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수 스펙트럼과 발광 스펙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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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친 날 : 2020.06.05

스펙트럼은 자연 속에서도 종종 관찰된다. 하늘에 뜨는 무지개가 대표적이며, 무지개 이외에도…. 보통은 사람들이 인식하지 못해서 생긴지도 모르고 지나치지만… 종종 관찰된다. 아이작 뉴턴은 프리즘으로 햇빛을 색깔별로 분리해 처음으로 스펙트럼을 인위적으로 만들었다. 당시에는 이것만으로도 엄청난 발견이었다. 다른 과학자들의 후속실험으로 자외선과 적외선이 발견되는 등, 엄청난 발견이 이어졌다. 흡수 스펙트럼과 발광 스펙트럼은 그 뒤 수백 년 동안 연구된 결과를 정리한 것이다. 그 결과로, 현대물리학의 축 중 하나인 양자역학이 만들어졌다. 양자역학은 다시 스펙트럼 연구에 영향을 줬다.

1. 흡수 스펙트럼의 발견

브라운 호퍼(Brown hopper)는 19 세기 초에 광학기기 제조기술을 혁신적으로 개선한 뒤에, 햇볕을 분광하여 흡수 스펙트럼을 발견했다. 흡수 스펙트럼은 스펙트럼에 나타나는 검은 선들이다. 브라운 호퍼는 그 뒤부터 흡수 스펙트럼을 각종 광학기기의 표준으로 이용했다. 이후에 물질을 광원 앞에 두면 흡수 스펙트럼이 생긴다는 것이 알려졌고, 많은 과학자들이 구할 수 있는 모든 물질의 흡수 스펙트럼에 대해 조사하였다. 하지만 스펙트럼에 나타나는 선의 물리적 의미는 19 세기 말까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태양 흡수 스펙트럼 (출처 : Nasa)

1.1 0족 원소의 발견

지구상의 대부분의 물질에 대한 분광이 끝나갈 즈음인 1868 년에 인도에서 개기일식이 일어났다. 프랑스 천문학자인 피에르 장센(Pierre-Jules-Cesar Janssen, 1824∼1907)은 이날 찍은 해의 스펙트럼 사진에서 새로운 스펙트럼선을 발견하였다. 지구에는 없고, 해에는 많은 어떤 물질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이 원소를 해를 의미하는 그리스어 ‘helios’로부터 헬륨(helium, He)이라고 이름 붙였다. 화학자들은 17 주기로 맞춰져 있던 원소주기율표에는 헬륨(He)이 차지할 자리가 없음을 눈치채게 된다.

영국의 월리엄 램지와 존 월리엄 스트럿(레일리 경)은 공기를 화학적으로 처리해서 산소와 질소를 모두 제거하고, 나머지 잔유물도 모두 제거하려고 했다. 그러나 1% 가량의 기체는 어떤 방법으로도 제거할 수 없었다. (이미 이들보다 100여 년 전에 캐번디쉬도 했던 실험이었지만, 너무 시대를 앞선 발견이었다.) 이렇게 제거할 수 없었던 물질은 아르곤(argon, Ar)이었다.
이렇게 아르곤이 발견되어 헬륨과 함께 0족이 주기율표에 자리잡게 된다.

현대의 분광학 (출처 : Nasa)

월리엄 램지는 이후에 우라늄광석 안에 있던 여러 가지 방사성 원소가 α-붕괴하며 방출되어 광석 속에 갇혀있던 α입자(헬륨 원자핵)를 추출해낸다. 이것이 최초로 얻어진 헬륨이다. 헬륨은 지금도 이렇게 광석에서 얻어진다.

1.2 흡수 스펙트럼이 생기는 원리

흡수 스펙트럼은 원자의 원자궤도 사이를 전자들이 옮겨다니면서 빛을 흡수해서 생긴다. 원자궤도는 에너지가 연속적이지 않기 때문에 전자가 흡수하고 방출하는 에너지도 연속적이지 않아서 띄엄띄엄 나타나는 것이다. (이는 양자역학이 연구된 결과 밝혀진 것이다.)

해는 흑체에 가까워서 햇빛은 거의 모든 파장의 빛이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빛이 해의 대기인 코로나를 지날 때, 헬륨 원자의 전자가 다른 전자궤도로 옮길[들뜰] 수 있는 에너지와 완전히 똑같은 에너지를 갖고 있는 빛은 전자를 들뜨게 하면서 흡수되어 사라진다. 물론 이때 들뜬 전자는 다시 원래의 궤도로 되돌아가려고 하기 때문에, 흡수됐던 빛은 다시 방출된다. 코로나에서 다시 방출된 빛은 모든 방향에 균등하게 퍼져나가기 때문에 (해 외부에서 볼 때) 해 표면에서 처음 출발했을 때보다 약해져 보인다. 그래서 스펙트럼에서 상대적으로 어둡게 나타난다. 해 표면에 있는 흑점이 원래는 매우 밝은 빛을 방출하지만, 해의 다른 표면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어둡게 보이는 것과 비슷하다. 이것이 앞서 말했던, 피에르 장센이 처음 발견했던 헬륨의 흡수 스펙트럼이다.

2. 발광 스펙트럼

헬륨원자에 어떠한 방법으로 에너지를 공급해서 전자를 들뜨게 만들었다고 생각해보자. 들떴던 전자는 다시 원래대로 되돌아가면서 빛을 방출한다. 이 빛은 스펙트럼에서 몇몇 파장의 선으로만 보인다. 이 스펙트럼을 발광 스펙트럼 또는 선스펙트럼이라고 부르며, 여기에 나타난 선들을 분광선(스펙트럼선)이라고 부른다. 발광 스펙트럼은 흡수 스펙트럼을 반전시킨 것과 완전히 같은 모양이라는 것이 재미있다. 만들어지는 원리가 반대니까….

금속원소의 불꽃반응도 같은 원리로 생긴다. 예를 들어 나트륨(sodium, Na)을 불꽃반응이나 방전관으로 만든 발광 스팩트럼은 흡수 스펙트럼과 정교하게 일치한다. 이런 스펙트럼은 매우 정밀하게 일정한 파장의 빛을 방출하기 때문에, 브라운 호퍼가 했던 것처럼 각종 측정장비의 기준으로 많이 사용된다. 물론 브라운 호퍼가 썼던 해의 흡수 스펙트럼보다 실험실에서 만든 발광 스펙트럼이 훨씬 정밀하다. 해의 흡수 스펙트럼은 코로나의 움직임이나 강한 전기장과 자기장의 영향을 받으며, 심지어 해와 지구의 중력과 움직임에 의한 도플러효과의 영향도 받다.

에타 카리나의 선스펙트럼 (출처 : Nasa Hubble 망원경 홈페이지)

발광 스펙트럼은 형광등이나 네온사인 같은 방전관 형태로 생활 속에서 많이 이용되고 있다. 맨눈으로 봤을 때 각각의 파장에 해당하는 색으로 나뉘어 보이는 게 아니라 모든 가시광선이 혼합된 단일 색으로 보인다. 방전관에 여러 기체를 넣었을 때 나오는 발광 스펙트럼을 살펴보면, 일반적인 공기는 분홍색, 이산화탄소는 흰색, 네온은 주황색, 아르곤은 보라색, 헬륨은 거의 흰색에 가까운 노란색을 띈다. (기체의 발광 스펙트럼에서 나타나는 색과 그 기체를 이용해 만든 레이저의 색이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지만 비슷한 경우가 많다는 것도 재미있다. 역시 원리가 비슷하기 때문이다.)

수소, 헬륨, 수은, 우라늄의 발광 스펙트럼 (출처 : GSR)

스펙트럼은 가시광선 영역 밖의 빛에 대해서도 항상 신경써 줘야 한다. 일반적으로, 에너지가 가장 낮은 원자궤도(K=1)와 관련이 있는 라이먼 계열의 분광선은 자외선 영역에서 나타나고, 두 번째로 에너지가 낮은 자궤도(K=2)와 관련이 있는 발머 계열의 분광선은 가시광선 영역에서 나타난다. 이 두 계열을 제외한 파센, 브리킷, 훈트 계열의 분광선은 거의 모두가 적외선 영역에서 관측된다. 물론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3. 천문학에서 흡수 스펙트럼의 활용

보통은 자외선 영역에서 나타나는 라이먼 계열의 분광선이 천체관측을 할 때 가시광선 영역에서 관측되는 경우가 많다. 허블의 법칙에 의하면 천체는 관찰자(보통은 우리)와의 거리가 멀수록 더 빨리 멀어진다. 그래서 도플러 효과에 의해서 빛의 파장이 길어진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붉게 보인다. 그래서 이 현상을 적색편이라고 부른다. 거리가 멀수록 더 빨리 멀어지므로 당연히 적색편이도 더 크게 나타난다. 그러므로 파장이 더 짧은 자외선 영역의 빛이 가시광선으로 관측되는 것이다. (이걸 몰랐던 초기 천체물리학자들이 관측결과를 놓고서 얼마나 고민했을지 생각해보자.)

이제는 천체관측을 할 때는 기본적으로 스펙트럼을 분석한다. 단순히 별빛 스펙트럼만으로도 엄청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우리은하의 외부 천체를 관찰할 때 흡수 스펙트럼의 편이를 측정하여 천체와 지구 사이의 거리를 잰다. 이런 연구는 종종 일반상식을 뛰어넘는다. 가장 유명한 예가 초신성의 밝기와 적색편이 양을 비교한 결과인 우주의 가속팽창일 것이다.

도플러 효과에 의한 적색편이(위)와 청색편이(아래) (출처 : ASTRONOMY 121)

우리은하 주변에 있는 천체들은 청색편이를 보이는데, 중력에 의해 점차 가까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은하단의 천체 대부분은 먼 미래에 충돌해서 하나가 될 것이라는 예상을 쉽게 할 수 있다.

허블 우주 망원경이 찍은 deep field 우주사진을 보면, 130억 광년 떨어진 우주 초기의 은하들은 모두 붉다. 이도 도플러 효과에 의해서 파장이 길어졌기 때문이다. 붉게 보이는 빛이라도 원래 그 은하에서 볼 때는 자외선이나 X선이었다. (이에 대한 더 자세한 이야기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에 대한 글에서 살펴보자.)

Hubble 우주망원경으로 촬영한 ultra deep field
(작은 원 안의 붉은 은하들은 대략 130억 광년 거리에 있다. 출처 : Nasa)

천체관측을 할 때 한계도 있다. 도플러 효과가 광원과 관찰자가 움직이는 속도의 차이에 의해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허블의 법칙처럼 큰 규모의 연구를 할 때는 쉽게 적용할 수 있지만, 미세한 분석을 할 때는 골치아픈 요소가 많이 생긴다.
예를 들어, 흡수 스펙트럼을 연구할 때는 별의 온도가 높을수록 스펙트럼 선의 개수가 늘어나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 온도가 낮은 별에서는 수소와 헬륨의 흡수 스펙트럼이 주로 관측되지만, 온도가 높은 별에서는 수소와 헬륨의 흡수 스펙트럼은 약해지고, 무거운 원소인 탄소, 산소, 칼슘 등의 원소가 만드는 흡수 스펙트럼이 강해진다. 이런 현상은 별에 대한 많은 정보를 우리에게 준다. 그러나 왜 이런 지는 아직 모른다는 것이 문제다.
심지어…. 앞에서 쉽게 적용될 수 있다고 한 허블의 법칙마저도, 아직도 허블 상수의 값을 정확히 특정하지 못하고 있다. 즉, 아직 우주의 크기도 정확히 모른다.

4. 양자역학과 스펙트럼

20세기가 된 첫해에 양자역학의 첫 단추가 꿰어졌다. 플랑크의 흑체복사 이론이 등장한 것이다. (사실은 너무 혁명적인 아이디어였기 때문에, 발표했던 플랑크조차 자기 이론을 믿지 않았다.) 5 년 뒤에 아인슈타인의 광전효과가 발표된다. 여기에서 다시 8 년이 흐른 뒤에 보어는 러더퍼드의 원자모형을 수정해 자기만의 원자모형을 발표한다. 이 세 이론에 의해 초기양자역학의 기틀이 완성된다.

이중에 스펙트럼과 관련이 있는 것은 보어의 원자모형이다. 불연속적으로 보이는 스펙트럼을 설명하기 위해서 보어는 원자 속 원자궤도의 에너지레벨이 불연속적일 것이라고 가정하였고, 그 결과는 수소 스펙트럼을 매우 잘 설명했다. 이로서 스펙트럼선은 원자 안에 있는 원자궤도와 연관된다는 것이 밝혀졌다. 현재는 이 모델은 옳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시간이 흘러 원자궤도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어 여러 가지 재미있는 현상들이 발견됐다. 원자궤도는 기본적으로 에너지준위에 따라 주양자수가 결정되고, 같은 에너지일 때 각운동량에 따라 부양자수가 결정된다. (이는 디렉방정식의 풀이로 알 수 있다.) 그리고 각 전자의 자기모멘텀에 따라 자기양자수를 갖는다. 여기에 전자가 가질 수 있는 두 개의 스핀(+1/2와 -1/2)까지 더한 4 개의 양자수들은 전자 내의 모든 원자껍질에 대한 물리적 상태를 설명해준다.

스펙트럼에서 출발해 발전한 양자역학은 반대로 스펙트럼 연구에 영향을 주게 된다. 이게 결코 쉽지 않으므로 여기에서는 하나만 간단히 살펴보자.
원자가 강한 자기장 속에 있다고 생각해보자. 원자 종류[원소]에 따라 반응이 약간씩 다르겠지만, 기본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현상을 보인다. 원자껍질 속 전자의 에너지상태가 자기양자수에 따라 미세하게 나뉘는 것이다. 이렇게 나뉜 원자궤도에 따라 전자의 에너지가 약간씩 달라진다. 이 상태로 전자가 원자궤도 사이에서 전이한다면 각각의 원자궤도에 따라 흡수하고 방출하는 빛이 달라진다. 따라서 흡수 스펙트럼과 방출 스펙트럼도 달라진다. 그러나 그 에너지차이는 매우 적기 때문에 관측하기 어렵다. 이제는 그리 어렵지 않게 관찰할 수 있지만…..

별들의 흡수 스펙트럼에서도 이렇게 나뉜 선들을 관측할 수 있다. 이렇게 나뉜 스펙트럼선은 별의 자기장에 대한 정보를 전달해준다.

5. 실생활에서 스펙트럼의 활용

대표적으로는 매우 적은 분량의 물질을 찾아내는데 쓸 수 있다. 시료에 매우 조금 들어있는 미지의 성분을 알아내는 건 무척 힘들다. 그래서 어떤 방식으로든 나타나는 효과를 증폭하는 방법이 필요하다. 증폭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일반적인 물질이라면, 두 개의 거울을 평행하게 놓고, 그 사이에 분석할 시료를 놓은 다음 레이저를 쪼인다. 레이저는 두 거울 사이를 수십만 번 왕복하며 왕복한 횟수만큼 시료와 반응한 뒤에 두 거울 중 한쪽을 뚫고 밖으로 나간다. 결과적으로 미지의 물질의 농도를 그만큼 진하게 만들었거나 시료의 양을 그만큼 늘렸을 때와 같은 반응을 일으킬 것므로, 반응이 더 강하게 나타난다.

이런 방법은 의료에서 폭넓게 쓰이게 될 것이다.
사람은 질병에 걸렸을 때 질병에 따라 특유의 성분을 날숨으로 내뿜는다. 그러니까 날숨을 모아서 앞의 방법으로 흡수 스펙트럼을 만들면 어떤 질병이 있는지 알아낼 수 있다. 다른 의료장비보다 훨씬 간단한 기기로 안전하고 쉽게 진단할 수 있으므로 응용분야가 무궁무진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측정값으로 병을 진단하기가 어렵다는 것인데, 이쪽은 인공지능이 특히 강점을 보이는 분야이므로, 머지 않아 상용화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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