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공부를 거의 처음 시작했던 2010~2011 년, 되도록 플래시는 쓰지 않고 자연광만으로 촬영하려고 노력했었다. 그런데 보통 사진도 아니고 접사를 M모드로 찍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렇게 악전고투를 하다가 어쩌다가 한 장 얻어걸리는 사진들은 (10 년이 지난 지금 봐도) 뜻하지 않게 좋은 사진이 되어주곤 했다.
어느날 저녁해가 거의 기울던 때에 어떤 꼬마거미가 어떤 작은 개미를 사냥하는 장면을 찍었다. 광량 문제 때문에 화질이 좋지는 못하다. 저녁햇살에 까만 개미가 옅은 발강으로 찍혔다. 아마 거미도 몸 색이 개미와 비슷하게 찍힌 걸 보면 원래 색깔이 검정일 것이다.
나무등걸의 거미줄 방향으로 털개미 세 마리가 올라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한 마리의 더듬이가 거미줄에 붙었다. 뒤이어 오던 녀석은 앞의 개미가 멈추자 같이 멈칫거리다가 더듬이가 거미줄에 붙어버렸다. 두 마리는 꼼짝도 못하고 거미줄에 걸렸다. 그러자 세 번째로 뒤따르던 개미는 슬금슬금 뒷걸음질을 치더니, 결국에는 내빼버렸다.

처음에는 거미를 쇠굴아기거미라고 생각했지만, 그 주변에서 1 년 이상 관찰해보니 검정미진거미(Yaginumena castrata)였다. 미진거미속은 개미가 많이 지나다닐 만한 수직인 나무등걸이나 풀잎 같이 곳에 불규칙한 그물을 치고서 지나가던 개미가 붙기를 기다린다.
크기는 검정미진거미 1.5 mm, 털개미 3 mm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