘 했는데 그것이 이전보다 낫더라…’ 식의 변화여서 그런건가봅니다. ㅎㅎㅎ

      가슴의 크기가 커지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일까요? 기실 청동기 이전 사람들에게서는 가슴이 지금처럼 크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아닐까요?)

  4. 헉! 이런 ^^
    이런 글도 쓰시는 군용..
    제목에 19금이라고 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볼 것 같은데요..^^
    그중에는 나이어린 분(?)들도 있을 것 같구요..^^
    포스트 사진 중에 제목과 상관없는 부분은 모자이크 처리를 해도 괜찮을 듯 한데요.
    (이렇게 생각하는 제가 더 이상할 수도 있겠네요..^^)
    외국 여배우는 이름이 틀린거 같아요..
    제시카알바 처럼 생긴 듯 한데요.

    1. 지적 감사합니다.
      왓슨이건 알바건 제게는 별로 상관없는…. (그래도 확인해서 틀렸으면 고쳐야겠네요. ^^ )

      우리 몸도 엄연히 과학적 탐구의 대상이다보니 글을 쓸때는 꺼리낌없이 작성합니다. 문제는 그 뒤에 공개할 때 항상 고민한다는… (공개 못한 것도 있다죠. ^^;;; )

      물론 ’19금’이란 문구 때문에 들어와 보시는 나이어린 분들도 계실지 모르겠지만, 전체적으로는 미리 경고를 해 두는 것이 좋지않나 해서 달아놨습니다.
      모자이크 처리…. 해야 할까요?
      원래 과학에서는 모자이크 처리 할만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만, 힘든 문제네요.

      우리가 공부하는 과학책에서도 성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는 것이 우리나라 교육의 현실인데, 그게 결코 바람직하지는 않은 것 같아요. ㅜㅜ

      댓글 감사합니다. 지적 많이 해주세요. ^^

  5. 제 친구랑 제가 종종 이야기하는 것 중 하나가, 도대체 아름다움이란 무엇이냐 하는 것이죠. 왜 “아름다운” 여자를 남자가 더 좋아할까… 도대체 “아름다움”이 무엇이고, 그것이 생존에 어떤 도움이 되었나… 저는 단순히 여자들이 아름다운 것은 남자들에게 더 잘 선택받기 위한 것 이상, 그러니까 아름다움이란 “균형”이고, 그 균형 속에 신체적으로 더 우월한 그 무엇이 내포되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왜냐 하면, 단순히 예쁘기만 한데 신체적으로 허약하면 분명 진화과정에서 불리하기 때문이죠.

  6. 내용도 재밌었지만
    사진중 하나가 유독 눈에 들어오네요.
    파일이름까지 생각날 정도에요.ㅎㅎ;;;;

  7. 맨 위에 달린 댓글 때문에 말인데요☞☜
    데즈먼드 모리스의 책은 <벌거벗은 원숭이>가 아니라
    <털없는 원숭이>에요ㅋ
    그냥 살짝 말하고 갑니다 (후다닥)

    1. 하하 감사합니다.
      언젠가 읽어볼만한 책인 것 같은데….
      막상 지금은 그 쪽에 관심이 가지 않아서….
      읽지 않고 있어요. 그래서 몰랐습니다.
      (라고 변명합니다.)

  8. 저는 유전학이나 생물..쪽은 문외한인데
    읽다가 문득 궁금한 점이 생겨서 질문 드립니다.

    여성의 경우에 수유에 유리한 쪽으로
    유방의 위치가 변이된 것이 아닌가 하는 가설에 대해
    남성 개체들에게도 이 생존을 위한 변이가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인가요?

    유방이 항시 부풀어 있는 것은 인간 암컷에만 진행되었다는 것은
    유방 이동의 이후에 일어난 것이기 때문에 특수한 케이스로 보게 되는 것인지요?

    1. 저도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만, 기본적인 구조는 남자와 여자가 동일합니다. 거기에 여성호르몬이 작용하여 가슴에 지방이 축적되면 여성의 유방이 되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남성의 유방이 되는 것이죠. (실제로는 여성에게서 여성호르몬이 어떤 관을 통해서 뇌하수체에서 가슴으로 직접 이동하게 되는데, 간혹 이 관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여성이 있어서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답니다. 엉뚱한 곳에 지방층이 형성된다거나 관에 구멍이 있어서 구멍이 있는 곳(주로 옆구리)까지 3개의 지방층이 형성된다던지….)

      아마 그래서 남성과 여성의 유방이 동시에 이동했을 것으로 추측합니다. (실제 여성호르몬을 처방받는 남성들이 종종 있는데 – 호르몬제제 중에서 여성호르몬이 주 성분인 것들이 있습니다 – 이런 경우 심하면 젖이 나온다는군요. 위에서도 한 번 말씀드렸지만 가슴이 부풀지 않은 남자지만 이미 수유조직을 갖추고 있다는 것입니다. 신생아 때부터….)

      유방 이동과 부풀어 있는 것에 대한 질문은 제가 잘 이해가 가지 않아서 답변드리기가 불가능하네요. 이해 부탁드려요.

  9. 좋은정보 감사드립니다 :-)

    저보다 더욱 높은 질의 글을 작성하셨군요 :-)

    1. 그냥 옛날 글이 생각날 때마다 하나씩 공개할 뿐이죠. ^^
      새로운 내용에 대해서는 아이디어만 쌓아두고 있을 뿐이고….
      언젠가는 작성해야 하는데 언제 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10. 연관글이 더 재미있다…. 우하하..
    사진은 빼고 글은 제 블로그에 좀 쓰겠습니다. 출처도 밝히고요.
    이런 글은 첨 봅니다. 그동안 보는데만 관심있었지 왜? … 음 새삼스럽네요.
    오늘부터 음미를 해야겠네요 과학적으로

  11. 어떤 소재이든 그것을 이해할 수 있는 단계라면 …굳이 19금이라는 설정은 사족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아! 성적 본능이란 이성의 수준을 넘는 것인가요….
    꼬리가 길어졌습니다……늘 건강하시고 가내 평안하시길 바랍니다

    1. 성적 본능이 때때로 이성 수준을 넘어서는 것도 맞고….
      이해할 수준까지 다다르지 못한 사람은 이성으로 볼 수 없습니다.

    2. ‘에잇, 모르겠다!’ 하고는 몽땅 수정해서 노출되도록 만들었습니다. 시원하신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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