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년 6월 6일, 이명박이 국립현충원 방명록에 쓴 글을 소설가 이외수 선생이 지적한 적이 있었다. 아마 참모진이 방명록 내용을 미리 작성해 넘겨주었을 텐데, 방명록까지 걸어가는 도중 잊어서 맞춤법이 이상해진 것이 아니었을까. 난 당시 워낙에 복잡하고 힘든 우리말 맞춤법이니 틀릴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Ecotage 님 아버님께서 청와대로부터 편지를 받았다고 포스팅하셔서 한번
살펴봤다. 그런데 내용을 떠나서 맞춤법이 orz….. 아마 당시 이명박 기억력이 문제였던 것이 아니라 참모진이 작성해 건네준 글 자체가 문제였었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나중에 맞춤법에 대한 책을 낸다면 이 편지도 꼭 한번 다뤄보고 싶어 이 글을 쓴다. ^_^
아래 글은 청와대에서 왔다는 편지이고, 그에 대한 내용은 파란 상자에 넣어보겠다.

○○○ 님 안녕하십니까?
올해로 6·25전쟁이 일어난 지 어느덧 60년이 되었습니다. 두 세대라는 긴 시간이 흘렀지만, 우리 국민들은 조국과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흘린 참전용사들의 피를 결코 잊지 않을 것입니다.
두 번째 문장도 살펴보자. ‘우리 국민들은’의 복수접미사 ‘들’은 필요없는 말이다. ‘국민’은 자체로 복수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참전용사들의’에서도 마찬가지다. 주어 ‘우리 국민’도 문제가 된다. 청와대가 국민에게 하는 소리로 국민을 주어로 다짐한다면 뭔가 아이러니가 아니겠나? 따라서 이 문장을 삭제하거나 MB 이름을 주어로 넣는 것이 더 나았다.
참전용사들이 사선을 넘나들며 지키시던 이 산하에는 용사들이 흘린 피와 땅이 거름이 되어 근대화와 민주화의 꽃이 만개했습니다. 전우가 총탄에 쓰러지며 마지막으로 외쳐 부르던 우리 대한민국은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했고 세계에서 가장 자유로운 민주주의 국가의 하나가 되었습니다. 나아가 우리 대한민국은 G20 정상회의, 핵안보 정상회의와 같은 세계 최고위급 국제회의를 주최하는 등 높은 국격을 지닌 나라로 발돋움했습니다. 이제 전쟁의 잿더미 위에서 선진일류국가의 서막이 활짝 열리고 있습니다. 이에 저는 대한민국 국군 통수권자로서 여러분이 후대에게 명한 임무를 훌륭히 완수해 나가고 있음을 자랑스럽게 보고 드립니다.
이 문장에서도 마찬가지로 복수접미사 ‘들’은 모두 빼야 한다. 또한 ‘참전용사’가 이 글을 읽는 사람이므로 말이 참 우스워졌다. 또 앞에는 ‘참전용사’라고 하고, 뒤에는 ‘용사’라고 하는 건 또 뭔가? 이 문장은 혼동 그 자체로서 고치기가 힘들듯 싶다.
전우가 총탄에 쓰러지며 마지막으로 외쳐 부르던 우리 대한민국은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했고 세계에서 가장 자유로운
민주주의 국가의 하나가 되었습니다.
이 문장의 ‘마지막으로’는 완전 군더더기다. ‘외쳐 부르던’ 이 말도 표현이 웃긴데 그냥 ‘외치던’이나 ‘그리던’ 정도로 해야 한다. ‘우리 대한민국’도 참 웃긴데, 우선 ‘우리’가 왜 들어갔는지 알 수 없다. ‘대한민국’은 그대로 쓸 수도 있지만 전우가 갈구하던 것이므로 ‘조국’이라고 하는 것이 더 좋지 않겠나? ’10위권의 경제대국’에서 ’10위’와 ‘권’은 띄워써야 한다. 조사 ‘의’도 생략해야 한다. ‘세계에서 가장 자유로운’에서의 ‘가장’은 누구나 흔히 쓰는 표현이지만, 의미상 절대로 써서는 안 되는 표현이다. ‘민주주의 국가의 하나가’는 번역체의 표본으로 ‘민주주의 국가가’로 바꿔야 한다.
그런데 ‘전우가 총탄에 쓰러지며 마지막으로 외쳐 부르던’은 이전 문장에서 이미 이야기했던 내용인데, 문장이 길어지다 보니 뭔가 심하게 꼬였다. 앞 문장과 합해서 정리하는 것이 좋다.
나아가 우리 대한민국은 G20 정상회의, 핵안보 정상회의와 같은 세계 최고위급 국제회의를
주최하는 등 높은 국격을 지닌 나라로 발돋움했습니다.
이 문장에서도 ‘우리 대한민국’이라는 표현을 썼다. 글쓴이가 습관적으로 ‘우리 대한민국’이라고 쓰는 것 같다.
이제 전쟁의 잿더미 위에서 선진일류국가의 서막이 활짝 열리고 있습니다. 이에
저는 대한민국 국군 통수권자로서 여러분이 후대에게 명한 임무를 훌륭히 완수해 나가고 있음을 자랑스럽게 보고 드립니다.
‘전쟁의 잿더미 위에서’는 같은 내용이 또 반복되고 있다. 이렇게 반복하면 읽는 사람이 짜증난다. ^^; ‘선진일류국가의 서막’은 뭘 뜻하는지 모르겠다. 뭔가 좋은 말이 잔뜩 붙어있니 좋은 말이려니 하고 넘어가지만 의미를 따지고 보면 우스운 말이 아닐까? ‘이에 저는’으로 시작하는 문장은 내용이 확 바뀌었다. 앞에서 하던 이야기와는 전혀 상관없는 내용이므로 문단 나누기를 해야 한다. 또 ‘여러분이 후대에게 명한 임무를’은 의미가 무엇인가? 국민이 앞으로 태어날 사람들에게 뭔가 임무를 준 것인가? 말 자체가 안 된다. 뭐가 자랑스럽다는 것인가? 국어파괴의 진수다. 또 내용도 문제다. 천안함이 북한 어뢰에 침몰했다면서 국군 통수권자로서 임무를 훌륭히 완수해 나가고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인가? ‘임무를 훌륭히 완수해 나가고 있음을’도 문제인데, 역사적으로 중요한 일에 대해서 훌륭한지 평가하는 것은 본인인가?

우리에게 6·25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은 전쟁입니다. 천안함의 침몰 뒤에는 냉엄한 분단의 현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저는 천안함 장병들의 죽음에 가슴을 에는 비통함을 느꼈으며, 이 깊은 슬픔 속에서 통일에의 염원이 형언할 수 없이 뜨겁고 강하게 솟아오름을 느꼈습니다. 참전용사 여러분 모두 저와 똑같은 심정이라고 믿습니다. 60년 전 이름 모를 벌판과 산골에서 조국을 지켜주셨듯이, 이제 국가의 원로로서 6·25전쟁의 마지막 임무, 통일을 위해 다시 한 번 지혜와 경륜을 나누어 주십시오.
이 짧은 문장에서 ‘전쟁’이 두 번이나 나왔다. 나쁜 글쓰기로, 한 번은 줄일 수 있다. ‘끝나지 않았다.’ 정도로 쓰는 것이 좋다. ‘우리에게’는 문장에서 필요없는 군더더기다.
천안함의 침몰 뒤에는 냉엄한 분단의 현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천안함의 침몰 뒤에는’, ‘분단의 현실이’에도 조사 ‘의’는 생략해야 한다. 진짜 천안함을 북한이 침몰시킨 것인지는 넘어가자. 역사가 밝혀주겠지….
저는 천안함
장병들의 죽음에 가슴을 에는 비통함을 느꼈으며, 이 깊은 슬픔 속에서 통일에의 염원이 형언할 수 없이 뜨겁고 강하게 솟아오름을
느꼈습니다.
이 문장은 뭔가 엄청 복잡하다. 쓸데없는 수식어가 많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학생 글짓기에서 발견할 수 있는 특징이 아닐까? 말하자면 너무 길 것 같아서 생략…..
참전용사 여러분 모두 저와 똑같은 심정이라고 믿습니다.
이 짧은 문장에서도….. 호응이 안 이뤄지고 있다. 서술어는 ‘믿습니다’인데, 주어는????
주어를 ‘저'(이명박)로 한다면 ‘심정이라고’의 주어가 문제가 된다. ㅋㅋ
60년 전 이름 모를 벌판과 산골에서 조국을 지켜주셨듯이,
이제 국가의 원로로서 6·25전쟁의 마지막 임무, 통일을 위해 다시 한 번 지혜와 경륜을 나누어 주십시오.
‘이름 모를 벌판과 산골에서’는 필요없는 말이다. 여기서 ‘이름 모를’을 무명용사의 개념에서 따온 것 같은데, 이 편지를 받은 사람이 무명용사가 아니니….. 자기가 싸운 곳을 모를리도 없고…^^;
‘국가의 원로로서’에서도 조사 ‘의’는 필요없다. ‘6·25전쟁의 마지막 임무’도 말이 안 되는 것을 잘 알 것이다. ‘한 번’은 숫자 1과 관련된 것이 아니니까 붙여써야 한다.
정부는 국가를 위해 헌신한 분들의 명예를 높이는 데도 더욱 힘쓸 것입니다. 젊은 세대에게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이 어떻게 지켜졌는지 분명히 가르치겠습니다.
저 역시 대한민국의 영토와 대한민국의 생명을 지키는 대통령으로서, 다시는 6·25와 같은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국토방위를 확실히 하고 통일을 앞당기는 데 혼신의 힘을 다하겠습니다.
‘정부는’이라는 주어가 갑자기 튀어나왔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뭔가 좀 이상한 문장이 되어간다는 의미다. ‘분들의’의 복수접미사 ‘들’은 이제 이야기할 필요가 없을 듯 싶다. ‘명예를 높이는’은 의미상 좀 이상한데, 명예를 높이는 것은 본인이 할 일이지, 정부나 대통령이 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문장은 말이 안 된다.
젊은 세대에게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이 어떻게 지켜졌는지
분명히 가르치겠습니다.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은 좀 이상하다. ‘민주국가 대한민국’ 정도면 이해할만 하겠다. (아… 틀린 것이 너무 많아 지적하다보니 이 문장 분석하다가 에너지가 다 떨어져 버렸다. 이후는 대충….)
저 역시 대한민국의 영토와 대한민국의 생명을 지키는 대통령으로서, 다시는 6·25와 같은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국토방위를 확실히 하고 통일을 앞당기는 데 혼신의 힘을 다하겠습니다.
이 문장도 지나치게 긴데, 그 덕분에 이해하기 무척 난해한 문장이 됐다. ‘대한민국의 영토’와 ‘대한민국의 생명’에서 조사 ‘의’를 생략해야 할 부분이 있다는 것은 넘어가자. 그런데 ‘대한민국의 생명’이란 무엇일까? 아마 ‘주권’을 잘못 쓴 것이 아닐까 싶다. 뭐 그게 아니라 하더라도 ‘대한민국’ 한 번은 최소한 생략했어야 한다.
갑자기 ‘6·25전쟁’으로 쓰이던 것이 ‘6·25’가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자……

6·25전쟁 60주년을 맞아 거듭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가정에 건강과 평안이 함께하길 기원합니다.
이 문장에서는 ‘함께하길’을 띄어썼어야 하는데, 이 정도야 뭐…. 앞에서 실수한 것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그보다는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라는 것이 재미있다. 말만 하겠다는???
청와대가 공식적으로 뿌린 문서 치곤 참 초등학교 수준의 글쓰기라는 생각이 든다. 맞춤법이나 문법은 틀릴 수 있다 하더라도 의미도 그렇고, 한 이야기를 조금씩 표현을 바꾸면서 계속 반복하는 것은 너무한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쓸 이야기가 없어서 억지로 쓴 초등학교 때의 위문편지처럼….
급하게 글을 작성하다보니 못 지적한 것도 많을 듯 싶다. 물론 내 글도 오류를 많이 포함하고 있을 듯….


대한민국의 생명은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생명을 의미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설마요. 그렇게 해석하면 좀 이상해지는 부분도 있는데요. ㅎㅎㅎ
사람이름, ID 등 고유명사 뒤에는 ‘님'(의존명사)을 띄어쓰기 해야 합니다. 붙여쓰는 경우(조사)는 선생님, 아버님, 형님, 아우님 등과 같은 일반명사에 붙여 존칭을 만들 때입니다.
따라서 위 편지의 ‘OOO 님’이라는 띄어쓰기는 옳습니다.
국어사전에 따라 조금씩 다르군요. 참 난해한 맞춤법이네요.
국어사전에 따라 다르더라도, 한글 맞춤법 규정에 따르면, 의존명사는 앞엣말과 띄어쓰기를 해야 하고, 조사는 앞엣말에 붙여쓰기를 해야 합니다.
참고로…
띄어쓰기 (0)
붙여쓰기 (0)
띄어 쓰다 (0)
붙여 쓰다 (0)
띄어쓰다 (X)
붙여쓰다 (X)
이렇게 됩니다. 띄어쓰기를 자주 틀리는 표현 가운데 하나이죠.
전 말씀하신 맞춤법 규정이 틀렸다고 생각합니다만……
명사는 그 단위별로 띄어쓰기를 하고, 조사(또는 접사)는 붙여쓰기를 합니다. 이건 띄어쓰기가 존재하는 언어에는 공통으로 적용되는 규칙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접사(조사, 어미, 접두사, 접미사 등)는 붙여쓰기를 하고, 그것이 아닌 경우 띄어쓰기를 한다는 규정이죠.)
그 이전에 접사/단어 등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조사가 아니라면 각 단어별로 띄어써야 하는 건 당연하겠습니다만 조사/접사 등에 대한 구분 자체가 애매하고, 또 예외규정도 많다보니……^^
암튼 우리나라 맞춤법은 논란의 여지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댓글을 쭉 읽다가 :)
맞춤법은 국어사전이나 국립국어원 인터넷 사전보다는, ‘국어 어문 규정집’으로 공부하시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전공자인데 저걸로 배웠거든요. 춫천ㅋㅋ
‘~들’에 대한 지적을 제외하고는 별로 맞는 지적은 없어 보이는데요. 맞춤법보다도 괜히 꼬투리만 잡는 글로 보입니다.
ㅎㅎㅎㅎㅎㅎ
주어와 동사도 못 맞추는 부분이 있는데, 그런 것도 맞다고 보이나보죠? 좀 생각해 보시고 댓글을 달아 주셨으면 좋겠네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일반 사람들이 저 편지를 읽고 내용을 이해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으리라 보는데.. 이다지도 까다로울 수 있는 것이 우리나라 말이군요..
개인이 발송한 것이라면 좀 이해되지 않거나 불분명한 표현도 문제될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 편지 발송이 청와대에서 이뤄졌으므로 정확했어야 합니다. ^^;