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첫 책 [노을의 물리학] 출간과 소회

글쓰기가 습관이기 때문에 책 쓰는 게 그렇게까지 어렵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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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첫 책이 드디어 물체화하여 세상에 나왔다.
물론 나도 아직 실물을 보지는 못했다.

11 달이 고스란히 투여된 책이 나왔다는 것은 개인사에 기념이 될만한 사건이다. 그래서 이 글을 남겨두기로 했다.

분야는 교양과학서적이다. 보통 일반과학으로 분류되는 책이다. 책 내용은 제목대로 노을에 대한 설명이다. 보통 우리가 갖고 있는 노을에 대한 거의 모든 생각을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 물리와 아주 약간의 생물학으로 설명한다.

노을의 물리학 표지

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ejkGb=KOR&mallGb=KOR&barcode=9791185415512&orderClick=LET&Kc=#

오늘 인터넷서점에 등록되기 시작했으니까, 오프라인까지 깔리는 데는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다.

이 책을 만든 과정을 요약해서 적어본다.


처음 이 책의 주제를 잡았을 때는 모두 4 권의 시리즈물을 만들겠다고 생각했다. 그 주제는 아래와 같다.

  1. 노을의 물리학
  2. 소나기의 물리학
  3. 뒤뚱펭귄의 물리
  4. 남미여행의 과학

(지금은 [소나기의 물리학] 초고가 완성돼 있는 상태이고, [뒤뚱펭귄의 물리] 초고가 절반 정도 완성돼 있다. 사실 펭귄책을 제일 처음 쓰기 시작했었다. 순서가 자꾸 밀려서 쓰기가 중단됐을 뿐… 그리고 나중에 세 번째에 마랑고니 효과 하나가 추가됐다.)

그뒤에 2 달쯤 원고를 써서 작년 12 월초에 초고를 완성했었다. 당시에는 A4 용지 40 장 조금 넘는 분량이었다. (당시 나는 진짜 작은 포켓북을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그 뒤에 이 원고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출판사에 투고하기로 했다. 물론 편집자를 하려고 14 년쯤 전에 SBI에서 교육을 받았던 적이 있었기 때문에, 투고를 하려면 기획서부터 시작해서 샘플원고와 차례를 정리하고, 저자 이력을 첨부해서 여러 출판사에 투고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쓴 원고만 놓고 볼 때, 그런게 필요한 원고는 아니라고 결론내렸다. 그래서 그냥 원고만 보내보기로 했다.

구글에게 교양과학서적을 출판하는 출판사에 대해 물어봤다. 구글은 몇 년 전에 올라왔던 몇 개의 기사를 내게 보여줬다. 그 기사들을 토대로 괜찮아 보이는 출판사를 정리해서 10 개 정도의 목록을 만들었다. 그 뒤에 각 출판사가 인터넷서점에 등록한 기존에 출간했던 책의 목록을 살펴보았고, 구글이 보여주는 그 출판사에 대한 정보도 보았다. 내가 투고해 볼만한 곳이 두 곳으로 압축됐다. 내가 읽었던 괜찮은 책을 펴낸 곳이었다. 그중에 제일 먼저 꼽혔던 출판사가 에이도스였다. 2 권을 사서 읽었었고, 모두 괜찮은 과학책이라 생각했다.(나중에 내 책을 뒤져보니 2 권이 아니라 3 권을 갖고 있었다. ;;;)

그래서 에이도스에 원고를 투고하려고 했는데, 어디에도 연락처가 없었다. 그래서 네이버 블로그에 이메일 주소를 알려달라며 안부글에 이메일을 남겼다. 몇 시간만에 답메일이 왔다. 그래서 원고 절반을 보냈다. 당시에 교정을 한참 하던 중이어서, 교정이 끝난 곳까지만 보내준 것이다. 밤새 교정을 해서 아침에 끝냈다. 아침해가 뜨고, 출근시간이 되자 에이도스 편집자님이 계약을 하자고 연락해 주셨다. (그러니까 난 투고한 경험이 1 번 뿐이다. 사실 10 여 년 전에 한번 투고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출판사의 반응은 없었다. 그래서 관뒀었는데, 이번에 투고하면서 생각나서 찾아봤더니, 그 출판사는 내가 투고했을 때쯤에 문을 닫았던 것이었다. ;;;)

실제로 만나서 원고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계약서를 받아서 돌아온 게 일주일쯤 뒤였다. 몇 일 시간을 보낸 뒤에, 계약서에 싸인을 해서 등기로 보냈다. 그 뒤부터 9 달 동안 원고와의 싸움이 시작됐다.

이전부터 글을 엄청 많이 써왔지만, 책을 쓰는 건 내가 이전에 써오던 글과는 결을 달리했다. 이전에 쓴 글은 내 블로그에 올리는 포스트이거나, 기사이거나 프리랜서로 의뢰받은 글이었다. 그런데 책은 그보다 훨씬 긴 글이 필요했다. 그래서 가장 처음 한 일은…. 내가 쓴 글 사이사이를 메우는 글을 쓰는 일이었다. 몇 주 걸렸다. 그 뒤에 내가 쓴 글의 문장 하나하나, 문단 하나하나가 맞는지 확인했다. 인터넷에 떠도는, 또는 일반상식으로 여겨지는 많은 것들이 진실과 거리가 먼 경우가 많다. 그래서 거의 모든 걸 확인하는데 오래 걸릴 수밖에 없었다. 대략 4 달쯤 걸린 것 같다.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게 확인돼서 종종 원고의 내용이 뒤집히거나 꼭지 하나가 통째로 삭제되는 경우도 몇 번 있었다.

나는 영미권 책에서 흔히 쓰는 방법으로 전체를 구성하려고 했다. 그러니까 앞부분에서 필요한 기초이론을 모두 설명하고서, 그 뒤에 책의 주제를 이야기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편집자님이 그걸 안 좋아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기초이론을 하나하나 쪼개서 가장 처음 쓰이는 곳 바로 앞쪽에 넣었다. (그랬더니 좀 뜬금없이 구성된 곳이 몇 곳 있다.) 그 뒤에 글을 다듬었다.

글을 다듬는 건 금방 끝났다….고 생각했지만 그게 시작이었다. ;;;

확정된 원고를 출판사에 넘긴 게 4 월 초였는데, 그 뒤부터 원고를 서로 계속 주고받았다. 그 과정에서 많은 원고가 잘려나갔다. 이게 여간 큰 스트레스가 아니었다. 그래서 때로는 몇 장의 원고를 마구 추가해 버린 적도 있었다. (물론 뜬금없는 내용을 추가한 건 아니고, 노을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내용이었다.) 그러길 4 달….. 8 월에 드디어 출간 준비가 끝났다.

음…….

근데 맘에 안 들었다. 읽을 때 걸리는 부분도 있고, 잘 안 읽히는 부분도 많았다. 그래서 결국 이후에도 계속 뜯어고치기를 반복했다. 이걸 한 달이 넘도록 했다. 그러니까 저자교를 4 월부터만 따져도 한 10 번 이상 한 것 같다. 결국 편집자가 더 늦출 수 없다고 할 때까지 고치기를 반복했다. 그게 지난주…^^; 부드럽게 읽히게 만들려고 직접 소리내서 닷새 동안 매일 원고 전체를 한 번씩 읽었더니 급기야 성대 부근이 아파서 말을 하지 못하게 됐다. 이틀 동안 말을 안 했더니 목은 나아졌는데, 이번에는 잇몸이 심하게 부었고, 볼살이 헤졌다. 이 상태로 일주일이 지났다. 아무튼 마지막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번 원고작업은 다 좋았지만, 설명도 부분은 지금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가장 마지막까지 골치를 썩혀야 했던 마지막 설명도는 물론이고, 편집자는 내가 넣어달라던 설명도 중에 30 개도 넘게 제외했다. 편집자와 내 글쓰기 철학이 다르다는 걸 보여준다. 편집자는 내 글만 읽어도 설명도 없이 이해가 충분히 된다고 하셨다. 나와 생각하시는 방향이 완전히 달랐다. 내가 설명도 없이도 이해할 수 있게 썼던 건, 설명도는 내용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일종의 부가적인 장치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글로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더라도 설명도 하나가 추가되면, 읽는 사람은 훨씬 넓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책에서도 언급했듯이, 이 책에 대한 아이디어는 내 블로그에 올렸던 글의 설명도 하나에서 출발했다. 그래서 처음부터 글만으로도 이해할 수 있게 원고를 쓰고, 거기에 설명도를 추가하는 것이다.)

특히 하늘이 파랗게 보이는 이유에 대한 2 장에서 그려달라고 보냈던 설명도 중 하나는, 내용이 글만으로는 이해하기 힘들어서 꼭 필요한 것이었는데, 설명도가 엄청나게 복잡해서인지 편집자님이 제외시키셨다. 그래서 관련된 부분의 글을 대폭 수정해야 했다. 출간된 책에서도 그 부분의 이해도는 다른 부분보다 현격히 나쁠 것이라 생각한다.

ps. 그래서 지금 초고를 수정하고 있는 [소나기의 물리학]에서는 설명도를 거의 넣지 않고 있다.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본격적으로 노을을 설명하기 이전에 설명하는 광학이 아닐까 한다.

노을을 설명하는데 필요한 내용만 다루고 있어서 제한적이긴 하지만, 빛에 대해 배우는 중고등학생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중고등학교 다니면서 궁금해 하던 것이지만, 당시에 자료도 구할 수 없고, 학교 선생님도 답변을 해주지 못하던 광학에 대한 대부분의 의문점을 설명하려고 노력했다.

음…..

주의할 점이 하나 있는데, 교양과학서적 치고는 약간 어렵다. 물론 전공서 수준까지는 아니고, 수식도 몇 개 나오기는 하지만 계산하는 건 하나도 안 나온다. 그래서 [블랙홀과 시간굴절]이나 [엘레강스 유니버스] 정도로 어렵지는 않지만, 물리학 지식이 많지 않으신 분이라면 읽다가 고생할 것이다. 초고를 쓰면서 기본적으로 생각한 독자층이 경시대회를 준비했던/준비하는 중고등학생 정도였기 때문이다. 교정을 하면서 난이도를 많이 낮추긴 했지만, 그럼에도 다른 교양과학서적보다는 조금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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