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테일의 다른 이름 : 『버스트』

13 comments

창문 밖으로 모래알 하나씩 던진다. 그러면 창문 밑에는 모래알이 점점 소복히 쌓일 것이다. 어떤 모양으로 쌓일까? 이 문제는 가우스Gauss라는 위대한 학자가 표준정규분포로 설명한다. 그 뒤, 아인슈타인은 연기입자에 대한 브라운 운동을 설명하면서 이 규칙을 더욱 공고히 한다. 이런 것을 초기 연구자 이름을 따 푸아송 이론이라고 부른다. 그 이후, 사람들은 푸아송 이론으로 세상 모든 것을 설명하려고 시도한다. (물론 물리학자는 이 시도가 양자역학에서는 통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하고, 페르미-디랙 통계를 새로 만든다.)

하지만…. 후대 학자들은 푸아송 이론이 현실과 미묘하게 다른 것을 눈치챈다. 1980~1990 년대의 일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어떻게 다를까? 이에 대해 설명한 책이 『버스트』Bursts다.

  버스트 – ★★★
앨버트 라슬로 바라바시 지음, 강병남.김명남 옮김
동아시아
1’8000 원 / 448 쪽
페이퍼백 / 신국판
ISBN 978-89-6262-024-5 03400

이 책 후기를 적기 전에 이벤트로 이 책을 동아시아에서 받았다는 것을 명시한다. 그렇다고 후기가 영향을 받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 내용을 아주 간단하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우리에게 익히 알려져 있는 롱테일 현상이 있다. 인기상품이 큰 이익을 주지만, 인기를 끌지 못하는 상품도 다 합하면 인기상품 못지 않은 이익을 준다는 이론이다. (상거래 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이런 롱테일은 멱함수 분포를 만드는데, 우리가 롱테일 현상을 설명할 때 익히 보던 반비례 그래프다.
롱테일 현상이 나타나는 원인은 버스트Bursts 때문이다. 버스트는 어느 순간 값이 급격하게 변하는[폭발성]을 띄는 존재가 있다는 것을 말한다. (사건이 많이 일어나는 순간과 사건이 없는 시간도 불규칙하게 섞여서 오는 현상이 반복된다.) 그러면 버스트는 왜 생길까? 아주 간단해서 관여하는 사람(또는 객체)이 선택할 때 우선순위를 두기 때문이다. 즉 현상에 관여하는 대상들이 모두 같은 중요성을 갖지 않고 불평등하기 때문에 버스트 현상이 나타난다.

즉 책 한 권을 통해 멱함수 분포를 소개하고, 멱함수와 관련된 연구가 어디어디에 있었는지를 소개하고 있다. 군함조알바트로스의 먹이찾기 비행에서부터 늑대나 원숭이의 이동, WhereisGeorge.com을 통해 살펴본 미국 달러 지폐의 움직임, 인터넷 뉴스의 소비, 사람이 사물을 보는 촛점의 움직임 패턴, 심지어 역사적인 전쟁에 대한 연구에 이르기까지 소개해 놓고 있다. 심지어는 과학 자체도 멱함수 분포에 대한 실질적인 래비 패턴을 따를 때가 있다는 것은 재미있다. 저자는 이를 이렇게 설명한다.

또 다른 표현으로 ‘폭발성’이란 것이 있는데, 변화가 순식간에 발생하는 모습을 말한다. 생명의 진화와 표현 패턴, 지식 자체의 진화 패턴, 앞서도 말했던 과학 패러다임 발전도 폭발성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과학 자체도 레비 패턴을 따를 때가 있다. 레비 패턴은 한 장소에서 기존 통계를 따라 움직이다가 갑자기 먼 장소에 나타나 다시 그곳에서 기존 통계를 따라 움직이는 현상이 반복되는 것을 뜻한다.

점프 거리들의 분포에 따라 다양한 결과가 나타날 수 있는데, 점프 거리가 기존의 가우스 분포를 따른다면 전체도 또한 가우스 분포를 따를 것이다. 따라서 레비 패턴은 기존의 푸아송 이론의 한 종류라고 볼 수 있다. 만약 점프거리가 멱함수 법칙을 따른다면 푸아송 이론과는 다른 결과가 나타날 것이다. 따라서 멱함수의 법칙은 레비 패턴이 특별한 모습으로 나타나게 만드는 중요한 특징이다.

훌쩍 점프하여 진전한 뒤에, 작은 종종걸음을 걷는다. 종종걸음은 별 진전이 없어 보일 때도 있고, 심지어 역행할 때도 있다. 하지만 그런 움직임이 전혀 쓸모없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새 패러다임의 경계를 시험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작업이다.

– 258 쪽

기존의 푸아송 이론으로 설명하던 현상도 현실과는 조금 다른 것 같다는 소개도 한다. 여기서 인간 활동의 무작위성을 해석할 때 어떤 방법을 취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하는 것 같다. 즉 개체 자체가 무작위성을 갖는지, 개체 자체는 무작위성을 갖지 않지만 사회 전체로 볼 때는 개체가 무작위성을 갖는 것과 같은 결과를 도출하는지는 대충 얼버무렸다는 말이다. 많은 분들이 인간 행동 규칙성을 탐구하는 책이라고 이 책을 소개하는데, 이 얼버무림 때문에 그 쪽으로의 가치는 조금 낮은 편.

결국 저자는 책 전체의 내용을 한 문장으로 요약해 놓았다.

이제 우리는 자유 의지에서 프라이버시까지 그동안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했던 문제들을 죄다 다시 따져봐야 하는 실정이다.

– 361 쪽


이 책의 좋은 점은 수필처럼 느껴지는 2 개의 이야기와 이를 설명한 부분으로 이뤄져 있다는 것이다. 한 이야기는 폴란드 지역의 죄르지 세케이란 위인에 대한 것이다. 이 이야기는 시간의 교란에 의해 모든 것을 이론으로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 또 다른 한 이야기는 하산 엘라히라는 미국의 예술가 이야기다. 그가 잦은 해외여행을 하기 때문에 9·11사태 이후 FBI로부터의 감시받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이야기는 우리가 하는 행동은 결코 멱함수 분포를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알려준다. 이런 예들 덕분에 멱함수 분포에 대해 좀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런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설명을 뒷받침하는 명료한 자료나 그래프 등이 하나도 없어서 이해한 것이 옳은 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즉 책에서 말하는 내용이 좀 불분명하다.

또 박현욱 장편소설 『아내가 결혼했다』도 그랬듯이 세 가지 이야기가 섞여 진행되다 보니 읽는 속도가 현저히 떨어졌다. 꽤 열심히 읽었는데도 거의 열흘 정도 걸렸다. (이건 내가 여러 책을 병행해서 읽기 때문에 나타나는 특수성일듯…)

이 책의 내용이 분명하게 이해되지 않는 사람은 강병남 역자가 마지막에 남겨놓은 해설을 이해해 보려고 애써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짧고 명료하게 해설을 남긴 것으로 보아 역자도 이 책이 방만한 설명으로 의미 전달이 잘 안 된다고 생각한 것 같다.

이 책은 몇 가지 오류와 이상한 번역이 조금 보인다.

이 책 속의 오류

49 쪽 밑에서 6 번째 줄
로버트 브라운은 물 위에 떨어진 꽃가루가 비뚤비뚤 불규칙한 궤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관찰했다.→ 꽃가루가 아니라 꽃가루 속에 있는 정핵이 불규칙한 궤적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82 쪽 밑에서 6 번째 줄
사랑하는 사람의 재를 1.5 캐럿 다이아몬드로 바꿀 수 있다. ….(중간생략)…. 재와 다이아몬드는 둘 다 탄소 원자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보통의 검은 재, 즉 숯은 탄소가 주성분이지만, 화장한 사람의 재에는 탄소가 거의 없다. 저자가 실수한 듯 싶다.

206 쪽 첫째 줄
상대성과 중력을 하나로 묶은 그 이론을 그(아인슈타인)는 일반 상대성 이론이라고 불렀다.→ 아인슈타인은 ‘일반상대성이론’이란 이름을 붙이지 않았다.

이 책 속의 이상한 번역
※ 물론 이것이 다가 아니다. 읽으며 내가 표시해 놓은 것만 모아본다.

51 쪽 밑에서 7 번째 줄
아인슈타인이 1905년에 원자의 무작위 운동에 관한 계산 결과를 발표했다면 페랭과 상을 공유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은 그로부터 5년 전에 이미 1905년에 썼던 첫 번째 논문으로 노벨상을 받았기 때문에, 이번에는 그냥 빠질 수밖에 없었다.

109 쪽 밑에서 7 번째 줄
그나 → 그러나

129 쪽 밑에서 7 번째 줄
세상에 완벽한 배심원이라는 것이 있는가 하는 질문이다. 슬프게도, 답은 없다.
→ ‘답은 없다’란 것이 배심원이 없다는 것인지, 질문에 답이 없다는 것인지 구분할 수 없다.

281 쪽 밑에서 4 번째 줄
빠르게 달려온 자동차와 자전거가 지나치게 가깝게 접촉하는 바람에 내 손목을 부러뜨린 일이 있었지만, 그것까지 하이젠베르크 탓으로 돌릴 수는 없겠다.

345 쪽 밑에서 9 번째 줄
한 치의 → 한치의

ps. 이 책에 나온 재미있는 이야기

1. 166~167 쪽
“기독교인들이 평화의 왕( = 기독교의 여호수아 하나님)을 받든다고 믿으며 자란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기독교인이 연류된 전쟁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 특히 기독교인들끼리 서로 싸운 전쟁이 많다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랄 것이다.”
루이스 프라이 리처드슨이 『사투의 통계학』에 썼던 말이다. 그는 같은 종교 집단끼리 다툰 전투 128건 중에서 119건이 기독교인들끼리의 싸움이었다는 것을 알고 낙심했다. 심지어 다른 종교 집단끼리의 전쟁 134건 중 105건에도 기독교인들이 관여했다.
ps. 100년 전쟁 같은 것을 한 번으로 쳐서 그나마 이 정도가 됐을 듯….^^ㅋ

2. 313 쪽
사람들이 서로에 대한 의존을 금전화함으로써 혼자 남겨질 기회를 갖게 된 곳은 미국과 서유럽뿐이다. 최근 연구들에 따르면, 사람의 행복과 안녕은 친구의 수와 질에 달려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옳게 선택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는 없는 것 아닐까? 혹시 우리는 행복과 프라이버시를 바꿔버린 것 아닐까?

3. 331 쪽
크리스타키스와 파울러에 따르면, 내 친구 중 한 명이 비만이 되었을 때 내가 향후 2년에서 4년 사이에 몸무게가 늘어날 위험성이 57% 증가했다. 만약 내 최고의 단짝이 그렇게 펌퍼짐해진다면, 내가 친구의 뒤를 따를 위험은 무려 171%나 증가했다. 비만은 사실상 독감이나 에이즈 같은 전염병이나 마찬가지였고, 사회적 연결을 따라 이 사람에게서 저 사람에게로 옮아가고 있었다.

13 comments on “롱테일의 다른 이름 : 『버스트』”

  1. 핑백: melotopia
  2. 궁금하던 책인데… 보지 않는 쪽으로 마음이 바뀌었습니다. ㅎㅎ
    띄어쓰기는 원래 책이 맞는 듯합니다;; ‘잊혀지다’도 쓸 수 있지만 ‘잊히다’가 더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1. 제가 너무 자세하게 후기를 작성했나요? ㅎㅎㅎ

      띄어쓰기는 밑의 두 개를 말씀하시는 거죠?
      ‘꾀바른’에서 물론 짧은 꾸밈말은 붙여쓸 수도 있다고 맞춤법에 규정해 놨지만 여기선 띄어쓰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고, ‘한 치의’는 관형사 의미가 매우 약한 경우이기 때문에 붙여써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쓰인 예문을 보면 “그 사건들의 결과는 한 치의 모호함도 없이 다 알려져 있지만 말이다.”로 되어 있어서 한 치가 떨어져 있다는 의미는 전혀 아니거든요.

      잊히다 문제는 고민을 좀 해봐야겠네요. 제겐 아직 이런 것이 어렵네요. ㅜㅜ

    2. 후기가 자세했다기보다… 읽고 전작보다 별로라는 의견들이 많아서^^;;
      띄어쓰기는 저도 늘 어렵습니다. ‘꾀바르다’나 ‘한치’는 이미 한 단어가 되었기 때문에 붙여쓰는 것이죠. ‘한치’는 제가 착각하고 잘못 지적한 것이에요ㅎㅎ

    3. 꾀바르다는 표준 맞춤법에서 그렇게 규정해 놨더라도 동의할 수 없는 사항인데요. ㅎㅎㅎㅎ
      『링크』를 읽어보지 않아서 전작과의 비교는 잘 모르겠네요. 뭐랄까… 전 전작을 서점에서 잠깐 들춰봤는데 모르는 내용이 없다고 생각해서 읽지 않았거든요.

    4. 하핫. 맞춤법에 동의하지 않는다라… 물론 동의하지 않을 수 있죠. 하지만 맞춤법에 맞게 쓴 것을 오류라고 지적할 순 없죠ㅋㅋㅋ

manga0713 에 응답 남기기응답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