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금(Au)에 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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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 Au : Gold )
최초작성일 : 2003.12.02
최후수정일 : 2009.10.01

금은 금속 중의 지위를 따지자면 ….. 왕과 같은 존재다.

우리 조상들은 고대로부터(엄격히 따지면 철기시대 이후부터) 금을 중요한 물질이라고 생각해왔다.
금은 비중이 4보다 높은 중금속에 속하는데, 다른 어떤 물질과도 잘 반응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 몸에 완전히 해롭지 않은 거의 유일한 금속이다. 더군다나 금의 그 특유한 빛깔인 누리끼리(?)한 색 덕분에 다른 금속과 비교적 쉽게 구별되고, 아름다워 사랑받은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러나 사실 금은 자연에서도 순수하게 산출되기 때문에 고대에는 그리 사랑받지 못했었다고 한다. 그럼 뭐가 사랑받았냐고??? 대신 철이 귀금속으로 쓰였었다. 철은 별 큰 특징이 없는데 왜 귀금속으로 대우를 받았을까??? 그 이유를 알면 충분히 납득이 갈만하다.

지구가 처음 생성된 직후에 수없이 떨어지는 수많은 운석들의 충격 때문에 지구는 거의 액체상태에 다다랐다는 것은 지구과학을 조금만 공부했다면 다 아는 사실일 것이다. 이때 지구를 구성하고 있던 많은 물질들 중에서 무거운 것들은 중심으로 가라앉았는데, 철과 같은 무거운 금속들은 거의 대부분이 지구 중심부로 가라앉았다. 지구의 중심부를 이루는 금속을 우리는 니페(NiFe)금속이라고 한다. 이는 주성분이 니켈(Ni)과 철(Fe)로 구성되었을 거라는 추측에서부터 연유한다.[footnote]지구 핵의 1%는 금(Au)일 것이라고 한다.[/footnote] 더군다나 철은 다른 물질과 화학결합을 잘 하기 때문에 지구표면에서는 순수한 금속의 상태로 구경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결국 지구상에 존재하는 자연적으로 순수한 철은 땅이 굳은 이후 떨어진 운석 뿐이다. 더군다나 철은 산화를 쉽게 하므로 떨어진지 얼마 되지 않은 운석에서만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양이 극히 적으므로 당연히(?) 귀금속 취급을 받았던 것이다. 고대에는 순수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금의 성질 때문에 오히려 자신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야기했다고 할 수 있으니 아이러니이다.

금속 중에서 다른 물질과 섞여도 산화하지 않고 고유의 성질을 유지할 수 있는 (이론적으로) 산화력이 큰 금속은 금을 비롯하여 백금(Pt), 은(Ag), 구리(Cu)가 있는데, 엄밀히 은과 구리는 공기 중의 산소(O)와 결합해 산화해 버린다(공기의 분자운동과 관련이 있는 듯!). 반면 백금과 금은 공기 중에서 절대 산화하지 않을뿐더러 바닷물 속에서도 산화하지 않고, 색이 아주 이쁘며 가공하기가 좋기 때문에 귀금속으로 쓰이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과도 반응하지 않는 금은 어떻게 바위에서 추출하는 것일까?? 예로부터 두 가지 방법으로 금을 추출해서 얻었을 것이다. 한 가지 방법은 가장 보편적인 방법으로 가열하여 금을 액체로 녹이는 방법이다. 그리고 두 번째 방법은 수은(Hg)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수은은 아시다시피 온도계에 사용될 정도로 꽤 낮은 온도에서도 액체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유일한 금속이다. 이런 수은은 다른 금속을 만나면 설탕이 물에 녹듯이 금속을 녹이는 성질을 갖고 있으며, 금도 녹인다. 따라서 바위에 수은을 접촉시키면 그 안의 금속들이 녹아 혼합물이 되는데, 이 혼합물을 아말감이라고 한다. 수은은 쉽게 추출이 되므로 아말감에서 수은을 제거하면 바위에 있던 금속원소들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수은은 우리에게 매우 해로운 물질이고, 수은의 화합물들은 거의 대부분이 독극물이기 때문에 수은을 사용하면 매우 큰 환경오염이 야기되며, 그 이외의 다른 문제들도 야기시키곤 한다.

신라금관 - 경주시 폐고분에서 발견된 가장 오래되고 가장 단순한 금관
천마총에서 발굴된 왕관
천마총에서 발굴된 허리장식 (그 의미가 안 알려지고 있다.)
천마총에서 발굴된 유물 1
천마총에서 발굴된 유물 2

금은 아주 무른 성질을 갖고 있어서 한참 두드리고 있으면 얇게 퍼지는데, 어느 정도로 얇게 퍼지느냐 하면 거의 원자가 몇십 겹으로 된 막(약 0.1㎛ 이하까지)이 될 때까지 펴지게 된다. 정말 얇게 퍼지지 않는가? 그러나 기계적인 문제로 약 1μm 정도까지만 박막으로 만들어 사용한다. 그리고, 가공성도 아주 좋은 편이다(다른 말로 연성과 전성이 뛰어나고, 선형 변형력도 뛰어나다). 합금에도 아주 용이한데, 주로 구리나 은과 합금하여 사용한다. 합금을 하면 단단해 지는데, 금과 같이 무른 성질을 갖는 은이나 구리와 합금해도 단단해진다. 합금을 만들 때에는 금 특유의 단위를 사용하는데, 100% 순도의 금을 우리는 24K[footnote]캐럿(Carot)이라고 읽는다.[/footnote]라 하고, 75%의 금을 18K라고 하는 등 금의 함량에 따라서 숫자를 바꿔 부른다. 귀금속으로 사용하는 합금의 경우 18K까지가 주로 사용되며, 17K부터는 주로 공업용으로 사용된다.
반면 순수한 금의 색은 붉은 색이 강한 노란색이다. 이러한 금에 흰색의 은이나 주황색의 구리를 섞으면 색이 점차 변하게 된다. 은이나 구리 농도를 증가시키면 처음에는 금의 붉은색이 사라지고 노랗게 변한다. 이 노란 색은 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금빛이다. 또는 할아버지들의 샛노란 금니를 생각해도 될 것 같다. ^^ 그 뒤 은이나 구리의 농도를 더 증가시키면 은과 구리 특유의 색상이 합금에서 나타나게 된다. 은의 함량이 더 많아지면 거의 흰빛에 약간 누런 느낌만 남게 되는데 화이트골드(whitegold)라고 부르는 귀금속이 된다. 반대로 구리함량이 더 많아지면 구리색이 되는데, 빛깔이 그리 이쁘지 않기 때문에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금의 성질이 어떠한 환경에서도 변화하지 않는 화학적 내성이 강하기 때문에 좋지 않은 환경에서 금속이 노출되는 부분을 보호할 목적으로 사용된다. 뿐만 아니라 전기적인 접촉성이 매우 부드럽고 좋기 때문에 각종 전기 소켓에도 사용되며, 특히 컴퓨터 cpu의 다리는 순수한 금으로 만들어지게 된다. 각종 오디오기기를 비롯한 전자제품의 기판과 소켓 등 노출부위는 대부분 금색이 나는데 이것은 진짜 금을 도금했기 때문이다. ^^

위에서 계속 금은 아무것과도 반응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했는데, 사실 금을 화학적으로 녹이는 물질은 딱 두 가지가 있다. 그중 한 가지가 바로 왕수[footnote]왕수는 3대 강산 중 두개인 염산과 질산을 3대1로 섞어서 만든 강산이다. 이름은 물 중의 왕이란 뜻을 갖고 있다. 왕수는 산으로 절대 녹일 수 없는 금과 백금을 녹일 수 있다.[/footnote]이다. 금은 어떤 것으로도 녹일 수 없기 때문에 금속중의 왕이라고 불렀는데 그 금을 녹일 수 있는 것이기에 왕수라고 불렸던 것이다.

그런데 엄격히 따지면 ….
왕수도 금을 산의 성질을 이용해서 녹인 것이 아니다. 금을 염소로 착이온화 시켜 분리시키는 것이다.[footnote]황수에 의해 염소이온이 리간드로 달라붙어 형성된 착이온 : [AuCl4]2-[/footnote] 그리고 착이온은 산에 잘 안 녹는 중금속 화합물을 물에 녹이는 화학반응의 대표적인 반응이다.

금은 적외선을 흡수/반사하는 성질이 있다. 63빌딩의 유리는 얇게 금으로 코팅하여 외부에서 적외선이 건물 안쪽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고 있다. 이 코팅 덕분에 63빌딩은 붉은 색으로 보이며, 냉방비를 30% 정도 절감했다고 한다. 은도 금과 비슷한 적외선 반사 성질을 갖고 있지만 유리창에 사용할 수는 없다. 위에서 언급했지만, 은은 공기중의 산소와 반응하기 때문이다.

ps. 2차 세계대전 중 독일의 한 과학자가 바닷물에 금이 포함되어 있으니 이를 뽑아내 이용하는 방안을 연구하겠다고 히틀러에게 연구자금을 요청했었다고 한다. 그리고 실제로 배에 장치를 달아서 바닷물에서 금을 뽑아냈었는데…. 들어간 돈이 더 많이 들었다고 한다. 결국 이 과학자는 독일이 망하게 하는데 일조를 한 셈이니 역사와 과학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ps. 내가 블로그를 시작한지 일주일만에 썼던 글이다. 재미있는 소재들을 잘도 모아서 글을 작성한 것을 보면서 내가 봐도 할 말을 잃게 만든다. 다만 글솜씨는 영 형편없던 것 같다. ^^;;

9 comments on “1. 금(Au)에 대한 이야기”

  1. “엄밀히 은과 구리는 공기 중의 산소(O)와 결합해 산화해 버린다”
    은이 공기중의 산소와 결합하기는 매우 힘들텐데… 물속에서도 산소는 은보단 수소와 반응하죠.

    1. 이론적으론 그런데, 실제로는 은이 뿌옇게 변하면서 산화해 버리니 뭐라 말할 수가 없군요! ㅋㅋ

  2. 철이 그렇게나 귀한 금속이었었군요. 금과 철의 극적인 계급 변화가 인상적입니다.ㅋㅋ

    1. ^^
      예….. 그만큼 극단적인 변화가 또 있지요.
      여자의 몸매….. 아주 극단적으로 변하지 않았나요?

  3.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아는게 별로 없어서리, 이런 내용들을 보고 있으면 입이 조용히 벌어지죠. ^^;

벗님 에 응답 남기기응답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