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만 소용돌이

6 comments

겨울철 찬바람이 매섭게 불어올 때면 전봇대 위의 전선은 온 몸을 떨며 구슬픈 울음을 운다. 시골 농로로 흐르는 물결에 드리워진 풀잎은 주기적으로 좌우로 흔들리는 모습이 마치 춤이라도 추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이러한 현상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제주도에 나타난 카르만 소용돌이


위의 이미지는 MTSAT 기상위성이 우리나라를 적외선 관측한 결과물로 지난 1.23 15:00 ~ 1.24 17:00까지 약 26시간동안 촬영한 결과를 하나로 묶어놓은 것이다. 1시간이 1초로 압축되어 있다고 생각하면 적당할 것이다. 이미지를 가만히 살펴보면 24일 아침 8:00경에 제주도 남쪽으로 뚜렷한 소용돌이 모양이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모양은 16일에도 나타났다.

제주도에 나타난 카르만 소용돌이

이렇게 적당한 빠르기로 균일하게 흐르는 흐름 속에 장애물이 존재할 때 규칙적으로 소용돌이들이 형성되며, 연구자의 이름을 따서 카르만 소용돌이열 (Karman’s vortex series)이라 부르고, 각각의 소용돌이를 카르만 소용돌이 또는 카르만 볼텍스(Karman’s vortex)라고 부른다.

카르만 소용돌이는 물체의 양 옆에 두 가닥이 교대로 규칙적인 모양을 띄며 생긴다. 이 때 두 열의 간격과 소용돌이의 간격은 0.3배가 되는 것이 가장 안정적이라고 한다.
만약 바람의 속도가 너무 빨라지면 규칙적인 간격의 카르만의 소용돌이가 생길 수가 없게 된다. 이럴 때는 난류가 형성되면서 카르만의 소용돌이는 사라지게 된다.

인터넷에 이러한 원리를 잘 설명해주는 이미지가 있어서 소개한다.

이러한 기류의 형성은 유체의 층흐름이 발생할 때 각 층의 속도차이가 존재하면 속도가 빠른 곳에서 느린 곳으로 운동량이 전달되어 균일하게 형성되는 일반적인 점성 유체의 운동에 비해서 거대한 구조(카르만 세포)의 소용돌이가 형성되어 한꺼번에 커다란 소용돌이가 떨어져 나감으로서 운동량이 한꺼번에 대량으로 외부로 빠져나가는 현상이 발생하여 점성계수가 매우 커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러한 점성을 맴돌이점성 또는 겉보기점성이라 부른다.

잠수함이나 배의 운동에 있어서 운동방향의 뒤쪽에 발생하는 카르만 소용돌이는 배나 잠수함 운동을 크게 방해하게 된다. 그래서 같은 연료로 좀 더 먼 거리를 여행하기 위해서 잠수함이나 배 뒤쪽 소용돌이를 줄이는 연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행기 후면에도 일종의 카르만 소용돌이가 발생할 수 있다. (이를 일부러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그에 비하면 어류나 조류의 모양새는 유체역학적으로 카르만 소용돌이가 잘 형성되지 않는 매우 훌륭한 모양새를 갖고 있다. 그들의 뒷면에는 카르만 소용돌이나 난류가 거의 형성되지 않기 때문에 인간이 만든 기계보다 훨씬 더 효율적으로 수영이나 비행이 가능하다.
더군다나 그들의 느릿느릿하게 움직이는 꼬리는 커다란 카르만 세포를 형성시켜서 꼬리가 더 큰 추진력을 얻도록 만든다. (몸에서 발생하는 카르만 소용돌이는 헤엄치는 것을 힘들게 만들지만, 꼬리의 움직임에 의해서 생기는 카르만의 소용돌이는 반작용을 크게 만들어서 추진력을 크게 만든다.)

우리 조상들이 타고 다녔던 삿대로 저어가는 작은 배의 경우에도 물고기의 꼬리와 마찬가지로 느릿느릿 움직여 커다란 카르만의 소용돌이를 형성시킨다. 이러한 소용돌이 또한 배가 더 큰 추진력을 얻도록 해주는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겨울철에 전선이 부웅하면서 우는 것이나 회초리 또는 채찍같은 것들이 빠르게 움직일 때 소리가 나는 것은 카르만 소용돌이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작은 물체 뒤편에 생기는 카르만 소용돌이 주기가 가청주파수일 때 그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카르만 소용돌이 규모가 거대해서 주기가 매우 커진다면 소리를 들을 수 없다. 제주도에서 발생하는 카르만 소용돌이는 주기가 수 시간으로 길기 때문에 사람은 물론이고 그 어떤 동물도 그 소리를 들을 수 없다.

두꺼운 막대기를 휘두를 때 소리가 잘 나지 않는 이유는 카르만의 소용돌이가 형성되는 주기가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청주파수 진동이 생기려면 그만큼 유체가 빨리 흐르거나 반대로 물체가 빨리 움직여야 한다.
(인터넷에 떠도는 글 중에서 채찍소리는 채찍이 음속을 돌파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봤었는데 모두 근거 없는 이야기다.)

반대로 물체의 크기가 어느 정도 이상 커지면 카르만 소용돌이가 형성되는 속도는 음속을 넘어가게 되어 카르만 소용돌이가 절대로 생길 수 없게 된다. 카르만의 소용돌이가 생기기 전에 난류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제주도의 카르만 소용돌이는 매년 몇 번씩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세계적으로 진귀한 기상현상이다. 꼭 제주도에서만 발생하는 현상은 아니지만 제주도에서는 쉽게 관찰되고, 다른 곳에서는 쉽게 관찰할 수 없기 때문에 많은 학자들이 제주도의 카르만 소용돌이에 대해서 연구하고 있다.

이러한 카르만 소용돌이는 프로펠러 없는 유량계에 이용하기 위해서 연구되고 있다. 관 속에 장애물을 넣어놓고, 그 장애물 주변에 유체가 흐를 때 카르만 소용돌이가 어떻게 발생하는가를 관측하여 유체가 얼마나 흐르는지 측정하는 것이다. 관 속에 프로펠러를 설치하지 않으면 만들기도 쉽고, 제조단가도 쌀 뿐 아니라 설치하기도 쉬워진다. ( 그리고 음파를 관 밖에서 관 속으로 쏘아 유체의 흐름을 측정하는 유량계도 연구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원리를 이용하는 유량계는 아직까지 오차가 너무 크기 때문에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표준과학연구소에서 연구되고 있었는데, 현재는 연구가 중단된 상태라고 한다.)



내가 일기예보 위성사진에서 카르만 소용돌이를 발견했던 것은 초등학교 1학년 때쯤이라고 기억된다. 그 당시에는 흑백TV에서 아나운서가 직접 지도 위에 매직으로 기상도를 그리면서 일기예보를 하곤 했다. 그래서 어쩌다가 한 번씩 나오는 위성사진이 인상 깊었고, 그래서 좀 더 꼼꼼히 살펴보다보니 발견하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카르만 소용돌이에 대해서 살펴봤는데, 위의 제주도 위성사진 이미지는 한 가지를 더 말해준다.
그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다시 다룰 것이다.
그리고 난류에 대해서도 짧게나마 다음에 다루려고 한다.

글 쓴 날 : 2008.06.06
홍콩항에서 출항하는 배의 뒤편에 카르만 소용돌이가 생겼다.
날개가 팔락이는 종이비행기 접기

6 comments on “카르만 소용돌이”

  1. 헛.. 저렇게 엄청나게 큰 스케일로도 관찰할 수 있다니. 재밌군요..
    칼만 보텍스는 유속이 빠르면 사라질테니 제주도 근처 유속이 어정쩡한 모양이군요.:)

    1. 범 우주적으로 관찰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찾아보고 있는 중인데 못찾겠더라구요. ^^;;

  2. 정말 좋은 자료 감사합니다. 카르만의 소용돌이에 대해서 아는 데 매우 도움이 되었습니다. 좋은 하루되세요.

작은인장 에 응답 남기기응답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