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 베타 붕괴는 대학교 1학년 때 학교 도서관에 있던 『이화학대사전』에서 우연히 찾았던 내용이다. 당시 사전에는 에너지 보존법칙에 맞지 않는 현상이라고 안내되어 있었다. 이중 베타 붕괴가 1986년 처음 발견된 반응이고, 책은 그 직후 나온 것이었으므로 충분히 연구되지 못했던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충분히 규명되었을 것이다. 그냥 옛날 생각이 나서 관련된 내용을 찾아 정리해 본다. ^_^
참고로, 이 글은 2010-01-11 23:45에 썼으므로, 쓰여진 지 10 년이 넘었다. 당시는 중성미자(뉴트리노)의 특성이 질량이 없다는 이전의 표준이론에서 질량이 조금 있다는 지금의 표준으론으로 바뀌어가는 과도기였다. 따라서, 이 글을 읽을 때는 약간 조심해야 한다.
참고로, 이름 뒤에 `가 찍힌 것은 반입자를 뜻한다. 워드프레스에선 글자 위의 선을 입력할 방법이 마땅치 않아서…ㅜㅜ
베타 붕괴

베타(β) 붕괴는 중성자 붕괴로 잘 알려져 있듯이, 약력에 의해 소립자가 바뀌는 현상이다. 중성자는 원자핵 속에 있을 때는 강력의 영향으로 안정적이지만 홀로 있으면 불안정해서 10.8 분의 짧은 반감기로 양성자로 붕괴한다.
베타 붕괴 : n → p + W– → p + e– + ν`
(역)베타 붕괴 : p → n + W+ → n + e+ + ν
위의 두 반응식은 중성자와 양성자 사이의 변환과 역변환을 나타낸다. (글 편의상 (역)베타 붕괴라고 표현했지만 모두 똑같이 베타 붕괴의 한 예다. 변환식에서 ν’는 중성미자(뉴트리노; netrino)의 반입자인데 문자 위에 선을 표시할 수가 없어서 저렇게 표시했다.)
베타 붕괴를 설명하자면 양성자나 중성자가 약력 매개 입자인 W+나 W– 입자를 방출하고, 이 입자가 전자(e–)나 양전자(e+)와 중성미자로 붕괴되어 일어난다. 이때 방출되는 전자나 양전자는 핵 우물(nuclear well) 밖으로 빠져나갈 수 없을 정도로 낮은 에너지를 갖고 있으나 양자역학적 터널링 효과에 의해서 외부로 방출된다.[물리학과 양자역학 첫 시간에 배우는 기초적인 내용이다. 이 전자가 외부로 방출되는 데는 1~2 초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반대로 (역)베타 붕괴에서는 같은 원리로 양전자가 방출된다. 물론 역베타 붕괴는 베타 붕괴에 비해서 훨씬 적게 발생하는데, 그 이유는 반응 전의 양성자보다 반응 후의 중성자가 에너지(질량)가 더 크기 때문이다.
베타 붕괴가 발생하면 원자핵은 핵자수 변화 없이 원자핵의 전하가 1 증가한다. 이 현상의 예로 탄소14(14C)의 붕괴를 이용하는 탄소 연대 측정법으로 잘 알려져 있다. 14C는 5730 년의 반감기를 갖고 있다.
14+6C → 14+7N + e– + ν`
이런 반응은 무거운 원소에서 많이 알려져 있다. 특히 우라늄을 이용한 원자력발전을 하는 과정에서 많이 발생한다. 원자력발전 초기에 이에 대한 연구 일화가 많이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베타 스펙트럼[베타 스펙트럼은 베타 붕괴 과정에서 방출되는 전자의 에너지 분포를 분석한 그래프를 말한다.]을 연구하게 되면서 중성미자가 발견됐다.
이중 베타 붕괴

이중 베타(ββ) 붕괴는 한 원자핵에서 두 번의 베타 붕괴가 동시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이중 베타 붕괴는 베타 붕괴가 한 번 발생하는 경우 만들어지는 원자핵이 에너지가 너무 높아서 일어날 수 없고, 두 번 발생하는 경우 만들어지는 원자핵이 에너지가 충분히 낮은 경우에 발생한다. 이 현상은 10여 가지가 발견되었을 뿐, 거의 발견된 적이 없다. 아래는 지금까지 발견된 예 중 두 개다.
76+32Ge → 76+34Se + 2e– + 2ν`
137+55Cs → 137+57Te + 2e– + 2ν`
위의 반응은 중간 원자인 비소(76+33As)나 바륨(137+56Ba)으로 베타붕괴할 수 없다.
이중 베타 붕괴는, 아직 발견되지는 않았지만, 반응 전후 원자핵의 에너지 차이에 따라 몇 가지 역반응을 예상할 수도 있다.
에너지 차이가 전자질량 두 배보다 크다면 전자를 흡수해서 양전자를 방출하는 반응을 기대할 수 있다.
M+ZA + e– → M+(Z-2)B + e+ + 2ν
에너지 차이가 전자질량 네 배보다 크다면 두 개의 양전자를 방출하는 반응을 기대할 수 있다.
M+ZA → M+(Z-2)B + 2e+ + 2ν
중성미자와 이중 베타 붕괴
중성미자(ν)는 물리학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입자다. 중성미자는 모든 물질에 대해 거의 투명하므로 천체관측을 하는데 사용된다. 특히 다른 방법으로는 관측이 불가능한 태양의 핵융합 부분을 직접 관찰할 수 있다. 90년대에 태양으로부터 날아오는 중성미자 개수를 측정하는 실험이 있었는데, 태양이 핵융합하여 방출하는 에너지를 고려한 이론값과 비교했을 때, 중성미자 방출량이 1/3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 밝혀지기도 하였다. 그러나 나중에 지속적인 연구로 세 종류의 중성미자(νe, νμ, ντ)가 서로 변환을 일으키는 뉴트리노 공명을 일으킨다는 것이 밝혀졌다. 중성미자가 자발적으로 다른 종류의 중성미자로 상변환을 일으키므로, 특정 중성미자 한 종류만 검출한 실험에서 예상값의 1/3만 검출됐던 것이다.
또한 중성미자는 질량이 거의 0 또는 0 이라고 알려져 있고, 이동속도도 빛의 속도(c)와 같거나 거의 같으므로 관찰이 어렵다. 여기에 더해서 물리학자들은 한 가지 특성을 이중 베타 붕괴를 통해 더 규명하려고 한다. 중성미자가 입자와 반입자가 같은 입자인 마요라나 입자인지를 규명하려는 것이다. 입자와 반입자가 같은 것은 대부분 광자나 중력자와 같은 게이지 입자다.
마젤란 은하의 1987A 초신성이 폭발했을 때, 중성미자 관측이 가시광선(빛) 관측 시간보다 23 시간 빨랐다. 초신성 폭발을 하기에 앞서 별이 급격히 수축하면서 핵융합이 급격히 일어났고, 이때 발생한 충격파는 몇 시간에서 몇 일이 지난 뒤에서야 표면에 도달하여 가시광선을 분출한다. 이에 앞서서 폭발적인 핵융합에 의해 발생한 중성미자는 별의 외각 상태에 상관없이 쉽게 빠져나오므로 전자기파와 비교해서 몇 시간에서 몇 일 더 빨리 출발하여 우리에게 더 빨리 도착한 것이다.
세상 무엇보다 빠르다는 빛이 17만 년 동안 중성미자를 좇아왔는데도 따라잡지 못했을 정도로 중성미자가 빨랐다. 어쩌면 중성미자는 질량이 0이어서 광속으로 움직이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중성미자 공명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질량이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한 원자핵에서 두 번의 베타붕괴와 뉴트리노 공명이 동시에 발생하면 어떻게 될까?
n → p + e– + ν1`
n → p + e– + ν2`
ν1` → ν1 (뉴트리노 공명)
여기서는 세 번째의 뉴트리노 공명이 문제다. 즉 입자와 반입자가 같다면 세 번째 반응이 일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일테고, 중성미자가 방출되지 않는 반응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앞에서 밝혔듯이 중성미자는 모든 물질에 거의 투명하여 직접 관측하기는 힘들지만, 반응에 관여하는 다른 입자의 물리적 특성을 모두 조사하여 에너지와 운동량의 보존상태를 확인하면 중성미자의 발생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만약 중성미자가 마요라나 입자라는 것이 밝혀지면 중성미자에 포함된 입자군 모두가 전부 같은 입자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이므로 매우 특이한 예가 될 것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예가 발견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중성미자가 마요라나 입자는 아니라는 이야기 아닐까?
참고자료
위키백과의 이중 베타 붕괴
『理化學辭典』 – 敎育書館
Neutrinoless double beta decay는 아마 아직도 검출이 안됐을거예요. (3년 전에도 안됐었는데 그 반응 단면적을 볼 때 3년만에 그 반응이 있을 것 같지는 않아요 -_-;)
근데 그렇다고 중성미자가 Dirac particle이냐…그건 또 아닌것 같다는게 문제죠…ㅋㅋ
물리학자들은 “중성미자가 Majorana particle이면 참 좋겠다”라고 생각하는데…(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럼 이론이 이뻐져요 ㅋㅋ)
중성미자의 질량이 0이 아니라는 것은 Neutrino oscillation 현상을 통해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질량의 차이가 없으면 있을 수 없는 현상이라서.) 문제는 0이 아니면 도대체 얼마나 작은 값이냐가 문제죠.
암튼 중성미자는 참 재미있는 녀석인 것 같아요. 한 50년쯤 뒤 중성미자의 정체성을 추적하는 역사에 대해서 재미있게 이야기할듯 싶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