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빵은 두 종류다. 하나는 이스트를 넣어 보드랍고 촉촉한 맛이 나는 카스테라 같은 빵이고, 다른 하나는 이스트가 들어있지 않아 딱딱하거나 질기고, 거품이 거의 없는 빵이다. 때로는 막걸리같은 발효균을 넣어 찰지게 잘 반죽하고, 따뜻한 곳에 둔 뒤, 치대고, 다시 오래 보관하여 부푼 촉촉한 빵을 만들 수도 있지만, 그렇게 만들 수 있는 빵에도 둘 중 하나의 부류에 들어가도록 압력이 가해진다.
<제빵왕 김탁구> 드라마 속 김탁구가 만든 이스트 없는 빵 만들기를 시도할 것인가? 아니면 이스트가 들어가긴 하지만 나름 멋진 빵을 만들 것인가?

| 카스테라 – ★★★★★ 박민규 지음/문학동네 2005 년 6월 9 일 초판 1쇄 신국판/떡제본/334 쪽 ISBN 89-8281-992-4 03810 1’0000 원 |
이 책을 구매하게 된 계기는 개복치 때문이었다. 남해안에서 거대한 개복치…래봤자 2 m 정도 되는 개복치가 잡혔다는 뉴스 때문이었다. 개복치는 학명이 몰라 몰라Mola mola이고, 4 m까지 크는 거대한 종으로, 성체가 됐을 때는 천적이 없는 무서운 놈이다. 따뜻한 해수면과 차가운 심해를 오가며 생활하는데, 아직 심해에서는 어떤 생활을 하는지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2 m 크기라면 아직 어리다고 봐야겠다.
암튼 그래서 트위터에 학명이 ‘몰라 몰라’라고 했더니 “왜 ‘몰라몰라 개복치’라고 했는지 알겠다”고 말씀하시던 분이 계셨다. 그래서 이 책을 알게 됐고, 적극적인 추천에 주문하게 됐다.
이 책을 구매한 뒤 우연히 KBS TV문학관에서 이 작품을 영상으로 만들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구해서 봤다. 한 마디로….. 뭔소리 하는지 하나도 모르겠더라…ㅜㅜ 그래서 왜 이렇게 만들었나 궁금했다.
첫 단원 ‘카스테라’는 무슨 소리를 하는지 잘 몰랐다. 두 번째 단원, 세 번째 단원으로 넘어가면서 점차 작가가 의도하는 것 등이 눈에 잘 들어왔다. 글은 가벼웠고, 빠르게 책장이 넘어갔다. 하지만 읽으면서 느끼는 것은 너무 무거워서 책을 들고 있기도 힘들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읽어가면서 점점 더 무거워질 것 같았다.
특히 이 작품을 볼 때 눈에 띄는 점은… 문장을 완성하지 않아도 자연스러운 느낌이 들고, 파괴했는데도 파괴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이 문체가 정말 마음에 든다.
왜 TV문학관에서 영상을 그렇게 만들었는지도 이해하게 됐다. 이 책을 보면서 어떤 욕구가 생기지 않는다면 글쟁이가 아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남은 하나 받기도 어려운 상을 여섯 개나 받은 것도 이해가 된다. 나도 이런 소설 한 권쯤 써봤으면 좋겠다. 언젠가 시도해 봐야겠다. (근데 한 권 분량을 쓰는 건 역시 어렵다. 내 수준에선 아직 A4 10장 정도가 한계인 것같다. A4 10장씩 15편을 써볼까?)
이 책은 한마디로 “대단한 상상력과 산뜻한 문체로 쓰여진 소설“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추천평이 왜 그리 높은지, 만나는 사람마다 왜 이 책을 그렇게 추천해 줬는지 알게 됐다. 총 10 편의 단편소설로 이뤄진 이 책은 원래 여러 잡지에 하나씩 발표된 것이었다. 그런데, 하나씩 읽을 때와 여럿을 책 한 권으로 읽을 때 그 느낌이 확연히 다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각각의 단편 속에서는 주인공에게 기괴한 사건이 벌어진다. 왜 그런 사건이 벌어지는지는 알기 힘들지만 아무튼 사건이 벌어지고, 그 속에서 희안한 결말이 맺혀진다. 첫 번째로 실려있는 「카스테라」만 해도 그렇다. 어떻게 세계를 냉장고에 넣을 생각을 했을까? 이런 상상력은 계속된다. 마지막의 「갑을고시원 체류기」 하나만 현실적인 모습을 담고 있다. 아니, 현실적인 모습을 담고 있다고 보인다. 실제로는 현실적인 것인지 잘 모르겠다.
이 책이 특히 마음에 드는 것은 문장 구성 때문이다. 보통 글에서는 문장이 끝나지 않거나 군더더기가 붙어있으면 읽기가 어려워진다. 그런데 이 책은 그렇지 않다. 박민규 글쓴이 문체의 힘이다. 문체가 정말 독특하여 배우고 싶은 문체다. 전에 소개해 드린 『아프리카 초원학교』가 군더더기를 발견하기 힘든, 깔끔하고 보기 좋은 문체였다면 이 책은 무언가 군더더기를 넣어서 보기 좋은 문체다. 이 두 유형의 문체 모두 구사하기 힘든데, 적절한 군더더기를 넣는 문체는 특히 개성이 표현될 여지가 많다는 점에서 더 매력적인 것 같다. 물론 그만큼 글쓰기 내공이 필요할 것이다.
읽어보지 않으면 설명할 수 없는 소설이다. 읽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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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재미있는 점이 있는데, illust가 박민규다. 동일인물일까 동명이인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