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찍다보면 ND필터라는 까만 필터를 쓸 일이 생긴다. ND필터가 검은 이유는 모든 파장의 빛을 똑같이 흡수해 빛의 양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물론 실제로 써보면 알겠지만, 짧은 파장 쪽 빛이 더 많이 흡수한다.)
ND필터에는 항상 숫자가 붙어있다. ND8 필터라고 하면 비교적 덜 까만 필터이고, ND400 필터라고 하면 거의 완전히 까만 필터다. 시중에서는 흔히 판매되는 필터는 ND2 ~ ND1000이다. 태양필터라는 것은 ND100`0000이다. 그럼 이 ND필터는 어디다 쓰며, 숫자는 어떤 뜻일까?
1. ND필터의 용도
ND필터는 빛의 양을 줄여주는데 쓴다. 보통 접사를 찍을 때는 빛이 많을 수록 좋아서 ND필터를 쓸 일이 없지만, 풍경 같은 사진을 찍을 때는 종종 쓴다. 예를 들어 대낮에 햇빛이 들고 있는 폭포를 찍는다고 생각해보자. 사진을 찍자면 셔터가 개방되는 시간이 1/1000 초는 물론이고 1/8000 초를 넘어가기 일수다. 보통 판매되는 카메라는 가장 짧은 개방시간이 1/4000 초나 1/8000 초다. 이럴 때 사진을 찍기가 매우 힘들어질 뿐만 아니라, 찍을 수 있더라도 물방울이 하나하나 나눠진 모습만 찍을 수 있다. 물방울이 한 줄기로 이어져 부드럽게 떨어지는 사진을 찍으려면 셔터 개방시간을 길게 할 수밖에 없다. 이럴 때는 조리개를 조여 렌즈가 빛을 통과시키는 양을 줄이면 된다. 조리개를 f/1.에서 f/32.로 조인다면 빛의 양은 약 1/1000 배가 된다. 이 정도라면 어지간하면 사진을 찍을 수 있다.
그러나 조리개를 조이면 사진이 달라진다. 심도가 깊어지고, 회절이 심하게 일어나서 처음에 원했던 사진과는 달라질 것이다. 따라서 조리개를 조일 수 없을 때도 있다. 바로 이럴 때 쓰는 것이 ND필터다. ND필터를 끼우면 빛이 차단되어 카메라가 받아들이는 빛의 양이 줄어들므로, 셔터 개방시간을 길게 만들 수 있다.
셔터 개방시간을 길게 만들면 어떤 사진을 얻을 수 있을까? 상상하기에 따라 다르다.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앞서 말했던, 부드럽게 물줄기가 떨어지는 폭포나 분수 사진이다. 파도가 바닷가 바위에 부딪혀 부서지는 장면도 셔터 개방시간을 길게 하면 멋지게 찍힌다. 요즘에는 갯벌에 물이 드나드는 것을 몇십 분씩 노출시켜서 찍는 것이 유행인 것 같다. 이런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당연히 ND필터가 필요하다.
2. ND필터 숫자의 뜻
ND필터에 있는 숫자는 예상 외로 간단한 뜻을 갖는다. 빛을 얼마만큼 통과시키느냐는 의미다. ND400 필터라면 빛을 1/400만큼 통과시킨다. ND1000은 1/1000만큼 통과시킨다. 그럼 이걸 어떻게 사진 찍는데 활용할 수 있을까? 만약 1/8000 초 만큼 셔터를 개방해야 하는 사진을 찍어야 한다고 생각해보자. ND1000 필터를 끼우면, 셔터를 1000 배인 1/8 초만큼 개방해야 한다. ND400 필터를 끼우면 400 배인 1/20 초만큼 개방하면 된다. 쉽다!
문제는 카메라로 직접 찍을 수 없는 대상을 찍을 때다.
예를 들어 해 사진을 찍으려고 한다고 생각해보자. 해는 워낙에 밝기 때문에 카메라로 찍을 때는 감광소자가 타버릴 수 있어서 위험하다. 그래서 처음 시작할 때부터 ND필터를 끼우고 찍어야 한다. 그래서 경험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 여름 대낮에 해를 순간적으로라도 찍으려면 ND1000 필터가 필요하다. ND1000 필터를 끼우고 셔터속도를 1/8000 정도로 맞춰서 시도해 봄직하다. 만약 해가 움직이는 궤적사진을 찍으려면 ND100`0000이 필요하다. 보통은 ND1000 필터를 두 개 끼워야 한다. 이렇게 하면 셔터 개방시간을 백만 배만큼 길게 할 수 있다. 이런 촬영을 위해서 태양을 찍을 때만 전문적으로 쓰는 태양필터가 따로 있다. (직접 찍어보니, 몇 십 초 정도 된다.)

여기서부터 고등학교 수학이 시작된다. 만약 조리개를 f/10.0에서 f/2.8로 바꾸고, ND400 필터를 끼운다면 셔터 개방시간을 몇 배로 해야 할까? 이런 계산은 무척 어렵다. 우선 조리개의 바뀐 비율 10/2.8의 제곱한 약 12.7 배만큼 빛의 양이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ND400 필터는 빛을 1/400로 줄일 것이므로 셔터 개방시간은 32 배만큼 길게 해 줘야 한다. 물론 보통은 이런 계산을 일일이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해 같이 밝은 피사체를 긴 시간 동안 셔터를 개방해서 사진 찍으려 한다면 일일이 계산해야 한다. 왜냐하면 만약 노출시간이 너무 길어져 버리면 카메라가 망가질 수 있고, 원하는 사진도 못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3. 편광필터

흔히 ND필터가 없을 때, 편광필터를 대신 쓰곤 한다.
편광필터는 보통 유리 표면 같은 곳에서 반사되는 빛(보통 잡광이라고 부른다.)을 제거하는데 쓰인다. 보통 ND6~8 정도의 ND필터 대용으로 쓸 수 있다. 편광필터는 수명이 제한돼 있는 제품이므로, 오래 쓴 것일수록 ND필터로 칠 때의 숫자가 점점 줄어든다.
편광필터와 ND필터로 찍은 사진은 결과물이 사뭇 다르다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해 주변에 있는 구름을 찍는다면, ND필터로 찍었을 땐 흰 색으로 찍히겠지만, 편광필터로 찍으면 알록달록한 색깔이 나타날 수 있다. 햇빛이 구름 안에 있는 물방울에서 산란될 때 편광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러니 편광필터를 ND필터 대용으로 쓰더라도, 영 급할 때만 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