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사진을 처음 시작하는 분들을 위해 글을 두 개 썼다.
이 글들인데, #1은 처음 카메라를 산 사람이 카메라를 다루는 방법(모드 같은 것들)을 어떻게 익혀야 하는 지에 대한 내용이고, #2는 사진을 찍기 시작한 이후, 장기적으로 어떻게 사진을 공부해야 하는 지에 대한 내용이다.
#1의 내용은 카메라를 구입한 뒤 한 달 이내에 마스터해야 하는 것이다. 급하게 여행을 떠나면서 카메라를 샀는데 전혀 다룰 줄 모른다면, #1과 링크된 글을 꼭 읽어보자. 다 이해하지는 못하더라도 매우 요긴할 것이다. #2의 내용은 나도 아직 끝내지 못한 것이다.
그런데, 이 글을 본 사진카페 운영자가 내용이 너무 길다고 피드백을 해 주었다. 어쩔 수 없지 않을까? 아무튼 그에 대한 피드백으로, 이 글을 준비했다.
사진을 배울 때는 대략 이렇게 배워보자.
- 카메라를 다루면서 많이 쓰는 반셔터 이동방식을 익히자.
어딘가에서 만난 누군가가 사진 좀 찍어달라고 부탁해온다면 아주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으므로, 사진을 공부할 생각이 없는 분이더라도 익혀두는 게 좋다. #1에서 다뤘다. - 카메라를 잘 다룰 수 있도록 만들어진 기본적인 UI를 익히자.
보통 A, S, M, P로 불리는 모드에 대한 이야기다. #1에서 말했다. - 꼰대를 조심하라.
사진을 찍다보면 분명 누군가가 와서 (이 글 같은) 여러 가지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를 해줄 것이다. 촬영자세부터 촬영장비와 피사체에 대한 정보까지…. 그런데 그런 이야기 중 절반은 뻘소리다. 특히 여러 사람들이 모여있는 상황에서 크게 떠드는 이야기는 뻘소리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들은 이야기는 맞는 말인지 어떻게든 확인하고, 확인이 불가능하면 바로 잊어라. (그리고, 사진학과 교수나 사진촬영을 강의하는 사람 중에 꼰대가 특히 많다. 사진학과 출신이 사진은 잘 못 찍고 스튜디오에서 웨딩사진이나 찍으면서 작가라고 뻐기게 되는 중요한 원인!) - 카메라를 다루는 심도있는 방법을 익히자.
카메라 메뉴얼을 봐라. 만약 카메라를 처음 사봐서 메뉴얼을 한 번도 읽어본 적이 없는 분이라면 두세 번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카메라 조작방법 뿐만이 아니라 사진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높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래서 이전에 읽어본 적이 있는 분이라면, 한 번 스윽 넘기면서 달라진 점이 있는지만 검토하면 된다. - 내가 어떤 사진을 찍기를 원하는지 알아내자.
그러니까 처음 한두 달은 특정한 분야의 사진을 고집하지 말고, 찍을 수 있는 한 최대한 다양한 사진을 찍어본다. 그 뒤에 자기가 찍은 사진을 살펴보며, 사진을 찍을 때의 기억을 되살려보고서 앞으로 어떤 사진을 찍을지 정하자. - 후보정을 공부하자.
후보정에 대해서 사진사들은 세 방향으로 행동이 나뉜다. 후보정은 필요 없다는 사람과 후보정은 필수라는 사람이다. 나는 이에 대해 옳고 그르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 않는 중도파다.
후보정은 필요없다고 생각하더라도, 어떤 후보정이 있는지 알고서 안 해야 한다. 후보정은 필수라고 생각하더라도, 무엇을 자기가 할 수 있는지 알아야 한다. 그러니까 사진을 찍는 사람은 후보정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 지 꼭 알아둬야 한다.
후보정을 위해서 사진은 raw로 저장하자. 관련글을 써 놓았지만, 초보는 이해하기가 좀 어려울 것이다. 그러니까 초보를 벗어난 미래의 자신을 위해서 꼭 raw로 저장하다. - 찍은 사진의 원본은 지우지 않고 모두 저장해둔다. 그리고 바로바로 확인한다.
찍은 그 자리에서 확인하라는 것이 아니라, 찍은 날 집에 돌아간 뒤에 컴퓨터로 확인하라는 것이다. 확인하면서 피드백이 되어 더 좋은 사진을 담을 수 있는 공부가 될 것이다. 그리고 찍은 사진의 양이 늘어나면 보관과 활용이 어려워질 수 있다. 따라서 이에 대한 고민이 처음부터 필요하다. (ps.에서 조금 더 말해놓겠다.) - 내가 주로 찍을 피사체에 대해 공부하자.
피사체에 대해 많이 알수록 더 나은 사진을 담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물론 내가 필요한 딱 그 지식만 필요한 것은 아니고, 폭넓은 지식을 가질수록 더 좋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따지면 범위가 한도 끝도 없이 넓어질 테니, 그런 것까지는 바라지 말자. - 사진에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담을 지를 생각해보자.
사진에 담을 이야기를 찾는 건 매우 어렵다. 이걸 할 줄 알아야 작가가 될 수 있다. 이걸 못하면 그럴듯한 사진을 담을 수는 있지만, 제대로 된 사진을 담을 수는 없다. 처음 사진을 시작하는 분께는 먼 훗날의 이야기지만, 아무튼 처음부터 이에 대해 고민해두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솔직히 마지막은 나도 잘 모르겠다. 절반은 의도를 하고 찍는데, 절반은 사후약방문식으로 해석을 하게 되는 것 같다. 그러고 보면, 전시회나 공모전 등의 사진도 제대로 된 것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어떤 사이트에서 진행한 회원의 사진 전시회를 가서 봤을 때… 백여 점의 사진 중에 내가 (여러 의미에서) 볼만한 가치가 있던 사진이 딸랑 두 장 뿐이었던 게 기억난다. 보통 사진이 어려운 건 바로 이 부분이다. 그냥 눈 앞에 있으니까 찍는다가 아니라 저게 왜…라는 질문을 항상 던지면서 사진을 찍어야 한다. 물론 내가 주로 찍는 벌레 접사의 경우는 어쩔 수 없이 눈 앞에 있는 걸 찍을 수밖에 없지만….
이걸로 끝….
ps.
장기적으로 보관하는 사진이 늘어나면, 이 사진들을 활용하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따라서 처음부터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보관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래에 상황이 어떻게 변할 지 모르므로) 특정 프로그램에 의존하거나 그러면 안 되고, 본질적으로 보관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이렇게 해주는 프로그램 같은 게 없으니, 수동으로 정리하고 보관해야 해서 무진장 어렵다.
난 주로 이렇게 보관한다. 한번에 찍은 사진은 한 폴더에 넣는다. 그리고 폴더명과 각 사진의 파일명에 필요한 정보를 적어놓는다. 그리고 이렇게 정리가 끝나면 압축한다. 물론 원본 파일은 사진을 활용하기 위해서 그대로 둔다. (필요할 때마다 사진을 골라서 변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파일을 NAS에 백업해 놓는다. 즉 여러 곳에 중복해서 저장해 놓는다.
참고로, 찍은 사진을 변환해서 보관하는 건 크게 의미가 없다. 왜냐하면, 촬영실력 만큼이나 보정실력도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늘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예전에 찍어 보정한 사진을 다시 보면 온 몸에 닭살이 돋는다. ;;;) 그러니까 원본을 잘 정리해 두기만 하면 된다. 특별한 후보정이 필요한 경우나, 후보정을 의도하고 촬영한 사진만 후보정한 것을 원본과 함께 저장해두면 된다. 그렇지 않은 경우는, 확인작업을 하기 편하도록 jpg로 그냥 변환만 해두자. (그때그때 웹에 올리기 쉽도록 낙관 정도는 넣어둔 변환본도 하나 만들어두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