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 습격사건 II -《권순분 여사 납치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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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5일 모 영화 동호회의 블라인드 시사회를 통해서 《권순분 여사 납치 사건》을 접하게 됐다.
시사회는 1표 2인이기 때문에 다른 분을 급히 섭외했는데 그 분이 극장에 오는 도중에 접촉사고가 나서 혼자 보게 됐다. (그 분은 안타깝게도 아마도 9월달 내내 병원에 계실 것 같다. ^^;;;;)
아무튼 그래서 혼자 보게 된 영화가 《권순분 여사 납치 사건》이었다.

이 영화는 감독이 주유소 습격 사건을 만들었던 김상진이다. 김상진 감독의 작품은 유명한 것이 꽤 많아서 <돈을 갖고 튀어라>(1995), <깡패수업>(1996), <투캅스3>(1998), <주유소 습격사건>(1999), <신라의 달밤>(2001), <광복절 특사>(2002), <귀신이 산다>(2004)가 있다. 물론 이 중에서 가장 유명한, 또 가장 잘 만든 작품은 <주유소 습격사건>이었던 것은 대부분 인정할 것이다. 그의 작품은 (내가 못 보았던 <깡패수업> 등을 제외하면) 유머 속에서 은근한 사회비판이 눈에 띄는데, 그 최절정기가 1999년이 아니었나 생각될 정도로 <주유소 습격사건>이 갖는 비중이 그에게는 컸었다.

《권순분 여사 납치 사건》는 <주유소 습격사건>과 비슷한 분위기의 영화다. 어리버리한 3명의 강도(?)가 영남 일대에서 제일 부자라는 권순분 여사를 납치하면서 발생하는 여러 에피소드들은 상영관의 90%를 웃음의 도가니로 만든다. 그리고 그러는 가운데 약간의 풍자와 사회비평이 양념처럼 섞여있다. 물론 단순 코미디로만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겠지만….
120분의 상영시간은 웃다보면 어느새 종점에 이른다. 영화가 끝나가는 마당까지 감독은 관객들을 웃음의 도가니로 몰아가려고 시도한다. 물론 코믹에는 나문희, 유해진, 강성진, 박상면 등 지금까지 조연만 해왔던 연기력이 탄탄한 주연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리라….. 그들의 너무나도 어설픈 연기(?)는 관중들을 폭소로 완전히 빠지게 만든다.

이 영화를 <주유소 습격사건>과 비교하자면 코미디는 좀 가벼워진 경향이 있고, 사회풍자도 좀 약해진 경향이 있다. 사건을 너무 강하게 만들다보니 후반부에 약간 논리적인 문제점이 발생하긴 했지만 뭐 어쩌겠는가? 그정도는 눈감아주자. ^^;;;; 그런 정도까지 완벽히 재연해 촬영한 영화들은 헐리웃에서도 그 자체만으로 화제거리가 될 정도니 우리나라 수준에서 (예산이 1/10도 채 안 되고 촬영여건도 상대적으로 나쁜 수준에서) 이정도면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이 영화를 <주유소 습격사건>과 자꾸 비교하는 것은 이 영화의 수준이 이전의 그의 작품들 중에서 <주유소 습격사건>과 비슷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주유소 습격사건>을 재미있게 본 분들이라면 이 영화를 선택하고 후회하는 분들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내일 개봉되니 제목이 바뀔리는 없지만….) 제목이 너무나 촌스러워서 -_-
아마 제목 때문에 보러가기 싫으신 분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지구를 지켜라>처럼…..

극장에 가서 적당히 웃고 적당히 즐기다 극장을 나와도 좋고, 그 안에서 감독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뒤져봐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폭력적인 장면 등도 별로 없으므로 추석에 온 가족이 함께 극장을 찾아갈 계획이거나 연인이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라면 추천한다.

작성일 : 2007.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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