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계가 200쪽의 책이라면] 김항배/세로북스

재미있는 기획으로 나온 과학책이다. 나에게는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았지만, 학생에게는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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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서 발견하고는 흥미롭게 기억해 뒀던 책이다. 그런데 유투브 카오스 사이언스 채널에서 이벤트에 두 번이나 당첨돼서 책을 두 권 받았는데, 그중 하나가 이 책이었다. ^0^ (다른 한 권은 이미 10여 년 전에 읽었던 책이었다. ;;;)

아무튼 이 책은, 지금 책을 쓰고 있는 상황에서 ‘컨셉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게 해준 책이다. 이 책은 글만 따지면 분량이 얼마 안 됐으니, 글쓴이가 책을 쓰기가 무척 쉬웠을 것이다. 읽는 사람도 금방 읽을 수 있다. 그렇다고 내용이 부족하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다만, 목표로 하는 독자층의 연령이 조금 낮아지고, 책을 꼭 양장으로 만들어야 해서 제작단가가 조금 비싸졌다.

[태양계가 200쪽의 책이라면]

김항배/세로북스
207 쪽/양장/하드커버/가로로 긴 판형
1 판 3 쇄
ISBN 979-11-970200-0-1
2만 원

하얀색 하드커버 표지와 회색 내지를 양장으로 단단하게 묶은 책이다. 책이 가로로 길어 뜯어지기 쉽고, 컨셉 때문에 활짝 펼쳐져야 해서 양장으로 묶고서 하드커버로 표지를 만들 수밖에 없었다. 비록 제작단가가 1/4 이상 더 들었겠지만, 현명한 선택이라 생각한다. ([마법의 비행]도 이 책처럼 만들었어야 했을 것이다.)

책 내용은 해에서부터 해왕성까지의 사이에 있는 행성, 소행성 같은 천체에 대한 이야기이다. 우주먼지 같은 작은 것에 대해서 전혀 언급하지 않은 게 약간 아쉬웠다. 내 경험에 비춰보면, 태양계를 이해하는데 우주먼지가 꼭 필요했다. (사실은 지금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뭐 그쪽을 연구하는 천체물리학자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지만….)

차례는 볼 필요가 별로 없어 보인다. 책에 나온 글 자체가 워낙 적기 때문이다.


책은 시작하자마자 약간의 글이 있고, 그 뒤 여섯 쪽에 걸쳐서 불꽃 이미지만 있다. 해의 모습이다. (아쉽게도 주연감광 같은 건 고려되지 않았다.) 해의 모습이 끝나자마자 바로 수성이 나온다. 세 번째 쪽이다. 그 뒤 바로 금성과 지구와 화성이 나온다. 설명할 공간이 없다. 페르마가 아주 좋아할 상황이다. 보통 비율을 딱 맞출 때 일어나는 비극이다.

하지만 화성을 넘어선 뒤부터는 상황이 반전된다. 행성이 워낙 띄엄띄엄 있다보니, 할 이야기보다 책의 여백이 훨씬 넓어진다. 아무튼 그만큼 책에 공백이 많이 있다. 그러니까 이 책을 읽다가 떠오른 생각을 여기저기에 메모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

이 책의 내지 디자인이 조금 애매했다. 우주 분위기를 만들려고 그랬는지 책 안쪽을 전부 회색으로 칠했는데, 덕분에 가독성이 조금 나빠졌다. 거기다가 전체를 2도로 인쇄했는데, 연두색(표지의 바로 저 색깔)은 회색 위에서 그리 눈에 잘 띄지 않았다. 다른 색을 쓸 수 없었을까나?? 아니면 특별한 이유로 녹색을 쓴 것일까?


이 책을 읽으면 좋을 독자층은 초등학교 고학년과 중학교 학생 정도다. 물론 이 책에 나온 일부 지식은 고등학생이 이해하기에도 약간 어렵다. 책이란 건 뭐 보통 그렇게 읽는 거니까…..

아래는 이 책을 읽으며 메모한 것이다.

  • 58 쪽 첫 문단 : 목성은 많은 소행성을 흡수하지만, 실질적으로 흡수하는 것보다 더 많은 소행성이 태양계로 들어오도록 만든다. 천문학에는 이런 잘못된 상식이 많다.
  • 58 쪽 3 줄 : 가장 최근에 뉴스가 되었던 사건은 2009 년과 2010 년 슈메이커-레비9 혜성의 파편들이 목성으로 떨어지면서 최대 8000 km짜리 거대한 반점을 만든 일입니다. (슈메이커-레비9 혜성이 목성과 충돌한 건 1994 년 7 월이다.)
  • 148 쪽 : 설명이 너무 간결해서 읽는이가 이해하기에는 무리로 보인다.
  • 169 쪽 설명도 : 틀렸다….^^;;; 정확한 설명을 하기 위해서는 자전의 영향도 이야기해야 해서 설명이 복잡해지겠지만, 간단히 하겠다고 이렇게 틀린 상태로 그리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
  • 177 쪽 밑 3 줄 : 화성과 유로파는 물이 존재할 뿐만 아니라 지열로부터 생명체가 필요로 하는 에너지 공급도 가능해 보여, (생명체가 등장했을) 기대치가 가장 높은 곳입니다. (문장의 의미를 분명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괄호 안의 어구를 추가해야 한다.)
  • 182 쪽 2 줄 : 인류는 아프리카에서 발원하여 새로운 가능성을 쫓아서 ~~로 퍼져나갔습니다. (쫓아서 → 좇아서)
  • 198 쪽 밑 3 줄 : 해왕성에도 천왕성처럼 가느다랗고 희미한 고리가 있습니다. (근데 막상 천왕성 설명할 땐 고리 이야기를 하지 않았었다. 서술의 통일성 유지를 위해 양쪽 다 넣거나 빼는 게 좋겠다. 근데 목성의 고리 이야기는 했던가?)

광압은 이 책에서 설명하지는 않지만, 이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을 일부 설명하고 있다. 그러니까 어딘가 빈 공간에 광압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고, 광압이 일으키는 현상을 정리해 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1. 해의 안쪽에서 방출되는 햇빛에 의해 태양풍이 발생한다.
  2. 우주먼지의 궤도가 변한다. (근데 이건 너무 복잡해서 주독자층에게 안 맞을 수도 있다.)
  3. 인공위성이 낙하한다. (근데 이건 태양풍 같은 다른 요소의 영향이 월등이 커서….)
  4. 소행성의 궤도가 변한다.(햇볕이 쪼여진 곳의 온도가 높아지면서 방출되는 복사가 강해지고, 복사에 의해 가해지는 복사압도 강해지면서 궤도에 영향을 준다.)
  5. 또 뭐가 있으려나?

ps. 2022.08.13 추가

세로 출판사 이희주 님께 이메일로 피드백을 받았다.

지적해 주신 부분 중

*177쪽: 해당 문장만 보면 추가하신 어구가 필요하지만, 제목도 ‘외계 생명체를 찾아서’이고, 해당 문단에서 계속 생명체 이야기를 하고 있기에, 문맥상 충분히 이해 가능할 것 같습니다.

*182쪽: ‘가능성을 좇다’만 보면 ‘추구하다’의 의미를 지닌 ‘좇다’가 적절하겠지만, 그 뒤에 ‘아시아로 유럽으로… 퍼져나갔다’로 이어져 “어떤 대상을 잡거나 만나기 위하여 뒤따르다”는 의미의 ‘쫓다’로 썼습니다.

내용과 관련하여 지적해 주신 사안은 저자 선생님께 검토 부탁드리고, 수정이 필요한 부분은 다음 쇄에 반영하도록 하겠습니다.

책을 다시 꺼내서 확인해 봤는데, 위 두 항목도 내 의견이 더 정확하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피드백 해주는 출판사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피드백이 반가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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