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이 없는 사람에 대한 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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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이 없다”란 말을 많이들 하고, 많이들 듣지 않을까 생각한다. 비슷한 말로는 군대가는 남자에게 “정신좀 차리겠구나”, “주책없다” 같은 것들이 있고, 용례도 많다. 그런데 이 말의 정확한 의미는 별로 생각되지 않는 것 같다.

철이 없다는 말은 사전적으로는 나이가 적다는 의미다. ‘철’은 ‘사시사철’같은 말에서의 ‘철’과 같이 시간을 뜻하는 단어로서 철이 없다는 말은 결국 신체적 나이에 걸맞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러한 의미는 객관과 주관이라는 의미가 따라붙는데, 나이에 걸맞는 생각인지를 판단할 때 주관적인 기준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적용 기준을 두고 혹자들은 객관적이고 범용적인 가치관 등등이라고 이야기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여기서 객관적이고 범용적인 가치관에 또다시 주관과 객관의 잣대 문제가 발생한다. 객관적이고 범용적이라 함은 각각의 시대, 장소, 계층간에 서로 다른 기준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객관과 주관을 구분하는 기준은 ‘개성’의 의미와 상당히 닮아있다. (같지는 않다.) 사람은 누구나 주관적 판단기준(패러다임)을 갖고 행동하게 되는데, 많은 사람의 주관적 판단기준에 보편적으로 부합하는 것을 객관이라고 부른다. 객관은 결국 다수의 주관적 판단기준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남과의 대화와 교류를 통하여 객관적인 판단기준과 주관적인 판단기준에 대한 인식을 생성시킨다. 즉 객관적 판단기준은 대중 구성원 각각의 판단기준 중에 공통점을 일컷는 말이다. 그리고 각각의 구성원마다 다른 판단기준을 우리는 개성이라고 부르고, 주관적 판단기준의 일부로 여길 수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우리가 일반적으로 허용하지 않는 판단기준이 있는데 이를 범죄, 병, 문제 등등으로 부른다. 이 수준의 판단기준을 갖고 있는 구성원이 있다면 이 구성원은 집단에게 큰 해를 끼치거나 함께 어울리기 힘들어진다. (그래서 집단에 따라 범죄의 개념이 다르다.)

철이 없다는 이야기를 하는 경우 말하는 이의 판단기준에 의한다면 대상에 속하는 사람이 나이에 걸맞지 않는 행동을 한다는 의미다. 그리고 이 말의 의미는 부정적으로 사용된다. 더 나아가 철이 없는 사람들은 공동체에 피해를 끼칠지도 모르는 잠재적인 위험군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철이 없다는 말과 개성이라는 말은 차이점을 갖고 있다. 그런데 철이 없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자기 행동은 자신이 포함된 주변인에 의한 또다른 객관적 판단기준에 부합하는 행동일 가능성이 높다. 결국 철이 없다고 생각한 사람의 행동이 반대 입장에서 역시 마찬가지로 철이 없는 행동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결국 철이 없다는 표현의 이면에는 사회의 일반적인 패러다임에서 벗어난 행동을 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러나 기존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새로운 사회의 패러다임의 주체가 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새로운 패러다임이 우리 사회 주류가 되느냐 비주류가 되느냐와는 전혀 상관없이 이 이야기는 성립한다. 어떤 경우에는 그 패러다임이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 당사자 한 사람일 경우도 존재하겠지만, 그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을 수 있다. (물론 모든 경우를 긍정적인 가치로 평가할 수는 없을 수도 있다.)

참고삼아 이야기하자면, 계층적 변화에 따라 패러다임이 보편적으로 변하는 대표적인 현상으로 세대차이라는 것이 있다. 각각 나이대에 따라서 생각 방식이 달라지고, 이러한 차이는 그들의 행동(방식)이 서로 다르게 만든다. 이러한 차이가 발생하다보니 나이가 많은 계층과 적은 계층은 항상 서로를 불만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따라서 서로를 철이 없다든지 하는 용어를 사용해서 공격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는 선사시대의 동굴벽화에도 그렇게 적혀 있었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듯이 세대차이는 항상 생길 수밖에 없다. (물론 벽화에 실제로 그렇게 적혀있었지는 않았고 누군가가 꾸며낸 이야기일 것이다. 선사시대 동굴벽화를 남긴 사람이 훗날 자기 그림을
살펴보더라도 못 알아볼 것이다.) 그리고 젊은이가 나이들어감에 따라서 자신이 그렇게도 싫어했던 나이 많은 세대를 닮아간다는 것도 아이러니다. 이는 젊은이 패러다임이 경험과 사고 부족으로 생긴 것이기 때문일 수도 있고, 인간의 뇌가 성장하면서 점차 보수화하는 특성이 있을 수도 있다.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전반적으로 이러한 패턴이 반복되어온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다시 처음 이야기로 돌아와서, 철이 없다는 말을 부정적으로 사용하지만, 그 의미가 부정적이지는 않다. 철이 없다고 보는 기준은 각자의 기준, 그것도 부정확한 기준에 따라서 이뤄지고 있다. 따라서 더이상 철이 없다는 말을 사용하면 안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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