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에 채이던 장수깔따구 + 촬영방법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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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2013 년 10 월 1 일) 밥 먹으러 가는데, 발치에 뭔가가 채였…..

자세히 들여다봤더니 파리과의 장수깔따구 두 마리가 붙어있었다. 두 마리를 합한 길이가 1 cm 정도였다. 어제, 그리고 오늘 몇 시간 전에도 이 모습을 본 적이 있어서 이미 찍어놓은 종이었다. 그래서…..

보도블럭 위에서 짝짓기하던 장수깔따구
짝짓기하다가 내게 밟혀 비명횡사할 뻔했다.

얼마 전에, 접사로 유명하신 닭(Dark) 님 댁에 방문해서 촬영하시는 모습을 보고 한수 배워왔다. 그러나 워낙 어려워서 활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녀석들을 닭 님을 흉내내서 찍기로 했다. 플래시 없이 오로지 자연광으로만 찍는데, 이렇게 하려면 어쩔 수 없이 노출시간을 길게 해서 밝기를 맞춰야 한다. 그러나 솔직히 제대로 따라하지는 못했다. 피사체가 보행로의 보도블럭 위에 있었기 때문에 손바닥을 땅에 대고서 손등에 카메라를 올려놓고 촬영했다. 생각 같아서는 이렇게 하면 100 장 찍으면 100 장 다 성공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이때 찍었던 24 장 중에 23 장은 흔들리고 요거 하나 건졌다. ㅜㅜ

그러나 이 사진은 이전에 쓰던 촬영방법으로 찍어서는 얻기 어려운 게 하나 찍혔는데, 날개의 간섭무늬다. 아마도 얇은막 간섭 때문에 색깔이 나타나는 것이라 추측된다. 플래시를 쓰면 이런 간섭무늬는 거의 사라진다.

그런데, 입을 보면 뭔가 조금 이상하다. 모든 사진이 다 이렇다… 이거 뭘까?

ps. 2020.10.04 추가

이 장수깔따구 사진은 개인적으로 기념비적인(?) 가치가 있다.

내 사진은 이 사진을 경계로 확 바뀐다. 이 사진보다 먼저 찍었던 사진은 높은 성공확률을 위해서 플래시를 사용하여 노출시간을 짧게 하여 찍었다. 실제로 접사하시는 분들 대부분은 이렇게 찍으실 것이다. 이 사진부터는 노출시간을 길게 해서 찍고, 성공확률이 낮은 문제는 여러 장을 촬영하여 해결한다. 실패하는 사진이 그만큼 많아지지만 자연상태에 가까운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이 방법이 왜 좋으냐 하면, 플래시를 쓰고도 노출시간을 길게 해야 하는 사진이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 보통은 촬영이 불가능한 사진이라고 포기하겠지만, 노출시간을 길게 하는 방법으로 사진 찍는 사람은 대부분 그냥 찍을 수 있다. 거기다가…. 맨눈으로 볼 때 약간 어둑한 그늘에서 사진찍을 때 플래시를 쓰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이 붙으면 앞에서 내가 접사를 찍는 조건과 거의 비슷한 촬영환경이 된다. 다른 말로 하면 일상생활을 찍을 때도 매우 요긴한 방법이다. (또 익숙해지면 성공확률이 꽤 높아진다.)

아버지 생신 (1/80 s, f/2.8, ISO 1000)
익숙해지면 일상생활에서도 이런 사진을 찍게 된다.

나중에, 실력이 좋다고 느껴지는 몇몇 사진사에게 개인적으로 물어봤는데, 모두 이 조건으로 촬영한다고 했다. (그렇지만 이 글을 읽는 분들이 실망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렇게 촬영할 수 있는 사람은 우리나라에 몇 명 안 된다.)

ps.
이 방법은 나중에 canon EOS-7D mark2 바디가 나오면서 성공확률이 훨씬, 거의 2 배 정도로 높아지게 된다. 저속촬영 덕분이다. 저속촬영은 셔터를 누른 뒤에 약 0.2 초 정도 지난 뒤에 첫 장이 찍힌다. 보통은 셔터를 누른 손가락의 움직임 때문에 카메라가 짧은 시간 동안 움직인다. 그래서 셔터를 누를 때 매우 조심스럽게 눌러야 하며, 그래도 대부분 실패한다. 그런데 저속촬영을 하면 셔터를 누른 손가락 때문에 움직이는 시간이 지난 뒤에 찍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저속연사라 하더라도 두 번째 장이 찍힐 때는 다시 흔들릴 확률이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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