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n98 – 랜덤OS의 추억

14 comments

1998년은 아마 나에게 잊지 못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그 해에 군대를 제대했기 때문에 모든 기억의 기준점이다.

제대를 한 뒤에 친구들로부터 당시 막 유행하기 시작한 mp3와 토탈 어날힐레이션(?)이라는 오락을 빌려서 입대하기 전에 사용하던 내 컴퓨터에서 돌려봤다. 그러나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

94년에 구입했던 486 DX2-50 사양에서 98년도 프로그램과 자료들을 정상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mp3를 재생했더니 0.5초 재생되고 3초간 읽어들여 변환시키는 작업을 반복했다. 좌절에 이어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토날 어날힐레이션은 설치조차도 안 되리란 예상은 깨고 설치시간만 한 시간정도 잡아먹었지만 어쨌든 잘 실행이 되는 것이 아닌가?? 부푼 기대를 안고서 실행해서 첫번째 건물을 지으라고 명령을 내렸다…… 시간이 지나도 변화가 없는 화면…. 밖에 나가서 40분동안 TV를 보고 돌아왔는데도.. 건물을 계속 짓고 있었으며, 또 15분동안 외출을 했다 와서 살펴봐도 전혀 변화가 있지 않았다. TT

결국 나는 내 컴퓨터를 새로 조립해야 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용산에서 컴퓨터 부품들을 구입해서 낑낑거리면 수원에 있는 누나네 아파트로 가야 했다. 어쨌든 새로 만든 컴은 인텔 mmx-200 이었다.




컴퓨터 조립이 끝나고서 처음 한 일은 DOS 6.22를 설치하고 그 위에 windows 3.1을 설치했다. (DOS 6.21의 상위버전이었던 DOS 6.22는 IBM OS/2를 견제하기 위해서 만들어 졌다고 한다. DOS 6.22나 Windows 3.11이 설치된 컴퓨터에서는 OS/2와 같이 설치되어 멀티부팅되는 기능을 사용할 수 없었다.) 이 조합은 내가 군대에 입대하기 직전까지 사용하던 형식이다. 군대 입대하기 한 달쯤 전에 win95가 발매됐지만 그것을 접해볼 수는 없었다. 당시만 해도 지금처럼 공유방식이 활성화 되지도 못했었고, 영문판만 나와있는 상황이라서 돈주고도 사기에는…. 흐흐~ (더군다나 한 달 쓰자고 돈주고 사긴 아깝잖은가?)

하지만 친구들의 노력으로 win95로 바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었다. 오…누가 그랬던가? win95는 흥미진진한 오락이었다고..!! 언제 꺼질지 모르는 불안한 시스템과.. 매번 똑같은 명령을 내려도 내릴 때마다 실행된 결과가 달라지는 .. win95는 사용자들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고 긴장감이 팽팽하며 흥미진진한 그 운영체제….
어떠한 오락을 해도 만족하지 못하는 한 아이에게 오락을 판매하는 점포의 주인이 win95를 추천해 줬다는 우스개 소리가 당시 인터넷에 많이 떠돌고 있었다.

나는 한 달을 못 넘기고 win98 osr2을 손에 넣기에 이른다. 그리고 설치하고 실행하고…

win98은 98번 설치해 봐야 제대로 알 수 있다는 이야기가 용팔이 사이에서 떠돌고 있었다. 그런데 정말 거짓말 안 보테고 98번은 넘게 설치해 본 것 같다. 제대로 알 수 있었나? 결과는 제대로 알 수는 없었다!!!

win98은 정말 난해한 운영체제였다. 공유폴더들은 항상 네트워크 외부로 노출되어 있었고, 컴퓨터를 조금 할 줄 아는 사람이 있었다면 항상 외부에서 운영체제 내부를 전부 들여다 볼 수 있었다.

네트워크상의 컴퓨터 주소(IP 혹은 이름)(드라이브명)$


이렇게 명령을 프롬프트에 내리면 어디에 있는 컴퓨터든지 다 접속하여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또 더 난해한 것은 운영체제를 설치할 때마다 경험하게 된다.

win98을 설치할 때 블루스크린이 한번 뜨지 않으면…..

프로그램 설치 순서와 응용프로그램 설치, 각종 하드웨어 드라이버 설치, 패치 설치 등등 모든 것을 목록으로 적어서 옆에 놓고 하나하나 그대로 따라하는데도 불구하고 언제나 설치할 때마다 결과가 틀려지는 것이다. 어떻게 이렇게 만들었을까??? (내가  MS의 기술력을 높이 사는 부분이 이 부분이다. 운영체제를 설치할 때마다 설치하는 사람이 지루해지지 않게 하기 위한 MS의 특별한 배려가 아닐까? ㅎㅎㅎ)
어쨌든 설치할 때마다 결과가 달라지는 이 운영체제를 나는 1999년 말경부터 랜덤OS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이 랜덤OS는  하루에 서너 번 설치해야 할 때도 있었고, 길게 갈 때는 3주 정도 사용할 때도 있었다. 대학교 다닐 때는 말썽쟁이 조카가 먹통으로 만들어서 다음날 낼 리포트를 쓰기 위해서 밤새 운영체제를 설치하고는, 아침에는 막상 운영체제 설치하느라 피곤해서 골아떨어지곤 했었다. ^^;;;;
뭐 결과는 학점이 0.3점 정도는 떨어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자주 리포트 내는 것이 늦어졌으니까…..^^;




2001년 중반부터 운영체제를 win2000(win2k)으로 바꾸면서 win98은 아련한 향수 속으로 잊혀져 갔지만… 아직도 랜덤OS의 추억이 남아있는 것은 MS가 만드는 그 후의 운영체제들도 매한가지로 랜덤OS의 성격을 버리지 않았다는데 있다.
MS가 만들면 무언가 다르긴 다르다. 어디에든지 심각한 버그가 숨어있어서 상시로 운영체제를 재부팅해야 하고, 기능이 미비해서 어딘가에서 사용자들은 헤매야 한다. 사용하는데 항상 편리하다면 MS가 아니다!

또 MS의 주특기가 하나 더 있는데… 잘 나가는 프로그램을 사들이는 것이다. 소스까지 사들여서 개조해 판매하는데, MS가 만들면 다르다는 것이 여실히 들어난다. 그래서 사람들이 구입하지 않으면 그 프로그램을 이번에는 운영체제 속에 삽입하고, 결국 관련 업계 시장을 축소/제거되게 만든다. 이와 같이 윈도우에 포함된 프로그램들은 생각보다 많다. 예로는 디스크검사(dos시절의 norton disk doctor – 줄여서 ndd)을 OEM해서 사용하던 것이 이제는 windows에 기본으로 포함되게 됐고, 이 프로그램을 OEM해 줬던 cymentic사는 현재는 이쪽 시장을 포기하고 다른 제품들에 주력하고 있다. (근데 막상 windows에 포함된 프로그램은 잘 돌아가느냐 하면…. 제대로 작동하질 않는다!)

이러한 영향들이 오늘날 반MS 진영을 만들게 됐다. MS가 공룡이라서 반대진영이 견고하게 굳어진 것은 아니다. 얼마전에 어떤 블로그에서 댓글로 봤던 내용이 생각난다.

“안티는 생기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다.”

14 comments on “win98 – 랜덤OS의 추억”

  1. 핑백: melotopia
  2. 98보다 불쌍한 OS인 윈도우즈ME에 관한 글을 하나 엮었습니다. 오지게 빠른 부팅속도 외에 딱히 장점이 없던 OS였죠…

    1. 저도 같이 엮어봅니다. ^^
      전 써본적이 없어서….
      그냥 악명만 익히 들어 알고 있죠. ^^

  3. 윈도우 Me 라면 제가 이갈리게 써봤지요 ;;

    고딩때 집에 들여놓았던 PC가 윈도우 Me 였는데…

    윈도우 3.1급 안정성이었던 기억이 ;;;

    (놀라운 것은 나중에 XP가 나온 후 어둠의 경로에서 구해다가 설치해보니 Me 보다 빠르게 돌아가더라는 ;;;;;)

  4. 악몽의 블루스크린을 다시보니 여러가지 생각이 교차합니다.

    윈도우 95(한PC에 백번이상 깔아본..덕분에 리눅스를 만져보긴 했지만.. )에서 3D때문에 NT로 돌아선이후로도 비슷한 화면을 가끔 보긴 했지만 ..

    외계인이 침공하면 우주선에 윈도우98을 깔면 퇴치된다는 유머까지 생각납니다..

    1. 〈인디펜던스 데이〉의 외계인이 C를 사용하는 컴퓨터를 사용한다죠. 아마 그 외계인들이 윈98을 사용하나봐요. ^^

  5. 저는 윈도우 3.1이 매우 좋던데요 뭐 여러가지 확장적인 프로그램들을 사용하진 않았지만 말이죠 95는 별로였구요 98도 나름 쓸만했고 95 98 모두 두달 넘게 사용하진 않았습니다. 바로 2000으로 넘어갔군요

    1. 윈3.1은 자체가 불안했기 때문에…. 그런거지 386에서 돌아가도록 만든 것 치곤 시스템은 나름 괜찮았습니다.

  6. 늦었지만, 포스팅 정말 잘 읽었습니다.
    유쾌하고 재미있네요..ㅎㅎ”

    지금은 어떤 운영체제를 사용하시나요?
    전 항상 MS에 불만이 많아 어쩔 도리가 없네요..;;킁..

    트랙백 보냅니다. :)

snowall 에 응답 남기기응답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