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다닐 때 우리 집은 가난했다. 그래서 여행을 다닌다거나 많은 문물을 접할 수가 없었다. 당연히 사회 교과서에 나오는 많은 이름을 알 수 없었고, 이는 사회 성적에도 그대로 연결되곤 했다. 물론 내 생각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었다는 점이 성적보다 중요했다. 초등학교 다닐 때의 이 영향은 좀처럼 지워지지 않아서 고등학교때에 책에 푹 빠지기 전까지 지속되었다.

출처 : 지도박물관
그런 내가 주체할 수 없이 호기심을 불러일으킨 것이 있었는데, 바로 지도 그리기였다. 5 학년 때 2 주 동안은 지도 그리는데 한참 빠져들었던 것 같다. 지도 그리기가 어떻게 호기심을 불러일으켰을까? 그냥 상상 속의 나라를 만드는 것이다. 어떤 나라를 만들 수 있을까? 지도 속에는 바다와 대륙이 있었고, 대륙에는 산, 강은 물론 도시와 광산, 유전, 도로, 공항 등이 있었다.
이 작업은 곧 반 전체로 번졌고, 같은 반 아이들이 며칠씩 지도를 그리도록 만들었다. 누구나 그렇듯이….(누구나 성장기에 한때 지도를 그리며 논다고 생각했는데, 주변 분들의 반응을 살피면 내가 상당히 특이한 어린이였던 것 같다. 따라서 이 문장은 “누구나 그렇듯이….”로 쓰고 “가끔은 그런 사람이 있듯이….”로 읽는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 일이 이후에 많은 도움이 됐던 것 같다.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등의 감각을 키워줬다고나 할까?
최근 아이들의 놀이를 보면 딱지, 팽이, 연, 공기 등등 놀이에 필요한 모든 것을 가게에서 돈으로 산다. 아이들은 직접 만든 것은 끼워주지도 않는다. 예외도 없다. 그런데 이렇게 문화가 바뀌면서 놀이가 주는 중요한 여러 가지를 잃게 만들었다. 아무것도 직접 해 보지 않는다는 점에 대해서 최근 아이들의 놀이를 보면서 많은 염려를 하게 된다.
직접 지도를 그려보지 않은 사람은 무개념 약도를 남발한다. 그런데 한번도 지도를 그려보지 않은 사람들이 늘어나다보니 가게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약도를 보고 찾아가는 것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불행중 다행이라고 요즘은 위성사진이나 지도 위에 위치를 직접 표시하는 서비스들을 이용하면서 약도 문제는 조금씩 해소되는 것 같기는 하지만…. 그 모든 것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역시 지도를 그려보는 일이 꼭 필요하다.
이번에 소개하는 책은 이전에 『아프리카 초원학교』를 쓰신 구혜경 님이 쓰셨다. 그 책을 보며 많은 것을 배웠기에 이 책에서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기를 기대했다. 배운다는 것은 꼭 지식만이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그런데 구혜경 님의 문체가 워낙 건조체이다보니 초등학교 3~4 학년이 독자층일 이 책에는 어울리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가능했다. 그래서 또 다른 저자인 정은주 님과 같이 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손으로 그려 봐야 우리 땅을 잘 알지 – ★★★☆
구혜경.정은주 지음, 김효진 그림 / 토토북
207 쪽 / 4도 인쇄 / 1’5000 원
ISBN 978-89-6496-022-6
발행 : 2011.02.15
아무리 단순해도 지도를 직접 그려본다는 것은 중요하다. 거기다가 지역 특산물이나 명승고적 등 우리나라에서 살면서 꼭 필요한 상식을 하나하나 짚어준다. 이게 꼭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서 공부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이라면 당연히 알아야 하기 때문에 봐둬야 하는 것이다. 언젠가부터 우리 아이들에게 교과서 속에 정보를 나열해 줌으로서 해야 할 모든 것을 다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면 아이들은 언제 직접 하면서 익힐 것을 익힐 수 있을까? 그럴 기회가 있기는 한 것일까?


이 책은 서울에서 제주도까지 하나하나씩 직접 자기 손으로 지도를 그려보면서 아이들이 우리나라를 좀 더 잘 알도록 안내해 준다. 형식은 두 남매가 할아버지를 따라 전국여행을 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대화 속에 각 지역의 특성이 들어난다. 그리고 대화가 끝난 뒤 내용을 정리하는 지도가 들어있다. 점선을 따라 지도를 그려나가다보면 각 도의 모양을 대략 알 수 있다. 사실 지도란 것은 주변 지역과의 연계 속에서 그 지역이 무엇인가를 표기하는 것이고, 실제 각 지역도 주변 지역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다. 그래서 지도를 싹뚝 잘라놓으면 공부하기 힘들고, 결국 바람직하지 않다. 그런 면에서 이 책으로 무언가 직접 익히지는 못하겠지만, 그 중간쯤의 위치에서 무언가 익힐 기회를 조금씩 준다는 생각이 든다. 준다기보다는 양념처럼 간접 경험으로 보템이 되는 것 같다.
이 책을 처음 받아들고는 뒤로 넘겨보다가 아기자기한 스티커를 발견하고서 한참 넋놓고 바라보았다. 옆에서 같이 있던 누님이 “벌레야, 재미있는 장난감 발견했지?” 라는 말씀을 하셔서 푸시식 웃었다. ㅋㅋㅋ

지도란 것은 사람의 모든 능력을 끌어모은 결과물이다. 사물의 존재, 이들 사이의 유기적 관계, 이를 기호화하고, 기호를 보기 좋게 표기한다. 바햐흐로 공간지각력, 관계능력, 표현능력, 사물의 특징을 잡아내는 능력(사진을 찍을 때 촛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사진이 크게 바뀐다. 따라서 노련한 찍새라면 구도를 잡기에 앞서 어디에 촛점을 둬야 할지를 결정한다. 촛점의 위치에 따라서 구도는 달라질 수 있다. 처음 사진을 배울 때 촛점을 어디다 둬야 할지 모르겠다는 사람은 사진에 소질이 있다고 생각한다.). 거기다가 (보통 지도에서는 이런것이 없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것을 감성적으로 전달해야 한다.
이 책은 표현능력과 감성 전달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다른 능력은 (내가 그렇게 놀았듯이) 직접 자기가 상상의 지도를 그려보거나 자기만의 지도를 그려보는 일을 반복하면서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책이나 수업으로는 익히기 힘들고, 놀이를 통해서만 얻는 것이 쉬울 것 같다. 다른 표현으로 말하자면, 이런 부분에서 조금 아쉬움이 남았다. 거기다가 초판은 오류들이 있었다. 글씨가 몇 개 없는 것을 생각할 때 좀 많은 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본 책 상태로는 ★★★ ~ ★★★☆ 정도의 별점을 줄 수준이었지만, 아마 곧 나올 재판에서 오류와 오타를 수정한다면 ★★★★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 이 글을 쓰다가 갑자기 몇 년 전에 그렸던 지도 생각이 났다. 그 글도 검토해서 다시 꺼내봐야겠다. ^^;


사촌에게 추천해줄만한 책이로군요 ㅇㅅㅇb 책 추천 감사합니다.
저도 한때 지도그리기에 푹 빠진적이 있었습니다 ㅋㅋ 항로라던지 교통망에 관심이 많았죠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