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과 물리 사이에 진로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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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안 그랬지만, 많은 고등학생들이 수학과 물리 사이에서 진학 선택을 고민하시고 계실겁니다. 이 글을 통해 선택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과계열 최고봉 학문인 수학과 물리학은 매우 비슷하면서도 그 특성이 매우 다릅니다. 그래서 더 고민스러운 부분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꼭 수학과 물리학 말고도 화학 등을 놓고도 고민하는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제 조카 중에 한 명은 물리학과 화학을 놓고 고민하더군요.

수학의 특징은 이론을 바탕으로 모든 것을 생각한다는 것에 있습니다. 이론은 물론 실생활에서 출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이론 위에서 이론이 새로 생겨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학습한 내용들을 이용해서 실생활에서 무얼 할 수 있을까 하는 정도이죠. 수학은 모든 이공계의 논리학의 출발점입니다.

반면 물리의 특징은 이론을 바탕으로 모든 것을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에 있습니다. 물리학은 모든 것을 실험에 근거하기 때문에 일상생활 속에서 많은 최첨단 이론들이 녹아 숨쉬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물리학에서 다루는 최첨단 이론이 사용처가 없다 하더라도 언젠가는 소용되는 최첨단 분야가 생길 것이라고 믿으셔도 됩니다. 물리학은 자연을 바라보는 시각의 출발점입니다. 수학과의 미묘한 차이를 이해하셔야 후회없는 선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수학과 물리학 모두 기존의 정보에 바탕하여 새로운 질서를 창조해 낸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여기서 수학은 학문적 우아함과 고결성을 중요시하고, 그로부터 미적 아름다움을 추구합니다. 그래서 수학은 수학 자체의 의미를 갖습니다.
물리학을 다루는 언어는 수학입니다. 그래서 물리학은 물리학 자체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물리학에서 어떤 학문적 우아함과 고결성을 원하는 경우 이를 이루기는 어렵습니다. 그런 분들은 수학과를 택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수학의 단점은 물리학에 비해서 현실과의 괴리감이 크다는 것이고, 물리학은 현실과 이론 사이에서 우아함과 고결성을 추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적당한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수학보다는 물리학이 더 낫습니다. 물리학에서 다루는 수학적 툴들 중에 수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것들도 많다는 걸 생각하시면 이해가 되실듯 싶네요.

반면 한 번 쌓아놓으면 더이상 무너지지 않는 것이 수학입니다. 물리학같은 실험이 밑바탕이 되는 학문은 귀납법을 주로 사용해야 합니다만, 수학은 귀납법보다 연역법이 더 어울리는 학문입니다. 즉 생각의 방향이 수학과 물리학은 반대일 경우가 많습니다.

물리학을 공부하시려고 하던 분들 중에 상당수는 수학적 전개방식을 싫어합니다. 물리학은 개념싸움이고, 개념은 물리학의 절반정도의 중요성을 갖습니다. 그렇지만 그 개념에서 출발한 물리학의 검증과 실제적인 이용은 거의 100% 수학적 전개방식에 의존합니다. 수학적 전개방식을 싫다고 생각하신다면 수학은 물론이고 물리학을 절대 선택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수학이 싫은 분들을 위해 존재하는 학문이 따로 존재합니다. 화학, 생물, 지구과학….

이렇게 수학과 물리학의 차이가 존재하지만, 수학과 물리학의 공통점은 무엇에서건 공통점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입니다. 단지 대상이 다를 뿐이죠.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공통점을 찾는다면 이는 수학입니다. 이 중에 실제 세계에 맞춰서 공통점을 찾으면 물리학이라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수학과 물리학 모두 동일한 분야에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습니다. 단지 바라보는 방향만 다를 뿐입니다. 예를 들어 증권분석 등을 한다면 분석 등이 똑같이 적용될 것입니다. 그러나 수학은 증가지수 변동 등에 대해서 찾으려 할 것이고, 물리학은 증권과 유사한 물리계를 찾아 그 물리계와 비교하려 할 것이겠죠. 당연히 분석 결과도 좀 차이가 나긴 하겠지만, 전체적으로는 크게 차이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여기까지 읽고서 마음이 가는 분야를 선택하면 크게 후회없는 선택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혹시….. 제 글을 읽고 이해를 잘 못하시겠다면 파인만의 일생을 다룬 『천재』를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그 책의 중간에 보니 파인만이 수학과를 선택했다가 왜 포기하고 물리학을 공부하게 됐는지를 잠깐 언급해 놨더군요. 가장 앞쪽에 있습니다. 성장순으로 기술해 놨으니까 적당히 찾아보시면 서점에서도 읽으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ps. 같은 취지의 글을 작성하다가 너무 길어지고 지저분해져서 간단하게 다시 작성합니다. ^^

6 comments on “수학과 물리 사이에 진로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1. 양자역학을 듣고 좌절하여 물리학자의 꿈을 접었어요-_-;;
    2학년 1학기에 3학년 전공 양자역학을 들었던게 실수긴 하지만a
    너무 커다란 벽이었죠orz

    회복은 불가능하여
    복학하면 복수 전공으로 경영을 할 예정이에요
    원래 하고싶던거기도 하고
    휴학전에 물리 졸업 학점은 거의 다 채운 상태라;;

    파인만은 여전히 제 최고 우상이죠ㅠㅠ

    firefox 에서 덧글 남기려니
    자꾸 null 이란 에러창이 뜨네요/
    tistory 버그인가;;

    i.e 에서 남기고갑니다a

  2. 좋은 말씀이지만 과연 한국교육의 현실에서 자신이 원하는 학물으로 진로를 택할 수 있는지 조금 걱정입니다…
    보통 자신의 성적에 맞춰 진로를 설정하는 경우가 많으니…

    1. 그게 큰 문제죠. 사회적 비용어 엄청나게 들어가는 대학교육이 실질적으로 졸업한 뒤에 버려지는 낭비…. 기타등등 블랙체링님 말씀에 동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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