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표수집용 마운트 처리 논란 정리

나는 우표수집을 한다. 어렸을 때 모으다가 잃어버린 뒤 중단했다가, 2 년 전에 다시 시작했다. 어렸을 때는 그냥 기념우표가 발행될 때마다 우체국에 가서 한두 장씩 구매해 우표앨범에 꽂아두는 수준이었는데, 다시 시작한 뒤에는 국내우표 뿐만 아니라 해외우표도 내 수집목적에 맞는다면 되는 대로 수집하고 있다.

2018 년 10 월 02 일에 발매된 캘리그라피 우표 ‘꽃, 봄’

근데 1 년여 전에 우취동호회에 가입해서 살펴보다가 전혀 예상치 못한 논란을 접하고, 잠시 혼란에 빠졌었다. 이제 그것에 대해 정리해보자.

문제) 우표를 마운트로 씌울 때, 완전히 밀폐하는 것이 좋은가 개방해 두는 것이 좋은가?

마운트는 얇은 비닐로 만든 봉투이다. 우표는 대부분 뒷면에 풀을 칠한 종이여서 보관이 힘들기에, 얇은 비닐인 마운트로 감싸는 것이다. 꼭 써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표를 앨범에 잘 꽂아두더라도 마운트에 넣어두는 것이 보관에 더 용이하다.

향기가 나게 제작된 난(蘭) 우표 같은 향기우표는 마운트에 넣어두지 않으면 향기 성분이 모두 날아가 버릴 것이므로 마운트를 꼭 써야 한다. 크기가 A4보다 큰 대형전지를 끼우도록 특별히 크게 제작된 앨범은 속지가 워낙 커서 빳빳하지 못하기 때문에 우표가 잘 고정되지 않고 쉽게 움직이므로, 마운트를 ‘꼭’은 아니지만 되도록 쓰는 게 좋은 경우도 있다.

여기까지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논란은 우표를 마운트에 넣을 때 생긴다. 어떤 사람들은 달궈진 인두로 비닐을 완전히 밀봉하고, 어떤 사람은 3 방향만 막고, 어떤 사람은 2 방향만 막는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3 방향을 막고, 외국에서는 2 방향을 막는다. 이 두 방법은 제작할 때는 차이가 나지만, 보관할 때는 비슷하므로 따로 나눠서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보인다. 이제 완전밀폐하는 방법과 개봉하는 방법이 어떤 장단점을 갖고 있는지 따져보자.

2019 년 6월 21 일 발매된 현대한국인물(가수) 기념우표 초일봉투(FDC)
마운트는 우표 뿐만 아니라 종이로 만든 것을 보관할 때 늘 쓰인다.

밀폐하면 안 좋다는 분들의 한결같은 주장은 우표는 종이이기 때문에 숨을 쉬어야 한다는 것이다. 생물이 아닌 우표에게 ‘숨을 쉰다’라는 말을 어떤 뜻으로 쓰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장시간 보관하면 우표의 풀이 달라붙거나 우글거리게 되기 쉬운 원인을 두고 하는 말인 듯하다. 이제 이 원인을 살펴보자.

종이란 것은 보관이 어렵다. 습기 때문이다. 종이는 식물의 펄프 성분에 적당한 습기가 배어있는 물질이다. 습기가 많으면 눅눅해지고, 적으면 부서진다. 우표는 풀까지 칠해져 있다. 풀 또한 녹말 성분과 적절한 습기가 배어있는 상태다. 우표처럼 습기가 너무 많으면 변형되거나 달라붙고, 너무 적으면 갈라지게 된다. 따라서 우표보관은 습기를 적절히 유지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우표에 습기가 얼마나 있는 게 적절한가는 따지기 어려운데, 이게 절대습도가 아니라 상대습도이기 때문이다. 온도, 습도, 압력에 따라 습기가 달라진다는 뜻이다.

우선 마운트로 완전밀봉한 우표가 있다고 가정하자. (우표는 습기가 너무 많거나 적지 않을 때 밀봉했다고 가정하고 생각하자. 실제로도 그렇게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조금 극단적인 물리 조건에서 보관되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1. 완전밀봉한 우표를 차가운 냉동고에 넣어서 보관한다.
    기온은 내려갈 것이고, 완전밀봉된 마운트 안의 공기는 습도가 높아질 것이다 어느 순간 수분이 종이와 풀에 맺혀서 우표가 마운트에 달라붙고, 쭈글쭈글 변형되기 시작한다. 보관 실패!
  2. 완전밀봉한 우표를 에어컨 실외기 위 같이 뜨거운 곳에 보관한다.
    평소에는 괜찮다가 한여름에 에어컨을 틀면 온도가 100 도를 넘어간다. 밀폐된 마운트 속의 공기는 점점 건조해져서 어느 순간 종이가 바짝 말라 푸석푸석해지고, 완전히 굳은 풀이 벗겨진다. 시간이 더 흐르면, (사막에 버려진 종이가 부서지는 것처럼) 우표도 부서지기 시작한다. 보관 실패!
  3. 태풍이 와서 (좀 과장해서) 기압이 800 hpa까지 떨어졌다.
    완전밀봉된 마운트가 부풀어오르고, 마운트 안에는 마치 구름이 생기듯이 습기가 찬다. 이걸 어쩌나… 망했다. 결국 보관 실패! (실제로는 이정도까지는 아닐 것이다.)

완전밀봉하지 않은 마운트에 보관하는 우표를 위의 1, 2, 3 조건에 맞춰서 똑같이 생각해보자. 여기서 차이점은 공기가 마운트 안팎으로 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온이 내려가면 일시적으로 습도가 높아질 수도 있지만, 습기가 금방 밖으로 빠져나간다. 기온이 올라가는 경우는 (마운트가 밀봉돼 있건 아니건 답이 없기는 마찬가지겠지만) 구멍으로 습기가 밖에서 어느정도 공급되므로 밀봉된 경우보다 우표가 파손되는 정도가 훨씬 덜 할 것이다. 기압이 떨어지면 마운트 안에 있던 공기가 밖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습기가 구름처럼 응결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실제로 일상생활 속에서 밀봉된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은 비닐봉지에 습기가 차는 걸 서너 번 정도 본 적이 있다. 따라서 완전히 밀봉할 때는 극단적인 환경에 처하지 않게 주의해야 한다.

이처럼 극단적인 환경에 처하는 경우를 비교한다면 완전밀봉한 우표가 파손될 확률이 더 높다. 그러면 완전밀봉하면 안 좋겠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완전밀봉한 마운트는 한 가지 엄청난 장점이 있다. 단순히 쓰려고 사서 서랍에 넣어놓은 우표가 아니라 오랫동안 보관하려고 마운트를 씌워서 앨범에 꽂아놓기까지 한 우표가 손상되는 가장 빈번한 사고는 어떤 것일까? 첫 번째는 접히는 것이고, 두 번째는 당연히 뭔가를 우표 위에 흘리는 것이다. 완전밀봉하면 이 두 가지 사고로부터 더 안전하다. (그리고 하나 더, 좀벌레로부터 우표를 보호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우표는 완전밀봉해서 보관하는 것이 확률적으로 더 안전하다.


근데 완전밀봉의 문제는 이것이다. 내가 우표를 모으는 목적에 맞게 활용하려면 우표 사진을 찍어야 한다. 우표 사진을 찍으려면 우표를 마운트에서 꺼내야 한다. 우표를 꺼내려면 완전밀봉한 경우엔 마운트를 찢어야 한다. orz

그래서 나는 아직은 완전밀봉하지 않고 보관한다. 나중에 사진을 찍어 내 목적에 활용한 뒤엔 당연히 완전밀봉해 보관할 생각이다.

ps.
‘꽃, 봄’ 우표 이미지 출처 : 우체국 홈페이지
현대한국인물(가수) 초일 이미지 출처 : 우체국 홈페이지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