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을 사랑하는 기술] 아라카 켄타로, 김정환, 샘앤파커스

구름에 대한 책으로 재미있다. 그러나 오류가 너무 많아서 추천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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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예전에 책을 사왔다고 올렸던 글에서 언급했던 책[구름을 사랑하는 기술]에 대한 리뷰다. 일종의 독후감이다.

한 달쯤 전에 다 읽었는데, 어쩌다보니 늦게 읽은 책보다 독후감을 늦게 쓰고 있다. 이 책은 많은 구름 사진, 적당한 설명도와 글로 만들어진 꽤 잘 만들어진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기까지라면 책을 다 읽은 직후에 독후감을 썼을 것이다.


[구름을 사랑하는 기술]

아라키 켄타로, 김정환
샘앤파커스
16000 원 / 360쪽 | 464g | 128*188 mm
ISBN 978-89-6570-907-7 03450

확실히 이 책을 읽은 뒤에는 하늘을 더 많이 바라본다. 그만큼 내용은 재미있다.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내가 봐온 구름에 대한 기억을 정리하는 계기가 됐다. 얼마 전에는 소나기가 오던 날, 창밖을 보면서 날씨가 이렇게 변하는구나 하며 이 책 내용을 떠올렸다. 원래는 밤에 내린 소나기 때문에 땅바닥이 젖어 있었는데, 갑자기 광풍이 불더니 도로가 바짝 말라버렸다. 적란운이 발달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건조 다운버스트였다. 그러나 곧바로 소나기가 내려서 도로가 다시 완전히 젖어버렸다. 여기까지 모두 5 분 걸렸다. ^^;;;; 이런걸 관찰할 수 있게 된 측면에서 확실히 실생활에 유용했다. 그런 측면에서 읽으면서 참 즐거웠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책을 만드는 게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전에 사왔을 때 ‘책 제목을 참 잘 지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샘앤파커스에서 나온 책만 아니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근데 살까 살펴보면서 펼쳐들었더니, 설명도 중 하나가 틀렸더라고요. ^^;;;)’라고 적었던 것처럼 지금도 생각한다. 아래에 내가 포스트잍을 붙이고 메모했던 것을 적어보겠다. 사실 틀린 내용이나 아리송한 내용은 더 많이 있었다.

또 기상학 용어를 있는 그대로 적어놓은 경우가 많았는데, 기상학 용어는 대중에게 알려져 있는 것이 거의 없다는 것을 편집과정에서 간과한 것 같다. 예를 들어 여러 번 ‘중력파’라는 말을 쓰는데, 기상청에 근무하지 않는 이상 중력파가 뭔지 알게 뭐냐? 이런 식으로 설명을 요하는 곳에서 그냥 건너뛰고, 특히 일본식 한자어를 표준어나 전문용어라며 설명도 없이 그냥 쓰는 경우가 많아서 정말 이해하기도 힘들고, 마음에도 안 들었다.


문제라고 느껴진 부분을 살펴보자. 다시 말하지만, 여기에 적은 건 내가 포스트잍을 붙이고 적어놓은 것이다. 실제로는 이것보다 훨씬 많았다.

152 쪽 중간쯤을 보면 ‘여담이지만, 신호등의 ‘멈춤’ 신호에 빨간색을 사용하는 것은 빨간빛이 다른 색보다 산란의 영향을 적게 받아 먼 곳까지 도달한다는 과학적 근거에 입각한 것이다.’라고 적고 있다. 그런데 이게 정말 맞는 말일까? 예를 들어, 사람들이 파란색을 위험한 색으로 받아들였어도, 신호등 색을 정할 때 빨간색을 멈춤 신호로 정했을까? 절대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특별한 경우에 보조수단을 요구하기는 했겠지만, 분명히 파란색이 멈춤 신호였을 것이다. 과학책에 이런 식으로 적는 게 적절한 건지 잘 모르겠다.

209 쪽의 번개와 관련된 내용은 전체적으로 아직 밝혀진 게 거의 없는 것들이다. 그러니까 왜 지은이가 이걸 설명을 했는지 잘 모르겠다. 모르면 모른다고 솔직히 적자!

우선 불분명하게 번역한 것이나 원래 원고가 잘못된 것이 종종 눈에 띄었다. 예를 들어 이런 것들이 있다.

  1. 33 쪽 7 줄 : 기온이 0℃ 이하일 때는 덩어리 군의 행동도 상온일 때와 조금 달라져서, 과냉각 상태의 물에 관한 포화(수포화)와 얼음에 대한 포화(빙포화)를 따로 생각해야 한다.
    → 이 책을 모두 읽어보고, 추가로 정보를 찾아본 지금은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아무것도 모르고 이 책을 읽을 때는 오독할 가능성이 절반은 되는 위험한 문장이다.
  2. 38 쪽6 줄 : 핵형성 능력이 있는 에어로졸이 있으면 과포화도(100%를 초과한 분량의 습도) 1% 이하에서도 구름핵형성을 한다. 또한 핵형성 능력이 높은 에어로졸이 있으면 과포화도 0.1% 정도에서도 구름핵형성이 이루어진다.
    → 우리말로 번역한 게 맞나 싶다.
  3. 153 쪽 밑 5 줄 : 일출 20~30분 전의 동쪽 하늘이나 일몰 20~30분 후의 서쪽 하늘을 보면 붉게 타오르는 하늘을 즐길 수 있다.
    → ???
  4. 158 쪽 그림 설명 : 황혼에 동쪽 하늘에 나타난 반틈새빛살
    → 황혼에 동쪽 하늘에 해가 떠 있는 걸까? (또 서쪽 하늘이라 하더라도, 황혼이라는 단어는 저녁노을 등으로 써야 한다.)
  5. 163 쪽 밑 8 줄 : 이 굴절의 정도는 빛이 지나가는 대기층의 길이가 가장 짧을 때, 즉 태양이 지평선에 있을 때 최대가 된다.
    → 반대로 번역했다.
  6. 168 쪽 아래부분 : 귀찮아서 넘어가는데, 이 부분에 오역이 두 가지나 된다. 여기에서 나타난 오역은 무지개각을 계산할 줄 아는 전공자 정도나 돼야 알아챌 수 있는 어려운 것이라서 그냥 넘어가 준다.
  7. 171 쪽 그림 : (앞에서 이야기했던, 서점에서 이 책을 펼쳐보자마자 오류를 발견했던 그림이다.) 그림에 무지개를 1 차부터 6 차까지 화살표로 지시해 놨는데, 사실은 3 차와 4 차가 각각 3 차의 빨강, 3 차의 파랑을 뜻한다. 따라서 5 차는 4차로, 6 차는 5 차로 적었어야 한다. (무지개각을 계산해본게 워낙 오래전이라 기억이 잘 안 나는데, 5 차와 6 차도 3 차처럼 하나의 무지개를 색깔별로 나눈 것인지도 모르겠다.)
  8. 172 쪽 3 줄 : 다만 찐빵 모양의 커다란 빗방울과 구형 빗방울이 섞여 있을 때는 드물게 1 차 무지개의 바로 안쪽에 또 하나의 무지개를 동반하는 쌍둥이 무지개Twinned rainow가 나타나기도 하며, 셋으로 갈라진 매우 보기 드문 무지개도 보고된 바 있다.
    → 우선 영어에서 오타가 눈에 띈다. (rainow → rainbow) 근데 이것 말고도, 이 문장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9. 180 쪽 1 줄 : 광륜은 구름방울로 들어간 햇빛이 정확히 180˚ 회절했을 때 만들어진다. 빛이 물방울의 테두리에서 내부로 들어가 한 번 반사된 뒤 다시 물방울의 반대쪽 테두리에서 밖으로 나가는 것이다. 물에 의한 빛의 굴절 원리만으로는 이 경로가 형성되기 위한 각도가 약 14˚ 부족하지만 회절을 통해 파장이 확대되어 가능하다.
    → 우선 오타부터 고치자. (구름방울 → 물방울) (앞쪽의회절 → 회전) 그리고 이건 원서가 틀린 것 같다. 글에서 설명하는 것처럼 물방울 안으로 들어갔다가 한 번 반사된 뒤 밖으로 나온 빛과, 물방울 앞부분에서 그냥 반사된 빛이 겹치면서 간섭을 일으켜서 광륜을 만드는 것이다.
  10. 185 쪽 그림의 46도 무리 설명도 : 예전에 무지개각 계산할 때 해무리각도 계산해 봤는데, 도저히 답이 안 나와서 도서관에서 자료를 찾아봤었다. 그리고 저걸 계산해 봤는데, 절대 저렇게 굴절될 수 없다. 그러니까 모든 책에서 저렇게 설명하고 있는데, 실제는 일어날 수 없는 현상이다. ^^;;; 나도 이 쪽에 나와있는 설명도를 모두 점검해보지 않아서 다는 모르겠지만, 46도 무리 뿐만 아니라 다른 것 중에도 불가능한 게 더 있다.
  11. 239 쪽 아래 5 줄 : 또한 비행기 날개 뒤쪽에서는 공기의 소용돌이가 발생해 부분적으로 기압과 기온이 저하된다.
    → 그냥 틀렸다.
  12. 278 쪽 4 줄 : 즉, 시간당 100 mm의 비는 1시간에 10cm 깊이의 물이 고이는 비다.
    → 솔직히 국제표준을 이렇게 되도록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지금은 국제표준이 이렇지 않기 때문에 이 문장은 틀렸다.
  13. 286 쪽 2 줄 : ~ 나아가서는 운저 아래로 뻗어 나뉘어 갈라지면서 지표까지 최단 거리를 찾으며 간다.
    → 최단거리라니….^^;;;;

단순한 실수도 꽤 있었다. 워낙 사소한 것들이다보니, 대부분은 신경도 쓰지 않고 지나쳤다. 실제로는 훨씬 많았다.

  1. 36 쪽 8 줄 : cm3 → cm3
  2. 51 쪽 2 줄 : 원인 중 하나는 가운 지면 등에 열을 → 가까운
  3. 149 쪽 7 줄 : 그러나 파장별로 굴절률이 다른 까닭에 투명한 유리같이 빛을 굴절시키는 다면체(프리즘)를 통과시키면 파장별로 분리되어(분광) 아름다운 무지개를 볼 수 있다. → 분산
  4. 226 쪽 : 두 번째와 세 번째의 구름사진이 바뀌어있다.

이 책은 당장은 읽지 않기를 권한다. 이런 상태로 읽는다면 결과는 둘 중 하나다. 나처럼 책 내용이 뭔지 고민고민하다가 때려치우거나, 잘못된 내용을 상식으로 받아들이거나….. 그러니까 나중에 대폭 고쳐진 개정판이 나온 뒤까지 기다리는 게 좋다!

그래도 책이 워낙 재미있어서 별을 조금 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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