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적인 영화 – 황진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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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 : 송혜교(명월 역), 유지태 (노미 – 者 역)
컨셉 : 16세기에 살았던 조선 최고의 기생 황진이에 대한 영화
극장 : 송탄 롯데시네마 3관
평점 : ★★★★

영화 평에 앞서서…….
처음으로 일흔이 넘으신 아버지와 같이 영화를 보러 가게 됐다. 최근 아버지께서는 혼자서 영화를 보러 극장에 가끔 다니셨던 것 같다. 오늘의 영화 선택은 ‘밀양’과 ‘황진이’가 후보에 올랐는데, 당연히 ‘황진이’가 선택될 수밖에 없었다. (일단 자막을 봐야 하는 외국영화는 아버지한테는 무리이고, ‘밀양’을 아버지가 좋아하실 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쩔 수밖에 없이 선택할 수밖에 없는 영화를 보러 영화관에 도착했을 때 극장 직원의 아버지를 포함한 우리 식구들에 대한 친절은 감동을 불러일으키려 하고 있었다. 직원들에 대해서는 롯데시네마 사장이 충분히 감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이 글에는 영화의 줄거리가 포함되지 않았음
KBS 드라마 '황진이' 포스터

영화가 어디까지 픽션이고, 어디까지가 논픽션인지 나는 알지 못한다. 황진이에 대해서 최근에 KBS에서 드라마로 만들었나본데, 나는 영화를 보고 와서 조금 전에 검색해 볼 때까지도 그것을 알지 못했다. 그리고 내가 황진이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은 세간의 누구나가 다 아는 ‘송도삼절’이니 하는 것 밖에 없다.
따라서 내가 평하는 것은 오직 영화 속에서의 이야기임을 알아두기 바란다.

우선 이 영화는 정말 뛰어난 영상미를 자랑한다. 특히 마지막 산의 장면은 CG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했다. 맨 마지막에 나오는 촬영장소를 살펴보니 금강산에서 촬영한 것을 알 수 있었고, 정말 금강산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금강산만큼이나 뛰어난 영상미를 제공해 줬던 것은 커다랗게 클로즈업한 송혜교의 얼굴이었다. 영화를 보다가 중간 중간의 장면을 캡쳐하여 컴퓨터에 저장하고픈 맘을 들게 만들었다. (아마도 DVD가 나온다면 스크린 샷을 시도해서 배경화면으로 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또한 뛰어난 영상미만큼이나 멋진 모습은 여백의 미 – 한국인만이 갖고 있는 정서를 그대로 내장한 음향이었다. 아마 이 영화를 외국인이 본다면 뭔가 불안감을 느낄 것이라 생각한다. (아마 외국에서 개봉하려고 한다면 배경음악을 충분히 더 삽입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한국인에게는 귀의 공백과 느릿한 화면의 전환은 무언가 나름대로의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면서 편안함을 제공해 주기 때문에 더할 나위 없는 멋진 기법중 하나로 통할 것이다.

시나리오도 아주 재미있는 편이어서 일흔을 넘기신 아버지께서도 재미있었다는 말씀을 하실 정도였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전반적으로 조선시대나 오늘날의 대한민국이나 거의 비슷한 모습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의미에서 본다면 이 영화는 사회고발 영화와 같다고 볼 수 있다. 과연 16세기나 21세기나 우리나라의 사회적인 효율성이 너무 나쁘다는 생각을 이 영화를 보면서 깨닫게 만들어 줬다.

하지만 황진이에 옥의 티가 존재하니…….

첫째로, 우선 영화 초기에 촬영하는 동안 가끔 카메라의 초점이 맞지 않는 것 같았다. 일부러 그런 것이었을까? 별로 그렇게 생각되지 않는데도 그런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둘째로, 내용에 비해서 140 분의 러닝타임은 좀 길게 느껴졌다. 나는 이렇게 생각하기로 맘먹었다. “송혜교의 얼굴을 클로즈업하느라 시간이 늘어난 것이리라!!” 실제로 송혜교의 클로즈업 샷이 너무나도 많았고, 이것 자체는 그리 나쁘지 않았는데, 전체적으로 약간 느슨해진다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었다.
결국 황진이가 영화 초기에 세상을 아래에 두려고 한다는 자신의 뜻이 영화의 종반까지 이어지지 못하고, 결국 이성에 대한 사랑으로 기우는 것 같았다. 영화 컨셉을 남녀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로 설정해서일까?

셋째로, 제일 처음 나오는 장면 중에서 개똥이와 노미가 어떤 패거리와 싸우는 장면들이 나온다. 그런데 이 장면의 의미를 파악하기 힘들다. 이 장면에 대한 해석을 못할 건 없지만, 그 개연성이나 이후의 영화 전개와는 좀 동떨어진 구성임을 부인하기는 힘들다. (사실은 이 부분이 거의 30분 정도 됐는데, 길어도 너무 긴 것 같았다. – 초반부가 약간 지루했다.)

넷째로, 송혜교의 클로즈업 장면을 자주 보여주다 보니 송혜교의 귓불에 있는 구멍이 너무나 잘 보였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충분히 볼만한 가치가 있어 보인다.

옛날의 사극영화 <스캔들>이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지만 전혀 우리의 옛 정서를 담아내지 못한 것에 비해서 <황진이>는 충분히 우리의 정서를 담아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최소한 송혜교 얼굴 보는 것만큼으로도 어느 정도 나쁘지는 않았으니까…….

ps.
롯데시네마는 다른 것은 괜찮다고 해도 영사기와 스크린에 돈을 좀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전에 인천에서 롯데시네마에 갔을 때도 그랬지만, 화면에는 가끔 반짝이는 것들이 보이고, 스크린에는 판을 이어붙인 부분이 검게 수평선으로 보인다.
음향이 조금 약한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음향에 투자하려면 돈이 이만저만이 아닐 듯..!) 화면에 나타나는 문제는 영화에 집중하기 힘들게 만든다.

ps.
이 영화의 평가단(?) 목록을 보니 ‘이규영’이란 이름이 있더라….
이 부분에 대해서 뭐라 하고 싶지만 생략한다.

ps. 2021.11.30 추가
약 15 년 전에 쓴 이 글을 지금 다시 읽어보니, 엄청 웃기다. 이걸 내가 썼지만, 리뷰라고 쓴 건지… 송혜교 얼굴 이야기밖에 없네…ㅋㅋ 평가도 별 4 개면 너무 후하다. (최근에 이 영화를 안 봐서 모르겠지만, 반 개는 깎아야 할 듯….)

7 comments on “한국적인 영화 – 황진이 [★★★★]”

  1. 제 기대치보다 재미있나보군요 ^^
    드라마 황진이를 재미있게 봐서.. 약간 김빠진 느낌이 들었거든요. 확실히 소재가 겹친다는 것은 마이너스가 되는 것 같네요 ^^
    리뷰 올리신 것을 읽으니 극장에 가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

    1. 제 글 보고 ‘꼭 가야지’ 이런 생각을 하신다면 제가 부담이 될 듯 싶고….
      하여튼 영화는 재미있더군요. (제가 드라마를 본 적도 없고, 황진이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어서인지도 모르겠지만요.)

  2. 보고싶은 영화리스트 중 하나랍니다.
    보고싶은 영화가 넘 많네요. 황진이를 비롯하야, 슈렉3, 해리포터 등등.

    1. ^^
      어떤 분처럼 날 잡아서 하루동안 allin해 보심이 어떠실지?? (그 때 저도 꼽사리 끼워주시면 더 좋구요.)

  3. 송ㅎㅖ교때문에 꼭 보리라 맘먹고 있었는ㄷㅔ,
    아직까지 못 보고 있었어요
    먼저 본 ㅈㅔ 친구는 정말 너무 재미없고 지루했다고 그랬는데,
    작은 인장님의 평을 보니 다시금 꼭 봐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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