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정청의 올바른 식품명 표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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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을 맞아 식품의약품안정청에서 올바른 식품명을 사용하라는 의미에서 보도자료를 내보냈다.
이 보도자료를 살펴보면 비표준어, 외래어 중에 잘못 표시되고 있는 이름들을 바른 표기법으로 안내하고 있다. 그리고 몇몇 음식명의 영문표기도 안내하고 있다.

그런데 이 표기법을 들여다보면 한숨밖에 안 나온다.

우선 비표준어에 대한 안내를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다.

고추가루 → 고춧가루, 깍뚜기 → 깍두기, 떡볶기 → 떡볶이, 마늘쫑 → 마늘종, 매밀 →  메밀, 뻔데기 → 번데기, 석박지 → 섞박지, 육계장 → 육개장, 졸임 → 조림, 쭈꾸미 → 주꾸미, 찌게 →  찌개

여기서 고추가루의 예는 사이시옷(ㅅ)에 관련된 내용이다. 고추가루가 [고추까루]로 발음되는데도 고추가루로 적혀지는 것은 20년 전의 문법이 지금과 달랐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된소리가 되더라도 이를 표기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왜 문법을 그리 적었었는지는 지금 생각해보면 이해하지 못하겠다.)
떡볶기졸임의 경우는 정말 바꿔야 할 표기라고 생각된다. 왜냐하면 떡볶기와 졸임은 음식명이 아니라 행위에 대한 명사형이기 때문에 사용처가 다른 단어다. 매밀, 석박지, 육계장, 찌게의 경우는 정말 많이 틀리는 맞춤법이고 역시 바꿔야 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깍뚜기, 마늘쫑, 뻔데기, 쭈꾸미의 경우는 왜 바꿔야 하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이에 대해서 단순히 국어원에서 말의 된소리 완화라는 이해하기 힘든 정책에 의해 강제로 바꾸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짜장면을 자장면으로 부르라고 하는 것같은 느낌이랄까??? 이렇게 이해하기 힘든 문제에 대해서는 고치기 힘들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는 김에 잘못된 외래어 표기법도 살펴보자.
참고로 우리나라의 외래어 표기법은 최대한 원어의 발음을 살려서 적는다고 되어있다.

도너츠 → 도넛, 돈까스 → 돈가스, 바게뜨 → 바게트, 비스켓 → 비스킷, 쏘세지 → 소시지, 쨈 → 잼, 초콜렛 → 초콜릿, 카라멜 → 캐러멜, 카스테라 → 카스텔라, 케잌 → 케이크, 케찹 → 케첩, 코코낫 → 코코넛

도너츠은 도넛[dounət], 비스켓은 비스킷[bískit], 쏘세지는 소시지[sɔ́ːsid], 은 잼[dʒæm], 카라멜은 캐러멜[kǽrəməl], 케찹은 케첩[kétʃəp]이 적합해 보인다. 케잌의 경우 cake의 발음기호가 [keik]이므로 당연히 케잌인 것이 아닐까 싶은데 이 경우는 받침으로 안 사용해도 될 것 같기도 하다. 코코낫은 [kóukounʌt]이어서 ‘코우코우넛’이라고 적어야 하겠지만 짧게 코코넛으로 적는 것이 합당하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 돈까스의 경우는 일본어가 발음할 때 돈가스보다 돈까츠 또는 돈까쯔에 가까울 것이다. 이는 차라리 돼지고기튀김(돼지고기’편’튀김?)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
  • 바게뜨(baguette)는 프랑스어인데, 영화 <라따뚜이>(Ratatouille)에서의 발음을 생각할 때 ‘t’가 ‘ㄸ’발음에 더 가깝다. 따라서 원어의 발음대로 적는다는 외래어표기법 기본규칙대로라면 당연히 ‘바게뜨’가 옳은 표현이고, ‘바게트’가 엉뚱한 표기다.
  • 초콜렛(chocolate)은 초콜릿이라 적으면 오히려 이상하다. chocolate의 발음이 [tʃɔ́ːkəlit] 또는 [ tʃɑkəlit]이므로 초커릿 혹은 차커릿이라고 불러야 한다.
  • 카스테라는 포르투갈어 Castela이고 카스텔라(Castella)는 잘못 전파된 것이므로(영어도 아닌 정체불명) 카스텔라가 이상한 표현이다. (더군다나 영어사전에 castella라는 단어 자체가 없다.)

위에서 보면 알겠지만, 국립국어원이 정한 표기법 자체가 국립국어원이 정한 외래어표기법 자체를 어긴 경우이거나 콩글리쉬를 배경으로 한 표기법인 경우가 존재한다. 결국 국립국어원 웃긴다!!!!

이상 살펴본 것처럼 표준어 자체가 주먹구구식으로 결정되어있다고 보인다.
국립국어원은 기본규칙을 제대로 정하고, 이에 따른 표준안을 잘 정한 뒤 국민들에게 사용해달라고 이야기했으면 좋겠다. 현재 표기법은 너무 현실과 동떨어져있는 것같다.

우리 음식의 영문표기법은 단순히 영문표기법에 의한 조합이므로 내 블로그에서는 이야기를 생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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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its님의 믹시에 이 글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코멘트가 달려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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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래어 표기법” 오타에 대한 지적은 감사한다. 일반적으로 오타구나 하고 넘어갈 일인데, 블로그를 보니 6년째 편집자라니 유달리 민감한 분이라고 생각했다. 또 한 가지, 법률명는 무조건 하나로 붙여쓰도록 규정되어있는데 나는 띄어썼다. 그래야 알아보기 편하잖은가? 무조건 법률명을 붙여쓰도록 만든 사람이 왜 그렇게 결정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그런데 콩글리쉬에 대한 지적은 이해하지 못하겠다.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사용되던 당시에는 신조어였던 단어를 사용하면 안 되는 것인가? 그렇다면 요즘 나오는 신조어들도 하나도 쓰면 안 되겠다. (정말 신조어 하나 안 쓰고 만들었는지 Enits님이 만들었다는 잡지와 교과서가 어떤 것인지 한번 보고싶다.)

외래어표기법에 대해서는 할 이야기가 많지만, 이 글에서는 다 생략하자. 다만 윗 글에서 언급하려다가 생략한 1장의 기본원칙만 살짝 살펴보면…

제1장 외래어 표기의 기본 원칙

제1항 외래어는 국어의 현용 24자모만으로 적는다.

제2항 외래어의 1음운은 원칙적으로 1기호로 적는다.

제3항 받침에는 ‘ㄱ, ㄴ, ㄹ, ㅁ, ㅂ, ㅅ, ㅇ’만을 적는다.

제4항 파열음 표기에는 된소리를 쓰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제5항 이미 굳어진 외래어는 관용을 존중하되, 그 범위와 용례는 따로 정한다.

이와같은 규정인데 기본적인 맞춤법 표기법과 상충하는 규정도 존재한다. 3항과 4항은 이해할 수 없는 규정이고, 5항은 현실적으로 적용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footnote]그러니까 기존에 사용하던 표기를 고치라고 그러는 것이겠지… 기존에 사용되던 것들 중에 ‘이미 굳어진’ 것은 없다고 보는 것이니까….[/footnote] 이러니 표기법이 자꾸 복잡해지고, 산으로 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는 Enits님이 나보다 훨씬 잘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별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보다.

아무튼, 내가 생각할 때는 우리 국어의 맞춤법과 외래어 표기법은 너무 비논리적이어서 전문가가 아니면 99% 이상 맞게 표기하는 것이 무리라고 생각한다. 심지어는 전문가들조차도 100% 맞게 표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한다. (나도 관련된 교육을 조금은 받은 입장에서 Enits님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Enits님의 엮인글을 기대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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