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기포, bubble)은 보통 집중해서 생각하거나 살펴볼 기회가 별로 없는 대상이다. 이 블로그에도 거품에 대한 글은 두 개인가 세 개인가를 적은 것이 고작이다.
기포발광학과 상온핵융합
보기 힘든 공기거품
우주의 구조에 대한 단상..
거품에 대한 글은 쓰기 힘들지만 그만큼 블로그를 방문하는 분에게 깊은 인상이 남는 것같다. 그런데, 나도 똑같은 이유로 이 책을 선택하게 됐다. 이 책은 제목이 말해주듯이 거품에 대한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하고 있다. 총 일곱 가지 꼭지로 이뤄져 있는데, 첫 꼭지는 거품에 대해 지금까지 진행됐던 유명한 연구를 소개하고 있고, 두 번째부터 일곱 번째까지 여섯 꼭지는 실질적인 거품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혹시나 광학과 관련된 내용도 나오지 않을까 약간은 생각했는데, 광학에 대한 이야기는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거품의 과학 – ★★ 시드니 퍼코위츠 지음, 성기완.최윤석 옮김 사이언스북스 신국판 / 떡제본 / 246 쪽 / 2도 인쇄 15000 원 ISBN 978-89-8371-140-3 03400 |
저자 시드니 피코위츠란 분은 참 재미있는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다. 책 내용도 상당히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다. 책 느낌이 너무 생소하기 때문에 책을 평가할 때 이렇게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평소 거품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 거품과 관련있다는 이야기나 내가 예전에 블로그에 썼던 이야기의 확장된 이야기도 종종 볼 수 있었다. 아마 원서를 읽을 수 있다면 대단히 재미있을 것 같다.
그런데 이 책 문제점은 번역 때문이었다. 별점을 주자면, 원서는 최소 넷은 됐을 것 같은데, 번역 때문에 두 개로 낮아졌다. 내가 껄끄럽게 봤던 것 중 몇 가지는 다음과 같은 것이다.
이것 때문에 물, 그리고 물 안에 포함된 소금 등의 비유기물과 생물과 해양 유기체의 일부나 전류까지도 바다에서 공기 속으로 퍼진다.
파도는 해변과 바다 사이에서 거품 이는 물이 소용돌이 치는 지대이다.
티끌 조각들은 인력으로 서로를 끌어당겨 점점 커지면서 조약돌만 하던 것이 바위가 되고….(중간 생략)….행성이라고 해서 다 티끌에서 유래한 것은 아니다. 목성 같은 외행성은 중심부에 바위 덩어리 같은 핵이 있고 그 주위를 일부 액화한 기체가 둘러싸고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지구, 수성, 화성, 금성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물질과 화학 원소는 티끌에서 비롯했다.
78 쪽과 183 쪽은 오역이 분명해 보인다. 188 쪽은 글을 쓰면서도 흔히 실수하는 것으로, 문장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204 쪽은 원본에서 실수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네이버 오늘의 과학 중 ‘외계 행성 탐험 _ 슈퍼 지구를 찾아‘에서 슈퍼지구 이야기처럼 전혀 엉뚱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슈퍼지구 이야기는 완전 소설이나 진배없다. 내가 NGC 다큐멘터리를 안 좋아하는 이유다.)
어째서 이런 일이 생겼을까? ‘옮긴이의 글’에서 번역자가 말하고 있듯이 번역자가 충분히 내용을 소화하고 있지 못해서 발생한 것 같다. 단어나 어휘 선택의 기로에서 내용을 충분히 알지 못해서 그른 선택을 했다고 보여진다.
또 한 가지 결점은 원서가 2000 년 책이다보니 현재 과학과 안 맞는 부분이 조금씩 보인다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우주 크기인데, 이 책에서는 150억 년으로 나오지만, 허블 망원경의 deep field 사진과 ultra deep field 사진으로 137억 광년이라는 것이 대세로 자리잡았다. 에어로젤(aerogel) 대량생산 방법이 2003 년에 아스펜 에어로젤 사에 의해 개발되었지만, 이 책에서는 여전히 생산에 오래 걸린다고 나온다. 이런 것이 몇몇 눈에 띄지만, 이런 건 어쩔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한다.
암튼, 이 책은 번역에 큰 문제가 있다. 『블랙홀과 시간굴절』에서도 이야기했지만 특이한 분야의 책으로서 좋은 책이 될 수 있었는데 번역자 문제 때문에 실패한 것 같아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사이언스 북스가 평소에는 꽤 정확하게 책을 만든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에서는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 잘 모르겠다. (역자가 자비출판한 것일까?)
책 자체는 재미있으니 읽겠다면 말라지는 않는다. 다만 슬슬 읽고, 활용하려고 했다간 원인을 알 수 없는 오류와 싸워야 할 것이다. 역시 학생에게는 권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