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행본으로는 368 쪽으로 약간 두꺼운 편인 책이다. 설명도조차 없이 100% 글로 설명하고 있으며, 전체적으로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잘 짜여져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약 1 달 동안 읽었는데, 책의 수준이나 내용을 생각한다면 오래 걸렸다고 볼 수 있다. 책 읽는 기간이 길어진 건 내가 읽은 시간이 매일 짧아서 그렇다고 볼 수도 있지만, 문장 문제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최근에는 읽다가 문제가 되는 부분이 나오면 빨간 포스트잇을 붙여놓는데, 이 책에서는 처음 몇 개를 붙이고는 바로 포기해 버렸다. 전체적인 문장 다듬기가 안 돼 있었기 때문에, 비문이나 잘못된 용어 사용 등이 너무나 많았기 때문이다.

[찻잔속 물리학]
The Storm in a Teacup (2016)
헬렌 체르스키 지음, 하인해 옮김, 북라이프
2018.03.31
신국판, 368 쪽, 7쇄
ISBN 979-11-88850-06-8
차례
제1장 팝콘과 로켓: 기체법칙
단순한 것이 아름답다
향유고래가 숨 쉴 때 일어나는 일
살아 숨 쉬는 포카치아 반죽
남극 바람과 물 뿜는 코끼리의 공통점
기차와 로켓은 커다란 주전자다
날씨는 팝콘의 물리학으로 움직인다
제2장 올라간 것은 반드시 내려온다: 중력
하늘과 바다의 경계에서 일어나는 일
저울, 타워브리지, 공룡의 시소 타기
거품과 부력의 비밀
지구의 가장 큰 엔진
제3장 작은 것이 아름답다: 표면장력과 점성
푸른박새와 결핵
작은 세계에서, 점성의 파트너
쏟은 우유를 걸레로 닦을 수 있는 이유
자이언트 레드우드와 랩온어칩
제4장 최적의 순간을 찾아서: 평형을 향한 행진
달팽이와 케첩의 공통점
자연과 인간의 시간 척도
비둘기, 빗방울, 운하의 시간 척도
후버댐의 타이밍
머그잔, 개, 고층 빌딩의 흔들림
우주 생명체를 발견하는 법
제5장 파도에서 와이파이까지: 파장의 생성
하와이 왕족의 서핑
파동이 경계에 닿을 때 일어나는 일
토스터와 적외선 파동
돌고래와 소리의 세계
온실효과가 만든 균형
진주조개와 휴대전화
제6장 오리는 왜 발이 시리지 않을까?: 원자의 춤
브라운과 아인슈타인
젖은 옷과 할루미 치즈
얼음과 유리의 특징
온도계 눈금과 오리 다리의 차이
보이지 않는 열이 움직이는 법
제7장 스푼, 소용돌이, 스푸트니크: 회전의 규칙
자전거, 원심분리기, 피자 반죽의 마법
투석기로 장화를 날리다
스푸트니크와 식빵, 발레리나의 회전
에너지 저장고 플라이휠
제8장 반대편끼리 끌어당길 때: 전자기
우리는 전기로 둘러싸여 있다
오리너구리의 사냥법
이동할 뿐 사라지지 않는다
주전자와 텔레비전의 마법
전자들의 섬세한 춤
토스터의 진정한 재능
북극은 움직인다
대륙의 퍼즐 조각이 맞춰지다
전기와 자석의 우아한 춤
제9장 우리는 무엇으로 사는가: 인간, 지구, 문명
세포가 모여 만든 움직이는 기계
인간을 담고 있는 거대한 생명 그릇
과학과 기술의 찬란한 결정체
차례를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책 전체가 무언가 하나의 주제를 이야기하는 책은 아니다. 그만큼 부담 없이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책의 수준은 뭐 그냥 고등학교 저학년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많이 팔릴 과학책이라면….의 조건을 충실히 만족시키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앞에서 말했듯이 글쓰기 문제가 너무 많았다는 것이다. 예전에 읽던 책이 떠올랐다. 사실 20 년 전에 나온 책들만 하더라도 이정도면 아주 준수한 글쓰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우리 사회가 인터넷을 통해 정보화되었고, 그동안 대중의 전반적인 글쓰기 수준이 높아져서 지금은 안 좋은 편으로 읽히는 것일 뿐이다. 아무튼 안 좋은 것은 안 좋은 것이다.
몇 가지 오류도 갖고 있었다. 흔히 일반상식으로 존재하는 오류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오류들은 요즘에는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아직은 전문가들조차 피해가지 못하는 것들이 많다. 예를 들어 달이 지구를 보호해 준다던지…. 하는 이야기들 말이다. 이들 중에 대부분은 번역과정에서 생긴 오류로 보였지만, 일부는 원서가 갖고 있던 오류라는 생각이 들었다. 원서가 갖고 있는 오류 같은 경우엔 잡아내기 무척 어려웠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 책 덕분에 내가 잘못 생각하던 오류를 알게 된 경우도 있었다. 예를 들어, 나는 액상화를 액체의 표면장력 때문에 생기는 현상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조금만 생각해보니 그런 것은 아니었다는 걸 금방 깨닫게 됐다. 만약 표면장력이 원인이거나, 현상이 일어나는 과정에 관여하는 것이라면, 완전히 물 속에 푹 잠긴 흙 등에서는 액상화가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지진이 일어났을 때 물에 흙이 완전히 잠겨있는 매립지에서 액상화가 일어난다는 것은 표면장력과 연관이 없음을 잘 알려준다.
참고로 내가 쓴 [노을의 물리학]은 쓰면서 지인이 열몇 가지의 오류를 잡아주셨었다. 내가 직접 찾아낸 오류는 더 많았다. 그러면서도 오류가 남아있으면 어쩌나 해서 아직도 전전긍긍하고 있다. 그만큼 잡아내기 어렵다. 프레임 또는 패러다임이 잘못 형성돼 있으면 고치기가 그만큼 힘들다. 더군다나 오류를 잡아주는 건 출판사에서 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글쓴이 본인, 또 번역자 본인이 오로시 해야 하고, 모든 것을 교차검증한다 해도 전부 걸러지지 않기 때문에 엄청나게 더딜 수밖에 없다.
별점 : ★★☆
아무리 생각해도 글쓰기가 아쉬움이 많다.
책에 덕지덕지 붙여놓은 포스트잇에 적힌 내용들을 이 독후감에 적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엄청 고민하고 있다. 그만큼 이 책은 전체적으로 교정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내가 포스트잇으로 표시해 놓은 것 몇십 가지를 적어놓아봤자 별 의미가 없다. 그만큼 처음 출간할 때 교정을 철저히 하지 못한 것이 아쉽고, 또 그만큼 이 책이 많이 팔린 것이 아쉽다.
구체적인 지적사항을 추가할지는 나중에 결정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