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인장의 번식은 유성생식과 무성생식이 있습니다. 선인장의 수명이 보통은 수백 년으로 매우 길기 때문에 무성생식도 훌륭한 번식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만 무성생식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씨앗을 통한 번식을 해야 합니다. 이것은 무성생식을 번식의 중요 전략으로 택하고 있는 ‘무장무야’같은 선인장들도 무성생식을 반복하면 할수록 노화가 됨으로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무성생식으로 번식할 수 없는 종류들도 존재하는 것까지 생각한다면 선인장 재배의 마지막 목표는 파종을 통한 번식이 아닐까 합니다.
올해로 제가 선인장을 처음 파종한 뒤 만 3년이 되었습니다.
물론 처음 파종했었던 선인장들은 투구 두 개를 제외하곤 모두 죽었지만, 저에게 많은 교훈을 남겨주었죠. 지금 가장 큰 선인장 싹들은 난봉옥과 해왕환의 후손들입니다. 이 선인장들은 이제 두 살이 되었으며, 크기가 콩에서 새끼손가락 한 마디만한 것들까지 다양합니다. (투구 두 개는 세살이지만 난봉옥과 해왕환 후손들보다 작습니다.)
이 글에서는 선인장의 씨앗을 어떻게 번식시키는 게 좋은가에 대한 그동안의 경험을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선인장은 사막에서 자란다고 알고 계시는 분들이 많으시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선인장의 원산지는 아메리카 대륙으로 남아메리카의 아마존 정글에서부터 북아메리카의 알래스카 산악지역에까지 폭넓은 지역입니다. 선인장이 자생하는 지역은 대부분 반건조지대이거나 산악지대인 경우가 많습니다. 물이 아예 없는 경우에는 선인장도 살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며, 어떠한 형태로든 물이 공급되는 곳에서만 살 수 있습니다.
특히 선인장이 싹이 트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1년은 물을 자주 접할 수 있는 환경이 되어야지만 죽지 않고 성장할 수 있게 됩니다.[footnote]물을 자주 접할 수 있는 환경은 최소 한 달에 한두 번 정도는 물을 마음껏 흡수할 수 있는 정도의 조건이라는 뜻입니다.[/footnote]
우리가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선인장인 게발선인장이나 가제발선인장(크리스마스선인장)이나 공작선인장의 경우에는 원산지가 아마존의 열대우림입니다.[footnote]축축 늘어지는 선인장이 건조한 곳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상당히 난감했을 것입니다. 열대우림의 나뭇가지 위에서 자라난 이끼에 뿌리를 내리고 밑으로 축 늘어진 상태로 살아가기 때문에 힘이 없는 줄기를 갖고도 잘 자랄 수 있었던 것이죠.[/footnote] 따라서 이런 선인장들을 키우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물을 공급해 줘야 합니다. 이런 선인장들은 다른 종류의 선인장들보다 더 많은 물을 줘야 합니다. 더군다나 이 선인장들의 싹을 키우기 위해서는 일반 화초처럼 많은 물을 줘야 합니다.
열대우림이 원산지인 선인장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선인장의 싹들은 몸집이 매우 작기 때문에 가뭄에 견디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물을 자주 줘야 하고, 추위에 노출시키면 안 됩니다.
1. 토양
선인장을 발아시킬 흙은 통풍이 잘돼야 하기 때문에 주로 모래로 구성합니다. 일부 농장에서는 100% 고운 모래를 준비하고, 그 위에 선인장 씨앗을 흩어뿌리기 합니다.[footnote]순수한 모래에 뿌리더라도 선인장의 성장이 매우 느리기 때문에 1년간은 양분의 부족 없이 잘 자랍니다.[/footnote] 하지만 어떤 농장에서는 선인장 성체가 성장하는 토양에 약간의 모래를 추가해서 발아용 토양을 만들기도 합니다.
한때 어떤 것이 더 나은지에 대한 논의가 있었습니다만, 실험을 해 본 결과로는 거름이 있는 토양에서 더 빨리 동시에 발아했습니다. 다만 거름이 있는 토양은 발아 이후 관리가 매우 힘듭니다. 선인장 새싹에 물을 주기가 힘들기 때문에 저면관수[footnote]저면관수 : 화분 밑에 물그릇을 놓아서 배수구멍으로부터 물을 흡수하도록 하는 급수 방법[/footnote]를 해줘야 하는데, 화분의 표면에서 물이 증발하면서 물 속에 녹아있는 거름이 흙의 표면에 엉겨 붙어 딱딱해지기 때문에 선인장 성장에 지장을 초래합니다.
결국 일장일단이 있으므로 관리하는 사람이 적당히 알아서 처리해 줘야 합니다. 흙의 표면이 덜 굳게 하는 방법으로는 흙의 표면을 모래를 아주 얇게 덮어주는 방법이 있습니다. 전문 농장에서는 모래 대신 얇고 넓게 편이 지는 질석을 깔아줍니다.
파종 후에는 대부분 복토를 하지 않고, 씨앗이 큰 부채선인장 같은 종류들만 약간의 복토를 하면 됩니다.

2. 파종
선인장의 파종은 특별한 기술 없이 화분의 표면에 흩어뿌리기(산파)를 합니다. 씨앗을 하나씩 파종하는 방법(점파)도 있는데 사실 씨앗이 작기 때문에 쉽지 않습니다.
씨앗의 발아조건이 통풍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흙이 오목한 곳에 떨어진 것들은 발아를 잘 하지 않는 경향이 있으므로 흙을 최대한 고르게 손질해준 뒤에 파종합니다.
씨앗이 싹이 난 뒤에는 짧은 시간동안에 물을 흡수해서 몸을 몇 배 부풀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씨앗을 파종할 때 많이 드물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듬성듬성 파종합니다.
파종시기는 그 시기와 상관없이 채종 즉시 파종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것이 좋습니다. 씨앗이 작고, 호흡에 의한 에너지 손실률이 커서 일반적인 실온에서 몇 달간 방치하면 발아율이 급격히 떨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유성류[footnote]유성류 : 난봉옥, 투구같이 몸체에 흰 점이 있는 종류들로 대표되는 선인장의 한 속[/footnote]의 경우에는 6개월 정도면 거의 씨앗이 발아하지 않습니다.뿐만 아니라 발아를 하더라도 발아하는 시간이 많이 차이가 나게 되어 관리가 힘들어집니다.
3. 채광
일반적으로 빛은 식물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지만, 발아를 할 때는 발아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씨앗이 흙에 묻힌 뒤에 발아를 하기 위한 방편입니다.
하지만 선인장의 경우에는 빛이 발아를 촉진하는 편입니다. 아마도 싹이 매우 조금 성장하므로 발아 뒤에 모래에 묻힌 상태에서 광합성을 못 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진화한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씨앗이 작은 식물들은 빛의 자극을 받아 발아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수분의 함유를 위해서 직사광선을 막아주더라도 투명한 아크릴판이나 얇은 플라스틱 접시와 같은 것으로 차광을 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접시는 흰색이나 붉은 색 계열이 좋습니다.
100% 차광을 할 경우에는 발아가 거의 일어나지 않음을 주의해야 합니다.
일단 발아가 정상적이라면 약한 광선속에서 오랜 시간동안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줘야 합니다. 경험상으로는 일반적인 삼파장 램프를 밝게 조명해주면 잘 자랍니다. 겨울에 키우는 경우라면 이런 방법을 추천해 드립니다.
4. 온도
선인장 씨앗은 다른 보통 식물의 씨앗처럼 저온에서 발아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일반적인 실외 환경에서 발아하는 시기는 5월입니다. 4월에 발아시키고 싶으면 실외보다 따뜻하게 기온이 유지되고 있는 실내에서 키워야 합니다.
경험에 의하면 기온이 균일하게 유지되는 환경보다는 낮과 밤에 기온의 변화가 약간씩 있는 환경이 더 나았는데, 야생에서의 환경의 영향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발아 이후에는 성체 선인장과 같은 온도에서 성장시키면 됩니다.
참고로 선인장 씨앗은 춘화처리를 해줄 필요가 없습니다. 해봤는데 결과는 비슷하더군요.
5. 급수
파종 뒤에 물을 줄 때는 매우 미세하게 물방울을 뿌려주는 분무기를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나 큰 물방울이 떨어지면 씨앗이 흙에 파묻힐 수가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하므로 일반적으로는 저면관수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저면관수는 씨앗이 발아한 뒤에 뿌리가 자리 잡을 때까지 유지해줘야 하며, 선인장의 종류와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1~2개월 정도는 해줘야 합니다. 일단 뿌리가 자리 잡은 뒤에는 큰 물방울에 영향을 거의 안 받으므로 일반 분무기로 급수해도 됩니다.
급수의 양은 1년이 될 때까지는 항상 흙이 젖어있게 관리하며, 1년 이후에는 물의 양을 차츰 줄여줍니다. 4~5 년이 되면 성체가 됩니다. 사실상 2년만 넘어도 큰 개체의 경우 물을 거의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6. 발아시간
선인장이나 다육식물들은 종류에 따라서 발아시간이 천차만별입니다.
일반적으로는 4~7일정도 걸리며, 하루 만에 발아하는 씨앗도 있고, 한 달 이상 걸리는 씨앗도 있습니다. 급기야는 6개월 정도가 걸린다는 종류도 있는 것을 보면 해보지 않으면 가늠하기가 힘든 것 같습니다.
씨앗을 뿌리고 싹이 안 튼다고 포기하지 마시고 6개월은 놔둬보세요. 정말 오래 걸리는 씨앗일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 선인장은 매우 고급품성을 갖는 선인장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7. 성장모습
선인장은 자신의 모습을 가시로 가장 잘 나타내는데, 그 가시의 모습도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① 솜털가시 : 처음 싹이 튼 다음에 매우 작은 가시들을 조금씩 만든다.
② 애기가시 : 2~3년 정도가 되면 가시가 매우 작지만 제대로 된 가시가 나온다.
③ 가시 : 우리가 일반적으로 부르는 가시는 4년 이후에 만든다.
④ 본 가시 : 대형종들의 경우에는 약 10년 이후 본가시를 만든다. 본가시는 일반 가시에 비해서 크기와 강도가 매우 크며, 모양이 다르다.
⑤ 구름 : 구름선인장 종류는 약 열 살이 된 이후 성장을 중지하고 성장점에서 구름을 만든다. 구름은 꽃같이 보이기도 하고, 솜같이 보이기도 하지만 매우 많은 가시들의 집합체이다.
⑥ 가시자리 : 가시나 성장점을 보호하기 위해서 형성되는 솜 같은 것들이 있는데, 이것들이 가시의 일종입니다. 선인장은 가시가 없는 경우는 있어도 가시자리가 없는 경우는 없습니다. 그래서 선인장과 비슷한 다른 다육식물들과 선인장을 구분할 경우에는 가시자리가 있는지를 살핍니다.

보통 가시가 나오기 시작하면 키우기가 쉬워지므로 일반적으로 판매하는 선인장들은 4~5년생이 대부분입니다. 농장에서는 어려운 시기인 유묘 3년을 기른 뒤에 판매하는 것이므로 2000~5000원 정도의 가격이 싼 것입니다. 아마 직접 발아를 시켜보시면 그것을 느끼실 것입니다. ^^
취미생활로서 선인장을 발아시키는 것은 생각보다 힘든 면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우연히 라도 씨앗을 얻게 됐다면 한번쯤 파종을 해보는 것도 선인장을 더 잘 이해하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육이들을 여럿 키우고 몇몇 죽여서 제 나름대로는 다육이들을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멀었군요. 선인장 파종이라니. 상상도 못 해봤습니다.
키우고 계신 다육이의 씨앗을 받으셔서 한 번 파종시켜 보세요. 생각보다는 별로 안 어려울거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