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끌거미과(Oecobiidae) 남녘납거미(Uroctea compactilis)

거미의 진화에 대해 생각해 보자. 기존 이론은 다음과 같다.

지표 부근에 집을 짓는 거미 → 땅거미 → 뚜껑거미 → 티끌거미

지표 부근에 집을 짓는 거미는 종이 상당히 많다.  그중에 최초의 거미, 즉 원시거미는 안전줄이 한 가닥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안전줄이 한 가닥인 거미는 중국에 1 종이 유일하게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안전줄이 한 가닥이라는 건 끊어질 염려가 높기 때문에 두 줄로 치는 거미로 진화했다.

이런 거미는 바위나 나무 같은 물건에 있는 틈새에 자기가 들어갈 집을 짓고, 밖으로 통하는 통로를 둥글게 만든 뒤에, 통로 끝에서 사방으로 설렁줄을 이어둔다. 벌레가 지나가다가 설렁줄을 건드리면 나와서 잡아먹는 것이다. 이런 거미로부터 땅거미가 진화한다. 땅 속에서부터 바위나 나무등걸을 따라 전대그물(긴 통로처럼 생긴 거미줄)을 만들고 그 안에서만 살아가는 것이다. 밖으로 나오지 않는 만큼 천적에게 들킬 염려가 줄어든다고 할까?

그런데 이런 거미는 집을 만들 곳이 제약이 상당히 많기 때문에 나무등걸이나 바위가 없는 곳에서도 살기 위해서 뚜껑거미로 진화한다. 형태는 똑같은데, 다만 통로가 지상부에 노출되는 부분에 뚜껑을 만들어 놓는 것이다. 먹이가 지나가면 이를 설렁줄의 진동으로 감지하여 뛰어나와 잡아먹는다.

뚜껑거미보다 한 단계 더 진화한 거미가 티끌거미다. 티끌거미는 침대보 같은 거미줄을 두세 겹으로 치고, 그 안에 들어가 숨는다. 그러고는 벌레가 지나가는 걸 설렁줄의 진동으로 알아채고는 뛰어나와서 잡아먹는다.

우리나라에 알려져 있는 티끌거미과는 티끌거미, 남녘납거미, 대륙납거미 세 종이다. 이 사진 속 티끌거미는 남녘납거미다. 도감에는 남녘납거미가 36 ˚ 이남에 살고 있다고 되어 있으나, 이 사진은 인천에서 찍은 것이다.

티끌거미과 집의 전형적인 모습

침대보에 먼지나 잡아먹은 먹이의 껍질 등을 매달아 위장한다. 사방으로 뻗은 설렁줄이 잘 보인다.

침대보를 걷어내니 알주머니 세 개가 확연히 보인다. 알은 이미 부화된 상태다.

이미 부화한 상태로 알주머니에 계속 머무는 새끼들. 어미와 생김새가 별로 다르지 않다.

부근에 있던 큰 남녘납거미 수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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