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피디아와 지식창조 (2주년 기념 포럼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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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티스토리 블로그 운영 2 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각각 독립적으로 쓴 3 부작 중 첫 번째 글이다.


집단지성을 활용한 서비스 중에서 대중적으로 처음 널리 알려진 사이트는 한겨레신문사의 DBDic이었다. 집단지성은 소수의 엘리트보다 평범한 범인의 합이 더 낫다는 개념이다. DBDic은 집단지성을 활용하여 불특정 다수의 사용자가 서로 질문과 답변을 주고 받으면서 지식체계를 쌓아가는 서비스였다. 사용자가 참여하여 지식을 축적하는 소위 Web2.0이라 불리는 사이트다. DBDic을 만든 한정택 씨는 미국의 about.com, expertexchange.com, askme.com, expertcentral.com, 유즈넷 뉴스 그룹 등과 우리나라의 PC 통신사 묻고 답하는 코너, xpert.co.kr, 아이디어 클릭 등을 보고 만들었다고 밝히고 있다. 그래서 당시 DBDic 이용자 사이에서는 Xpert.co.kr을 본떠 만들었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그러나 DBDic이 서투른 유료화를 시도했다가 실패하고 사라지면서 네이버Naver.com 지식인, 야후Yahoo.com 신지식이라는 사이트가 만들어졌고, 엠파스는 한겨레신문사의 DBDic을 구매하여 지식이라는 사이트를 운영했다. 당시 인터넷 점유율 1 위의 서비스였던 다음Daum.net이 초기 질답 서비스에 대응하지 못했다는 것이 재미있다. 결국 3 개의 서비스 중에 네이버 지식인이라는 서비스가 (조선족 수백 명을 고용하여 관리센터를 만드는) 알바의 힘을 통해 국내 1 위 서비스, 즉 한국을 대표하는 서비스 모델이 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사용자 참여 서비스는 처음부터 그 한계가 뚜렷했다. 펌과 스팸에 의한 심각한 오염으로 원하는 글을 찾기 힘든 서비스가 되어버렸다. 네이버 지식인도 서비스 초기에 창작 분위기를 만들기보다는 사용자 수만 늘리려고 했기 때문에 새로운 정보가 거의 안 올라온다. 최근(글 쓸 당시) 네이버도 서비스 체질 개선을 위해 노력한다고 말하지만, 말뿐(!), 관행을 고치지 못하고 여전히 도배, 스팸, 펌을 장려하고 있다. 더군다나 최근엔 네이버 마케팅(Naver Marketting)을 하려는 여러 업체들이 의도적 왜곡이 목표인 컨텐츠를 올려서 서비스 신뢰도를 오래전에 땅에 떨어트렸다.

그렇다면 지식인 같은 서비스를 제대로 유지하기 위한 방법은 없을까?

위키피디아는 새로운 지식을 창조하는 것인가,                
                 아니면 있던 지식을 정리하는 것 뿐인가?

세계적으로 가장 활성화된 Web2.0 사이트는 미국의 위키피디아다. 위키피디아는 지식항목 수가 200만 개를 넘는다. 사실상 인터넷 검색에서 가장 유용한 정보를 제공해 준다.

물론 위키피디아는 정보가 부정확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혹자는 이러한 면을 지적하면서 집단지성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부정한다. 위키피디아는 아직 지식 팽창기라고 볼 수 있다. 집단지성의 특성상 지식 팽창기가 끝나야 지식 신뢰성을 쌓을 것이다. 이를 위해선 집단지성의 힘뿐만 아니라 전문가 힘이 반드시 필요하다. 지식창조는 어려운 수식 계산이나 비용이 많이 드는 실험 등의 넘기 힘든 고개가 항상 있기 때문이다. 또 수준 높은 지식체계 속에서만 가능한 창조도 있다. (옮기면서 추가 : 이런 면에서, 집단지성이 통하는 분야가 분명 있지만, 통용되지 않는 분야도 분명 존재한다.)

이러한 것을 생각할 때 위키피디아 자체는 지식을 창조하기보다는 정리하는 측면이 강한 것 같다.

지식 창조는 사람이 직접 하는 것이지, 어떠한 시스템이 해주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까 위키피디아를 본 사용자가 새로운 창조활동을 하게 된다면 그것이 바로 위키피디아가 지식창조를 한 셈이지 않을까?

예를 들어보자. 어떤 사용자가 위키피디아를 보고 새로운 것을 하나 떠올렸다면 이러한 창조는 사용자가 한 것인가 위키피디아가 한 것인가? 어느 하나만 있었다면 창조는 일어날 수 없었을 테니 결국 창조한 주체는 둘 다라고 할 수 있다. 비슷한 예가 있다. 사진작가가 기막힌 것을 발견했을 때 카메라가 없었다. 그런데 옆에 카메라를 갖고 있던 사람이 있어 카메라를 빌려 사진을 찍었다고 한다면 사진 주인인 저작권자는 누구인가? 법원은 저작권을 절반씩 인정해 줬다.

ps. 집단지성을 적절히 이용하면 어려운 연구가 쉽게 끝나기도 한다. 다음블로거뉴스에서는 세계 도처에 있는 은행의 근무시간을 블로그 댓글로 성공적으로 조사한 사건도 있었다. 이러한 일들은 사실 자주 일어난다.

ps. 2020.11.13 추가
이 글을 쓴 뒤 5 년쯤 뒤부터 위키피디아는 기존의 전문서적을 신뢰도에서 앞서기 시작했다. 물론 지금도 부족하다. 예를 들어,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고양이가 어중간한 높이에서 떨어지는 고양이보다 더 안전하다는 이야기, 우주의 크기가 465억 광년 또는 930억 광년이라는 이야기는 지금도 영문위키백과에도 실려있는데, 모두 간단한 과학원리와 자료해석을 잘못해 생긴 오류다. 완벽한 신뢰도의 컨텐트란 존재하지 않을 테니, 끝나지 않을 싸움을 계속해야 한다.

6 comments on “위키피디아와 지식창조 (2주년 기념 포럼 #1/3)”

  1. 위키피디아의 경우 애매한 위치에 있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기존 지식을 잘 정리해두는 개념이라 보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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