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의 공중부양』 – 이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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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공중부양 – ★★★★
이외수 지음/해냄(네오북)
275쪽/9000원
신국판/페이퍼백
글 쓴 날 : 2007/12/31 10:23

이외수 님으로 말하자면 이 시대의 기인으로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으실 것 같다. 그의 행적에 대한 소식들은 아직도 일반인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것들일 때가 많다. 하지만 그의 글들은 (내가 이외수님의 글들을 많이 읽어본 것은 아니지만) 주옥같은 것들이 너무 많고, 그래서 그의 글들은 항상 주목받는 것 같다.
이외수님은 최근 플레이톡이라는 미니블로그 사이트에 작은 블로그를 개설하고, 자기가 하고자하는 바를 독설속에 담아내고 이어 사람들의 주목을 한번 더 받았다.

글쓰기의 공중부양은 어떻게 이외수 님이 글쓰기를 향해 나아가야 하는지 말씀해 주신 책이다. 일반적으로 전해지는 글쓰기의 요령은 ‘많이 생각하고, 많이 읽고, 많이 쓴다’라고 알려져 있는데 분명히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하는 이야기는 그보다는 세부적으로 어떻게 하면 빠르고 효율적으로 글쓰기의 실력을 쌓을 수 있고, 그를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훈련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다. 많은 분들이 이외수 님의 이 책에 공감하고 있는 것 같다. 추천해 주시는 분들이 많다.

이 책의 목차를 보면 간단하게 4개의 장으로 나눠진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단어의 장’, ‘문장의 장’, ‘창작의 장’, ‘감상의 장’으로 나뉘어 있는데, 감상의 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글쓰기의 기술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다. 분명 도움이 되는 말씀들이 가득 들어있다.

나의 경우 블로그 운영이 4년정도 되는 상태에서 이 책을 읽었더니 일부는 스스로 터득한 부분도 존재하고, 일부는 영 안 되는 부분도 존재하는 것 같았다. 특히 ‘단어의 장’의 경우에는 나로서는 영 접근할 수 없는 것들이었는데, 아마 앞으로도 영영 나의 능력으로는 접근할 수 없는 부분일 것 같다. 나처럼 이과적인 논리적인 글쓰기를 하는 사람에게는 사실 어휘력이 아주 크게 필요하지는 않다고 생각되기도 해서 (훈련은 꼭 필요하지만) 단어의 힘을 바탕으로 힘을 쌓아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에는 회의적인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어디까지나 나만의 생각일 뿐이고….

책에서 이외수 님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다 끝나고나면 이외수 님께서 하고자 하는 말에 어울리는/전혀 어울리지 않는 글들을 뽑아서 보여준다. 그 덕분에 설명하는 부분이 잘 이해가 되지 않다가도 어느샌가 쏙쏙 이해할 수가 있게 된다.

그냥 이외수 님께서 올려두신 예시 가운데 두 부분만 인용하고자 한다.

1. 문장의 장 중에서 ‘□ 허영’
국어사전은 허영을 분수에 맞지 않는 외관상의 영예 또는 필요 이상의 겉치례라고 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보편적인 인간들은 누구나 허영을 가지고 있다. 자신이 영예를 드높이고 싶은 욕구 자체는 문제될 건덕지가 없다. 단지 분수에 맞지
않는 외관상의 겉치례가 문제인 것이다.

분수에 맞지 않는 욕구를 충족시키려면 자연히 푼수를 떨기 마련이다. 아기ㅢ 유모차 하나 장만하기도 벅찬 주제에
할리데이비슨을 타고 전국을 누비고 다니는 남자, 기도를 하기 위해 교회를 나가는 것이 아니라 옷자랑을 하기 위해 교회를 나가는
여자, 맹인남자와 데이트를 하러 가면서 짙은 화장으로 한 시간을 허비하는 여자. 인간성 더럽기로 온 마을에 소문이 파다한 줄
알면서도 선거 때마다 국회의원에 출마하는 남자. 그들은 보는 사람을 안쓰럽게 만든다.
알고 보면 모든 허영 뒤에는 정신적 빈곤이 도사리고 있다. 따라서 그들은 정신적 빈곤을 겉치례로 위장하고 있는 것이다.

허영 중에서 글쓰는 사람들이 특히 매력을 느끼는 허영이 지적(知的) 허영이다. 여기에 빠지게 되면 창작을 하더라도 보고서나
논문을 연상시키는 문장들을 구사하게 된다. 소화되지 않은 학문, 소화되지 않은 철학은 글쓴이를 위선자로 만들기도 하고 읽는이를 청맹과니로 만들기도 한다. 허영은 국어사전 그대로 겉치례에 불과하다. 알맹이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후략)

– p.106

2. 창작의 장 중에서 ‘□ 지루하지 않은가’
구태의연한 표현이나 상투적인 내용들은 독자들을 지루하게 만들 우려가 있다. 독자들에게 재미없는 글을 끝까지 읽어주기를 바라지 마라. 그것은 자신의 문자고문을 끝까지 참아달라는 요구와 동일하다.
자신도 충분히 소화하지 못한 철학이나 지식을 독자들에게 전달하려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라. 특히 지적 허영이 지나치면 현학적인
전문용어나 관념어들을 남발하기 십상이다. 어떤 철학이나 지식을 충분히 소화하지 못한 상태라면 그것을 소재로 글을 쓰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글을 못 쓰는 것은 결코 죄악이 아니다. 그러나 글을 못 쓰는 사람이 글을 잘 쓰는 척 행세하는 것은 지탄 받아야 할 죄악이다.

– p. 254

아무튼 이 책은 참 좋은 책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6 comments on “『글쓰기의 공중부양』 – 이외수”

  1. 아무리 시대의 기인이라고 해도, 실력이 있으시니 인정받으시는 것 같습니다.

    정말 대단하신 분이라고 생각되는 이외수 선생님이시네요

  2. 전 단어로 힘을 쌓아야 한다는 말이 좋아요. 이 책은 사놓고 보질않았네요..

    1.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단어도 많이 알아야 하고, 문맥, 전체 구성 등 신경써야 할 것들이 부가적으로 많더라구요. 그게 힘든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최근 읽고 있는 『뉴턴도 놀란 영재들의 물리노트』도 저자들과 역자들 모두 글쓰기에선 초보들이라서 오류가 너무 많이 발견되네요. (과학책에선 편집자들의 비전문성도 이런 현상이 빈발하는데 한 몫 하고 있지만요. ^^;)

      이 책이 절대적인 것은 아닙니다만, 읽어볼만한 가치는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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