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의 다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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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변화에 가장 강력하게 적응하는 생명체는 특성이 있을까?”
이 문제를 생각할 때 우선 생각해야 하는 것이 생명체가 환경변화에 적응하는 방법이다. 어떤 한 생명체가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다른 동식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을 만들거나 아니면 다른 동식물에게 희생당하는 수보다 더 빨리 번식하면 된다.

생명체가 환경에 적응하는 방법

다른 동식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은 적극적인 방법과 소극적인 방법이 있다. 다른 동식물들에게 맞서 싸울 수 있는 힘이 갖거나 공격용 무기를 갖추는 방법이 적극적인 방법이다. 사자나 호랑이의 강력한 힘과 공격력이나 코끼리나 하마의 거대한 몸집이 다른 동물들에게 맞서 싸울 수 있는 힘을 갖는 대표적인 방법이다. 반면 뱀이나 나방의 독이나 솔잎에 의해 주변의 땅을 산성화시켜서 다른 식물들이 성장할 수 없도록 만드는 소나무도 공격용 무기를 갖추는 방법이다.

반면 소극적인 방법은 거북이의 등딱지나 곤충들의 보호색과 같은 방법이다. 새가 하늘을 날기 시작한 것도 일종의 소극적인 방법으로 강력한 경쟁자들이 쫒아오지 못하는 하늘로 도피한 형태의 진화이기 때문에 소극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일부 생명체들은 다른 동식물들에게 희생당하는 수보다 더 빨리 번식하는 방법을 사용하는데, 일반적으로 단세포 생명체들과 같은 원시적인 생명체들이 주로 사용하는 방법이다. 주로 속도전인 모습의 번식이기 때문에 선택의 시간이 걸리는 유성생식을 하는 생명체들보다는 언제든지 번식을 할 수 있는 무성생식을 하는 생명체들이 더 많이 관찰된다. 대표적인 식물이 제비꽃이다. 이른 봄~여름에 양지바른 풀밭에 보라색이나 흰 꽃을 화사하게 피워내는 제비꽃이 화단에 침범해 들어왔을 경우에 이 제비꽃을 완전히 제거하기는 무척 힘들다. 그 이유는 제비꽃은 유성생식도 하지만 지하 뿌리가 잘라졌을 때 각각의 조각들이 새로운 하나의 개체로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제비꽃을 화단에서 제거하기로 결정한 강력한 적인 인간에 대항한 제비꽃의 생존전략은 개체들이 없어질 때마다 더 많은 개체들을 성장시켜 자신들의 존재를 유지하는 것이다.

물론 자신을 보호하는 것은 다른 동식물에게서 자신을 보호하는 것에만 한정되지 않고, 환경의 변화에 어떻게 적응할 것이냐는 문제까지 포함해야 한다. 항생제 사용에 대항하는 능력(내성)을 갖추는 세균들의 경우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항생제 개발은 많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인간이 새로운 항생제를 만들어 내는 것은 무척 오래 걸린다. 하지만 세균이 항생제에 내성을 갖는 것은 대략 10년 정도면 가능해진다. 10년이면 꽤 긴 시간인 것 같지만, 생태계에선 꼭 그렇지도 않다. 기전은 약간 다르지만 최근 미국에서 학교를 중심으로 번졌던 슈퍼박테리아 사건 등은 바이러스나 세균이 항바이러스제나 항생제에 매우 쉽게 적응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더군다나 미국에서 내성을 갖게 된 박테리아는 이전의 영국 등지에서 발생한 슈퍼박테리아와는 연계가 없이 따로 발생한 것이어서 점차 박테리아가 내성을 갖는 시간이 짧아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게 한다.

박테리아의 항생제 내성을 통해 본 유전자 풀

박테리아가 내성을 갖추는 것은 2가지 방법이 사용된다. 첫 번째 방법은 돌연변이에 의한 방법이다. 수도 없이 많은 박테리아가 항생제에 의해 희생당하고, 그에 맞춰서 더 많은 박테리아가 번식을 하고, 그 많은 번식들 중 수도 셀 수 없을 만큼 다양한 빈도로 돌연변이가 생기게 된다. 이러한 돌연변이는 박테리아에게 전혀 필요 없는 돌연변이일 수도 있지만, 때때로 인간의 항생제에 맞서는 능력을 갖추게 되는 경우도 있다. 두 번째 방법은 일단 한번 발생한 돌연변이는 다른 박테리아 사이에서 유전자를 서로 공유한다는 것이다. 무성생식을 통해 번식한 박테리아는 모든 유전자가 동일하기 때문에 한 가지 항생제에 의해서 공격당하게 되면 전멸하게 된다. 이 때 한 박테리아가 내성을 띄게 되면 이 박테리아가 무성생식을 통해서 내성 유전자의 개수를 불리고, 이 유전자를 기존의 다른 박테리아와 공유하면서 다른 박테리아도 내성을 띄게 된다.[footnote]박테리아 사이에서는 같은 유전자를 서로 주고받는 경향이 존재한다.[/footnote] 이러한 유전자의 공유는 같은 종의 박테리아뿐만 아니라 다른 종의 박테리아 사이에서도 일어난다. 이렇게 유전자를 공유하는 것이 인간에게 심각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각각 다른 항생제에 내성을 갖게 된 박테리아가 만나면 동시에 두 가지 항생제에 내성을 갖는 박테리아가 생겨나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내성을 융합시킨 박테리아는 항생제에 의해서 다른 박테리아가 죽는 동안 더 활발히 번식하고, 더 많이 퍼져나가게 된다. (그래서 항바이러스제나 항생제를 가축 사료 등에 넣는 것이 매우 위험하다.)

에이즈는 돌연변이를 더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예이다. 인간의 면역체계가 에이즈 바이러스를 적으로 인식하는 부분을 계속해서 돌연변이를 일으킴으로서 인체의 면역체계를 무용지물로 만든다.

고등 생명체의 유성생식을 이용한 유전자 풀

박테리아가 돌연변이를 통해 환경에 적응해 나간다면, 고등생명체는 다양한 유전자 풀을 형성해서 환경에 적응하게 된다. 그리고 이 유전자 풀을 만드는 방법은 ‘성’에 의한 유성생식이다.

환경에 불리한 유전자를 갖고 있다 하더라도 성을 활용한 생명체에서는 그 유전자가 바로 나타나지 않는다. 유리한 유전자의 그늘에 가려 잠복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 모습이 모두 다르듯이 유성생식을 통한 유전은 그 개체를 훨씬 더 다양한 능력의 개체로 만든다. 결국 당면한 환경에서 적응할 돌연변이뿐만 아니라 과거나 현재에 나타났던 많은 돌연변이를 보지하면서 언젠가 이 개체는 각각 서로 다른 환경에 적응하면서 하나의 집단 내부에서 훨씬 더 다양한 삶을 살아가도록 만들기도 한다.

이처럼 생명체가 환경에 더 잘 적응하는 능력은 결국 더 많은 번식을 통해서 돌연변이를 다수 확보하거나 처음부터 유전자 풀을 다양하게 갖추어 변화에 적응하는 시간을 빠르게 하는 방법이다.

공룡의 멸종은 다양한 DNA 확보의 실패가 주원인

6500만 년 전의 공룡의 멸종을 생각해보자. 공룡은 약 1억 2천만 년동안 지구를 지배했다. 지배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커다란 몸집과 매우 긴 수명이라고 고생물학자들은 추측하고 있다. 공룡의 크기는 지금까지 나타난 육상동물 중에서 가장 컸으며, 고래를 제외한 모든 동물들 중에서 가장 크다. 나이는 100~300년 정도로 추정될 정도로 길었으며, 중생대 지구에는 공룡을 위협할만한 동물들이 없었기 때문에 일단 성체가 된 공룡은 매우 긴 수명을 누리며 살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그 시기에 살고 있었던 원시적인 포유류들은 그 크기가 매우 작았다. 그 뿐만이 아니고 수명도 매우 짧아서 오늘날의 쥐 정도였을 것이다. 몸집의 크기가 작기 때문에 신진대사가 빨라서 수명이 길 수가 없다.

시간이 흘러 중생대 말기가 되어가자 지구의 환경은 변화하기 시작했다. 약 6600만 년 전 이후 100만년동안 공룡은 서서히 쇠퇴하게 되는데 그 원인은 아직도 불명이다. 하지만 그 100만년동안 공룡이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했던 것이 분명하다. 그러다가 시간이 훨씬 지난 후 6500만 년 전에 운석 하나가 멕시코의 Chicxulub 지역에 떨어지면서 지름 400km나 되는 거대한 운석공을 만들게 된다. 이 충돌로 지구 환경은 급변하게 됐고, 수명이 100년 이상 되는 공룡들의 번식속도로는 급변한 환경에 적응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반면 몸집이 작아서 수명이 수 년 정도였던 포유류와 조류 등은 그 위기에서 살아남을 수 있게 됐다.

바나나는 멸종위기종인가?

인간이 재배하는 작물들은 대부분 자연 상태에서는 누릴 수 없는 최대의 번성을 구가하고 있다. 이러한 번성은 인간이 대량생산으로 농경을 하기 때문에 발생했는데, 반면에 대량생산의 이면에서 곡물의 많은 종들이 사라지고 있다. 예전에는 각각의 지방마다 품종이 달랐던 벼와 밀, 바나나 등은 전 세계적으로 획일화된 종으로 재배되고 있다. 오직 몇몇 종만 남게 되면서 유전자풀이 단순해지고, 그래서 환경이 변화하면 환경에 적응할 능력이 떨어지게 된다.

이러한 위기는 자연환경의 변화에 의해서 올 수도 있지만, 병원균에 의해서 올 수도 있다. 다양한 유전자 풀을 갖고 있을 때는 매우 강력한 병원균이라고 하더라도 그에 적응하여 살아남는 개체들이 여럿 존재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개체들이 거의 비슷한 유전자를 갖고 있다면 하나의 질병에 모든 개체들이 사라지는 결과를 보일 수 있는 것이다.

학자들은 간혹 바나나를 멸종위기종으로 보고 있다. 바나나는 야생에서 자라는데, 이를 개량하여 무성생식으로 대량 번식시켜 전 세계에 보급했고, 이러한 보급은 하나의 종을 너무나 많은 병균에 노출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결국 바나나가 접했던 많은 병균들 중에서 하나가 바나나를 죽일 수 있는 돌연변이를 일으키면 그 바나나는 전 세계 어디에서도 기를 수 없게 되기 때문에 그러한 병균이 나타나기 이전에 계속해서 새로운 야생 바나나를 찾아야 한다. 현재는 다국적 바나나 생산업체들이 적절히 야생 바나나를 개량해서 수년에 한 번씩 종을 교체시켰으나 앞으로 점점 야생 환경이 사라지면서 야생 바나나를 찾기가 힘들어지게 될 것이므로 바나나를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볼 수가 있다.

사람은 진화하고 있는가?

진화를 나타내는 가장 중요한 한 단어는 ‘적자생존’이다. 적응을 가장 잘 한 생명체만이 살아남는다는 저 말은 약한 개체가 제거되지 않으면 진화하지 않는 것이라는 말을 포함하고 있다. 산업혁명 이후 의료의 발달과 식량의 대량생산/수송 체계 덕분에 인구는 꾸준히 증가하게 됐고, 그 덕분에 사람은 적자생존이 아니라 모든 개체를 살리는 방법으로 사회가 변화하게 됐다. 사람들은 그래서 환경에 의한 도태가 일어나지 않아 진화는 멈춘 상황이다. 물론 그 덕분에 매우 풍부한 유전자 풀이 형성됐다. 하지만 지구가 인간의 수를 언제까지 받아줄 수는 없을 테고, 당연히 가까운 미래에 열등한 DNA를 갖는 인간들은 지구에서 제거될 것이다. 물론 제거의 형태는 여러 가지로 나타날 테지만, 전쟁이나 질병 등의 형태로 발생할 가능성이 가장 크다. 인간이 다시 진화를 시작할 때 인류는 어떻게 진화해 갈지 그 모습이 상당히 기대된다.

세계화의 거대기업들

최근에는 여러 기업들이 다국적 기업이 되면서 이전에 우리가 생각하던 기업체들의 규모를 뛰어넘고, 일부 기업체는 한 정부보다 강력한 힘을 갖게 됐다. 예전에는 각 나라마다, 지역마다 국지적으로 존재하던 수많은 작은 기업들이 이제는 다국적 기업들의 앞에서 서서히 몰락해가고 있다. 이러한 몰락은 생명체들의 몰락과 그 모습이 매우 유사하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거대한 기업체가 전 세계를 지배한다는 것은 인간 사회에서의 다양성을 잃는 것과 같은 의미여서 마치 생명체의 유전자 풀을 잃게 되는 것과 같은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다.

이러한 시각은 매우 적절한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기업들만 살펴봐도 이에 해당하는 기업들이 많다.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는 ‘삼성’, 검색엔진 시장의 약 80%를 장악한 ‘Naver’, 전력을 100% 공급하는 ‘한국전력’, 유선전화를 100% 독점하는 ‘KT’ 등이 그 예이다. 컴퓨터 업계에서 한동안 독보적인 존재였던 ‘Microsoft’, 전 세계 곡물 유통의 75%를 장악하고 있는 5대 곡물회사, 검색엔진을 독점하는 ‘Google’, 전 세계 영화시장을 독점하는 헐리웃 영화사들 등은 우리나라나 전 세계의 미래를 심각한 수준으로 위협하는 장애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 ‘미국’이나 석유 생산량의 절대량을 차지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등도 획일화의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미래를 위해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오직 한 가지뿐이다.

ps. 이 글을 쓴 지 오래 됐고, 그동안 공부를 더 했지만, 기본취지는 맞다고 생각하지만 세부적인 요소들까지 다 맞다고 말씀드리기엔 자신감이 없습니다. 아시다시피 생물학은 제가 전혀 모르는 분야라서….

글 쓴 날 : 2007.11.18

14 comments on “DNA의 다양성”

  1. 핑백: Forest
  2. //한 바이러스가 내성을 띄게 되면 이 바이러스들이 무성생식을 통해서 내성 유전자의 개수를 불리고, 이 유전자는 기존의 다른 세균들과 공유되면서 다른 세균들도 내성을 띄게 된다.//

    이 문장이 세균끼리 dna 교환을 한다는 의미입니까? 공유라는 개념이 잘 와 닿지가 않아서요.

    공룡 이야기를 읽다가 보니 그런 생각이 듭니다. ‘죽어야 산다’ 우리도 빨리 빨리 많이 생산하고 죽어야 인류가 사는 걸까요.

    저는 인간 진화를 atp에 의존적인 유기물의 틀을 벗어나 무기물로 확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공각기동대 이야기처럼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3. 저겨, 항생제는 bacteria(세균)에 작용하고, 바이러스에 작용하는 건 항바이러스제입니다. -_- (물론 잘 알고 계시겠지만?) 세균은 원핵생물이고, 바이러스는 생물과 무생물 중간에 걸친 애매한 놈이죠. HIV로 예를 들어 언급하신 Antigenic variation 같은 면역 회피 기전은 세균이나 바이러스나 다 가지고 있긴 합니다만, 사실 세균과 바이러스의 기전이 살짝 다릅니다. 글고 플라스미드를 이용한 유전자 교환은 bacteria(세균)에만 해당하는 이야깁니다. -.- 나머지 부분도 지적할 건 많습니다만… 저게 아주 결정적으로 틀렸길래 지적합니다. 정의를 제대로 알고 글을 쓰셨으면 좋겠군용. -_-

    1. 안녕하세요.
      지적 감사합니다.
      사실 제가 몰랐던 부분들도 존재하네요. ^^;
      제가 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겠네요. ^^;

  4. 핑백: Nude & Nude
  5. 여기서 오해하면 안되는게 “열등한 유전자”라는 것에서 열등함이라는 개념이 인간이 생각하는 “못난 것”과 맞아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인간이 보기에 열등하더라도 유전자 수준에서는 우수할 수 있거든요.

    환경이 변화하지 않으면 진화도 일어나지 않죠. 그리고 그런 상황 자체가 “진화중”인 상황입니다. :)

  6. media.daum.net/digital/view.html?cateid=1050&newsid=20110107111018322&p=fnnewsi&allComment=T&commentViewOption=true
    기사를 참고하여 바나나 멸종 위협에 대한 내용을 보강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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