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찍을 때는 주변이 얼마나 밝으냐에 따라서 카메라 설정을 바꿔 적절한 밝기의 사진을 찍어야 한다. 이때 사진 밝기를 조절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조리개, 노출시간, 감도, 노출이 그것이다. 이 글에서는 이 네 가지의 의미와 간단한 활용방법에 대해 살펴보자.
사진 밝기는 정해져 있지 않다. 오직 찍는 사람 마음 속에만 답이 있다. 왜 이런 말을 하냐 하면, 기계적으로 표준인 밝기의 사진만 꼭 좋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기계적으로 표준인 밝기의 사진만 좋은 것이라면, 어려운 설정을 할 필요 없이 무조건 자동이나 반자동 모드로 사진을 찍으면 될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표준밝기에서 벗어난 사진도 좋은 경우가 많다. 이게 궁금하다면 사진을 한 장 찍은 뒤에, 사진 유틸리티로 밝기를 바꾸면서 살펴보자. 밝기에 따라서 느낌이 계속 바뀔 뿐이지, 나쁜 사진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사진은 찍는 사람이 원하는 밝기가 적절한 밝기이다. 아주 컴컴한 것일 수도 있고(로우키), 반대로 거의 하얀 것일 수도 있다(하이키). 다시 말하지만,
사진의 적절한 밝기는 찍는 사람의 마음 속에 있다.
서론은 이쯤에서 끝내고, 사진의 밝기는 어떻게 결정되는지 생각해보자.
글을 이어가기에 앞서서, 이 꼭지에서는 필름 말고, 센서에 대해서만 설명한다.
1. 사진의 밝기란 무엇인가?
사진 밝기는 빛이 얼마나 센서나 필름에 비춰졌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빛의 양은 카메라의 조리개와 촬영시간으로 조절할 수 있다. 여기에다가 들어온 빛의 양을 해석하는 기능인 감도도 사진 밝기에 영향을 미친다. 이 세 요소의 곱을 각각 어떤 직육면체의 가로, 세로, 높이라고 생각해보자. 그러면 빛의 양은 이 직육면체의 부피라고 생각할 수 있다. 따라서 조리개를 절반으로 줄여도[조여도] 촬영시간과 감도의 곱을 두 배로 늘리면 (느낌은 달라지지만) 사진 밝기는 똑같게 만들 수 있다.
사진 밝기에 대해서는 이제 다 이야기했다.^^ 이제 각각의 요소 하나하나 살펴보자.
2. 조리개란 무엇인가?
조리개는 렌즈 안에 들어있는 일종의 문이다. 이 문의 크기를 바꾸는 행동을 ‘조이다/풀다’라고 한다. 결국 조리개를 조이고 푸는 건 렌즈 안에 있는 구멍의 크기를 조절하는 것이다. 조리개값의 정의는 간단하다. (그런데 우리는 조리개값의 정확한 정의를 구지 알 필요는 없다.)
조리개값 = (대물렌즈 지름) / (초점거리)
아무튼, 공식이 이렇기 때문에 조리개값을 나타내는 방식은 ‘f/숫자’로 쓴다. 이 공식을 보면, 이공계 사람들은 눈치를 채겠지만, 조리개값은 특정한 기준렌즈와 비교해서 대물렌즈 지름이 얼마나 되느냐를 비교하는 개념이다. 숫자는 대물렌즈의 유효지름과 연관되기 때문에, 통과하는 빛의 양은 조리개값을 제곱한 수의 역수와 관련된다. f/1.0을 기준으로 비교해서, f/√2(=f/1.4)이면 1/2 배 , f/√4(=f/2.0)이면 1/4 배, f/√8(=f/2.8)이면 1/8 배의 빛이 통과하는 것이다. 보통 이야기할 때는 ‘f/’는 생략하고, 숫자만 이야기한다. 이렇게 표기를 역수로 하다보니, 조리개의 숫자가 작게 써져 있을수록 조리개값이 큰 것이다.
렌즈는 보통 조리개를 f/2.8~f/32 사이에서 조절할 수 있게 만들지만, 캐논의 경우엔 예전에 ‘EF 50mm f/1.0L USM’이란 렌즈를 만든 적도 있다. 필름카메라 시절에는 러시아에서 f/1.0보다 큰 조리개값의 렌즈를 만들기도 했단다.
상식으로 알아두자. 렌즈는 최대개방 조리개 수치가 클수록 어두운 곳에서 사진을 찍기 좋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다. 심지어 상태가 좋은 EF 50mm f/1.0L USM은 (2018 년에) 중고가가 600만 원이다. 요즘 판매되는 EF 50mm f/1.2L USM는 신품이 160만 원 정도다. 반대로 최대개방 조리개값이 f/5.0보다 작으면 값이 많이 싸진다. 실내에서 사진을 찍기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렌즈는 가볍고 작아서 휴대하기 편하다는 장점이 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대부분의 렌즈는 최대개방 조리개값이 f/2.8인데, 조리개를 이렇게 만드는 이유는 필요한 최소한의 아웃포커스(outFocus) 기능과 어두운 곳에서의 촬영 편의성이 적절한 가격과 휴대 편의성과 타협되는 조리개값이기 때문일 것이다.
사진 밝기에 대한 조리개 이야기는 다 했다. 여기서 주의해야 하는 점이 있다. 조리개는 밝기 이외의 다른 요소에도 영향을 준다.
조리개를 조일수록 렌즈의 수차가 줄어든다. 그러나 반대로 조리개 날개가 일으키는 회절의 영향이 커진다. 따라서 좋은 사진을 찍으려면 이 두 요인이 적절히 나타나는 적절한 조리개값을 결정해야 한다. 보통 렌즈는 f/5.0에서 가장 선명하고 왜곡도 적다. 그러나 이렇게 설정하고 사진을 찍는 경우는 별로 없다. 그건 앞에서 적절한 사진 밝기가 사진을 찍는 사람 마음 속에 있다고 했듯이, 조리개가 일으키는 효과들도 사진을 찍는 사람 마음 속에 적절함이 있기 때문이다. 즉 무엇을 중시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만약 풍경사진을 찍는다면 조리개를 많이 조이는 게 도움이 될 것이다. 일반적인 인물사진을 찍는다면 조리개를 열고 찍어도 좋다. 특히 인물사진을 찍을 때는 보통 최대개방으로 찍는 경우가 많으며, 그것도 심지어 최대개방 조리개값이 가장 큰 렌즈로 찍기를 선호하는 사람이 많다. (물론 이게 정답은 아니다.) 접사는 조리개를 f/10 정도로 조이는 걸 보통 선호한다. 보통 사진을 찍을 때는 밝기와 선명도의 타협으로 카메라를 설정하는 것과는 달리, 접사는 심도와 선명도의 타협으로 카메라를 설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시 한번 말해두지만, 조리개도 사진을 찍는 사람 마음 속에만 적절한 설정값이 있다. 그러므로 상황별 설정값을 대략 알아두면 좋겠지만, 실제로는 이와 상관없이 자유자재로 설정하며 찍어도 된다. (심지어 이 꼭지에서 내가 적어놓은 것도 무시해라.)
조리개값은 사진에 매우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가장 먼저 설정해야 한다. 그래서 카메라를 조리개값 우선모드(Av 또는 A 모드)라는 반자동모드로 설정하고 찍는 사람이 가장 많다.
3. 노출시간이란 무엇인가?
보통 카메라의 셔터는 두 개의 셔터막으로 이루어져 있다. 셔터 단추가 눌리면 우선 하나의 셔터가 움직이면서 센서가 빛에 노출된다. 이 셔터막을 선막이라고 부른다. 사진사가 설정한 일정시간이 지난 뒤에 노출시간이 끝나면 두 번째 셔터가 움직이면서 센서를 비추던 빛이 차단된다. 이 셔터막을 후막이라고 부른다. 노출시간은 선막이 지나간 뒤부터 후막이 지나갈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다. (참고로, 플래시 발광옵션을 보면 선막동조와 후막동조라는 것을 볼 수 있는데, 플래시를 앞서 움직이는 셔터막에 맞춰 터트릴 것인지, 뒤에 움직이는 셔터막에 맞춰 터트릴 것인지를 설정하는 옵션이다.)
당연히 노출시간과 필름이나 센서가 받은 빛의 양은 비례한다. 노출시간이 두 배가 되면 빛의 양이 두 배가 되고, 절반이 되면 절반이 된다. 이건 쉽게 이해될 것이다. 링크 글의 6.1 장에서 살펴볼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사진 질에도 영향을 거의 미치지 않는다. 그러므로 대부분 카메라 설정 가장 마지막에 노출시간을 결정한다.
노출시간을 특별히 신경써야 하는 경우가 있다. 액정처럼 시간이나 방향에 따라 밝기가 달라지는 피사체, 형광등처럼 계속 변하는 광원이 비추는 환경 속의 피사체, 순간광인 피사체를 촬영할 때 등을 말한다. 이런 경우엔 어떤 요소를 먼저 설정해야 하는지, 어떤 값으로 설정해야 하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4. ISO란 무엇인가?
조리개와 촬영시간만으로 센서나 필름에 비춰지는 빛의 양은 결정된다. 그런데 필름이나 센서를 빛에 더 민감하거나 둔감하게 만들 수는 없을까? 이렇게 민감도를 조절하는 방법을 감도라고 한다. 원리는 간단하다.
만약 10000 개의 빛알갱이가 쪼여졌을 때 신호가 발생하는 센서가 있다고 가정하자. 5000 개가 쪼여졌을 때 신호를 발생하도록 만들면 빛의 양이 두 배 늘어난 것처럼 사진이 찍힐 것이다. 마찬가지로 2500 개에 반응하도록 만들면 빛의 양이 네 배 늘어난 것처럼 사진이 찍힐 것이다. 이런 관계가 계속된다. 이렇게 센서의 빛알갱이에 대한 민감도를 ISO라고 부른다. (ISO와 감도를 보통 동의어로 쓰지만, 엄밀하게는 뜻이 약간 다르다고 한다.)
그러나 ISO를 높여서 적은 수의 빛알갱이에 반응하도록 센서를 조작하면 한 가지 문제가 생긴다. 센서는 빛알갱이 뿐만 아니라, 센서 자체의 열이나 양자역학적 효과 등에 의해 내부 전자가 요동치면 신호를 만들기도 한다. 센서에 열이 많으면 사진에 잡음[노이즈, Noise]가 많아진다. 이에 대한 설명은 복잡하니 다른 글에서 따로 설명한다.
참고로 하나만 말해두자. ISO는 단순히 필요한 빛의 양을 채워주기 위해 바꿔주는 것이 아니다. 조명이나 외장 플래시에 따라서, 뒷배경이 보인다던지 하는 효과가 달라진다. 예를 들면 큰명주딱정벌레 사진의 경우에 외장플래시를 썼음에도 불구하고 ISO가 640으로 높고, 촬영시간도 1/60 초로 길다. 어찌보면 필요 이상의 빛을 받아들이도록 카메라를 설정하고, 플래시 발광량을 최소한으로 억제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찍으면 날개 위의 점들이 선명하게 찍힌다.
이것 이외에도 ISO는 시시때때로 바꿔줄 필요성이 생긴다. 이런 설정은 경험과 지식에 의존하는 것이므로 이 글의 취지와는 맞지 않아 생략한다.
5. 노출이란 무엇인가?
조리개, 촬영시간, 감도 세 가지로 사진의 밝기를 결정할 수 있다. 그러면 노출이란 건 뭐고, 왜 필요할까?
노출이란 건 특정 빛을 받아들였는데, 이 빛의 양을 카메라가 임의로 밝거나 어둡게 인식하게 만드는 기능이다. 노출과 감도(ISO)가 다른 점은, 감도는 비율로 조절하는데 반해서 노출은 모든 밝기 반응신호에 산술적인 값을 더하는 방법이다. 그러므로 사진은 노출을 높이면 밝아지고, 낮추면 어두워진다. 그런데 중요한 건 밝기 변화가 아니다. 노출이란 건 사진의 밝기도 바꿔주지만, 그보다는 색감을 바꿔준다.
예를 들어 하양을 사진에서 완전히 하얗게 나오게 하려면 노출을 +3 정도로 해 줘야 한다. 반대로 검정을 완전히 검게 나오게 하려면 노출을 -3 정도로 해 줘야 한다. 다른 색도 각각에 맞춰서 노출을 바꿔줘야 제 색감이 살아난다. 그러나 접사처럼 선명함과 질감이 중요한 사진을 찍을 때는 반대로 설정해야 한다. 밝은 색일수록 노출을 줄이고, 어두운 색일수록 노출을 올려야 질감이 살아난다. 따라서 노출은 다른 설정보다 더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이 하나 있다. 노출은 카메라 구동 소프트웨어가 찍힌 정보를 단순히 재처리한 것이다. 따라서 raw로 촬영하면 노출을 조절한 결과가 카메라 액정에는 보이지만 실제 파일에는 보이지 않는다. raw로 찍은 사진은 사진 유틸리티로 노출을 얼마든지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카메라가 결과를 처리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카메라에서 사진을 jpg로 저장하게 설정했다면, jpg는 노출 결과가 반영된다. (이 말은 되도록 raw 찍어서 저장하면 활용하기 쉽다는 뜻이다. 물론 저장공간도 더 필요하고, 사진을 사용하기 전에 항상 유틸리티로 처리해야 한다는 단점도 있지만….)
ps.2021.11.27 추가
노출은 카메라의 다른 설정에 따라 두 가지로 나누어질 수 있다. 하나는 위 문단에서 말한 것처럼 촬영은 똑같이 하면서도 raw파일의 메타에만 노출을 바꿨다고 기록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촬영설정을 실제로 바꾸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따로 직접 확인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처음에 이 두 가지 작동방식이 있다는 걸 알아내기는 어려웠지만, 막상 그걸 알고나니까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내는 건 쉬웠다. 그게 안 된다면… 역시 구글에게 물어보자. 이걸 설명하는 정보가 인터넷에 있을지 모르겠지만….^^;
6. 사진 밝기를 조절하는 다른 방법은 없나?
사진 밝기를 조절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광원을 조절하는 것이다. 가능하다면 말이다. 그러나 광원을 조절하는 건 한계가 크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외장플래시와 ND필터다. 외장플래시는 빛이 부족할 때 추가하는 장치다. ND필터는 빛의 양을 줄이는 장치다. 광원이 너무 밝거나 피사체의 움직임을 사진에 반영하고자 할 때 쓴다. 외장플래시와 ND필터는 거의 정확히 반대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다만, 완벽한 기계가 없듯이, 색깔과 해상도 등이 조금씩 달라진다.
7. 맺는 말 (혼자서 하는 투덜거림)
사진을 찍으려면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 카메라의 auto기능만으로는 좋은 사진이 찍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따라서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많이 찍어보고, 다양한 시도를 해봐야 한다.
나는 2 년 동안 접사를 찍어왔는데, 이 글에서 언급한 것의 절반 정도밖에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4 년 후엔 이 글에서 언급한 걸 모두 적절히 활용할 수 있을까? 내가 원하는 걸 얻기에는 너무 늦게 사진을 시작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내 상상력에 부침이 일어남을 느낀다. 그냥 원하는 걸 얻기 위해 나아갈 뿐….
이 글이 여러분께 쉬운 안내가 됐으면 좋겠다. 그러나 나는 예전부터 글을 어렵게 쓰기로 유명했었으니까, 이번에도 크게 기대하지는 않는다. ^^;
고친 날 : 2020.08.21
ps. 옮기면서 붙임
이 글은 정말 초보일 때 썼던 글이다. 다시 살펴보니 몇 가지 틀린 점이 있어서 옮기면서 고쳤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잘 적은 글 같다. 지금 쓰라고 한다면 이렇게 못 쓴다. 그런데도 느낀다. 이 글은 아쉽다는 것을……
‘사진을 너무 늦게 시작한 게 아닐까’라고 적었는데, 이 말은 전적으로 옳았다. 지금은 찍으면 그냥 찍지만….. 스스로도 한계가 보인다. 정말 아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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