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폰 청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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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로 6일간의 여행을 갖다 왔다.

야근으로 하루 18 시간씩 일하는 친구가… 체력 저하로 고생고생하다가 같이 쉬러 가자고 해서, 즐거운 마음으로 룰루랄라 가게 됐다. 그러나 아이폰에 딸린 이어폰이 망가졌다.ㅜㅜ 이어폰의 음이 이상하게 들렸는데, 아마도 주머니 속에 있던 모래가 아이폰의 구멍 속으로 들어갔던 것 같다. 가뜩이나 보호망이 찌그러지는 등으로 인해서 음질이 변해 새로 사야겠다고 맘먹었던 난 미련 없이 버리고 새로 구매하기로 작정했다.

예상가격이 딱히 정해진 것은 아니었다. 그냥 음질이 마음에 드는 걸로 들어보고 사고자 했다. 청음해본 곳은 예전에도 가서 범용적으로 쓰기에 딱 좋은 SENNHEISER(젠하우저) PX200을 구매했었던 헤드폰샵이라는 곳으로, 용산 아이파크몰 5층의 154~155 부스에 있는 곳이었다.

이 글을 읽어두기 전에 알아둬야 할 점이 있는데, 소리를 듣는 일은 처음엔 소리에 점차 민감해지다가 피곤해지면서 점차 둔감해진다는 것이다. 약 두 시간쯤 청음하였으니 중간 부분에 들은 것이 가장 정확하고, 앞과 뒤에 들은 것은 덜 정확한 점이 있을 것이다. 또, 처음에 들은 제품은 지하철과 용산역 청사의 거대한 구조물에 의한 저음에 노출되었기 때문에 저음을 좀 더 약하게 듣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모든 사용기를 트위터에 하나씩 짧게 올렸었는데, 이를 시간 흐름에 맞게 조금씩 보정한다.

기본으로 사용한 음원은 크게 세 종류로, 고음 목소리를 위해 서진영의 ‘for you’와 ‘love letter’를 사용했고, 저음 목소리를 위해 아이유의 ‘기차를 타고’, 김광석의 몇 곡을 이용했다. Sine파의 정확도와 음 분해능을 시험하기 위해서는 Andre Gagnon의 <Monologue> ‘prologue’를 비롯한 몇몇 곡, Gustav Leonhardt 연주의 <Goldberg Variations> ‘Aria’, Karajan 지휘의 <Romance> ‘Mozart : Eine klein Nachtmusik’ 정도를 기준으로 사용했다.

재생기기는 아이폰 3GS여서 성능 자체는 나쁘다. 어차피 돌아다니면서 편하게 들을 목적으로 아이폰에 딱 맞는 헤드폰을 구매한 것이다.


우선 가장 먼저 살펴본 헤드폰은 젠하우저(SENNHEISER) 제품들이었다. 예전 기억에 떠올려보면, 대중에게 가장 호평받던 이전의 SENNHEISER PX100은 내겐 음색이 좀 안 맞아서 대신 SENNHEISER PX200을 구매했었는데, 이들 제품은 단종되었다.

그리고 각각 두 번째 모델이 9’9000 원의 SENNHEISER PX100 II와 11’5000 원의 SENNHEISER PX200 II이었다. 그런데 예전에 듣던 소리는 전혀 아니었고, 엄청난 왜곡 등, 전혀 들어줄 수 없는 소리가 났다. ‘4 년간 SENNHEISER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도대체 이런 소리가 나는 것을 어떻게 출고할 수 있단 말인가?’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리 속에 스쳤다. 그 옆에 있던 파나소닉(Panasonic)의 RP-HX40 제품이 훨씬 좋은 소리를 들려주고 있었다. 그래서 리뷰 쓰는 것조차 간단히 포기했다. ^^;

파나소닉 RP-HX40, 3'3000 원

싸구려 음질의 파나소닉은 좀 왜곡이 있어서 그렇지, 원음에 충실한 편이다. 생김새와는 다르게 귀는 편했다.

phiaton ms400, 34'0000원

저음이 좀 강한 편이다. 전체적으로 저음에서 고음까지 골고루 섬세하게 재생해주는 제품이다. 무엇보다 소리의 분해능이 좋아서 클래식에 어울렸다. 소리 차폐도 좋다. 비싼 값을 한다.

pioneer hdj-500, 15'9000 원

청명한 음으로 산뜻한 느낌이 난다. 분해능은 아주 약간 문제여서 클래식에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할 분들이 계시겠지만,  보편적으로 사용에는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처음 들었을 땐 저음을 강조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나 막판에 다시 들어보니 저음을 강조하고 있었다.

전반적으로 괜찮은 제품이다.

Pioneer hdj-1000, 28,6000 원

나름대로 금색을 입혀서 고급스럽게 보이게 만들고 싶었겠지만, 금색이 고급스럽게 보이는 경우는 거의 없다. (가끔 광적으로 좋아하는 사람이 있긴 하다.) 이 제품 또한 착용하고 다니면 눈에 잘 띄겠지만, 고급스럽게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음을 뭉뚱그리는 느낌이다. 덕분에 고음의 서진영 노래는 웅얼거리는 것처럼 들린다. 상대적으로 저음이 강하게 들렸다. 분해능과 발란스가 심하게 깨져있는 상태였다. 저음을 지극히 좋아하고, 분해능이 별로 필요 없는 해비메탈류를 주로 듣는다면 어울릴까, 보통 사람에게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이다.

Pioneer se-dj5000, 14'5000 원

화이트노이즈가 들렸다. 이 화이트노이즈가 어디서 온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바로 위에 소개한 Pioneer se-dj5000처럼 소리를 전반적으로 뭉뚱그려 들려주기 때문에 분해능이 아주 안 좋았다. 청음해보는 몇 분만에 내 귀를 아프게 만든 장본인… -_-; 최악의 제품 중 하나라고 해도 별로 틀리지 않을 것이다.

※ 오디오기기로 유명한 Pioneer 제품은 약간의 기대를 갖고 접했으나, 두 개를 청음해본 이후 더이상 청음을 포기했다.

Audio-Technica Ath-pro500, 15'4000 원

보통 헤드폰이다. 외부 소리를 잘 막아주는 장점과 함께 적절한 음 밸런스를 유지한다. 내구성만 좋다면, 막 쓰는 헤드폰으로 좋을 것으로 여겨진다. 크기가 좀 큰 편이어서 …. 갖고 다니기엔 좀 불편할지도…. (사실 소리만 좋다면야 갖고 다닐만하다. ^^;)

audio-technica ath-xs5, 7'0000 원

음악을 노래방 분위기로 변형시켜준다. 참 재미있는 음색이라는 생각을 하긴 하는데….ㅋㅋㅋㅋ

딱히 더 말할 것이 없을 정도!

Audio-technica ESW9, 38'0000 원
같이 갔던 친구가 소리가 좋다고 해서 들어본 제품이다. (친구가 정말 마음에 들어했던 것 같다.) 전반적으로 저음이 약간 강한 편이긴 한데, 그래도 고음과의 발란스가 대체적으로 괜찮았다. 다만 분해능은 안 좋았는데, 이는 Audio-technica 회사의 모든 제품의 문제로 보인다. 확실히 괜찮은 소리이긴 한데, 클래식을 듣는 사람에겐 무리일지도 모르겠다. 전반적으로 비싼 값을 하는 몇 안 되는 제품이었다.

audio-technica ath-bb500, 13'1000 원
고음 강화의 극단인 헤드폰이랄까?….. 통통 튀듯이 소리가 들린다. 오랫동안 이런 상태로 음악을 들으면 어떤 느낌으로 느껴질지가 궁금해진 제품이다. 역시 추천하기는 힘들다.

monster pro, 54'9000 원

고음 분해능이 수준급이었다. 헤드폰 자체에서 저음을 강화시키고, 음장효과를 주는 기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가격이 높아진 것 같다.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을 대중적인 소리라고 생각된다. (물론 난 이런 소리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Klipsch image-one, 18'8000 원

저음을 강화하고, 자체 내장된 음장 효과 기능을 사용하면서 중금과 고음을 희생한다. 그게 고가의 monster pro와의 차이랄까 싶다. 저음이 강한 노래들만 좋아한다면 좋은 제품이겠지만, 이에 맞는 노래가 많지는 않을 것이다. 매니악~~~을 위한 제품.

sony mdr-zx100, 2,9000 원

저음을 조금 강화시켜주나 전반적으로 가벼운 느낌으로 들리는 정말 특이한 제품이다. 분해능이 높다. 가격 대비하여 전체 평가는 보류한다. 솔직히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헤깔리는 제품이다.

cresyn c550h, 5'1500 원
적당한 가격에 원만한 재생능력이 특징이다. 사실상 소리에 특별한 처리를 거의 하지 않아 원음을 그대로 들려주고, 그 덕분에 가격도 싼 편이다. 고음이 조금 부족한듯 하지만, 보통 음악에서 1만 Hz 이상의 고음을 잘 사용하지 않으니까 쉽게 느끼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크기가 작은데도 신기하게 외부 소리를 잘 차단해 주는 제품이다. 결국 이것을 구매했다. (구매하여 들어보니 저음이 약간 강했다. 역시 길을 들여야 하는 듯…)

Marshall major, 14'9000 원

저음이 살짝 강하여, 아이유 노래에 좋은 제품일듯 싶다. 고음엔 조금 약한데 말로 표현할 길이 없다. 단순한 음조의 피아노 연주곡 같은 것엔 좋았으나 섞이면 나빠지는 분해능의 약점이 있었다. 네모나기 때문인지 귓바퀴가 조금 아팠다. 나같은 사람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듯…!

cresyn cs-hp500, 3'6500 원
약간 저음이 강한 편이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원만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가격대를 따지며 구매하려고 간 것은 아니었는데, 구매한 것은 싼 것이 되어버린 느낌? ^^; (무언가 원음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싼 값에 원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어 좋다. ㅋㅋ)

문제는 전시되어 있는 것과 구매한 것의 특성이 너무나 달랐다. 이에 대해 다른 제품으로 바꿔줄 것을 요구하자 태우면 달라진다[footnote]보통 은어로 태운다, 굽는다, 녹인다고 표현하는데, 정확히는 ‘에이징(Burn in)’이라고 한다. 음향기기는 오래 사용하면 음의 특성이 많이 사용한 음향에 맞춰져서 바뀌는 현상, 또는 자기가 원하는 음색에 맞게 바뀌도록 특정 음을 계속 재생시키는 일을 지칭하는 말이다.[/footnote]고 말했는데, 그렇다고 처도 너무나 현격한 차이가 났다. 결국 이 헤드폰으로 오랫동안 들으면 내 귀가 버티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교환했다. 보통 뭐든 대충 듣는 사람이 쓰기에 좋을 제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해서 나는 cresyn c550h을 구매했다. 분석을 보니 저음과 고음에서 약점이 있다고 하지만, 어차피 아이폰 3GS는 음이 좋지 못해서 저음과 고음을 제대로 재생해주지 못한다. 그러니 두 제품은 궁합이 정말 잘 맞는 제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인터넷보다 많이 비싼 값에 샀지만[footnote]인터넷에선 3’8000 원 정도의 가격대를 형성하는 것 같더라…[/footnote], 내 귀에 맞는지 일일히 청음해본 뒤 산 것이라 후회되지는 않는다. 다음에 또 이 제품을 사야 한다면 인터넷에서 구매하겠지만…. (제품 평가는 전문 사이트에서 보는 것이 좋겠다.)

이번에 헤드폰을 청음하며 알게 된 점은……. 요즘 음향기기는 너무 저음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이 저음을 선호하고 있지만, 이건 정도가 좀 지나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재미있는 점이 있었는데, 저음이 주특기인 가수 아이유의 노래 ‘기차를 타고’는 대부분의 헤드폰에서 좋은 소리로 들렸다. 반면 클래식이나 서진영의 노래들은 제품에 따라 들리는 것이 많이 달라졌다. 헤드폰 제조사들이 저음을 얼마나 중요시하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 같다.

MIX-STYLE Star
ps.

이외에도 몇 가지 제품을 더 들어봤는데, 럭셔리로 많이 광고되고 있는 별 헤드폰(MIX-STYLE Star)도 들어봤다. 몇몇 연예인이 썼다며 사진이 돌아서 유명해진 바로 그 제품……
그런데 딱 귀에 댔다가 5초만에 벗어버렸다. 이건 음악이나 어학을 들으라는 수준이 아니라 그냥 소리가 나나 안 나나를 알아보라는 정도의 제품이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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