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성의식을 위한 지침서 –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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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 그 내밀한 지리학』

  나탈리 엔지어/이한음
문예출판사/2003.06
2,2000 \/594 p.
ISBN 89-310-0424-9 03300
원제 : Woman: An Intimate Geography (1999)

 

글 쓴 날 : 2006/09/29 01:24

이 책은 회색빛으로 처리된 여자 가슴 사진에 ‘전미도서상 수상작‘이라는 금딱지(금박)가 붙어있는, 어찌보면 촌스러운 표지가 제일 눈에 띈다. 글쓴이는 여자 몸에 대한 세밀한 설명으로, 과학적 연구성과와 페미니즘을 소개한다. 2003 년에 포경수술과 발생학적인 남자의 특징에 대한 『남자』와 비교되는 책이다.

이 책은 인터넷에 떠도는 조금 어려운 성에 관한 이야기나 언론기사나 책에서 합법적/불법적으로 그대로 베끼는 것을 봐서, 좋은 책인 것 같다. 그러나 평가는 읽는이가 각자 해야 할 몫이다.

여자 몸을 설명하는 다른 책과 비교할 때, 어떤 종류의 서적에 포함시킬지 정체성이 불분명한 것도 같다.

책의 목차를 살펴보면….

1. 난자의 비밀 풀기 그것은 완벽한 태양 전지 하나로 시작된다
2. 모자이크 작품 ‘여성’ 염색체의 이해
3. 기준선 여성의 몸은 수동적으로 만들어지는가?
4. 잘 조율된 건반 클리토리스의 진화
5. 흡반과 뿔 방탕한 자궁
6. 집단 히스테리 자궁 상실
7. 순환 논법 가슴 이야기
8. 신성한 물
9. 황회색 바구니 아낌없이 주는 난소
10. 바퀴에 기름칠을 호르몬의 역사
11. 모피를 입은 비너스 에스트로겐과 욕망
12. 신경 쓰이는 폐경기 우리는 에스트로겐 없이 살 수 있을까?
13. 악명과 같은 것은 없다 어머니, 할머니, 조상들
14. 늑대의 울음과 하이에나의 웃음 테스토스테론과 여성
15. 술에 물 타기 여성의 공격성 옹호
16. 값싼 고기 근육을 만드는 법
17. 사랑의 노동 인간 속박의 화학
18. 호가무스와 돼지죽 진화심리학을 상담의 세계로
19. 천국의 회의주의자 혁명적인 심리학의 필요성

과 같은 많은 목차로 이뤄져 있다.

목차가 길지만, 각 장이 짧은 것은 아니다. 내용도 간단하게 읽을 정도로 쉽지도 않다. 따라서 읽으려면 마음을 단단히 다잡아야 한다. 이 책…. 점점 지루해 하다가 포기하기 싶상인 책이다.


1 장은 고등학교 생물시간에 배웠던 사람의 생식과정을 복습하는 시간이다.

2 장에서는 여성에게만 한 쌍이 있는 X염색체가 발현되는 방식을 설명하고 있다. 다들 아시겠지만, X염색체와 Y염색체를 갖고 있는 남자와 다르게, 여자에게는 X염색체가 한 쌍 있으므로, 그 속에 포함된 유전자는 두 개가 있을 것이다. 이들 중에 실제로 발현될 유전자는 랜덤(불규칙)하게 결정된다고 이야기한다. (일부 유전자는 부모 중 누구에게서 온 것인지에 따라 발현이 결정되는 경우도 있다. 할아버지와 손자나 할머니와 손녀처럼 한 대를 건너뛰어서 나타나는 유전형질이 이런 발현 방식을 이야기해 주고 있다. 아마도 X염색체는 이렇게 미리 약속된 유전자가 없나보다.)

3 장에서는 성교시의 여성 몸의 반응에 대해서 설명한다. 과학적이고 해부학적인 설명은 쉽게 책장을 넘기지 못하게 한다. 3장은 다음과 같은 떠도는 속설과 비슷하다.

대학교 여성학 교수님이 중간고사 시험문제를 냈다.

‘여성의 성감대는 어디인가?’

답은 정말 간단하게 8자로 쓸 수 있었는데….. (아무도 못 썼다고 한다.)

‘개발하기에 달렸다.’

2005 년에 방송된 KBS의 5 부작 다큐 <사랑>과도 일치한다.

4~6 장에서는 여성 생식기인 클리토리스~질~자궁에 대해 이야기한다. 일부 지역에서 행해지는, 클리토리스를 포함한 여성 성기 제거, 성형, 자궁 적출 시술에 대해 비판한다. (아무런 근거 없이 90% 이상의 남자에게 행해지는 포경수술을 많이 비판하는 것과 같다.) 특히 클리토리스에 대한 언급은 수많은 네티즌이 인용했을 만큼 인기있는 내용이다. 어쩌면 얼굴이 화끈거릴만한 내용일지도…….

7~8 장은 여성 유방과 젖       모유 수유의 중요성      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물론 아직 과학적 결론이 내려지지 못한 분야이므로 명확한 결론은 피하고 있지만, 지금도 상업화되는 분유(유동식)에 대한 비판을 숨기지 않는다.

문제는 예전에 MBC에서 방영했던 요가하는 엄마의 젖을 빠는 아기 동영상이 선정적이라는 이유로 비판하던 일부 청취자처럼 모유를 먹이는 엄마를 이상한 시각으로 바라보는 이들의 사회적 편견이 아닐까? 왜 그들을 이해할 수 없는지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물론 이 책은 훨씬 이전에 저술됐으므로, 저 사건을 지목하여 책을 쓴 것은 아니다.

어머니의 가슴은 우리를 달래고 우리에게 편히 쉬라고 권한다. 미적 가슴은 우리를 달아오르게 하고, 우리의 시선을 목이나 어깨나 가슴에 고정시킨다. – p. 205

9 장 이후로는 호르몬과 관련된 길고 지루한 이야기다. 이 책의 중요한 이야기는 8 장까지 집중되어 있으므로, 9 장 이후는 여유가 되는 사람만 읽어도 될 듯하다. (‘페로몬에 의해 조절되는 배란주기’ 같이 읽어두면 재미있는 이야기가 분명 많다.) 하지만 독서를 평소부터 즐기던 사람이 아니라면, 그 모든 것을 읽기에는 금방 지치고, 독서 자체에 흥미를 잃을 정도로 지루할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 할까?

이 책을 쓴 이유는 결코 호기심이나 여자 몸을 더 잘 알게 하기 위해서만은 아닐 것이다.

일반적으로 감정 기복이 심하여 스스로도 예상할 수 없는 여자의 기본 성질은 인간이 진화한 결과일 뿐이다.(사실은 남자도 똑같다.) 변화무쌍한 여자 심신은 인류의 미래를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또 쉽게 깨지므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여자를 이해하고, 함께 힘을 합해 나가야 한다는 취지에서 이 책을 이해해야 할 것 같다.

이 책은……

고등학교 생물에서 사람의 생식을 공부하고, 좀 더 심도있게 이해하고 싶은 사람에게 적당할 것이다. 그러나 머리가 지끈거릴 것이므로, 두통을 경험하고 싶은 사람에게도 적당하리라고 생각한다. 또 다소 야시시한 내용이나, 좀 어려운 용어는 고등학생이나 성인 정도나 읽을 수 있게 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이 책은 후다닥 읽기엔 너무 어렵다.

ps. 이 글에서는 의도적으로 ‘여성’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7 comments on “올바른 성의식을 위한 지침서 – 『여자』”

  1. 좋은 책 소개.. 좋은 설명 감사합니다.
    요즘엔 인터넷 서점의 리뷰가 하도 그럴 듯 해서.
    막상 사보면.. “사기다!”라는 생각이 들때도 많더군요.
    그래서 관심분야에 대한 이런 리뷰를 보면 사고 싶어집니다.

    1. 말씀 감사드립니다.
      저도 요즘에는 서점에 직접 등록되는 리뷰 등을 보고 책을 선택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럴거면 차라리 포기하고 안 읽는 편이 더 속편하더군요. ^^

  2.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혹. 남자는 왜 여자의 가슴에 집착하는가?에 대한 책 혹은 답을 알고 계신지.. 여쭙고싶어지네요. ^^

    1. 개인적인 견해입니다만 DNA에 그렇게 새겨져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군요. 또는 환경적 요인도 무시할 수 없을 듯 합니다만..

    2. 이 책에서도 무수히 다루고 있는 주제입니다만 역시나 명확한 이유에 대한 이론은 없습니다.
      마틴님께서 여자 가슴을 보면 만지고 싶고, ~~~ 등등을 하고 싶어지는 것…. 그것이 바로 그 이유일듯 합니다. 거기다가 이유를 붙이는 것은 뭐랄까….사족같은 것이 아닐까요?

      이 책을 읽는 도중 느낀 점이랍니다. ^^

      ps. 인터넷이나 일부 다큐멘터리를 보면 우리나라의 50년대 초반의 어머니들은 가슴을 드러냈다고 합니다. 그 이유를 아이를 키우는 것을 자랑하기 위해서라나 뭐라나…..라고 나와있더라구요.
      그래서 어머니께 여쭤봤던 적이 있었지요. 어머니께서는 “천이 없어서…” 라고 말씀하시더군요. 당시 어머니들도 창피하게 여겼었다고 하시던데요…..

  3. 음… 왠지 재밌어보이네요.
    버뜨…. 몇시간전에 이미 책들을 여러권 질러서…
    일단은 고려 목록에 넣어놉니다. ^^;;

    1. 으으…. 특별한 경우 아니면 크게 재미있는 책이 아닙니다.
      책 구입년도와 이 글을 쓴 년도를 비교해 보시면 제가 읽는데 얼마나 걸린 것인지 참고하실 수 있을듯 싶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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