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1등만 해온 사람도 대부분 중압감 때문에 시험을 좋아하지 않는다. 초등학생이 다니는 보습학원에서는 중압감을 줄여 주기 위해서
채점할 때 /를 긋지 않고 유보한다. 나중에 새 답을 찾았을 때 정답을 맞춰 ○를 받았다는 기쁨을 아이에게 주기 위해서다.
(학생 부모가 자기 자식들 공부 잘 한다고 믿게 만들려는 목적도 포함된다.) 중학생 이상 학생과 성인에게는 이 방법을 사용하지는
않는다. ○를 받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닫기 때문이다. 성장하면서 시험에 대한 패러다임이 바뀐 것이다.
그
러면 시험에 대한 패러다임은 어떤 것이 있을까? 그리고 패러다임은 어떤 영향을 줄까?
시험에 대한 패러다임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생각해야 한다. 첫 번째는 시험 자체의 의미를 과정이나 결과로 보는 것이고, 두 번째는 시험 목표가 무엇인지에
대한 의미인데, 대가 획득과 자기 정체성 분석으로 나뉜다. 물론 이 패러다임들은 분명하게 구분되지 않고, 서로 섞여서 나타난다.
각각 하나씩 살펴보자.


① 대가 획득 과정
시험이란
무엇을 평가하기 위해 고안되었다. 물론 우수한 평가를 받은 사람은 상, 취업, 명예 등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는다. 시험 자체가
최종목표가 아니라 자기가 목표를 이루기 위한 중간 과정으로 시험이 존재할 뿐이다. 시험이 최종 목표가 아니기 때문에 시험에 대한
중압감이 적어 시험 문제 자체를 연습문제로 여기면서 응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만화나 영화에서 흔히 나오는 ‘연습은 실전처럼,
실전은 연습처럼’ 살아가는 사람이
갖는 패러다임도 이 분류에 포함된다. 이런 패러다임에 맞는 시험방법이
따로 연구될 정도로 많은 사람이 갖고 있는 패러다임이다. 가장 흔한 예가 자격증을 따기 위한 시험이나 공무원이 되기 위한 시험을
준비하는 방식이다. 자격증 시험은 많은 지식을 갖기보다는 특정 점수만 넘으면 되는 시험이다. 그래서 시험에 대한 좋은 효율의
패러다임을 갖고 있는 사람은 쉽게 자격증을 취득한다. (그래서 이를 막기 위해 대다수 국가공인 자격증은 경력을 요구한다. 자격증의
희소성을 유지하여 자격증 시험에 계속 응시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국가 공무원 시험이나 교사 임용시험도 자격증 시험과
같다. 이런 시험에서는 완벽한 공부보다는 광범위한 지식을 불분명한 구름처럼 얻는 것이 좋다. 절대평가를 통해 한 줄 세우기 하는
시험이어서 대가 획득 목표 패러다임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보통 생각하지만, 이는 오해다. 그래서 안 되는 사람은 아무리 준비해도
통과할 수 없는 시험이다. 대가 획득 과정 패러다임이 적용될 수 있는 시험은 여러 번 시도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좀 더
넓은 의미로 학교 시험도 이 범위에 들 수 있다. 시험 자체가 학생에게 무언가를 실질적으로 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소한 한
번은 경험해야 이 패러다임이 형성되는데, 아주 쉬운 시험에서는 이 패러다임으로 높은 점수를 받기 힘들기 때문에 어린이가 갖기는
힘들다. 시험 점수를 대가로 오락이나 컴퓨터 사용시간 등을 상으로 제공하는 대가 획득 과정 패러다임이라 하기 힘들다. 단 한 번
시험으로 대가를 획득할 수 있다면 대가 획득 목표 패러다임이 형성될 뿐이다.
② 자기 정체성 연구
시험을 많이
보게 되면서 점차 자신이 잘 하는 분야와 못 하는 분야를 알게 된다. 초등·중학교를 다니면서 특별히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알
수 있다. 대다수 학생 여기에서 멈춘다. 그러나 일부 학생은 자신이 잘 하는 분야를 더 강화하거나 못하는 분야를 보강하는 방법을
생각하는 수준에 이른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을 객관적
시각으로 바라보고 관찰하는 초자아가 있어야 한다. 초자아는 보통 성장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그러나 실제로는
불완전하게 형성되거나 안 형성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이 패러다임은 보통 높은 점수나 등수를 목표로 하지 않는다. 각
분야별로 자기 약점을 분석해서 극복하는 것이 주요 목표다. 자기를 세부적으로 분석해서 약한 부분이나 강한 부분에 집중한다. 그래서
시험 내용을 파악하는 시간은 길고, 문제풀이는 확인을 위한 수준에서 짧다. 그래서 이 패러다임은 이해와 논리를 필요로 하는
지식을 공부하는 데 알맞다. 한번 쌓은 지식과 실력은 오래 유지된다. (즉 이 패러다임으로 공부하는 사람인지 파악할 때 오래 전
공부했던 것에 대한 기억을 살피면 쉽다. 기억보다 이해와 논리를 중심으로 기억한다면 자기 정체성 분석 패러다임을 사용해 공부하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경시대회처럼 난이도가 높아서 완벽하게 시험을 볼 수 없는 시험에서는 반드시 이 패러다임이 적용되야
한다. 내신 부풀리기용이 아닌 적절히 어려운 고등학교 내신시험에도 이 패러다임은 매우 유용하다. 이 패러다임은 사용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더욱더 완벽한 결과를 가져오므로 한 시험을 오랫동안 준비해야 하는 수학능력평가 등의 시험에 적합하다. 결국 시험을 잘
보는 것이 목표가 아닌 패러다임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중요한 시험을 잘 보게 만든다. 수능에서 고득점을 받는 학생 대부분은, 자신은
모르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이 패러다임을 사용하는 것이 아닐까? (아주 가끔 엄청난 기억력으로 고득점을 받는 경우도 있으니
100%는 절대 아니다.)
이 패러다임을 갖고
있는 사람은 다른 분야[과목] 시험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응용이 가능하다. 대부분 효과도 매우 좋다. 다만, 기존 방법이 통하지
않고, 자기만의 방법을 만들어내지도 못한다면 극복이 불가능한 약점으로 남는 것이 치명적 단점이다.
흔히 이 패러다임은
오답노트,
공부 계획표, 요약 정리로 표현된다. 이에 대해서는 다른 글에서 살펴보자.
③ 대가 획득 목표
일반적으로는
시험을 잘 보기 위해 시험을 본다. 즉 철저히 공부해서 만점을 받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일반적으로 주변 사람, 부모나 선생님
강압에 의해 처음 이 패러다임을 접한다. 즉 가장 일반적으로 퍼져 있는 패러다임이다.
대가 획득 목표 패러다임이 가장
일반적인 패러다임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단기적일 경우 가장 경쟁력 있는 패러다임이기 때문이다. 시험에 나올만한 지식에 집중함으로서
쉽게 고득점을 얻을 수 있다. 그래서 단기간에 효과를 입증해야 하는 사교육 시장에서 가장 선호하는 방식이다. 사교육시장의
보습학원과 학습지, “수학이 몸에 밸 때까지~” 하던 학습지 광고를 기억하는 분도 많을 것이다. 몸에 밸 때까지 해야 하니
학습시간이 길어야 하고, 이는 사교육시장에서 좋아하는 또 다른 원인이 된다.
일반적으로 높은 점수를 얻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한데, 실수하지 않는 것과 정확한 정보를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보통 시험에서는 정확한 정보를 알고 있는 것보다는 반복학습을 통해 반사적으로 정답을 찾을 수 있는 것이 더 유리하다.
이런 패러다임이 적용되는 시험일수록 동점자를 줄이고 한 줄로 세우기 위해 시험시간을 빡빡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험생은 준비기간동안 비슷한 문제를 반복적으로 풀면서 준비하게 된다. 그 결과 이 패러다임이 적용되면 시험 문제 하나하나에 대해서
민감해진다.
장기적으로는 어떨까? 지식 자체가 복잡해지고 창의성을 요구할수록 단기간에 지식을 쌓기는 어려워진다. 반복적으로 같은 것을
접하기보다는 다양성을 경험해야 하는데, 집단체제에 의해 계획된 교육에서 이런 요소를 갖추긴 힘들다. 사람마다 환경, 개성, 능력이
차이나기 때문에 똑같이 배워도 다양성을 갖게 될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모든 다양성을 한 사람이
경험하고, 거기에서 필요한 약점을 선택하여 보강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대가 획득 목표 패러다임으로 시험을 잘 봤더라도
장기적으로 경쟁력이 있긴 힘들다. 초등학교 때는 올백(all百) 맞는 학생이 대부분 중고등학교로 진학하면서 점차 중하위권으로
성적이 처지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 아닌가?
④ 자기 정체성 확인
보통 자기 정체성을 확인하는 시험은 적성검사나 지능검사다.
일반적인 시험으로는 자기 정체성을 확인하기 힘들다. 그러나 일부 사람은 보통 시험이나 일상생활에서도 이 패러다임을 적용시킨다.
자기 정체성 확인 패러다임은 자기 정체성 분석 패러다임의 일부로 여겨질 수도 있지만, 분석범위가 더욱 광범위해서 따로 생각해야
한다. 우선 이 패러다임이 갖는 측면은 별 특징 없이 자기 적성과 재능을 분석하는 것이다. 장단점, 활동방식, 사고 유연성 등을
포괄적으로 분석하는 것이다. 그러나 경험이 많이 쌓이고, 지식이 쌓이면 점점 더 포괄적으로 분석하게 되고, 또 자기 정체성을 넘어
타인의 정체성도 어느정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다중지능 이론과는 좀 차이가 난다.) 그 결과 리더십이 좋거나 상담에 적절한
생각을 갖게 된다. 아무튼 팀 단위 시험이라면 이 패러다임을 갖춘 사람이 한 명 이상 포함될 경우 훨씬 더 유기적이고 효율적인
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사람이 대인관계가 꼭 넓은 것은 아닌데, 사람을 아는 것과 사귀는 것은 전혀 별개이기 때문이다.
또한 내향성/외향성 성격과도 별반 상관이 없다.
또 자기 정체성 확인 패러다임을 갖는 사람은 장기적으로 꾸준한 노력을
하기 때문에 성취도도 높다. 그러나 시험과 관련된 성취라기보다 응용되는 성취일 가능성이 높다.
맺음말
우리는 경험적으로 시험이
최종관문은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 그런데도 아이에게 시험이 최종관문인 듯 많은 것을 요구한다. 그래서 아이가 자기를 뒤돌아볼
틈도 주지 않는다. 성장한 아이는 뒤돌아보면 학교-학원-집을 반복적으로 오가면서 문제집 푼 것만 기억할 것이다. 그런 경우 개성을
찾기 힘들다. 심지어는 나중에 자기 자신을 스스로 그런 패러다임으로 몰아넣는 현상도 나타난다. 거기다가 재미있는 것은 사회가
개성없는 사람을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워낙에 그런 사람이 많고, 그런 사람을 다루기 쉽기 때문인 것 같지만, 개성이 없는 사람은
차별된 일을 하기 힘들다.
결국 내 친구 말처럼 우리나라와 관련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면 선박, 핸드폰 등 공장형
물건밖에 안 떠오른다. 이것은 학부모의 시험에 대한 패러다임, 그리고 이를 학생에게 주입하는 과정에서 획일화된 결과가 아닐까?
최근 온통 파헤쳐 놓은 공공시설 공사도 살펴보면 마찬가지다. 외국 흉내내기, 단순히 정해진 절차대로 수행하기 등 생색내기 수준의
기계적 업무수행으로밖에 안 보인다.
시험에 대한 패러다임에 가장 크게 영향을 주는 것은 꿈 또는 성취욕구다. 꿈이
없거나 꿈과 시험을 연관짓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시험
자체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그래서 시험이 어떤 동기나 의욕을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시험 결과에 대한 타인의 평가만
의식한다.
앞에서 이야기했던 초등학생이 /를 받으면 학습의욕이 떨어지는 현상은 그래서 발생한다. 목표를 이루기 쉽다고 여기는 사람도 시험과
학습의욕이 떨어지기 쉽다. 그래서 어떤 경우엔 시험점수가 아주 낮게 나오기도 한다. 만약 시험 자체가 목표일 경우에도 큰 차이가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그 시험을 잘 보는 것에만 관심이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사회가 단순해져 공장형
물건만 생산해 내고, 공공시설 공사도 겨우 생색내기 수준에 머무는 것은 시험에 대한 사회적 패러다임이 망가져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일반적으로 높은높은 점수를 얻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한데, 실수하지 않는 것과 정확한 정보를정보를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보통 시험에서는 정확한 정보를 알고 있는 것보다는것보다는 반복학습을 통해 반사적으로 정답을 찾을 수 있는 것이 더 유리하다. 이런이런 패러다임이 적용되는 시험일수록 동점자를 줄이고 한 줄로 세우기 위해 시험시간을 빡빡하게빡빡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험생은 준비기간동안 비슷한 문제를 반복적으로 풀면서 준비하게 된다.된다. 그 결과 이 패러다임이 적용되면 시험 문제 하나하나에 대해서 민감해진다.]
-> 이래서 (선발)시험의 난이도가 낮아지면 문제가 되는 것이죠. 물수능이 되면 실력보다는 실수에 의해서 성적이 갈립니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때 물수능이 심했는데 그 결과는? 결국 개천의 용을 죽이는 결과만 나왔습니다. 대입시험의 난이도는 높아야 합니다. (물론 동시에 개나소나 다 대학가는 시대도 종결시켜야합니다.)
그것도 그렇고, 일률적 시험 자체도 문제가 아닐까 싶네요.
그래서 지금의 수능을 난이도를 높여서 절대평가를 도입하여 이를 대입지원자격시험으로 활용하고…
그에 추가해서 난이도별로 예를 들어 Level 1, Leve2, Level3 시험을 치루도록 하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일률적 시험이 단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개천의 용들에게는 다양한 시험보다는 일률적 시험이 고액사교육으로 무장한 강남부유층 아이들에 비해 덜 불리합니다.
용이라면 일률적 시험이 더 불리하죠. 만점에 가까워야 하는데, 만점은 실수가 없어야 하니 훈련받은 아이들이 더 유리하다고 볼 수 있겠죠. ^^;
일률적 시험이라고 해서 만점에 가깝게 맞아야할 정도로 쉬운 시험이라고 생각하시면 곤란하죠. :)
일률적 시험이라고 해도 전국 상위 0.1%평균이 100점 만점에 50점이 나오도록 할 수도 있죠.
물론 그렇습니다만, 그렇다면 경시대회 수준이 될텐데….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시험을 치게 할 수는 없겠죠.
그렇다면 애초에 이야기 시작한 관점에서 벗어난 이야기가 아닌가 생각합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